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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Flower After Flood

The Soul Born in the Blood


Under the Earth

미로 스페이스에서 한 13일 금요일 스페샬 '알레한드로 조도로브스키' all night 심야 상영 전에 갔다 왔다.
(까탈스럽지만 알레한드로 '호'도로브스키가 스페니시 발음이다)
역시 예상대로 그리고 계획대로 첫번째 상영작인 'El Topo'만 보고 나왔다...  몇 년만 더 어렸어도... 밤세고 봤을텐데... 시간의 나락에 떨어져나가는 건 체력밖에 없나보다..
영화는 걍 여느 컬트 영화 수준이라고 대했다가는 큰 코를 다칠 만큼 엄청나다. 조도로브스키의 충격적인 영상 그리고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하는 문명의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교양과 인문의 무지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본인이 이 영화의 모든 앨레고리 혹은 하나라도 똑바르게 정리하기엔 버겹고 공부도 더 필요할 듯 싶다.

인상 깊었던 부분들은 너무나 많다.. 간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그리고 밑의 내용은 영화의 정확한 해석이 아니라 개인적인 느낌들이다.


처음 등장하는 광활한 사막은 마치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문명의 여명을 보는 듯하다. 주인공인 황야의 사나이 엘 토포 (두더지)는 벌거 벗은 아들과 함께 나타난다.

벌거 벗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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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 벗은 아이와 사막에서 우산을 들고 등장하는 이들은 비로 인해 모든 것이 씻겨 버리듯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들의 혹은 그의 (인간의) ' 여정의 알수 없는 목적'은  부인의 유품과 아이의 장난감을 모래 속에 묻어버림으로서 상징화 된다.  또한 검은 가죽옷으로 뒤덮힌 것만 같은 아버지와 벌거 벗은 아들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과정'과 아직은 정체되어 있는 미래의 또다른 시작이라는 암시를 나타내는 듯 하다. 벌거 벗은 아들은 오히려 그의 나체와 따가운 햇빛에 의해 사막에 떨어지는 그림자는 그 아이가 아직은 성인으로서의 여행을 떠나기에는 미숙하며 어머니와 같은 대지에 아직도 밀착되어 보인다. 하지만 엘 토포의 검은 옷은 사막위에 힘없이 펼쳐지던 그림자가 대지를 박차고 (자신과 어머니의 심리적 관계의 거세)어엿한 성인으로서 몸과 하나가 된 것 같다.

폐허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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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악당들에 의해 폐허가 된 마을에 들어스며 엘 토포는 이 잔인무도한 악당들을 응징하기 위해 나선다. 이유는 모르겠다. 무엇인가 마을과 관계도 없는 그로 하여금 마음 속에서 분노를 일으킨 것일까?
어찌하였건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마을이라는 공간으로 들어스며 영화는 문명 태생의 여명기에 갓 접어들은 듯 싶다. 물론 성숙한 '국가'의 정립은 이루어지지 않고 양육강식의 무력과 참혹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의 혹은 무리의 힘에 의해 갑자기 얻어지는 권력과 권위 그리고 폭력은 순식간에 다른 권력에 의해 대체되는 반복일 뿐이었다

