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검진 결과가 잘 나와서 이 날은 좀 거리를 거닐기로 결정하고 종로 3가 골목의 찬양집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주차는 인사동 대일빌딩에 했다. 여기가 주차장이 좀 낙후되고 좁은 대신에 주변 주차장들 대비 제일 저렴했다. 주변 왔다 갔다 하기 동선도 나쁘지 않다. 1시간 3000원에 일주차 2만 원. (일 주차는 따로 신청할 필요 없고 그냥 시간 초과되면 2만 원에서 멈춘다)
인사동의 가을 분위기는 푸름과 은행의 노랑이 인상적이었다
종로3가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낙원상가의 모습이 보인다. 레노베이션 된 모습이라 약간 낯설다
이 쪽 사이드가 맞나 싶긴 한데 (아마 반대쪽이었던 것 같긴 한데...) 내 추억/기억 속의 낙원상가는 딱 3가지다. 낙원떡집, 악기상가 그리고 허리우드 극장. 킹콩 2를 여기서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당시 건물은 굉장히 낡았었기 때문에 저 레노베이션된 모습이 낯설었었다. 내츄럴, 용형호제 둘 다 재밌는 영환데 저것들은 비디오로 봤었다.. 그리고 피카디리, 대한극장... 아.. 추억... (낙원떡집은 상가들을 다 돌아본 후에 마지막에 들러서 떡을 사 가는 일종의 피날레? 같은 느낌)
악기상가의 성지였던 곳. 여기 2층 악기점에서의 기억은 두 가지. 내 첫 첼로를 여기서 샀었고, 두 번째는 양은 냄비에 김치 넣어서 끓여 먹는 라면을 여기서 처음 먹어 봤었다. 완전 신세계에 눈 떴었던 기억이라 어릴 적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악기점 사장님이랑 지인들이 한창 끓여 먹다가 상점 방문한 나한테도 먹어보라고 줬는데... 그 이후로 라면엔 김치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이 진리로구나...라는 것에 눈을 떳 던... 정말 순수하게 라면에 김치만 넣어져 있었던...
이곳이 밤엔 옛날 포장마차 거리로 싹 변하던데 진짜 사람이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포장마차 마차마다 꽉 차 있는 것에 나름 신선한 문화 충격을 받았다.
역시 서울살이가 멀어지니 ㅎㅎㅎ 그리고 저 개방 화장실은 첫눈에는 깔끔하다 생각했는데 저녁 사람들의 인파가 몰리는 생각을 해보니 남자 한 칸 , 여자 한 칸으로 구성된 저 화장실은 인파를 당연히 소화할 수 없을 것 같다. (살짝 무섭긴 하지만 낙원 상가 4층의 개방 화장실을 쓰면 훨씬 깨끗하고 그나마 여유가 있다)
요즘은 성인용품가게도 떳떳하게 사람들이 넘치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는데 하나 발견했다. 샤이맨... 요즘엔 저런 곳에 들어가는 것도 사람들 눈 개의 치 않고 데이트 중간에도 간다고 (인터넷에서 들었는데 말입니다) 하는데 아주 좋은 현상인 것 같다. 언제까지 유교걸, 유교뽀이 하고 있을 것인가. 어서들 많이들 결혼하고 애 낳고 출산율을 높입시지 말입니다
이제야 낯익은 골목길에 들어선다. 찬양집과 할머니손칼국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갈매기살 고깃집들로 이어지는 그 종로 3가의 골목
찬양집으로 들어간다. 언제부턴가 미슐랭 가이드 타이틀을 달고 있다.
맛집의 대명사. 유명인 싸인들. 못알아 보겠는 이름들도 많다.
찬양집은 해물칼국수. 저 손칼 면빨은 아버지 따라 주말마다 다니던 청계천 포장마차에서 처음 배웠었는데, 그때는 저 손 칼도 훨씬 (손으로 찢은 듯) 더 거칠고 투박하니 후루룩 하는 맛, 씹는 맛, 넘기는 맛이 더 걸걸하니 서부영화처럼 맛있었다. 그 시절 또 새로운 신세계에 눈을 뜨고 포장해 가서 집에서 먹고 싶다고 생떼를 썼었던 어릴 적의 기억이 있다. 포장에 대한 개념이 없던 그 시절 결국 사장님은 이 사태에 대해 (어린아이의 꼬장) 아버지와 논의 후, 하야 '비니류 (비닐봉지)'에 칼국수와 육수를 따로 듬뿍 넣어서 주셨었다. 그 시절 종로, 청계천 칼국수 값이 아마 500원? 아니면 1500원 둘 중에 하나로 기억한다. 이 골목을 성인이 되어서도 줄기차게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 이 기억 때문이다 (물론 그때 그 맛과 비주얼은 아니지만...)
