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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화룡정점 같은 레트로 느낌의 매력적인 빌보드,
저 빌보드를 보고 왜인지 단번에 <2046> 호텔 간판이 떠올랐었다.

마카오 여행의 결심은 홍콩의 <중경삼림>과 같이 식민지에서 중국 반환 이전의 감성을 담은, 맥락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또 다른 마카오 영화 <이사벨라>에서 비롯되었다. (홍콩 1997년 반환, 마카오 1999년 12월 20일 반환)

영화, <이사벨라> 포스터

마카오의 레트로 감성과 옛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숙소 선택은 중요한 고민이었다


겨울에 찍은 산바호텔(우상단)과 여기서 촬영된 영화들 (시계방향으로 이사벨라, 2046, 도둑들)

| 산바호텔 말고 또 다른 100년의 역사를 품은 선택

첫 번째 후보는 유명 영화 촬영지이자 100년 역사를 지닌 여인숙 산바호텔(SanVa Hotel)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낡은 시설과 날 것 같은 후기들을 보니 낭만은 보장 하나 현실적으론 어려운 선택으로 보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곳이 호텔 센트럴 Hotel Central.1928년에 지어진 이 호텔도 갓 100세로, 마카오의 1930~50년대 역사/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레노베이션 되었다는 소개가 여행 목적에 부합하는 듯했다. 

신마로(新馬路)에 우뚝서서 세나두 광장을 내려다 보는 신중앙 호텔의 전경 ❘ 출처: https://macaomagazine.net/macau-hotel-central-macao/
2024년 현재 모습: 주위 건물들과도 잘 어울린다.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Vengeance>와 <암화 The Longest Nite>의 뒤 배경으로도 잠깐씩 등장하는 호텔이니 영화 팬들에게도 의미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마카오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다고 한다. 저 인상적인 빌보드의 비주얼 다음 두 번째로 끌렸던 대목이다

전성기의 마지막 50년대의 모습과, 이후 몇 십여년 허름한 모텔 수준으로 버티던 시절의 모습 ❘ 출처: Pinterest(Niart ML), Wikipedia

한 때 마카오에서 독보적인 건물이었다가 점점 힘을 잃어가는데, 1980년대에는 급기야 낡아버린 모텔 수준으로 방황하다가 (2000년대에 WiFi도 안되었다고...) 현건물주(?)의 건물 매입을 위한 7년간의 흥정, 그리고 건물의 문화유산적 의미를 중요시한 정부의 최종 승인 단계 후 마카오 문화청의 감독 하의 레노베이션 끝에 2024년 4월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고 (현재 기준 1년도 안된 호텔이니 새끈 한 것은 덤).

| 이언 플레밍이 본 호텔 센트럴: 쾌락의 상징

이언 플레밍의 마카오 방문시 모습, 항상 볼때마다 느끼지만 작가가 그냥 007이다 ❘ 출처: https://daidoanket.vn/

"... higher up the building, the largest in Macau, the more beautiful and expensive are the girls, the higher the stakes at the gambling tables, and the better the music." - Ian Fleming, "The Thrilling Cities"

"마카오에서 가장 크고 높은 건물이자, 층을 오를수록 더 우아하고 값비싼 만남, 더 높은 배팅, 더 화려한 음악이 기다리고 있다"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은 '50년대 전성기였던 이 호텔을 방문하고 자신의 세계 도시 여행기, "Thrilling Cities"에서 위와 같이 묘사하는데 이곳이 단순한 호텔을 넘어 당시 엄청난 쾌락과 향락의 상징적 공간이었다는 극적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호텔센트럴 역사 소개 공간에서 찍은 이언 플레밍과 007 관련 내용

정확히는 이 호텔 5층과 7층에 있던 카지노에 더 의미를 둔 표현인데, 바로 <007: 황금총을 든 사나이> (1974)에서 그리는 카지노 공간에 영감을 주었다는 점까지 마음을 사로잡았다.

"<2046>을 떠올리는 저 빌보드에, 문화유산에, 거기다가 007 제임본드라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숙소와 함께 마지막 날 저녁 코스와 떠나기전 조식까지 예약하며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했다.

퍼블릭 공간인 1층 로비의 안내 데스크는 그 시절 카지노에서 인기있던 판탄(Fan Tan) 게임의 테이블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리셉션은 4층임) 1~3층과 옥상을 대중에게 열어 놨기 때문에 여기에 안내 데스크를 배치한 듯.

호텔에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될 때 다루기로 하고 요약 포스팅만 먼저 해본다. 꽤나 좋은 경험이었기에 오해할 수도 있는데 내돈내산 후기다 ㅎ.


1. 상징적 역사를 지닌 100년 건물

건너편 건물에 비친 모습

1928년에 건축된 호텔 센트럴(구 President호텔)은 중요한 이정표들을 세운 건축물이었다. 마카오 최초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건물이자 당시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서 도시의 화려한 부흥기를 상징했다. 특히 마카오에서 최초로 바카라를 도입한 카지노를 품고 있어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유흥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호텔 센트럴은 마카오 구도심의 상업과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던 알메이다 리베이로 대로(신마로 新馬路) 중간에 우뚝 솟아 있다. 이 650m 길이의 대로는 과거 내항(현 소피텔 폰테 16)과 외항을 연결하며 도시 교통과 상업의 심장부로 기능했다. "신마로"라는 이름은 "새로운 거리"라는 뜻에서 유래하여 로컬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덕분에 주요 버스 정류장들이 밀집하여 버스와 도보를 통한 교통이 매우 편리했다.

지어진 당시 건물의 모습들 (호텔센트럴(신중앙), 삼일빌딩, 남산힐튼호텔)

호텔 센트럴을 직접 보고 1970, 80년대 한국의 삼일빌딩과 남산힐튼호텔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기능과 시대적 맥락 속에서 지어진 건물들이지만 당시 그 지역 중심에 우뚝 서서 도시 발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점에서 삼일빌딩과의 공통점을 느꼈다. 또한 몇 십 년이 지나 이 호텔이 근현대 역사와 문화적 유산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원 DNA를 계승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자연스레 철거 예정인 남산힐튼호텔을 떠올르게 했다.

언덕 형태인 사이트의 동선을 따라 디자인 된 남산힐튼호텔의 아트리움 ❘ 출처: 이데일리

최근 소식을 보니 오랜 논의 끝에 내부 Atrium 아트리움 공간만은 그나마 어떠한 식으로 건축 유산으로 남긴다고 들었다. 이 건물의 보존과 철거... 맞고 틀리다를 명확히 따질 수 없는 어려운 문제지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조금이라도 보존된다는 것은 도시와 문명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말 주말 저녁, 세나두 광장에서 바라본 호텔 센트럴, 역시 저 신중앙 빌보드는 메력적이다

과거 이 호텔이 구경하고 싶어 몰래 들어왔다가 발각되어 멱살 잡혀 쫓겨났던 한 소년이 언젠간 저 건물을 사버리고자 결심했고, 훗날 성공한 자산가가 되어 실제로 이 호텔을 인수하고 복원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물론 지어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매체를 읽어보면 그러하다고 한다. 쨋든 서술한 구매와 정부 승인을 위한 오랜 흥정과 기다림 이후, 안전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복원 작업을 마치고 2024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타임머신 같은 상징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 그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호텔의 초기 모습을 모형으로 복원한 모델

1층에 전시된 1928년 당시의 건물 미니어처와 복원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들은 호텔을 중심으로 화려했던 옛 마카오의 시절을 알려주는 미니 역사박물관같은 느낌도 주며, 이 복원에 관계자들 모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잘 느끼게 해준다.

