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5차가 끝났다. 대망의 6차를 남겨두고 몸은 역시 너덜너덜 걸레 덩어리다.
그래도 집이 꿀이다.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도 쓰기 시작하고, 뭐라도 줏어 먹기 시작한다.
입원실에 있으면 병만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이번 입원도 옆 침대들이 빡세서 시끄러워서 잠을 거이 못 잤다. 그래서 그런지 첫 날은 수면제 없이 잠들었는데 편하게 잘 수 있는게 너무 너무 행복하고 눈물 날 정도로 좋았다. (입원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세상엔 정말 이기적인 사람들과 환자들이 너무많다.... 이른바 개썅마이웨이...)
다만 이튿날 쨰도 수면제를 안 먹었는데 고생을 좀 했다.
몸은 안 좋아 죽겠는데 잠은 안 오고 정말 괴롭더라.
미련하게 수면제 안 먹고 버티다가 새벽 4시7분? 즘 못 견뎌서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티비를 켰다.
티비 켜자마자 무슨 손흥민이 골을 넣더니, 이게 뭔가 싶어 아이스크림이라도먹어야지 가지고 오는데 손흥민이 골을 또 넣고 있고, 그러다가 몇 분 후에 맨시티가 또 골 넣고 .... 티비 킨지 뭐 5분이나 됬나? 4골 파바바바박 터져버렸다.
이 시점 이후로 나는 레전드가 되었다.
이 게임은 뛴 선수들이 아닌 생방으로 본 사람들이 레전드였던 역대급 최고의 명 경기였던 것 같다. 정말 후반 루즈 타임 끝까지 땀을 쥐니게 했떤.....
(물론 뒤집어져 누워서 본 건 함정이지만) 나 같은 항암 막 끝나고 후유증에 시달리던 환자도 벌떡벌떡 거리게 하고 흥분하게 하고 소리지르게 만들다니....
정말 최고의 경기였다. 맨시티 선수들은 이름값하면서 정말 잘 했지만 손흥민도 역시 와.... 거부하 수 없는 이 날의 맨오브더매치! 정말 멋있었다.
암튼 그렇게 두어 시간 여를 흘려 보낸 후 다시 현타가 찾아오며 몸의 한계를 뚫고 난리친 벌을 다시 받고 있다.
침대에 다시 쪼그라들었다.
너무힘들다.... ㅜㅜ
그래도 재밋었다. 엄청 재밋었다. 항암 하면서 죄다 우울한거 천진데 최근 간만의 역대급 꿀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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