조개껍질은 저 옛스러운 분홍 '빠께스'에 버려주시고...
찬양집 처음 방문했을 때 신선했던 기억은 바로 저 김치다. 저런 손 칼국수 면발이야 종로부터 청계천까지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여기는 김치가 두 가지, 신 것과 익은 것.. 이렇게 나눠서 주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거의 이 집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 날은 만두도 시켜 봤다. 맛있다
역시 칼국수의 매력은 저 장이다.
맑은 국물 먹다가 이제 슬슬 배가 찰 때 즈음 장을 넣어서 좀 먹어주고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올만에 찬양집에서 맛있게 칼국수를 먹고 난 후 쭉쭉 골목길을 향해간다
찬양집에서 걷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할머니손칼국수 집이 나온다. 찬양집 보다 더 좋아하는 곳이다. 위에서 말했던 옛 청계천 포장마차 칼국수의 기억을 그나마 많이 살려주었던 곳이기도 하고, 살면서 종로 3가에서 제일 자주 간 곳이기도 하고 수제비반 칼국수 반의 칼제비 메뉴 때문에 그 손으로 찢은 듯한 거친 면빨의 향수를 전해주는 곳이다. 종로 3가의 개인적인 원픽을 하라면 여기다.
골목을 좀 더 걸어가다 보면 갈매기살 집들이 나온다. 그 중에 대중한테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광주집. 밤 되면 여기도 끝장난다.
광주 집 행주 말리고 있는 모습
은행나무들
종묘가 보고 싶어 탑골 공원 쪽으로 향한다.
종묘 가는 길. 저 우측 사이드 중간중간 어르신들을 위한 술집들이 있는데 낯부터 막걸리 '한 잔'을 몇 백 원 수준에 마실 수 있다. (지금은 물가 땜에 가격이 더 올랐는지는 모르겠다)
아쉽게도 종묘는 시간에 맞춰 관람 제한이 되어 있어 아쉽게도 보지 못하고 발을 돌렸다. 많은 숫자는 아지지만 이런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어린 친구들이 모습을 보니 뭔가 뿌듯? 안심? 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끔 여행 얘기를 하다가 너무 옛날에 가서, 차라리 어른되서 갔으면 이해도 하고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난 좀 반대 입장이다. 여행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좋지만 어린 시절부터 기회가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고 믿는다. 세월이 지나 기억은 어렴풋하더라도 그 시절의 기억의 DNA는 영원히 몸과 맘 속에 살아 숨 쉬며 그들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인사동 쪽으로 길을 돌리며 나무들이 같이 하고 있는 듯한 건물이 보인다. 인상적이다
종로의 보석상 거리는 정말 유명했고, 실로 휘황 찬란할 만큼 그 시각적 위용이 대단하기도 했다. 지금도 몇몇 남아 있긴 하지만 정말 많이 없어졌다
종로 3가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가다 보니 이제야 익숙한 낙원상가의 허름한 모습이 보인다. 세월의 풍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시절 영화 개봉은 도시의 큰 이벤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영화관의 간판을 붓으로 그리던 낭만의 시절. 그 시절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듯, 낙원상가 허리우드 극장의 흔적이라면 흔적과 같은 그런 것이 보였다
뺑끼칠 후 세월의 풍파를 맞아 군데군데 찢겨진 듯한 건물의 스킨들이 지저분하다기보다는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Reminiscence' 레미니선스라는 영단어가 어울리는데, 간단하게는 회상, 추억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사전적 의미로 가면 "기억한 사항이 그 직후보다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뒤에 명확하게 생각나는 일. 잠재적 기억."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 어딘가로 떠난 후 비로소 집에 돌아왔 을 때 느끼는 '그'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하늘과 함께 바라보니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낙원상가를 지나 비로소 인사동 길 방향으로 접어드는데, 골동품 상점이 보인다. 인사동이든 황학동이든 참 많이 보이던 풍경이었다. 더군다나 그 시절은 인디아나 '죤'스, 피라미드의 공포, 로맨싱 스톤 같은 어드벤처 영화들도 인기 있던 시절이라 정말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한창 뻔한 오리엔탈리즘에 눈 돌아가던 시절이기도 했고..)