서브 출입구로 이어지는 전시 공간

10미터 남짓하지만 옛 지도들과 같은  귀해보이는 자료들도 있고 건축도들의 프레젠테이션 같은 흥미로운 자료들을 읽으며 꽤 오랜 시간을 그 공간에 머물렀던 것 같다. 좌측은 마카오와 거리의 맥락, 우측은 그 안에 자리 잡은 과거부터 오늘까지의 빌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양쪽을 두리번 하며  출구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좌측을 먼저 보고 다시 오른쪽을 훑으면서 돌아오는 동선이다.


2. 화려했던 각 시대상을 테마로 한 레트로 감성 게스트룸

참 오랜만에 보는 레트로 느낌의 핍홀 Peep Hole. 혼자 007 첩보놀이 망상 중

객실은 호텔의 전성기인 1920~1940년대 마카오의 시대적 감성과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노력한 점이 특징이다. 각 층마다 다른 테마가 설정되어 있어 투숙객들에게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참고로 보는 20~40년대 마카오의 시대상 요약

  • 5~6층은 1920년대 : 호텔 초기 시절의 향수를 재현하는 아늑하고 클래식한 디자인
  • 7~8층은 1930년대 : 클래식한 세련미와 당대 상류층의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며 호텔의 전성기의 활기
  • 9~10층은 1940년대 : 세계 2차 대전이라는 격동기 속 도피처로 역할했던 마카오 속 호텔의 초호황기. 품격과 고전적인 우아함. (포르투갈은 참전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카오도 당시 중립 도시로 남았음)

묵었던 518, 815호의 카드 홀더. 우연이지만 숫자를 보고, 엇?했다.

팁이 하나 있다면 이거 그냥 호주머니 놓고 다니다가 택시타고 돌아올 일 있으면 기사분께 보여주면 백발백중 다 아신다 (영어 안되고 광둥어만 된다고 보면됨). 그런 용도기도 하고.

일반실엔 없었던 8층 발코니룸 욕조, 간만에 소금욕 굿굿. 어메니티는 신경 안 쓰는 부분이라 그냥 정보성으로 남기는데 Evviva다. 보통 마카오 호텔 후기 보니 록시땅 후기가 많이 나오던데 그것보단 인지도가 아래라고 한다. 나는 곱등이 옆에서 샤워하던 숙소에 비취된 샴푸도 잘 쓰던 사람이라 의미는 딱히 없다만...
호텔의 초호황기인 40년대를 표현한 8층의 복도

5층의 일반룸과 8층의 발코니룸에 묵으면서 각 층의 테마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 발코니 룸

동그라미는 발코니룸, 화살표는 내가 묵었던 5층과 8층 방 ❘ 원본 이미지 : tripadvisor.com

발코니룸은 호텔 센트럴의 하이라이트 공간 중 하나로, 단 4개만 존재하며 예약 시 개인 버틀러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이 룸들은 각각의 위치에 따라 독특한 뷰를 제공한다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중앙 발코니에서 그랜드 리즈보아와 세나두 광장 방향을 바라봄 (각도 때문에 리스보아가 거의 안나옴)

8층에 일렬로 배치된 중앙 두 개의 발코니룸은 알메이다 리베이로 대로(Avenida de Almeida Ribeiro (신마로))를 향한 단방향 뷰를 제공하는데 좀 쫄 리지만 고개 좀 더 내밀고 바라보면...ㅎㅎ.

각도 좀 꺾어주면 리즈보아가 잘 보인다 ㅎㅎ

조금 더 비싼 코너룸 두 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하나는 내항구였던 중국 주하이 방향으로 연결되는 소피텔(Sofitel Ponte16)을 향해 트여있고, 다른 하나는 대로의 반대쪽 동선을 따라 마카오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인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과 세나두 광장을 조망한다.  

묵었던 815호 중앙발코니의 모습 (완전 중앙을 바라보면 마카오 타워의 머리가 뷰에 살짝 잡힌다)
목욕 후 선셋을 바라보며 중앙 발코니에서 즐기는 여유로움 (자국을 보니 2024년 4월 신축인데 벌써 누가 자리에 와인 거나하게 한 번 쏟아버린 듯 하다. 안타깝네 ㅜㅜ)
중앙 발코니 앞 풍경을 찍고 있는 나의 오랜 친구 고프로, 마카오 구도심의 서쪽을 바라본다

중앙 815호에 묵었는데, 멋진 뷰를 독식한 코너룸은 아니더라도 발코니룸 내외부의 예쁜 공간들은 하루의 일정을 접고 호텔에 머물며 즐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고개 좀 쑉쑉 들어주면 소피텔과 그랜드 리즈보아 코너 뷰도 생각보다 많이 확보 된다 ㅎㅎ - 당연히 옆집에 사람들 있으면 못한다)

중앙 발코니에서 소피텔 (폰테16) 방향을 바라본 전경 (코너쪽 방에 다행히 비어서 팔 쭉 뻗어서 뷰 확보하고 찍어봄)

호텔에서 연박임을 배려해 줘서 체크인을 1시 30분까지 준비해 준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좋은 서비스와 고층에서 즐기는 탁 트인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8층 발코니룸 내부, 과일도 준다, 포도가 맛있었다

5,8층 모두 객실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각 시대를 반영한 디테일이 세심하게 차별화되어 있다

그 시절 카지노가 위치했었다는 5층의 일반실의 모습 (518호)

5층 일반실은 뷰는 좀 실망인데 레트로 감성 듬뿍 인 인테리어 공간이 좋았다. 암막 커튼이 한 0.5cm 정도로 완벽히 안돼서 빛이 약간 세어 들어오는 단점은 있다. 다만 나는 새벽인간, 울랄라~ 태양은 나의 알람시계~ 아침의 빛을 쏴줘 쏴줘~

청소해주시는 분의 땡큐 노트, 걍 서로서로 부담없이 좋은게 좋다

마카오도 팁은 줘도 되는데 굳이 줄 필욘 없다. 다만 중간에 화장실 바닥에 물을 많이 쏟은 바람에 나 혼자 처리하긴 힘들어서 소량의 팁을 두고 나갔는데 "땡큐" 메모와 함께 청소 진짜 깔끔하게 잘해주셨다. 

518호 바로 밑 거리 뷰,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 오프닝에서 꼬마 쇼티가 연회장에서 탈출한 인디와 윌리를 하얀색 오번-코드-듀젠버그에 태우고 엑셀을 힘차게 밟으며 좌측 골목에서 튀어나와 한자가 보이는 건물을 끼고 대로 방향으로 코너를 도는 곳이다.
인디아나 존스와 Auburn-Cord-Duesenberg 자동차 ❘ 출처: https://x.com/Barnett_College

전체적인 뷰는 좀 안타까워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의 오프닝 자동차 추격신에 등장했던 거리와 빌딩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독특함으로 맘을 달랬다 (두기봉 감독의 <Vengeance> 촬영지이기도). 창문은 열 수도 없어서 그냥 고풍스러운(?) 창문 프레임으로 만족. (위 사진은 8층에서 찍은 사진임) 

중앙 발코니에서 고프로가 하루종일 찍고 있던 것. 

