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17과 4월 22~24에 걸쳐 코첼라 2022 페스티벌이 열렸다.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라면 가장 서보고 싶을 가장 세계적 무대로 발돋움한 미국 서부 사막에서 펼쳐지는 대형 음악 이벤트다.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지만 이번엔 유튜브에서 3개의 채널로 나누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는 게 2022 코첼라의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이었다. 나는 4/24 이벤트를 (미국 현지로는 4/23) 시청했다. 울 나라 4/25은 물론 월요일이라 일 때문에 보지는 못해서... (스웨디시 마피아 못 보다니 ㅜㅜ) 24일 이벤트를 즐겼다.
위는 이런 대박 이벤트는 알려야 한다 싶어 블링에 썼던 코첼라 2007의 컬럼
떠 올려 보면 약 15년 전 블링이란 잡지에 음악 칼럼을 쓸 때 코첼라 2007에 대한 소개글을 쓴 적이 있었다. 물론 직접 가보진 못했고 2007 이벤트가 열리기 전 입수한 유럽 음악 잡지들과 인터넷의 정보들을 통해 최대한 이 이벤트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어 약간 정이 가기도 한다.
특히 이런 슈퍼 이벤트에 난 언제 가보나 했던 푸념을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15년 후 유튜브로 생중계를 볼 수 있다니...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최근 외국 음악을 잘 안 들어서 좋은 아티스트들 보는 경험도 좋았다.
다만 장단점은 있었다. 장점은 당연히 실시간으로 화려한 라인업의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을, 그것도 HD급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단점은 역시 현장의 그 Vibe 바이브를 아직은 느낄 수 없었다는 것. 정말 그 차이다. 어렸을 적부터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한 유적지를 1000번 10000번 보는 것과 직접 가서 보는 것 과의 차이?
그리고 특히 음악 이벤트다 보니 코로나 이후 온갖 사람들이 때로 모여 열광하는 그 도가니 속에 함께 있을 수가 없으니 바이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한 거지만. 방구석 바이브. 그래서 처음엔 메인 모니터로는 게임하고 서브 모니터랑 태블릿으로 채널들을 틀어 놓고 돌려 듣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메인 모니터도 코첼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실제로 봤다면 재밌었을 수도 있을 모습들은 재미가 없었고, 근데 어떤 무대들은 와~ 저기 있어야 되는데 하면서 하던 일 멈추고 보며 열광했던, 방구석 바이브를 혼자 느낀 세션도 있었다.
24일 (미국 시간 23일) 라인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세션은 3개였다. 바로 한국 걸그룹 에스파 (aespa), 대니 앨프만 (Danny Elfman), 랭페라트리스 (L'impératrice).
aespa 에스파, 약간 졌잘싸?
에스파가 메인 스트리밍 채널 1에 나오긴 했지만, 서브 채널 2,3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쪽에서는 Flume이 멋진 DJ+보컬의 콜라보 세션을 선보였고, 나머지 한 채널에서는 대니 앨프만이 인생 무대를 펼쳤다. 무엇하나 놓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에스파는 쭉 보긴 했는데 대니 앨프만은 아예 플레이백 해서 한 번 더 봤다. 근데 일본 일렉트로 팝 2세대인 캐리 캬무캬무를 동시간 대에 10대의 아이콘인 빌리 아일리시와 붙여 놓은 거 보면 (이건 거의 뭐 공개처형급이다).... 나쁜 상대들은 아니었다. 축구에서 일본이 브라질을 만났는데 한국은 멕시코나 포르투갈을 만난 느낌이라 하면 좋을까?
에스파는 두 가지의 아쉬움과 한 가지의 좋은 점이 있었던 무대였다. 코첼라 유튜브 스트리밍은 메인 하나와 서브 두 개, 이렇게 3개로 운영되었는데, 전 날부터 모든 채널에 에스파 팬덤들이 채팅창을 에스파 무덤으로 만드는 점은 좀 좋지 않게 보였다. 전 세계의 에스파 팬덤일 텐데 아무 상관없는 채널과 시간에 에스파로 죄 덮어 씌워 버리니 가히 보기가 썩 좋지는 않았다.
