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UW 이후 클럽컬쳐 매거진 BLING에 연재되는 새로운 음악 컬럼입니다. 잡지와는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혹시 퍼가시게 될 때에는 꼭 출처를 밝혀주시는 센스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Ambient 04: Film & Electronica::: 우리의 지난 날은 진정 화려했나?

By Groovie (http://electronica.tistory.com)

경기가 나빠지며 가장 자주 듣는 단어, 거품.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화려한 과거 생활을 해왔을까라는 생각을 막상 해봤다. 금융권에서 위기의 신호탄을 발사해줬을 때 주위에는 고소해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자신들에게 돌아올 후 폭풍을 감지하면서도 그 동안 소위 돈 장난치던 금융권 '애들'의 사고가 만천하에 공개 된 것이 내심 통쾌했던 것이다. 어찌하였건 경기도 나쁘고 앞으로 어떤 더 큰 폭풍이 불어 닥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 시간도 괜찮을까 싶어 음악과 함께하는 영상 두 개를 소개한다. 시간을 돌아본다는 것은 회상이라는 낭만과 자숙이라는 반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지경까지 치닫게 된 경제 문제뿐 만 아니라 우리 현대 문명 사회가 어떻게 진화 되어왔는지를 돌아보자.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려라,

[
버블로 Go!! 타임머신은 드럼방식]:  Disco & 90s Retro

영화의 설정은 간단하다. 장기 불황의 여파에 의해 일본이 국가적 도산 위기를 맞자 드럼 세탁기 방식의 타임머신을 타고 거품 시대로 되돌아가 호황을 계속 지속시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린다. 물론 설정은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호황에 의해 화려하고 행복하기 그지 없던 (돈이 돈 같지가 않던) 90년대의 재현과 디스코 풍의 사운드 트랙이 백미인 영화다.

 


90년대 유명 그룹 프린세스 프린세스의 93년 히트 곡인 [다이아몬드]가 흐르며 거품 가득한 환락의 로뽕기를 보여주며 시작하는 90년대 재현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나 다름 없다. 아이돌의 음악과 함께 도시의 풍경을 보여준 후 카메라는 이내 디스코 장으로 이어진다. Boys Town Gang[Can't Take My Eyes Off You] [Cherry]가 차례로 흘러나오며 쾌락의 정치학이라고 불린 디스코 코드와 함께 한다. 돈다발은 휘날리고 모두들 걱정은커녕 그야말로 흥청망청 인생을 즐기고있다. 특히 노래, [Can’t Take…]는 영화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책임지고 있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영화 테마송인 마리야 카토의 [Eyes on You] 또한 이 음악의 에센스를 끝까지 지켜낸다. 그리고 재현 씬의 마지막, 행복과 희망 가득한 동경의 밤 하늘 아래 폭죽이 터지며 마이킹에 시달렸던 미래에서 온 주인공 마유미(료코 히로수에 분)는 샴페인을 들고 토스트를 외친다. "거품, ~!'

 

영화에서 주목할 요인은 바로 이 거품이다. 샴페인의 생명이 기포인 것처럼 디스코처럼 신나는 호황의 거품이 끝나고 이들에게 남은 건 드럼 세탁기에서 나온 세제 찌꺼기의 거품뿐이다. (여기서 왜 드럼 세탁기가 타임머신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의문이 풀린다.) 어떻게 보면 90년대의 낭만을 향수하게 하면서도 허탈감을 안겨주는, 그야말로 거품 같은 영화다.

 

상황에 맞춰 한번 즘 음미해 볼만한 Princess Princess[Diamonds] 가사 부분:

지금 나를 움직이고 있는 그런 기분 / 아무것도 모르는 아아,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 아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밤도 종종 있지만 / 그 때 느꼈던 아아, 기분은 진정한 것 / , 지금 나를 움직이는 건 다이아몬드

 





Godfrey Reggio의 삐딱한 세상 바라보기

[Qatsi 3
부작]: Minimalism & Civilization

어느 잡지에서 한 평론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외계인에게 지구를 표현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영화 한편을 보낸다면 주저 없이 [카치 3부작]을 고르겠노라고. 그 만큼 아름다운 영상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 문명을 바라보는 거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다. 음악의 설정 또한 특이하다. 영상에 대한 컨셉트를 감독과 음악 담당인 필립 글래스가 공유한 후 서로 개별 작업을 통해 만든 후 합쳐졌다. (또한 이 영상을 발견(!)한 죠지 루카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훗날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영화 홍보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3부작 모두 (제목에서 오는) 일관적인 한 가지 테마만 존재할 뿐 어떠한 논지도 주장도 결론도 펼치지 않는다. 그저 현대 문명을 바라보는 느낌만을 전해줄 뿐이다. 그 느낌에 어떻게 반응할지 각자의 관점에서 관객이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열려있는영상이다. 어떤 이는 쾌감을 느낄 것이고 다른 어떤 이는 위기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하나의 그림은 1000가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는 감독의 말이 딱 들어맞는 설정이다. 특히 특정 공식과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의 언어로 인한 나레이션이 없기 때문에 필립 글라스의 미니멀리즘 음악이 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 언어와는 다른) 추상성과 미니멀리즘의 점진적 요소가 관객을 이 아름답고도 거대한 오디세이로 이끈다.

 

카치 3부작은 아래와 같이 나뉘며 제목은 미국 호피 인디언의 언어에서 파생되었다. 짧은 지면 상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고 약간의 소개만 해본다.