8층 발코니로 나가는 문이 열린 모습

인테리어 또한 옛 마카오의 느낌을 엿볼 수 있는 고전적인 느낌이 있다. 색상과 감성 때문에 그런지 영화 <2046>의 낡은 양조위의 방의 느낌을 가지되 더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이랄까? 

8층 발코니룸 밤의 아늑한 모습

일반실과 발코니룸에 묵으니 고전적인 큰 범위에서는 동일하지만 층의 콘셉트에 따라 또 다른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장식품이 아니라 진짜 이걸로 또르르 또르르 또르르르르 전화를 건다

엘리베이터 층 표시 방식부터 작은 돋보기까지 골동품스러운 장식품과 데코가 굉장히 많은데 룸, 리셉션, 복도 등등 공간부터 하나하나의 작은 데코레이션까지 디자이너들이 가졌을 깊은 고민들이 느껴진다 + 이런 것들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참... 이 것들 하나하나 보는 것도 재미다.

다 무료긴 한데 배부를까봐 먹어보진 못했다. 페낭 커피는 궁금해서 두 봉 챙겨옴 ㅎ
5층의 미니바. 8층도 거의 동일하다. 음료는 같고, 차 같은게 하나 더 있었던 듯?? 기억 안남.

그. 리. 고. (발코니, 일반 모두) 방에 있는 미니바의 모두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거기다가 오프닝 프로모션인진 몰라도 일반, 발코니룸 모두 레드와인 한병도 무료 제공. 미니바 음료는 룸 클린시 다시 채워진다 (와인은 안 마셔서 리필되는지 모르겠음). 투숙객 입장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다. 도심 구경 갈 때마다 배낭에 시원한 물 한 통씩 가져가니 편했다. (냉장고 말고 위에 두 통 더 있음)  전체적으로 볼 때 이 호텔이 3성급이란게 살짝 박해 보였다. (어딘가 3.5~4 사이로 보이지만 외관, 전망대, 분위기만 보면 최고의 장소 중 하나)


3. 마카오 페닌슐라를 360도로 경험할 수 있는 파노라마 루프탑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

호텔 센트럴의 백미는 역시 마카오 반도를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옥상 전망 공간이다. 

호텔 센트럴에서 조망 가능한 마카오 반도의 주요 포인트들(이미지); 빨간 포인트들은 개인적으로 가려고 꽂아놓은 곳들

  • 세나두 광장, 성 바오로 유적, 리스보아 호텔, 소피텔 등 마카오의 주요 랜드마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
  • 밤낮으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방문할 수 있어 문화유산 중요성을 내세운 호텔의 특별한 배려와 노력을 느끼게 함

신중앙 간판의 라이팅에 의해 붉게 물든 전망 공간, 360도로 한바뀌 삥~ 돌면 된다

루프탑에서 오후, 저녁 여러 차례 시간을 보냈다. 이 곳을 돌며 혼자만의 사색, 사진 촬영,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짧은 순간들이 분위기에 사르르 녹아드는 듯 했다. 한 다섯 번 찾았는데, 호텔이 아직 잘 안 알려져서인지 좋은 조망권을 가진 전망대치곤 사람들이 별로 없어 굉장히 조용히 공간이었다(좋았닼ㅋ).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하고 자신의 인생고민을 논의하는 듯한 현지인들,

대포를 들고 와 세심하게 전망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사진을 찍고 있던 한 솔로 관광객,

총삼 스타일 ❘ 출처: https://www.facebook.com/cheongsamconnect

발코니룸을 예약했는지 상하이 스타일의 치파오와는 또 다른 총삼 長衫 스타일로 입은 버틀러로 추정되는 직원에게 루프탑 투어를 받고 있는 노부부 투숙객 (Cheong Sam 총삼은 처음 접하는 거라 신기했다 상하이 스타일 치파오처럼 딱 달라붙는 것이 아닌 허리만 살짝 강조하며 더 느슨하고 전통적인 느낌이라고 한다), 야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풋사랑의 감성을 나누는 것 같던 어린 커플,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니 밖에 나와  벽에 기대 한 숨을 내쉬며 밤공기에 잠깐의 휴식을 맛보던 황비홍의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직원분 등이 기억이 남는다. 모두에게 휴식의 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뭐 이렇게 보이는 것을 보며 혼자 망상을 해본다. 낭만적이다.

옥상에서 바라본 저녁 10시30분의 세나두광장과 그랜드 리즈보아 방향의 뷰. 우측엔 오래전 마카오의 힙한 미팅 플레이스였다는 아폴로 극장 건물도 보인다.

이 루프탑 전망공간은 특별한 행사가 없는 경우, 매일 오전 10:00부터 저녁 10:00까지  무료로 모두에게 오픈된다. 마카오의 문화유산을 이어간다는 콘셉트인 이 호텔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다. 높은 전망이 누군가만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니, 그것도 이런 역사적인 스폿에서! 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한 번 즘은 이곳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나두 광장에서 겨우 1~3분 거리다. 그리고 알메이다 리베이로 에비뉴(신마로)라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여 버스 타기도 굉장히 수월하다 (택시 잡기는 힘듦).  


4. 그 외: 로비와 식당

4층 리셉션 층에 위치한 팔래스 레스토랑

팰러스 레스토랑 Palace Restaurant은 1970년대 이 호텔에서 운영된 레스토랑을 재건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음식을 통해 그 스토리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매캐니즈(Macanese)와 서양식이 혼합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이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위해 여행 마지막 저녁 Tasting 코스와 다음 날 아침 세트를 신청했다. (한국 출발 전 이메일로 요청했는데 컨펌 답장이 빨리 와서 놀랐다, 하루 지나 온 듯? 한국인가??)

아늑한 프라이빗룸으로 배정
26년산 보이차 세트가 좋았음
저 부채는 기념품이다. 코스 시킬때만 주는건지 다른 상황에서도 주는 건진 모르겠다 (조식엔 안 주니 저녁이나 코스 only 아닐까?)

이번 여행 유일한 기념품, 부채

자리 앉고 나면 이 뷰를 파티션으로 가려준다. 밖은 살짝 보이되 프라이버시는 보장되게.

어차피 난 솔로 여행객이라 공간의 전체 분위기 보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프라이빗함도 막상 나쁘지 않고 편안하니 좋았다. 

메뉴에는 없지만 미리 신청하면 와인 페어링도 당연히 가능하다.

세심한 요리 설명 및 스몰 토킹으로 분위기를 이끌어준 서비스 덕분에 좋은 경험을 가졌다. 끝나면 음식 맛부터 서비스까지의 간단한 서베이를 하는데 어떠한 직업이라도 본업에 진심이라면 당연히 존중하거나 응원하게 되는데 그런 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식 먹을 때 바라본 홀 모습

저녁은 맛은 잘 모르겠지만 가격 대비 크게 나쁘진 않았고 조식은 좀 별로였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한 층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되지 않을까 응원한다.   

