21년 9월 초, 욕지도의 일정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인 전남 남해의 돌산도로 향했다. 어차피 통영 여객선 터미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사랑 통영 복국을 먹을까 하다가 시간의 압박에 그냥 서호시장에서 충무김밥을 포장했다. 어느새부턴가 창렬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충무김밥 서울 명동 1호점 개점 시 먹었던 그 문화적 충격을 잊지 못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김치볶음밥과 설렁탕을 먹어 본 느낌의 전율과 거의 동급이었다. 그 추억으로 지금까지 먹는다
옛날부터 가는 곳이 몇 곳있는데 동선이랑 겹치는 이번엔 나포리 충무김밥에서 후딱 포장을 해 나왔다.
약 30여분 부랴부랴 운전 후 고성 공룡나라 휴게소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젤 가 쪽의 벤치에 않아 충무김밥을 풀었다. 맛. 있. 었. 다. 하지만 이 여행 몇 주 후 떠났던 전국 해안도로 일주를 돌며 통영 (나포리는 아니지만)에서 자주 가던 충무김밥집의 처절하게 다운그레이드 된 맛과 차림에 엄청 실망을 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 포스팅에서...
돌산도는 여수와 바로 붙어 있는 섬이다. 북동부 쪽은 꽤 유명한 모이핀 카페도 있고 고급진 리조트, 펜션, 카페들이 많아 가족, 젊은 친구들이 많은 반면 이 쪽은 아주 많이 한적하고 조용한 편이다. 남부 쪽엔 전국구급, 남해에서 탑으로 꼽히는 해돋이 명소인 향일암이 있는 곳이다. 최근엔 남서 쪽 작은 섬 화태도와 다리도 연결이 되어 차로 쉽게 구경 갈 수 있다
그 꽤 아랫쪽 (남부 화태도 근처)의 고즈넉하고 아무것도 없는 시골 어촌의 한 예쁜 애견 펜션, 카르페디엠에 도착한 게 오후 5시 30분경이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애견펜션에도 불구 매우 청결하고 남해 앞바다 뷰를 바라보며 그냥 짱 박혀 있기 딱 좋은 곳이다. 사장님의 공간에 대한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다. (TMI: 친절하심)
딱히 어디 먹으러 갈 곳도 없고 여수도 첨 온 김에 그 유명한 낭만포차나 가보자 해서 길을 나섰다. 이날 비는 매우 무섭게 퍼부을 기운을 보였다. 돌산도가 큰 섬이긴 하나 차도 하나도 안 밀리고 (남쪽 끝에서) 여수까지 30~40분 드라이브 만끾하면서 갈 만하다. 아까 말한 돌산도 북동쪽으로 자리를 잡으면 여수는 그냥 다리 넘어 코 앞이라 보면 된다
아니다 다를까 가는 길에 비가 엄청 퍼부었다. 코로나 여파 및 비성수기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 자리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비는 조금씩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사실 우리 입장에선 비오고 선선한 게 더 좋은 게 큰 걱정 없이 강아지들을 차에 두고 내려도 되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운전자를 제외한 내부 모든 공간은 강아지들에게 맞춰져 있고, 자동차 여행에도 익숙해져서 어설프게 펜션에 두거나 어디 데려가는 것보다는 차 안을 더 편해한다
쨋든 차에는 두고 내려도 시야에는 확보되는게 중요하니 (차 창문도 좀 열어놓고.. 비는 오지만 ㅜㅜ), 주차하자마자 낭만포차 거리 제일 끝? 혹은 시작? 암튼 제일 가에 있는 건물이자 차 시야가 확보되는 입구 외부 자리가 딱 비어있는 집으로 고민 없이 들어갔다, 그곳은 낭만포차 12번.
여수 낭만포차의 맛과 가격은 익히 듣고 간지라, 그냥 하도 여수밤바다,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낭만포차~하는 그 감성이 뭔지 느껴보자 정도로 큰 기대는 없었기 때문에 실망하고 이런 건 없었다. 다만 코로나 전의 옛 사진들을 보면 주차장 쪽에 가판대들을 쫙 펼쳐놨었던 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그런지 이때는 그냥 건물 안에서만 먹어야 했다.
메뉴는.. 앞서 말했듯 맛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제일 인기 있어 보이는 시그니쳐 메뉴를 시켰다. 아마 '꺼먹돼지돌문어삼합'으로 기억한다. 맛은... 내가 미식가나 맛 평론가도 아닐뿐더러... 무슨 평가를 하겠나... 그냥 이런 낭만포차만의 젊은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친구끼리던, 남/여사친이던, 연인이던 아름다운 밤바다 앞에서 수많은 청춘들이 밤을 불 살라가며 술을 부어라 마시며 소화하기에는 적당한 메뉴인 듯 싶다. (비주얼도 한 몫하고) 그래서 음식 맛에 대한 후회도 딱히 없다.
근데 유독 오늘 우리 강아지들이 차 안에서 짖어 대길래 (그러나 범인은 항상 한놈... 그리고 얘네도 우리가 보여서 그런 듯) 몇 번 차에 왔다갔다 했다. 걸 보시더니 입구에서 손님 모시던 일하시는 분이 강아지 데리고 왔냐고 자리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근데 애견 동반 음식점이라고 써져 있지도 않고 손님들이 또 그렇게 적지도 않은 상황이라 괜찮다고 하는데 한사코 괜찮다고 데리고 오라고 하신다. 감사하게도... ㅜㅜ 우리야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으니... 그래서... 데리고 왔다. 3견 등장.
근데 두 놈은 안겨 있고 하니 좀 힘들긴 하더라... 낯선 곳이라 그런지 한 놈 빼고는 바닥에 잘 있으려고 하질 않는다. 암튼 그래도 배려를 해주신 덕분이 강아지들이 맘 편히 즐기고 갈 수 있었던 낭만포차12번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참고로 여긴 애견 동반 식당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마침 저 입구 쪽 데크 자리가 텅 비어서 그날 (덜 분주한 평일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해서 상황에 따라 걍 호의를 배풀어 주신 것 뿐이다. 애견인들은 착오 없도록!
꽤 일찍 간 편이라 9시가 되기 전에 자리를 뜨고 강아지들 산책 겸 한 바퀴 쭉 돌았다...
어릴 적 본 하멜의 이야기는 나름 로빈슨 크루소만큼은 아니어도 (서바이벌류 감성은 아니어서) 재밌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표류 끝 조선 땅 도착 후 강제 감금되었다는 것에 소오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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