여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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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잔인한 악당을 응징하고난 엘 토포는 악당 우두머리의 정부를 얻게 된다. 그와 동시에 아들을 무참히 차버리고 여인과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인간이 깊이 타락할수록 그만큼 세상의 고귀함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는 감독의 철학을 반영한 것일까? 이 영화에서 남성 혹은 인간에게 있어 여자의 등장 그리고 만남은 곧 타락을 의미하게 된다. 바로 성경의 아담과 이브의 내러티브가 자리를 잡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엘 토포는 여자의 꼬득임에 사막의 현자들을 만나 하나 하나씩 제거해 간다.
이 현자 제거의 여정에서 완벽하리 만큼 강하고 냉철했던 영화 초반의 엘 토포의 모습은 비열하고 속임수에 싹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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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진다. 또한 이 현자들은 문명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종교'의 개념을 담고 있다. 예수와 석가모니등 동서양의 성인들의 고행을 엘 토포는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현 시대의 전설 혹은 신성이란 거룩한 이름의 아우라의 둘러쌓인 이들의 고행은 한없이 고달프고 때로는 거짓과 위선에 가득찬 것이었을지 모른다고 엘 토포의 여정은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한 엘 토포는 믿었던 여자에게 다시 배신을 당한다. 왠 운명의 장난일꼬...  하지만 이브의 사과가 안내한 고행의 길을 마침으로서 그 원인을 제공한 이브가 사라짐은 당연한 귀결이었는지 모른다. 엘 토포의 죽음은 바로 현자로서의 고행의 마지막인 해탈을 위한 상징적인 죽음이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난 엘 토포
죽을 뻔한 엘 토포는 지하 동굴에 모여 사는 '신체 기형아 (이 영화에서는 (영상에서는) 이렇게 직설적으로 표현된다.' 무리들에 의해 생명을 건지고 초현실적인 의식의 영상 속에 엘 토포의 해탈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는 점점 지하세계에서 그들을 햇빛으로 인도할 (구원할) 구원자로서 여겨지게 된다. (이 때 예수의 모습과 교차된다)
이 때부터 보여지는 동굴 밖의 마을은 어느덧 문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영화 초반에서 보여지던 힘힘의 논리는 직설적인 '무력'과 '무식함'에서 '경제력'과 '권위'로 교체되었다.
부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추악하게 늙고 살찐 여인들은 그 마을의 실세, 즉 실제 권력의 최고봉의 상징으로서 여성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힘없는 노예 여자들은 여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결국 문명 안에서 가지게 되는 '힘'의 논리의 그 매체만 바뀌었을 뿐 그 안에 들어있는 타락과 퇴폐함 그리고 추악의 그림자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들은 더욱더 새디스트/마조키스트가 되어가고 점점 더 정신분열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경제, 기술이 발달되가며 인간은 인간을 더욱 잉여적으로 여기며 착취하게 된다. 거기서 모든 분열이 시작된다.

그러던 와중에 미젯들이 햇빛이 비치는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동굴을 뚫을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태어난 (이 때는 성직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엘 토포는 난장이인 자신의 부인과 함께 판토마임을 통해 마을에서 퍼포먼스를 하며 돈을 번다.
영화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임의 대가 막셀 마르소에게 친히 마임을 전수 받은 조도로브스키의 마임 연기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마법적인 힘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곳 경제와 기계의 발달에 의해 생겨난 '부자'들의 놀거리인 '엔터테인먼트'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삶의 여유가 생긴 인간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즐기기 위해 엔터테인먼트를 즐긴다. 하지만 그들의 여유는 바로 인간의 인간 착취에 의해 마련된 토대위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감독은 바로 여기서 서로 정반대되는 두 개의 영역의 가운데 서있는 영화 혹은 '엔터테인먼트'의 얄궃은 운명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마지막...두더지의 죽음
어느덧 엘 토포와 그의 아내는 돈을 모으게 되고 문명의 상징인 '기계'를 얻게 된다. 그로 인해 동굴은 순식간에 출구를 가지게 되고 지하 세계의 미젯들은 일제히 마을로 뛰쳐나온다.(환희와 희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맹목적이고 감정이 없는 그들의 동굴 탈출 씬은 지금 지구의 생명을 무시한 채 미국만을 바라보며 무작정 달려들고 있는 (경제력 확보를 위해) 제3세계 국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시작에서 암시했듯 두더쥐가 햇빛을 쐬면 죽게 되듯이 다른 시체 조건과 문명화 되지 않은 그들은 그 보잘 것 없고 썩어빠진 '문명'이란 고귀한 아우라에 쌓인 성전과 같은 영역에 발을 들여놓도록 허락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총성과 함께 무차별하게 살해된다.
이를 목격하게 되는 엘 토포는 절규한다.
성인으로서 지도자로서 혹은 그들의 신으로서 그들을 결국 파멸의 길로 몰고 갈 수 밖에 없었던 혹독한 세상 앞에서 느낀 자신의 무력함 때문일까...
엘 토포의 분노와 슬픔은 결국 자신의 몸을 기름에 적셔 분신자살의 길로 몰고 간다..
(한국의 관객 대부분은 여기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의 그림자가 힘겹게 때어낸 대지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옛날에 버려졌던 엘 토포의 아들은 영화 시작의 엘 토포와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어디론가 떠난다...(이는 동양적 철학의 사유가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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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컬쳐 매거진 블링 연재 중인 일렉트로니카 이야기 관련 칼럼인 PLUR & Vibe Upon the World 옛 하드카피 원고들입니다.
hyperlink를 통해 좀더 나은 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아직 연재 중인 컬럼이니 잡지와는 시차를 두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퍼가시게 될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워드클라우드 형식으로 표현한 일렉트로니카 타임라인