오픈라이스 리뷰가 아직 없다

홍콩앱이긴 하지만 웬만한 마카오 음식점도 등록되어 있는 오픈라이스, 팔래스 식당에 대한 리뷰가 아직 없으니 첫 리뷰어가 돼 보는 것도? 나는 첫 깃발 꽂는 거 부담스러워서 나중에 리뷰 쌓이면 조용히 올릴 예정

ㅘ 호텔 방문 당시 흘러 나왔던 개인 인생 음악 중 하나인 알 보울리의 Midnight, the Stars and You

참 좋았던 건, 연말 시즌이라 그런지 로비와 식당에서 낭만적인 스윙재즈 음악이 줄 곧 흘러나오는데 여러 번 흘러나오던 알 보울리 Al Bowlly의 "Midnight, the Stars and You"는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생 음악 중 하난데 공공장소에서 알 보울리의 음악을 듣는 건 여기가 처음이어서 굉장히x2 특별했다.

4층 리셉션 데스크 모습. 다들 여기 편안한 소파에 쉬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룸과 마찬가지로 박물관 마냥 이런 저런 골동품 같은 레트로 감성 아이템들이 많이 보인다
돋보기~!
저택 속 서재 같은 모습이다

여행, 특히 혼자만의 여행은 현실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혼자만의 망상도 은하철도 999 마냥 끝없이 펼쳐지는 매력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더할 때 호텔 센트럴은 마카오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타임캡슐 같은 감성을 더해주었다.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편리함, 그리고 역사적 유산을 한데 담은 이곳에서의 경험은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을 잘 장식해 준 것 같다. 다음에 마카오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 같다. 

P.S. 마카오에서는 ChatGPT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로밍 데이터를 활용하니 문제없었다 (Wi-Fi 연결하면 안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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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벨라>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찾아가다 발견한 촬영 스폿

성 라우렌시오 거리의 100살이 훌쩍 넘은 가톨릭 학교,
Instituto Salesiano.


| 황추생의 먹방 장면: 인상적인 디테일
영화 <이사벨라>는 '99년 중국 반환 직전 마카오의 정체성과 감성을 담고자 한 작품이다. 주인공 싱(두문택 분)의 상사 캐릭터인 황추생은 영화에서 딱 세 번 등장하는데 흥미롭게도 모든 장면이 먹방(훠거, 국수, 빵)이다 (마카오 배경인 홍콩 영화, <Exiled>를 찍을 때 잠깐 짬 내서 출연했다라는 비하인드 이야기도 있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들 (훠거, 국수, 주빠빠오)

오로지 두 캐릭터(싱과 이사벨라)에 집중된 영화의 서사 속 긴장감을 잠시 환기시키며 여유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며,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마카오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정서,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저녁 사진


| 성 라우렌시오 거리와 살레시아노 학교

황추생의 세 번째 먹방 장면은 싱과 차 안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씬으로 그 직전에 주인공들이 성 라우렌시오 거리(R. de São Lourenço)를 배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된 건물은 1906년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포루투갈 식민지 시대의 건축 감성이 녹아든 가톨릭 학교인 Instituto Salesiano (聖中教育活動中心)다.

연말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장식이 곳곳에 달려 있다

| 성 라우렌시오 성당을 바라보며

나름 근대적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등지고 뒤로 돌면 고전적인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게 바로 마카오 거리를 거닐때의 매력이다). 16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로 과거에는 앞쪽이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당 주변은 현재처럼 콘크리트 바닥으로 둘러싸이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마카오의 역사적 변화와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영화 속 학교 건물 배경 장면은 저 계단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했을 것이다. 또한 황추생이 세 번째 먹방 때 차를 세우고 싱을 부른 장소 역시 바로 이 돌계단 바로 앞으로 보인다.

마카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역사가 느껴지는 거리의 돌담

| 대항해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오나먼트와 공간의 리듬감

성 라우렌시오의 한자는 風順(풍순)으로, '순조로운 바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부와 선원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던 만큼 육지에 남은 가족들은 저 돌계단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바다로 떠난 뱃사람들의 안전한 귀환을 기원하고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계단을 오르면서 느꼈던 엄숙하고 신성한 기운은 당시의 사람들이 간직했던 희망과 염원을 떠올리게 했다. 기백년 전의 이야기라는게 신기했다. 

성당의 정문이 위치한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바닥의 포루투갈 모자이크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성당을 뒤로 한 오른 쪽 풍경, 저 방향으로 쭉 가면 펜하 언덕으로 이어진다
성당을 뒤로한 좌측 풍경, 저 길을 쭉 따라가면 세나도 광장이 나온다

성당 앞 계단과 주변 구조물에서 발견되는 타원형 오나먼트와 포르투갈 스타일의 모자이크 바닥은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공간에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하며 역사적 맥락이 현재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촬영 스폿인 살레시아노 학교 건물을 바라보며 올라갈 때 난간의 타원형 오나먼트는 움직임의 리듬감을 더해준다

특히, 싱과 이사벨라가 거리를 배회하던 장면은 1999년 중국 반환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연결되며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복잡한 정서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97년 홍콩 반환을 앞둔 감성을 다룬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유사한 맥락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저녁, 문 닫힌 성 라우렌시오 성당의 정문

| 성당

성 라우렌시오 성당은 16세기에 지어진 후 1846년에 재건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두 개의 정사각형 종탑과 중앙부의 브로큰 페디먼트 디자인이 돋보인다. 또한 주변의 야자수와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나를,
구원하소서
마치 나를 지켜줄 것만 같은 느낌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의 십자가 엠블럼, 대항해 시대의 포루투갈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저녁 조명 아래에서 성당의 베이지색 외벽이 민트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 마카오 국기의 색감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연출은 성당의 신성함을 극대화하며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속 황추생의 먹방 장면과, 싱과 이사벨라의 배회 장면이 성 라우렌시오 성당 주변에서 촬영된 것은 이 장소가 단순한 배경을 넘어 마카오의 복합적인 정취와 정서를 한층 깊이 전달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 나머지 스냅샷들 

 

포루투갈 감성이 적절히 섞인 듯한 영화의 OST 중 'She Stalks'. 영화의 OST도 참 들을 만하다. 한 번 들어보는 것 추천.

영화 <이사벨라>
영화 <이사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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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의미로 개인의 빗장을 푼 먹방 여행이었다 (ft. 영화 촬영지 답사)

지금 난 현타가 온 상태다

너무 맛있게 먹고 온 나머지 현재 귀국한 나는 급속히 입맛을 상실하여 현타가 온 상태다
이 짧은 시간에 오로지 먹기 위해 소화제를 이렇게 많이 먹어본 적도 내 인생엔 없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마카오

아직도 눈 앞에는 거위와 비둘기와 오리가 아른하게 날아다니는 듯 하며 입안 가득했던 맛의 잔향이 남아있는 사이,
일단 요약본을 정리한다 (90퍼센트는 성공한 느낌).

마카오 먹방을 위한 구글 지도, 역시 마카오는 볼거리나 먹거리나 구도심이 제일 좋다

이번 마카오 여행은 "볼거리"와 "먹거리" 두 개의 중심축으로 급히 계획을 짰다. 구글 지도도 음식점 편만 따로 모아두고 너무 관광객 중심의 맛집은 최소화하며 로컬 추천 맛집과 오래된 노포를 최대화했다.