역시 이런 것들이 추억을 자극한다
평일 금요일 오후인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고
언제부터인가 인사동에서 통인가게는 존재감을 가지고 가기 시작했다. 다만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2000년대 아니었을 까, 아니면 2000년대야 되고서 내가 깨달았을까... 80,90년대에는 보지 못했던 그런 아이덴티티를 구사하며 세인의 주목을 이끌었던 것 같다
나는 액티브한 열혈 에코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저런 건축과 자연의 상생을 꾀함은 좋아한다. 다만 종을 잘 선택하고 관리도 잘해줘야 벌레 모기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이런 실수를 통해 에코 아파트를 만들었다가 폭망 한 케이스가 중국에 있다
그 에코 건물 옆에 눈을 끄는 또 하나의 건물. 저 라인형 스킨 때문에 그런지 옛 김수근 후기 건축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저 건물은 인사동 건물들 특유의 한국 문화와 어울리는 인사동 아이덴티티에 더 충실한 것 같다. 비슷하긴 하지만 비교하기엔 김수근 후기의 저 라인 형태는 너무 모던하긴 하다. 참 맘에 드는 건물 두 개다. 요즘 말로 하면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그런 느낌
도장집. 이젠 도장이 필요 없는 시간이 되었지만 뭔가 개인적 '꾸미기'를 위한 아기자기함을 위한 흔적으로 남으며 그 생을 더 해 나가고 있는 듯해 보여 보기 좋다. '본인을 증명한다'라는 도장의 그 의미는 잊지 않고 있다
와 중에 모던한 느낌의 옷가게가 있어 찍어 보았다. 모던한 느낌의 간판과 90년대 느낌의 시멘트 바닥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추억의 쌈지길. 밀레니엄이 갓 지난 2000년 초반에 등장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공간이었다. 한 번 들어가면 그냥 쭉쭉쭉 출구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일방통행의 길, 하지만 입구부터 출구까지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해 준 곳. 좀 레벨을 낮추어 비교해 보자면 일방통행 공간은 이케아 매장 같은 느낌으로 보면 될 듯하다. 그리고 인사동 하면 언제나 어느 곳에나 숨을 돌리면 보이는 듯한 버드 나무 (버드나무 맞나? ㅜㅜ 진짜 나무 이름은 잘 몰라서...) 암튼 쌈지길은 그 시절 정말 재미있는 신개념 골목길이었다
그 쌈지길 바로 옆에, 뭔가 2000년대 초반에 쌈지길을 봤던 느낌의 신선한 공간이 있었다. (난 이 날 처음 본 거라...) 위에 쌈지길의 타이틀이 붙은 것 보니 아마 쌈지길의 확장판이 아닌가 싶다. 1층에선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낯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화려해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스티치? 바느질? 메움? 스테이플러? ㅎㅎ 느낌의 저 조명의 요소들이 꽤나 인상적이면서도 화려한 연출을 하고 있었다. 밤에 되면 훨씬 화려할 것 같다
조명과 거울의 조합은 언제나 환상 적이다. 내부까지는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딱 이 앞마당만 구경하고 나왔다
이 공간에 있던 예뻐 보이던 샵
다시 인사동의 가을...
인상적인 갤러리 건물, 가이아. 이름이 참 어마어마하다 가이아... 것은 좁고 길고 약해 보이지만 안에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품고 있을 듯한 느낌이다
다시 길의 끝까지 와서 뒤 돌아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 끝까지 와서 안국 빌딩 기점으로 동영상 모드로 360도 돌려 봄
이 즈음에서 내 저질 체력은 이미 오래전 바닥났고... 황진단 한 알 삼키고 반짝하는 체력을 더 해 좀 만 더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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