두 번째는 음악 선곡과. 어차피 노래들이 없는 팀이긴 하지만 빨랐다 느렸다 빨랐다 느렸다. 이런 느낌이었다. 국내 공연이었으면 문제없었을 것 같은데 신인이나 다름없는 데뷔 무대에서는 그냥 신나게 나가는 게 좋았을 것 같은데... 그리고 중간 진행이 아쉬웠다. 약간 그런 느낌?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전날 외워온 스크립트가 막상 당일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머리가 하얗게 되어 까먹는 느낌?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멘트를 날릴 때의 진행이 버퍼링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약간 아쉬웠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K-Pop 걸그룹 S급의 팀이라고 해도 어린애들이고 그런 대형 슈퍼 라이브 이벤트는 태어나서도 처음일텐데 분위기에 압도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맥락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면 수고했다. 잘 했다.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특히 지젤이 영어를 잘 하더라. (그리고 아무리 갓리나, 갓윈터 해도 저는 갓젤이 젤 좋습니다)
좋았던 건 코첼라에 모습을 비췄던 어린 K-Pop 걸그룹들, 블랙핑크, 2ne1, 에스파... (물론 윤미래나 BB도..) 이들은 정말 복 받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어린 나이에, 저런 전 세계적 수퍼 이벤트의 스테이지에 당당하게 서서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로서는 크나큰 훈장과 같은 명예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한 만큼 이들은 한 층 더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위에 빌리 아일리시와 동 시간 대 편성되어 지옥이 될 뻔한 캬리 캬무캬무 얘기를 잠깐 해 보면, 지난 퍼퓸은 코첼라에서 영상도 신경 쓰고 했는데 캬무캬무는 진짜 초라한 무대였다. 백댄서 하나 없이 자기가 만들었을 것 같은 코스튬으로 그렇게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 영상을 뒤로 혼자서 견뎌내는 것을 보며 애틋한 마음까지 들었다.
(메인 텐트에선 자본주의로 뭉친 영상 이펙트의 힘과 팬덤으로 빌리 아일리시가 인디오 사막의 코첼라 벨리 전체를 씹어먹고 있었다) 그래도 캬무캬무가 퍼폼 한 텐트에 관객들이 꽤 있었던 것도 아마 옛날 화려했던 J-Pop 시절의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을 까 싶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무대를 펼친 캬무캬무도 정말 수고한 것 같다. 참... 지금 와서 뒤 바뀌어 버린 K-Pop과 J-pop의 위상이라니... ㅎㅎ
Danny Elfman 대니 엘프만, 최고의 무대!
서브 헤드라이너에 대체 이 양반이 왜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냥 영화음악 하는 양반이 코첼라에??? 아... 하지만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이 분은 1979년의 뉴웨이브 밴드 Oingo Boingo의 핵심 멤버였다는 것을. 지난 30년 동안은 (팀 버튼의) 배트맨부터 가위손, 지금의 스파이더맨까지 OST의 거장으로서 익숙해져 있었을 뿐 그는 뼛속까지 신세대 록커였다. 몸 관리 어마 잘하셨는지 68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멋진 근육과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24일만 치자면, 코첼라 2022의 베스트 Act는 대니 앨프만의 무대라고 본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솔로 콘서트가 아니기 때문에 몇 곡 던지고 나가는 식이 대부분 (그렇다고 신경을 안 썼다는 건 아니고 비교하자면...)인데 대니 앨프만은 마치 이 무대가 자신의 마지막 무대인 양 모든 걸 바쳤다. 본인의 단독 이벤트가 아님에도 록밴드와 오케스트라까지 많은 인원을 대동한 것은 물론 오잉고 보잉고, OST 오리지널 스코어, 싱글, 이렇게 3개의 큰 축으로 나늬는 본인의 음악 인생을 하나 씩 돌아가며 음악이 끝나자마자 계속 분위기가 반전되는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게 티가나는 열정의 무대를 펼쳤다.
결국 에스파, 대니, 플룸을 돌려보다가 대니 앨프만은 아예 한번 더 플레이백에서 쭉 봤다. 특히 영화 <가위손>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울려 퍼질 때는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고 아마 전 세계 방구석을 눈물의 도가니로 만들었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 밖의 OST는 <스파이더맨>, <배트맨>, <심슨가족>, <피위의 빅 어드벤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선보였다. 그 외는 본인의 솔로 액트와 오잉고 보잉고 시절 클래식 음악들.