실제 방문한 곳

https://maps.app.goo.gl/e2GURhDc1tB6WVX87
물론 모든 곳을 다 돌 수는 없었지만 그때그때 근처에 있는 곳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자자, 그럼 출발~


| Intro: 대한항공과 홍콩

대한항공 Sky Lounge 구석에서 한 컷

연말이라 그런지 충동적 마일리지 표 구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후보지는 가고시마, 이시가키, 미야코지마, 페낭, 마카오 였는데 다 나가리 나고 반강제 마카오행...). 결국 직항도 구할 수 없어 홍콩을 경유해 마카오로 들어가게 되었고 (홍콩 입국 > 버스로 마카오 , 마카오 출국 > 배로 홍콩 입국), 갈 때는 심지어 비즈니스석 밖에 없었지만 덕분에 스카이라운지 사용과 편한 기내 좌석으로 기분 좋은 여행을 시작했다.
빵쪼가리 @Sky Lounge

인천공항 Sky Lounge

인천공항 Sky Lounge 입성, 하지만 돗대기 시장. 자리 없음. 기내식을 먹어야 하므로 바에 앉아서 휴대폰보다 작은 샘~위치 한 쪼가리랑 찍어먹을 놈 국자로 대충 푹 떠서 옆에 놓고 먹음 (가벼운 위장 운동을 위함). 맛은 괜찮았다.
보르도 와인소스와 닭고기 @Korean Air 기내식

대한항공 기내식

앉아서 가는 길 쇠고기 보다는 닭고기가 소화에 그나마 좀 나을 것 같아 탑승 전 선주문으로 '보르도 와인 소스와 닭고기' 선택. 비즈니스석이라 기대했던 만큼 훌륭한 한 끼였다. 식전빵 굿. 새우의 크기와 탱글탱글한 식감도 굿.  뜨겁게 갓 나온 닭고기의 그 부드러움과 와인 소스와의 조화 굿. 과일도 굿. 완벽한 선택이었다.

지이이이잉~

 
7시 아침 뷔페 @Skycity Regala Hotel 홍콩

홍콩 레갈라 스카이시티 호텔 조식

공항 근처지만 (800m) 걸어갈 수 없는 레갈라 스카이시티 호텔.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엔 매드맥스 홍콩택시 라이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말로만 듣던 그 도시전설 같은 2분 루트. 걱정 했으나 짐이 없는 덕분에 일찍 공항에서 나와 밤 12시 쫌 넘어 공항철도를 타고 갈 수 있었다 :). 조식은 애초에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괜찮았다. 난 소식인이라 돈 아까워서 뷔페를 가지 않는다.  고로 저 정도면 하루 세끼 정도를 한 끼에 소화한 셈. 훈제 오리 가슴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돌 때마다 한 점 씩 먹었으니 샐러드와 과일 제외 다섯점이나 먹었다. 슈마이는 매우 별로였다. 냉동 느낌? 조식 가격은 약 2만 원 정도다.

호텔 옥상 흔들흔들 운동기구도 탐

마카오 넘어가서 또 먹어야 하니 식후 소화제도 먹고 호텔 옥상정원에 가서 운동도 했다

HMZB = 홍콩(H)-마카오(M)-주하이(Z)-브릿지(B) = 강주아오 대교

자자, 그럼 버스타고 55km의 HMZB를 넘어 진짜 마카오로 넘어간다

 


 

| 민치 Minchi @Riquexó 利多餐室

식탁보 보니 비로소 마카오 온 느낌이 든다 (리케쇼는 포루투갈어로 릭샤(인력거)를 의미한다고 한다고 한다)

원래 가려던 Apomac이 문을 닫아 옆 집에 왔다. 한국의 김치볶음밥 같은 마카오의 서민 소울푸드라 불리는 민치와 이국적인 맛의 간단한 수프, 그리고 디저트로 마무리한 한 끼. 민치는 감자와 고기만으로 먹기엔 조금 퍽퍽했다(김치 필요!).

에그 플란

디저트인 에그 플란(Egg Flan 계란 캐러멜 푸딩)은 생각보다 별로 안 달아서 놀랐다. 다른 종류지만 로드 스토우즈의 에그 타르트 보다 더 심플하고 순수한 맛이 좋았다. 이 집도 한 30년 돼서 현지인+관광객에게 모두 사랑받는 집이라고 한다. 또 다른 매캐니즈 소울푸드인 몰 로 치킨 Mo Lo Chicken도 유명하다고. 사진 메뉴가 있어서 주문 난이도가 낮고 세트 메뉴는 수프+메인 선택 1+디저트로 94 Mop 1,5000원 정도다.


| 비둘기구이 @Fat Siu Lau

Rua de Felicidade 거리. 좌측 흰 건물이 음식점. 우측 베이지 색 건물이 산바호텔

1903년에 오픈했다는 팟 시우 라우 Fat Siu Lau는 마카오 대표 노포 중 하나로, 유명한 옛 홍등가 거리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 <2046>과 <도둑들>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SanVa 호텔 바로 건너편이다. 마지막 날 다른 식당에서 비둘기 코스 요리를 예약한지라 최대한 시간 차를 두고자 첫날 저녁은 이곳에서 비둘기구이로 결정. 

비둘기 요리에는 저 비니류 장갑을 준다, 다음 날 아침 세인트 폴 계단에서 비둘기들을 마주쳤는데...

느끼함을 줄이기 위해 차이니즈 레몬 티도 함께 주문. 바삭한 껍질과 촉촉하면서도 쫄깃한 속살로 이번 여행의 베스트 메뉴 중 하나로 등극! 특히 대가리를 씹어 뇌까지 쑥 빨아 맛보는 색다른 경험도 포함!  다만 뇌의 식감은 홍어애나 푸아그라처럼 매우 부드럽고 크리미 해서 갠적 취향은 아니다 (쫄깃파라 크리미 식감 안 좋아함). 가격은 138 mop, 약 25,000원. 고급 식재료인 비둘기를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과 풍미로 즐길 수 있다니! 한국 치킨 가격을 생각하면 너무 저렴하다고 느껴졌다. 식전빵도 맛있다. 뒤에도 빵 얘기를 계속할 텐데 마카오 음식점들 식전 빵은 왜 이렇게 맛있나 싶다.

수플레 ❘ 출처: Google Map Kelvin Choi

난 소식인 솔로다이너라 음식을 많이 시킬 수 없어 못 먹었지만 딴 테이블들을 보니 이 수플레는 기본으로 무조건 하나씩 시키는 걸 목격했다. 또 다른 시그니처인 듯.


| 콘지 @Hung Kee Freshly Made Congee 雄記生滾粥

아침 6시30분 경의 풍경

여행의 백미 중 하나가 우연찮게 예정에 없던 로컬 느낌 가득함을 느낄 때인데 딱 그런 곳이었다. 적어도 저 시간대에는. 세인트 폴 유적지를 찾아가다 아침 6시 30분경 마주친 저 적막하고 평화로운 골목의 레트로한 풍경을 어떻게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으랴. 유적지 탐사를 끝내고 용기 내서 가보니 Congee(죽) 집이었다. 죽 당 가격은 29 mop, 약 5천300원 정도

피시볼 콘지를 시켰는데 탱탱하고 식감 쫄깃한 홍콩 피시볼에 익숙해서 그런지 마카오의 이 부드럽고 푸석한 식감은 낯설었다. 밀가루 함량이 많은 느낌이다. 암튼 나중에 오후 시간에 지나가다 보니 관광객들도 많아 보였는데 확실히 이 이른 아침 시간에는 출근하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기절할 맛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 속을 달래기에 딱 좋은 죽 한 그릇. 글고 사장님도 친절하시다.