(Width X Height: 4m X 1m )  1년여에 걸쳐 완성된 것이지만 이미지가 너무 큰 관계로 웹상에서 디테일은 보여드릴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PLUR and Vibe Upon the World 10: ELECTRONICA Timeline

 컬럼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최근 흐름에 (2000년도 이후) 대한 굵직한 요소들은 어느 정도 얘기한 것 같아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로 방향을 수정해 보려 한다. 그리고 뭐부터 시작해야 되나 생각하다 막혀버려서 우선 큰 그림을 던지기로 마음 먹었다. (이 한정된 지면 안에서 전자 댄스 음악 문화사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어 보여 자세한 디자인 컨셉트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한가지 말하고 싶은 점은 이 연대기는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흐름을 봐야 한다' 믿음 하에 전자댄스음악의 큰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기술과 예술을 두 개의 큰 축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 전자댄스 음악의 장르와 문화의 흐름에 따른 일종의 정보 집합의 과정이다. 즉 연대기에 표기된 정보 하나하나가 그 특정 시대에 있어 일렉트로니카 문화와 관계성이 높은 세포들이라고 보면 된다. 진화의 과정을 통해(시간이 지날수록) 세포들이 모여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는 것처럼 연대기에서 정보들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문화의 확산을 뜻한다. 디자인 설명은 대충 이 정도로 끝내고 역사를 한 번 쓱 훑어 보겠다. 많은 정보가 한 번에 들어가는 만큼 지루하고 숨가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오버뷰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 피타고라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이야 말로 우주와 지구 그리고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원초적인 '언어'와 '조화'라고 생각했다. 음악은 우리네 삶의 애환과 행복을 대변해주는 것 이상이었다. 하지만 18,19세기의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후 신은 곧 인간이었으며 종교란 인간 자신의 의지와 믿음이었다. 그렇게 오늘날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인간에게 돌아온 것은 더욱더 복잡해진 스트레스, 사회, 사상, 현실 그리고 황폐화 된 지구뿐이다. 어찌하였건 과학기술의 발달이 그 엑셀레이터를 밟는 순간 하나였던 과학은 두 개의 전혀 생소한 분야, 예술과 테크놀로지로 갈리게 되었다.

이 때부터 인간은 (음악적으로만 얘기한다면) 하루가 바삐 생겨나는 새로운 기계들을 통해 기계에 의존하면서도 인간적인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기계와 인간의 합성이란 현대 문명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 한 사람의 일생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우 100년 전에 이렇게 전자음악의 작은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엑스터시 마약의 탄생도 그 때 즈음의 이야기다) 벌써부터 이 시절의 음악가들은 소음과 반복이란 요소를 찾아내었고 1920년대에 그 때까지 무성했던 이론을 뛰어 넘어 프랑스의 에드가 바레세가 실질적인 전자음악적 시도를 하며 새로운 활로를 뚫게 된다.

이 탄력은 1950년도까지 올리비에 메시앙이나 존 케이지 같은 (그리고 스톡하우젠으로 이어지는) 전위 음악가들로 하여금 전통적 형식을 대담하게 거부하고 절대적이었던 서양 사상을 벗어나 동양적 사상을 품으며 기계음이 단지 소음이 아닌 새로운 '희망'이라는 이론적 틀을 마련해 주게 되었다. 그리고 테이프의 탄생과 함께 이를 활용한 구체음악이 발달하게 된다. 이 시점 이후로 독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지에 전자음악 연구소들이 생겨나며 새로운 문화의 탄생의 불을 조심스레 부치고 있었다.

 60년대는 그야말로 인간이 만든 새로운 세계관이 질풍노도 같은 발전을 거듭한 숨막히던 시절이었다. 인간이 달 착륙에 성공한 것은 물론 멜로트론과 모그 신디사이저가 탄생했고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시대를 예고했으며 티모시 리어리는 LSD와 마리화나를 찬양하며 앞으로 다가올 사이키델릭하고 영상에 입각한 새로운 세대의 가능성을 외쳤다.

