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3일 차, 이른 아침 바다와 서호시장
통영 3일 차. 새벽 5시 30분에 복국으로 속을 데우고 막 문 연 통영 서호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7시 무렵 해양수산과학원(통영)으로 자리를 옮겨 아무도 없는 바다 풍경을 조용히 즐겼다. 이른 시간의 여유가 좋다.
숙소는 통영 산양읍 최남단 척포항 근처다. 배편이 없어 낚시꾼들만 드문드문 보이는 항구. 자연 속 휴식에 가까운데 낚시꾼들이 꽤 많긴 하다 ㅎㅎ.
계획 변경으로 척포항 > 달아항 > 중화항까지
관광지도를 펼쳐 오늘 갈 곳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11시. 배가 고파 찜해둔 달아항 쪽 식당으로 향했다.
척포항에서 달아항 가는 길은 바다와 맞닿은 느낌이라 좋다.
근데 왠 날벼락. 단체 손님 예약 잡혔다고 못 받는다며 사과하신다 ㅜㅜ. 비성수기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안 연 집도 많다. 달아항에서 연명항을 지나 중화항(산양일주로)까지 올라왔다.
중화항 대로변의 국도식당(구 대가횟집) 외부
통영시 산양읍 중화항 대로변에 있는 국도식당(구 대가횟집)은 산양일주로 1452(연화리 860)에 자리한다. 지도앱 표기는 네이버 ‘국도식당’, 구글 ‘대가횟집’으로 다르게 나오니 참고하여 검색해 보면 찾기 쉽다.
블로그 리뷰도 거의 없는 것을 봐서는 동네분들이나 중화항 뱃손님 상대로 장사하는 것 같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아 보여 ㄱㄱ.
중국집 배달 식기가 놓여있는 바다가 보이는 야외 좌석이 하나 있긴 했지만 손님용은 아닌 듯.
실내 및 메뉴
내부는 오래됐지만 깔끔히 관리된 전형적인 지방식당 분위기다.
메뉴판에는 갈치조림·갈치구이·매운탕·장어탕·정식 + 한치물회, 장어두루치기가 보인다. 바닷가라고 해도 수입 냉동을 쓰는 곳이 많은데, 여긴 원산지표시에 모두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매운탕도 끌렸지만 갈치조림으로 주문.
직접 만든 듯한 로컬 반찬, 밥이 먼저 가는 맛
반찬이 정갈하다. 직접 만든 느낌이 살아 있어 밥이 먼저 손이 간다. 기대 없이 들어와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시골집 밥상처럼 편안하다.
가지볶음, 담백했다.
비트 피클 초절임, 상큼했다.
김치, 무난했고 오히려 다른 조연들이 빛나서 조명은 덜 받은 편.
깻잎지, 딱 떠오르는 그 맛(맛있는 버전으로).
멸치볶음, 당연히 꼬소.
열무, 더운 계절에 이것만 한 게 없다.
콩조림(백태), 달큰하고 구수함.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오이무침까지. 메인이 오기 전부터 밥도둑들이었다. 지방 여행 오면 이런 직접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의 맛이 좋다.
갈치조림: 맵기보다 감칠
드디어 갈치조림이 나왔다. 붉은색보다 갈색이 먼저 보이는 국물에 고춧가루가 덩어리째 얹혀 있고 끓으면서 천천히 풀린다. 대파 링이 넉넉하고 애호박 조각들도 보인다. 점도는 자작과 국물형의 중간, 표면엔 얇은 기름막이 돈다. 맵기보다 감칠이 앞선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맛도 안정적이다. 반찬이 좋은 집에서 메인이 크게 빗나간 적은 드물다.
갈치 사진은 허겁지겁 먹다 보니 한 장뿐. 맛으로 국내산/수입산을 구분하긴 어렵지만 메뉴판의 원산지 ‘국내산’ 표기를 확인했다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고추장보다는 간장+고춧가루 베이스에 가깝고, 단맛을 세게 밀지 않아 자극이 덜하다. 그래서 더 오래 먹기 편했다.
로컬의 일상 한 장면, 여행의 재미
그 시간 유일했던 다른 테이블 손님은 이미 아침부터 거하게 취하셨다. 사장님이 취했으면 빨리 나가라고 ㅋㅋㅋㅋ 로컬 식당의 일상 한 장면처럼 느껴져 웃음이 났다. 우리 식사엔 지장 없었고 오히려 이 동네의 시간을 살짝 엿본 기분이라 여행의 맛과 흥을 더했다.
중화항 배편 전후 식사로 좋은 위치
뜻밖의 좋은 한 끼를 마치고 나오니 길 건너 통영 바다가 바로 맞이한다. 배도 부르고, 날씨도 맑다.
식당 바로 앞(100m) 중화항 여객선터미널에서는 연화도·욕지도로 가는 배편이 떠서 섬 오가기 전후 식사 동선으로도 알맞아 보인다.
맛있었다, 통영 국도식당
통영 중화항 국도식당(구 대가횟집) —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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