1,1...1번 주세요... 바디랭귀지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유일무이한 위대한 언어다

영어 소통은 안되지만 영어 메뉴가 있어서 주문하긴 어렵지 않다. 나는 손가락 제스처로 남바완을 시킴 (피시볼죽이 1번 메뉴임)


| 새끼돼지 구이 @Fernando's

오픈 전 문이 닫혀 있는 식당의 입구 모습, 한적한 동네에 어울리듯 식당 내 자연 환경을 생각한 조경도 인상적이다

마카오 가면 꼭 먹어보라는 또 다른 요리, 새끼돼지구이 Suckling Pig (보통 2~6주 된 젖먹이 새끼들이라고 하는데.. 암튼 깊게 알다 보면 먹을 수 없는 수준이 되니 여기서 접고...). 한적한 시골 지역인 콜로안으로 넘어간 김에 1986년에 문을 열었다는 유명한 페르난도스 Fernando's로 가보았다. 마카오 거리를 거닐 땐 보이지도 않던 서양인들이 이 식당에는 꽤 많이 보였다. 오픈 시간에 가서 줄은 안 섰는데 가게는 금방 꽉 차더라. 영어 주문도 가능하고 사진 메뉴가 있다.  

새끼돼지 구이는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완벽한 구현이었다. 속살은 한국 족발 맛과 비슥한데 매우 부드럽고 촉촉했고, 껍질은 상상 이상으로 아삭하고 바삭했다. 껍질이 너무 바삭해 나이프로도 잘 안 잘려 결국 손으로 들고 와득와득 씹어 먹는 재미가 있었다. 옛날엔 반반 메뉴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없어 혼자 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양이었다. 함께 시킨 쌈초이는 고기만 먹는 느끼함을 중화시켜 주긴 하는데 맛은 평범이었다. 굴소스가 없어 테이블에 놓인 유럽산 식초를 듬뿍 뿌려 맛을 보강했다. 식전 빵은 크기도 좋고 겉바속촉의 맛도 훌륭했다. 가격은 구이만 282 mop, 약 52,000원 정도로 좀 세다. (근데 식재료와 양을 생각하면...)

콜로안의 겨울 바다

음식점 바로 앞, 마카오에서 가장 큰 해변이라는 학사 해변 Hac Sa Beach은 바닷물이 너무 똥색이라 큰 감흥은 없었지만 반팔 입고 보는 겨울바다라는 순간의 느낌은 좋았다. 해변 공원에는 바비큐 꼬치구이 상점들이 있는데 눈 돌아가는 비주얼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게 보였다.


| 에그타르트와 커피 한잔 @Lord Stow's 

카페는 아주 작고 아담하다

페르난도스에서 배 터지게 먹었지만 그래도 콜로안에 온 김에 1989년 오픈한 로드 스토우즈의 에그 타르트를 걍 지나치기엔 또 아쉬웠다. 해변에서 버스를 타고 빌리지 쪽 로드 스토우즈 '베이커리'로 막상 가니 웨이팅이 길어서 "에이, 접자" 하고 돌아섰는데 (줄 스는거 별로 안 좋아함), 옆에 로드 스토우즈 '카페'는 자리가 하나 남아서 낼름 들어갔다. 

코타이 런더너에 오픈한 로드 스토우즈 분점

아이스커피 한잔과 에그 타르트 한 개를 시켰다. 타르트는 11 mop 약 2,000원 정도다. 예상대로 맛은 달달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달진 않았지만 달다. 맛은 바삭한 페이스트리에 부드러운 타르트, 비주얼에 충실한데 특별한 맛인진 모르겠다. 포르투갈과는 다른 마카오식 타르트라고 한다 (아마 내가 이 차이를 몰라서 그런 듯?). 위 사진은 카지노 구역인 코타이의 로드 스토우즈 런더너 Londonder점인데, 본점보다도 줄이 훨씬 길어 보였다. 쨋든 유명세를 경험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줄까지 서서 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갓 구운 타르트와 하루 지난 타르트를 비교해 보라는 추천은 흥미로웠다. 


| 아프리칸 치킨 @Henri's gallery

몽환적인 색감의 라이팅이 매력적이다

점심 이후 걷고 또 걸으면서 저녁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펜하 언덕을 넘고, 멋진 주택들로 가득한 마카오 최고 부촌 지역을 넘어, 예쁜 야경의 남만 호수 쪽으로 내려오니 1976년에 열었다는 또 하나의 마카오 유명 맛집, 헨리스 갤러리가 자연스럽게 반긴다. 배도 고픈 김에 이 집에서 아프리칸 치킨을 먹기로 했다. 인기 있는 집이라 그런지 테이블이 구석에 딱 하나 남아 있었다. 페르난도스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식이여서 그런지 여기도 서양인들이 많이 목격되는 곳이었다. 고로 영어 주문 가능.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아프리칸 치킨. 점심에 돼지구이를 그렇게 먹어놓고 또 이런 푸짐한 닭을 먹는다니... 사투에 가까운 한 끼 였다.

식전 빵부터 좋았다. 메인인 아프리칸 치킨은 25분 기다릴 만큼 푸짐했고 껍질이 특히 맛있었다. 매콤한 카레 소스 덕에 맛이 한층 살아났다. 입에 물릴까 봐 사이드로 시킨 밥은 고봉밥으로 나와 좀 당황했는데 도움이 되긴 했음. 마카오에서 이 치킨 요리에 대한 이름들이 헷갈릴 수 있는데, '아프리칸 치킨'은 포르투갈과 아프리카 퓨전 요리, '모 로 치킨'은 광동 요리의 영향을 받은 요리로,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또한 '포르투갈 치킨'이라고 하면 아프리칸 치킨을 의미한다고.  

헨리스 갤러리 옆집, 알리 커리 하우스

헨리스 갤러리 바로 옆집인데 남만 호수 배경을 바로 볼 수 있는 야외좌석이 매력적이다. 여기도 거의 만석이었다. 알리 커리 하우스 Ally Curry House라는 곳이다. 

낭만적인 남만호수 야경

헨리스 갤러리와 알리 커리 하우스 앞에 보이는 남만 호수의 야경은 이렇다. 구조물에서 떨어지는 걸로는 세계 최대 높이의 번지 점프를 할 수 있는 마카오 타워가 보인다 (63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진다고 보면 됨).


| 차찬텡식 아침 @San Hong Fat Cafe 新鴻發美食

마카오 감성의 거리 속 식당

아침에 성룡의 <취권>과 이소룡의 <사망유희> 촬영지인 로우림록 정원에 가던 중 배가 고파 급히 실시간 열려있는 식당 검색해 들어간 곳. 당시 현지인들로 보이는 손님들만 있어서 로컬 식당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 찾아보니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집이더라. 마카오에 한 4~5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차찬텡 프랜차이즈이고 영어 주문 불가지만 메뉴 몇몇은 사진이 있다.