Koyaanisqatsi (1982-presented by George Lucas): 불균형적인 삶 (코야니스카치)

-테크놀로지와 도시의 삶으로 대변되는 현대의 기계 문명과 자연이라는, 지구 상에 동시에 존재하지만 전혀 다른 것만 같은 두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




Powaqqatsi (1988-presented by Francis Ford Coppola): 변화/변형 속의 삶 (포와카치)

-전 세계의 (특히 제3세계) 인종과 특정 문화를 바라보며 느끼는 다양성 그리고 소위 선진국형으로 다시 변화해가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확인한다.




Naqoyqatsi (2002-presented by Steven Soderburgh): 전쟁으로서의 삶 (나코이카치)

-현재 인간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살아가고 있다는 감독의 생각을 대변하듯 화려한 최첨단 그래픽으로 펼쳐지는 대서사시인 동시에 정치, 스포츠 등으로 분화되는 전쟁의 문명화에 대한 느낌을 전한다.

 




필자는 옛날 업무 관계로 레지오 감독을 인터뷰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바로 진실을 좇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도 생활을 한 그에게 가장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이는 바로 친 형이었다. 어느 날 갓프리, 넌 진실을 찾는 법을 아니? 진실이란 신문이나 책 따위에는 나오지 않는 거야. 가령 네가 어떤 물체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면 그 물체를 뚫어지게 바라봐봐. 움직이지 않는 물체라도 언젠가는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있을 거야. 그 잠깐의 순간이 바로 진실의 경험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형의 말은 바로 바라보는 관조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관조의 미학이 30년에 걸친 거대한 스케일의 3부작 영상으로 태어난 것이다.

 

관조야 말로 위기와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 우리를 돌아보기 위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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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글래스의 주옥 같은 사운드트랙들...
(필립 글래스는 자신의 후기 음악을 미니멀리즘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 거부하고 있긴 하다)

반복과 점진을 통한 숭고함의 구현...
어쨋든...어떤 영화에 이런 음악들이 어울릴까?
뭐니뭐니 해도 복잡하게 얽히고 섞인 심리적 내면을 다룬 사이코 드라마류가 아닐까?

인생을 살며 하나 하나 쌓여가는 작은 감정과 경험 그리고 생각들은 어느 한 순간 돌아볼 때 그 원인과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내면은 복잡해져 있다.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말그대로 '감'은 잡히나),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복잡함 혹은 '거대함'

이것이 바로 미니멀리스트 음악과 영화의 내러티브가 만나는 접점이 아닐까?
아래의 사운드 트랙도 그러한 사이코적인 성향이 굉장히 강하다.


[Hamburger Hill] by John Ir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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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대리석을 사용한 마야 린의 베트남 메모리얼은 법정 소송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었다.
당시 예일대 건축과 2학년이었던 그녀 안에 흐르는 베트남의 피도 분명 문제였고 물과 대리석을 사용해 정말로 아름다운 랜드스케입 아키텍쳐를 어떤이들은 건축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마야 린의 작품을 체택하는 대신 성조기를 휘날리며 서있는 미군들의 동상을(아주 권위주의적이고 애국주의적인...) 그 주위에 배치하는 조건으로 반대파와 찬성파의 합의가 이루어졌었다.

베트남 영화의 걸작 중 하나인 [햄버거 힐]의 시작은 그 마야 린의 작품과 오프닝 크레딧이 절묘하게 교차되며 관객을 베트남 전장의 한 가운데로 이끄는데 이를 필립 글라스의 음악이 매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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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man] by Bernard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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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필립 글래스에게 의뢰가 들어갔을 당시 [캔디맨]의 플롯은  뛰어난 심리적 장치로 Urban Myth를 풀어나가는 작품이었으나 결국은 저예산 헐리우드 영화로 나오며 필립 글래스를 화나게 만들었다 한다.

어쨋든 이 영화의 흥행은 비교적 성공적이었고 많은 이들이 필립 글래스의 사운드트랙을 찾게 되었다. 이는 '화난' 필립 글래스로 하여금 2편의 음악을 담당하게 이끈다.



It was always You, Helen from Candyman





[Koyaanisqatsi] by Godfrey Reg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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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주인에게 지구를 소개할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보내야 한다면 갓프리 레지오의 카치 3부작을 보내겠노라고 한 영화 크리틱이 말한 적이 있다.
언젠간 갓프리 레지오의 세심한 포스팅을 올리리라 생각하고는 있지만 염두가 안난다.
어찌하였건 죠지 루카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스티븐 소더버그가 각각의 시리즈의 재 발매와 홍보를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도와 주었을 정도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흔해 빠져 새롭진 않지만 이 고속 촬영의 기법은 코야니스카치에서 처음 소개된 기술이기도 하다.

특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30년 전 갓프리 레지오의 부분 영상만을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지고 스폰서를 자청할만큼 엄청나게 아름다운 영상과 현대 사회에 대한 열린 관점을 이끄는 이 시대 최고의 영상 작품 중 하나다.

나도 갓프리 레지오와의 인터뷰는 평생에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가지고 있다.
처음 갓프리 레지오는 라비 샹카와 토미타를 염두해 두고 있었으나 극적으로 필립 글라스와 만나게 되고 서로의 작업은 초기 ceoncept의 공유를 통한 독립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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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rs] by Stephen Dald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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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에게 생애 두 번쨰 아카데미 음악상을 안겨준 디 아우어스의 사운드 트랙

















  1. Favicon of https://galula.tistory.com BlogIcon Galula 2009.05.17 14:24 신고

    캔디맨 OST 잘 듣고 갑니다.
    한국어 웹상에서 잘 나오지 않는거라 참 반갑네요^^

    • Favicon of https://electronica.tistory.com BlogIcon Groovie groovie 2009.05.18 01:25 신고

      아 그런가요? 필립 글래스의 영화음악들도 주옥같은 트랙이 참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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