아래는 아까워서 공유하는 이번 코첼라 대니 앨프만의 플레이 셋이다. 락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환상의 무대였다
Sorry
Insects (Oingo Boingo song)
Spider-Man Main Title
Nothing to Fear (But Fear Itself) (Oingo Boingo song)
Just Another Day (Oingo Boingo song)
Jack's Lament / This Is Halloween / What's This? (From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Breakfast Machine (From Pee-wee's Big Adventure)
Kick Me
Insanity (Oingo Boingo song)
The Batman Theme
True
The Simpsons Main Title Theme (Rock rendition)
Only a Lad (Oingo Boingo song)
Love in the Time of COVID
Ice Dance / The Grand Finale (From Edward Scissorhands)
Dead Man's Party (Oingo Boingo song)
Alice's Theme (From Alice in Wonderland)
Happy
Who Do You Want to Be (Oingo Boingo song)
L'impératrice 렝페라트리스, the French Touch!
이번 코첼라에서 본 가장 나랑 코드가 맞는 팀이었다. 이런 쌔끈한 밴드를 이제야 첨 알았다니! 예전부터 그러니까 아~주 예전부터 Disco Funk 감성의 클러빙 음악에 있어 뺴 놓을 수 없는 나라 중 하나가 프랑스였다. 특히 90년대 2000년대의 다프트 펑크는 뭐 전 세계를 지배했다고 해도 무방하고, 2000~2010 즈음 다프트의 뒤를 이은 Justice와 2010년의 전후를 기점으로 80년대 레트로웨이브의 선봉장을 맡았던 발레리 콜렉티브 레이블까지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프랑스 만이 가진 그 프렌치 터치의 튠에 섞인 Funk와 Groove.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팀이 바로 이 렝페라트리스다. 그렇다고 다프트 펑크와 져스티스처럼 일렉트로와 전자 댄스 풍의 클럽 하우스는 아니지만, 밴드와 일렉트로니카가 적절히 섞인 밴드형 Funk 사운드를 선사한다. 프랑스 틱한 튠의 키보드 사운드도 백미다. 그날로부터 팬이 되어 계속 틀어놓고 듣고 있다. 그 들이 가진 이 프랑스만이 선 보일 수 있는 프렌치 터치가 들어간 그루브가 너무 좋다.
이들 음악에 너무 빠져서 혼미한 상태여서 사진도 안 찍었다. 그래서 뮤비만 올린다.
그 외 하일라이트: Black Coffee, Disclosure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건 아프리카의 DJ, Black Coffee도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짧은 세션이었지만 굵고 묵직한 프로그레시브한 일렉트로 딥하우스를 선사하시고 갔는데, 마치 옛날 테크노를 탄생시킨 The Belleville Three의 데릭 메이, 케빈 사운더슨, 후앙 앳킨스 그리고 그 외 칼 크레이그, 제프 밀스 같은 시대의 거장의 묵직한 포스를 연상케 하는 인상 깊은 무대였다. 물론 실제 드러머들을 불러들여 긴장을 고조시켰던 Disclosure의 'Energy'무대의 트라이벌 감성도 환상 적이었고.
Disclosure의 코첼라 2022의 'Energy' 무대에서는 실제 드러머들을 동원해 환상의 트라이벌 감성을 선사했다.... 아.. 갑자기 사프리 듀오가 마렵다!!!!
이번 코첼라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바로 위 디스클로져의 트라이벌 드럼 비트 때문에 마지막 보너스로 참 좋아했던 드럼이 미쳤던 덴마크 듀오 사프리 듀오의 곡을 소개하고 간다. 이게 벌써 몇 년 전이여.... 벌써 21년 전... 트랜스 시절이었으니... ㅜㅜ
어쨋든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본 코첼라 2022! 현장감은 느낄 수 없었으나 열정적인 무대에는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돈독 올랐다고 욕 먹은 코첼라! 이런 위대한 결정을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달하면 멀리서도 5감을 자극할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겠지? 그래도 현장에서 느끼는 그 Vibe를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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