그 뿐 인가. 비로소 '젊음의 문화'를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이 시기다. ‘스윙잉 런던’과 ‘우드스톡’으로 대변되는 모드와 히피 문화는 세상 사람들이게 '젊은이'라는 신인류의 출현을 인식시키고 새로운 세계관을 제공했다. 대중 음악인들의 전자음악적 시도도 이때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밥 딜런은 전자음악을 품기 위해 통기타를 집어 던졌으며 죠지 해리슨은 비틀즈로 하여금 전자음악과 사이키델릭의 세계로 유도했다. 무그 신디사이저를 통해 웬디 카를로스는 바하의 음악을 전자화 시켰다. 재즈의 위기를 일찍이 감지한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를 락과 신디사이저에 접목시키고 자마이카에서는 리 스크래치 페리를 필두로 테크노와 힙합의 모태인 덥과 레게를 탄생시켰다. 락 음악계에서도 지미 헨드릭스는 전자기타를 통한 예술적 퍼포먼스로 세상 사람들을 흥분시켰고 핑크플로이드와 벨벳언더그라운드 또한 소음과 전자 음악기기와의 힘겨운 씨름을 통해 예술적 대중 음악으로의 승화를 성공시켰다. 바로 락 밴드와 신디사이저의 결합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마이크 올드필드나 탠져린 드림 같은 아방가르드 신디사이저 및 뉴 에이지 아티스트의 탄생에도 불을 붙이게 된다.

이러한 60년대의 문화적 폭발을 배경으로 70년대에 들어 지금 일렉트로니카로 대변 되는 실질적인 전자댄스음악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의 주역이 바로 신스팝의 대명사인 독일의 크래프트워크다. 이들의 영향은 곧 80년대 일렉트로, 테크노, 애시드 하우스로 이어진다. 이들은 순수한 전자댄스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고 미디어, 전자기기와 하나가 된 인간 사회를 표현하고 있었다. (인터넷이 탄생하기도 전 이들은 컴퓨터를 통해 사랑에 빠진 인간의 삶을 노래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특유의 엠비언스를 강조한 뉴에이지 음악과 소음과 반복의 에센스를 계승하는 인더스트리얼 음악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또한 레게 음악의 영향을 받은 힙합을 (그랜드 마스터 플래시의 스크래치의 발견과 함께!) 필두로 한 블록파티와 디스코에 의해 비로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파티문화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전자댄스음악 씬의 그 장엄한 서막을 올린 것이다. 60년대 히피에게서 영향을 받은 무정부주의적인 사상은 곧 사회적인 체제와 속박에서 벗어난 인간의 자유를 중요시 여기며 게이와 레즈비언 등의 사회적 마이노리티의 커밍아웃을 유도했다. 그리고 이들, 하위문화 소수들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 바로 디스코 음악이었다.

하지만 디스코가 대중문화의 수면위로 떠오르며 디스코는 만인의 그리고 소위 '골 빈' 연예인들과 부르주아들 및 '잘 나간다는 겉 멋 든 이들'의 잔치판이 된다. 플랫폼 슈즈와 벨벳 자켓 그리고 코케인과 섹스의 문화로 타락해버린 디스코 씬은 (지금 케이블의 부XX비의 씬이 이 것과 꼭 닮았다. 섹스와 마약을 요소를 빼더라도!)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를 기점으로 미국의 대대적인 '디스코 죽이기' 운동과 함께 일격을 맞게 된다. 그리고 디스코는 다시 언더그라운드로 그 장소를 옮기게 되고 어둡고 차가워진 소수를 위한 언더그라운드적 요소를 계승하며 프랭키 넉클의 시카고 하우스씬을 탄생시킨다. 또한 디스코의 전통적인 소울과 펑크(Funk)적 요소는 뉴욕의 래리 르반의 천재적 리믹스를 필두로 한 개러지 하우스 씬으로도 이어진다. (디스코의 Funk와 소울적 요소는 훗날 딥하우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 문화적 폭발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디트로이트에서는 데릭메이, 후왕 앳킨스 등이 테크노 사운드를 퍼뜨리고 있었으며 영국 맨체스터의 토니 윌슨은 해피 먼데이즈, 조이 디비젼과 함께 전설의 클럽 하씨엔다를 열며 '매드체스터씬'을 탄생시켰다. 이 때가 애시드 락과 이비자의 발레릭 씬 그리고 폴 오큰폴드와 대니 램플링에 의한 2nd Summer of Love를 이어주는 접점이 되었다. 바로 엑스터시와 사랑으로 대변되는 레이브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이 때는 1988년으로 전통에서 노통 시절에 막 접어든 서울올림픽의 시점이다) 이 문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 해의 영국 축구 훌리건들의 폭력 사건 비율이 몇 십 퍼센트 이상 떨어져 아주 잠시나마 '훌리건'이 아닌 '러브써그'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였다. 클러빙 이외에도 스톤헨지, 글라스튼베리 페스티벌과 같은 우드스톡 이후 대규모 음악 축제가 성행했다.