파인애플번 속 버터 한덩이

홍콩 차찬텡 느낌의 세트 메뉴(커피+파인애플번+마카로니 수프)를 주문했다. 역시나 혈당스파이크가 걱정되는 달달함 폭발. 파인애플번은 속에 버터 한 덩이가 통째로 들어가 있고 겉은 소보루 빵보다 훨 바삭했다. 꼬소하고 맛있지만 지나치게 달아 반 이상 남겼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강추! 

초록이, 노랑이, 하양이의 마카오 국기같은 전체적 색감이 좋다

이번 여행은 이상하게도 대부분 구석자리에서 식사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식당 전체 뷰를 바라보며 먹는 것도 혼밥 여행의 묘미니까. 다만 이곳의 구석자리는 벽 보고 벌서는 느낌이 나는 작은 자리라 웃음이 나왔다. 암튼 세트 메뉴(36 MOP, 약 6,600원)로 간단히 아침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 오리밥 @My Messy Kitchen

이런 좁은 골목에 위치한 식당(빨간 산타걸린 곳이 식당), 타이파의 마카오 골목 감성 좋다

타이파 골목에 자리 잡은 로컬에게 추천받은 식당. 소량의 마카오 음식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여 한 번에 여러 맛을 볼 수 있게 하는 콘셉트이고, 영어 소통 가능하고 사장님도 유쾌하신데 얘기하다 보니 가게 이름인 My Messy Kitchen의 의미도 공감할 수 있었다. 자리도 한 곳뿐이라 아늑한 분위기. 오리밥 Duck Rice과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알레르기 체크까지 꼼꼼히 해주는 세심함이 인상적이었다. 😊

사장님과 남편분. 남편분은 포루투갈 사람인데 영어도 잘 하신다. 저게 유일한 테이블이라 합석 포함 약 3~4명 정도 앉을 수 있다

사장님과 남편, 잘생긴 아드님 두 분, 그리고 친척까지 모두 만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 특별한 시간이었다. 부인 사장님의 고민부터 요리 자격증을 딴 이야기와 이 식당의 컨셉 등등. 아, 가게는 가족(+친척)이 함께 DIY로 꾸민 공간이라고. 한국인이라고 하니 네이버 리뷰를 보고 오는 한국 손님도 굉장히 많다고 하신다. 남편분은 다국적 손님이 많은 점을 좋아하지만 의외로 대륙 관광객은 드물다며 신기하다고 하셨다. 타이파가 엄청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대륙의 젊은 관광객들 많이 오는데도 이 가게는 많이 찾이 않는다 점은 나 또한 흥미로웠다.

오리밥 Duck Rice과 샐러드, 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가볍게 한끼하고 가기 좋다. 특히 활짝 열린 문을 통해 골목을 바라보고 있는 구조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번씩 "이 집 뭐지?" 히며 멈칫 멈칫하게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마카오 영화 <이자벨라>를 보고 마카오 및 타이파까지 왔다고 하니 사장님도 그 영화를 아신다고 했다. "이 영화를 안다고요?"라며 놀라워하셨고 나는 "이 영화 때문에 마카오에 왔다"라고 답하며 촬영지를 찾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나도 이 영화 아는 사람 본 건 사장님이 처음이었다 ㅎ). 덕분에 이곳에서 또 하나의 즐거운 여행의 도장을 찍고 간 느낌이다. 오리밥, 샐러드 각각 48 mop, 약 8,800원. 


| 거위 창자 덮밥 @Chan Kwong Kei BBQ Shop 陳光記

여기는 로컬+관광객에게 모두 사랑받는 식당으로 보면 되겠다. 원래 두 번 와서  고기 3개 덮밥 (오리+닭+돼지)과 거위덮밥 먹고 가려고 한 곳인데 뭐에 홀렸는지 거위 '창자' 덮밥을 시켜버렸다(鵝腸飯). 하지만 결과는? 식감 쫄깃쫄깃한 게 마치 곱창을 먹는 기분이었다. 거기다가 간장 소스 좀 버무려져 있으니 이것이 천국. 

10시경에도 손님이 가득한 이곳은 시간대 상관없이 북적였다. 내 테이블에는 직접 가져온 마오타이 혼술부터 하던 현지인이 합석했는데 나중에 내 접시가 밥만 남은 걸 보고는 자기 고기를 먹으라며 권하셨다. 몇 번 사양하다 덥석 먹었는데, 와, 닭이 꿀맛! 역시 현지인이 고른 메뉴는 다르다. 파파고를 통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늦은 시간이라 아쉽게도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더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을 텐데! 거위 간덮밥 70 mop, 약 13,000원.


| 거위다리 덮밥 @Chan Kwong Kei BBQ Shop 陳光記

다음 날 아침에 또 갔다. 이곳의 매력은 2개나 3개까지 고기를 섞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인데 새벽부터 고민이 참 많았다. 어제 거위 창덮밥을 먹은 관계로, 마지막은 '오리+닭+돼지 덮밥'이냐, 아니면 '거위 덮밥'이냐... 거위는 고급 재료라 (오리랑 비교하면 가격이 두 배다) 섞어 먹기가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오리랑 닭 돼지는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니 거위 덮밥으로 결정! 

거위도 그냥 거위덮밥이랑 거위다리 덮밥이 있는데 식감이 더 좋다는 거위다리 덮밥으로 주문. 흑후추를 버무린 거라 맛이 그냥 술안주다. 말해 뭐래. 참 맛있다. 쫄깃한 살 뜯어먹는 재미도 있어. 껍질도 맛있어..ㅜㅜ.. 너무 맛있어. 여기는 밥이랑 고기만 딸랑 나와서 이번에는 삶은 야채(상추)도 같이 시켰다. 차까지 (그릇 씻는 용인데 음료수 없어서 그냥 마심) 함께 하니 역시 완벽한 삼위일체 조합이다. 원래는 오늘의 수프도 있는데 이 날은 안된다고 해서 못 먹었다. 거위다리덮밥 130 mop, 약 24,000원. 삶은 상추 소짜 33 mop 약 6,000원.


| 육포시식 @Koi Kei Bakery 

타이파 방문 당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식 거리는 못 갔는데 호텔로 가는 알메이다 리비에로 도로에 마침 육포 시식을 주는 곳이 있어 한 점 덮석. 적당한 부드러움과 쫄깃함. 맛있었다. 코이케이 베이커리라는 곳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마카오 안에 20여개의 체인점을 둘 정도로 인기있는 간식 가게라고 한다.


| 피시볼 국수 @Hou Si Loi 好時來美食

세나두 광장을 벗어나 R do Campo를 향한 어느 좁은 골목 끄트머리에 있던 음식점

이번 여행의 진정한 로컬 경험이 아닌가 싶다. 원래 가려던 국숫집 찾아가니 폐업한 바람에 잠깐 방황하다가 급하게 눈에 들어오는 한 골목길 음식점을 들어갔다. 역시 관광객의 흔적은 없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부터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까지 다양한 현지 손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메뉴도 다 한자. 다만 몇몇은 사진 메뉴가 있어서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피시볼 국수를 시킬 수 있었다. 세트 메뉴가 지금은 안된다고 해서 국수만 주문, 30 mop 5,500원 정도

갓나온 국수.. 비쥬얼처럼 솔직한 맛이다

여기도 피시볼이 푸석한 것 보니 마카오 특징인가 보다. 원했던 딱 그 중국식 분식점 국수 맛이 좋았다. 처음엔 특유의 퉁명스러운 캔토니즈 말투였지만, "아 캔트 스피크 챠이니즈"라고 하니 말투가 정화되며 손가락으로 "앉으라"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언어의 차이일 뿐, 이런 경험은 하도 익숙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ㅎ.

