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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재밋는 영화를 봤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영환 줄 알았다가 원래는 제작인걸 미디어가 깜쪽하게 만들걸 깨닫고 기분이 좀 나빠 기대를 별로 안했었는데..
우하하 ... 재밋었다...


관객과 영화의 싱크 공간, 극장!
TV가 나와도 비디오가 나와도 DVD가 나와도, 그리고 지금 컴퓨터 다운로드가 판을 쳐도 여전히 사람들은 극장으로 향한다. (아무리 요즘 영화계가 죽는 소릴 해도 영화는 굳건한 일등 산업 중에 하나다)

저마다 극장이란 공간에 대한 매력에 대한 한마디를 가지고 있고 많은 논문들과 해석들도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친숙한 것이 아마도 폐쇄된 어둠 속의 공간과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에 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것 말고도 그장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극장이란 공간 안에서 관객과 영화의 인터랙션이 액티브하게 오고갈때의 순간이다.

물론 내면적인 것도 있지만 겉으로 표출되는 싱크의 경험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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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몇 가지 예를 들면
-[인정 사정 볼 것 없다]에서 장동건이 출연할 때 서울극장 개봉 첫날 첫회의 몇몇 여성들은 오르가즘에 가까운 탄성을 질렀다.
-[미스트]에서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짜증나는 기독교 아줌마에 총 한방 갈겼을 때, 극장 여기저기서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러저러한 소소한 관객들의 반응이 영화의 재미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의 경험을 한 층 돋구워 준다.

외국 극장에서는 많이 봐온 일이지만 유독 국내 극장에서는 관객들이 참 얌전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많다. 물론 극장 에티켓을 넘어서서 무리한 반응을 보이는 건 좋진 않지만... 영화 관람에 에너지를 더해주는 그런 '싱크의 순간'이 있다...

제일 좋은 예는 아마도 컬트 영화일 것이다.
[록키 호러 픽쳐 쇼]를 보며 코스튬을 차려입고 장면 장면마다 행동이나 따라하는 대사 혹은 관객의 대답 등이 따로 존재하고...(굉장히 형식적이긴 하지만)

아무튼 종종 그런 관객과 영화의 인터랙션이 있을 때 극장을 나서며 기분이 참 좋은데..
이번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같은 경우도 그런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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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판타지 공포물인 까닭에
사람 깜딱깜딱 놀라게 하는 장면이 많은데...
공포물을 볼 때 꼭 지 옆에 여자친구 놀랠 킬려고 이상한 타이밍에 "워!"하면서 판을 깨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족속들은 없었고... 혼자 놀라 자빠지는 이들의 탄성이 기가막히게 싱크가 됬다.
효과는 공포감의 극상승이었다.
다운로드 받고 집에서 혼자 볼 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군중 속에서 함께 느끼는 그 긴박감!

그건 분명 '개인'이 아닌 '무리'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집단이 한 번에 미치광이가 되는 현상처럼)

오죽 했으면 화장실 가는 긴 생머리 여성의 실루엣을 보고 나를 포함한 몇 몇 관객들이 씨껍했고 그 여성 또한 놀라 자빠질 뻔 했다.

어쨋든 열에서 백까지 열거할 순 없지만 간만에 관객과 영화가 하나된 재밋는 경험이었다.


영화도 일품!
이런 관객의 인터랙션이 존재하고 영화까지 좋았으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듯 돈이 아깝지가 않았다.

기존 헐리우드나 디즈니 영화를 보면 지나치게 '가족주의'를 내보이며 '아이'를 신성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족의 중요성을 붕괴시키려는 그들의 '세뇌의 장치'일 뿐이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애들 나오는 영화가 많이 식상할 때가 있는데...

[판의 미로]같은 경우 잔인하고 현실적인 동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어 굉장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오퍼나지] 또한 아이들을 그렇게 까지 내러티브적으로 학대하진 않지만 유럽 동화식의 내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여기서부턴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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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과 비교되는 열린 결말
가장 기억에 남는다기 보다는 영화의 결말도 한번 생각해 볼만 하다. 여느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죽었어요, 안 죽었어요?" 식의 두 가지 해답을 모두 가능케 하는 흔한 결론이긴 하다.

근데 최근 한국 영화였던 [더 게임]을 본 터라 둘다 열린 결말로 끝맺는 부분이 사뭇 비교되었다.

물론 [오퍼나지]의 경우 비중이 아이는 벌써 죽고 어머니는 약 때문에 꿈을 꾸거나 죽기전 환상을 겪은 것 뿐이다라는 이야기에 더 힘이 들어가긴 하지만 판타지적으로만 보면 실제로 그 아들을 만났다고 할 수도 있다. (헌데 이 해석은 조금 약하다)

어쨋든 이런 열려있는 결말 행함에 있어 마지막 관객에게 실망을 주는냐, 여운을 주느냐는 그 결말까지 끌어오는 영화의 내러티브가 얼마나 촘촘하고 그 개연성이 있는냐에 따른다.

헌디 [오퍼나지]의 경우 직접적인 판타지적 climax 영상은 마지막까지 아껴두고 현실 세계 속에서 그 암시만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내보내는 전략을 통해 그 판타지적 열린 결말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이 부분 만큼은 그동안의 내러티브와는 전혀 개연성이 없는 분위기의 결말을 이끌어 냄으로서 (몇 몇 장치는 있었지만) 관객에게 허탈감만을 안겨준 [더 게임]이 배워야 하지 않을 까 하는 부분이다.

또한 이 부분이 다시 한번 관객들로 하여금 한국영화를 품게 만드는 중요 요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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