라유 투하~!

중간에 라유를 뿌렸는데... 와... 먹자마자 목구멍이 커 억 하며 얼굴 빨개질 정도로 매웠다. 저 순간 음식이 변신했고 그 맛에 홀려 또 촵촵촵 한 그릇을 비웠다 (오늘 저녁 코스 요리라 가볍게 속만 채우려고 한 건데...). 


| 음료수 시식 @ R. de São Domingo

너무나도 매웠던 라유의 내음이 가시지 않아서 뭐 하나 사 마실려고 하는데 죄다 줄 선 집 밖에 없어서 해매다가 시식 주는 음료수 한 잔 했다. 멜론 맛이 나는 상큼한 음료수, 입가심으로 좋았는데 어느 가게 껀지는 모르겠다. R. de São Domingo의 거리였다. 


| Tasting 코스 @Hotel Central Palace Restaurant

솔로다이닝으로 예약하니 이렇게 아늑한 프라이빗한 룸으로 마련해 주었다

대망의 피날레, 마지막 날 저녁 코스 요리다. 어차피 모든 빗장을 풀은 여행이었으니 한 잔 씩이면 괜찮겠지 싶어 와인 페어링도 선주문했었다 (추가 시 198 mop, 약 36,000원, 메인 코스 자체는 588 mop, 약 108,000원) 

코스요리와 따로 시킨 보이차

전채는 기름에 조리된 노른자 타르트와 캐비어, 그리고 앙증맞은 밀크티가 함께 제공됐다. 타르트를 한 입에 쑥 넣으면 노른자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밀크티 한 모금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수프는 70년대 스타일로 끓인 닭고기 수프. 멜론과의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렸고 소라의 식감은 부드러웠다. 특히 육회 같은 맛과 쫄깃한 식감을 가진 식재료가 궁금해 물어보니 바다 달팽이(Sea Snail)로 고급 재료라고 한다. 독특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다.

선주문하면 이메일로 메뉴별로 어떤 와인이 제공되는지도 친절히 알려준다.
와인 페어링은 수프를 제외, 4가지가 설계되어 나온다.

메인 요리는 두 가지다. 오스만투스 향을 입힌 훈제 프렌치 비둘기는 은은한 향과 라이스 칩이 인상적이었다. 코스 요리라 반 마리만 제공되었고 대가리는 나오지 않았다. 맛은 괜찮았는데 개인적으로는 Fat Siu Lau의 비둘기 요리가 더 인상적이었다. 전복 웰링턴은 살짝 난해했지만 무난히 먹을 수 있었다. 디저트로 나온 크리스털 설탕 호리병박은 포멜로(붕깡), 피치(복숭아), 플럼(자두)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 사케, 테킬라, 위스키와 함께 순번에 맞추어 먹는 방식이다. 입 안에서 설탕벽이 깨지는 독특한 식감이 재미있었다. 

25년산 보이차

마카오 토속은 아니지만 마카오에서 꼭 먹어보라는 추천을 받은 적이 있어 25년 산 보이차(Puer'er Tea)도 주문했다. 흙내음 특유의 깊은 풍미가 인상적이었고 코스의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이전 음식과 와인의 맛을 클렌징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게 바로 생차의 매력인가 싶었다. 전체적으로 서빙이 특히 친절했는데, 손으로 먹는건지 포크로 먹는건지 이건 뭔지 등 질문에도 편하게 답해주셨고, 음식이 나올때마다 세심한 설명과 배려 덕분에 시종일관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역시 친절한 경험은 맛을 떠나 잊을 수가 없다. 계산 시 호텔 투숙객에게는 10% 할인이 적용되는데 예약 당시 몰랐던 부분을 직원분이 확인해 프런트에서 쿠폰까지 챙겨주셨다. 이 세심한 배려 덕분에 더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남았다.


| 중국식 조식 세트 @Hotel Central Palace Restaurant

조식은 한 번에 다 나온다. 가운데 간장 소스로 보이는 애들은 전복과 쇠고기고 우측 상단 두 놈은 콘지에 뿌려 먹으면 된다

마지막 날 홍콩행 페리 시간이 타이트해서 아침도 호텔 식당으로 예약했었다. 서양식과 중국식 중 택 1인데 여행 중 딤섬류 계획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중식으로 예약했다. 콘지 제외 맛은 별로였다. 만두는 특히... ㅜㅜ 전복은 귀해서 다 먹어주고. 마카오 국기 색감의 크로와상 비주얼이 특이했던 서양식을 먹었어야 했나 싶었다. 암튼 조식도 투숙객이면 10% 할인이 들어간다. 조식에서도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  원가는 148 mop, 약 27,000원. 


| Epilog: Hong Kong & Korean Air 

마카오-홍콩 페리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중

호텔 체크아웃 할 때 가지고 나온 사과오이 주스. 첨에 보고 오이? 윙? 했는데 괜찮다. 그냥 달다구리다. 

참치 샌드위치 @TurboJet Ferry

마카오-홍콩행 터보제트 페리는 슈퍼 좌석을 예약했었는데 한 시간 이동이긴 하지만 생수와 간단한 샌드위치가 나온다. 햄치즈랑 튜나 둘 중 하나 선택인데 튜나 선택. 어린 시절 홍콩에서 먹던 추억소환의 맛이었다. 


베이컨 치즈 버거 @Beef & Liberty

홍콩 공항 보딩장 근처에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번도 맛있고 고기는 스테이크 수준으로 괜찮았지만 크고 팬시한 햄버거는 햄버거가 아니며 햄버거는 비싸지 않아야 한다는 주의라 그런지 약간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양이 많아 다 먹지 못했고 가격은 137 HKD(약 26,000원)로 많이 쎄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중국식 음식을 먹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대한항공 이코노미 기내식

저녁으로 생선과 비빔밥의 선택. 선택은 비빔밥. 고추장 쫙 돌려주시고 뚝딱 먹은 다음 맛있는 과일 섭취. 기내식은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맛있다. 무슨 이유일까?

암튼 영화 두 편 정도 보니 인천공항 랜딩 시작.

파바 아아

반팔 입고 한가을의 크리스마스를 한 껏 즐기다가 갑자기 한국의 매서운 강추위에 정신이 바짝 들어 시킨 아아, 내 돈 주고는 커피 잘 안 사 먹는데 그냥 꿈같은 지난 며칠이 뭔가 아쉬워서 한 잔 사셔 마시며 혼자 넋두리를 함. 생각해 보니 마카오에서도 커피는 한두 번 정도밖에 안 마신 듯?

Fin. 이상 마카오 먹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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