하지만 엑스터시와 사랑으로 가득했다는 2nd Summer of Love(첫번째는 60년대 히피 문화를 지칭한다)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대규모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태동은 곧 돈 냄새에 민감한 프로모터들과 장사꾼들의 레이더에 재빨리 포착되고 주류 및 대규모 레이브와 클럽들이 성행하게 된다. 지금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파티'라던지 '클러빙'이라는 현상은 이 때 확립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대적인 문화 폭발 현상이 전자댄스음악과 관련된 테크놀로지의 확산과 장르의 다양화를 촉진 시켰다는 것이다. (연대기를 볼 때, 비로소 문화와 장르를 표현한 오렌지와 노란색의 글자들이 서로 엉겨 붙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며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90년대에 들어 위에서 언급한 대규모 상업적 레이브와 클럽이 그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또한 하드코어와 애시드가 주를 이루던 거칠고 빠른 음악 성향에 대응해 차분하고 정적인 엠비언트 하우스나 트립합 장르가 태어났다. 이는 곧 미친 듯이 소릴 지르고 몸을 흔들어대기만 하던 전자댄스음악에 '칠아웃'이라는 새로운 '휴식'의 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훗날 라운지 씬 탄생에 영향을 준다)

이 밖에도 이런 '리스너'를 위한 음악지향성은 전자댄스음악의 지나친 상업화와는 다른 노선의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비트사이언스 등의 새로운 실험과 음악적 완성도를 추구하며 에이펙스 트윈이나 DJ 스푸키 같은 새로운 실험적 사운드를 구사하는 아티스트 형 DJ들의 출현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상업성과 유행성이 강한 트랜스나 하우스에 대응해 드럼엔베이스와 같은 장르들의 출현은 전자댄스음악 씬의 줄기찬 언더그라운드 지향성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레이버들은 인터넷, 포토샵과 같은 동시대의 멀티미디어 환경을 적극 수용하며 새로운 B급 디자인 문화와 자신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모색하게 되었다.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이 정도로 확산되고 성숙의 조짐을 보이면 당연히 주류로 올라가기 위한 '성인식'을 치러야 한다. 갑작스러운 미디어의 '띄우기' 및 '흠집내기' 그리고 이에 영향 받은 기성세대의 간섭을 뜻한다. 이 정도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좀 '독한' 문화는 정부의 간섭까지 행해진다. 그 후 적당히 필터링 되어 '모든 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 문화가 되어 예쁜 새 색시/신랑 마냥 때때옷을 입고 사람들을 반긴다. 전자댄스 음악도 이 혹독한 성인식을 치러야 했다. 물론 미디어가 거는 딴지의 원인은 엑스터시 마약으로 시작되었다. (이 영국의 엑스터시 스캔달은 1930년대 미국의 리퍼매드니스로 통하는 마리화나 퇴치 운동과 많이 닮아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다양한 장르는 지금까지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는 것이다. 락이나 클래식처럼 어느 정도 고정된 공식의 해석에 익숙한 평론가들에게 이런 음악의 해석은 거의 불가능이었으며 수십 개가 넘어가는 장르의 개수는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 뿐이었다. 마치 지금의 인터넷 하이퍼 링크 흐름을 보듯 뚜렷한 분류체계 없이 그 '유사함'과 관계만을 강조하며 순식 간에 증식하는 이 현상에 음악 평론가들과 미디어는 난색을 표하며 절대적인 어명을 내린다. 

 

 “이제부터 이 모든 중구난방의 음악들을 일렉트로니카라 명하겠노라.” 

 

 그렇다. 일렉트로니카의 어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5년, 암묵적인 전자댄스음악 문화의 죽음이 선포된 해였던 것이다. 전자댄스음악 씬의 ‘공식적인 끝’은 바로 여기까지다. (이 단어의 사용이 그리 달갑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어쨌든 이 덕분에 레코드샵의 얼터너티브 섹션 안에 모비, 케미컬 브라더스, 사라 맥라클랜 그리고 너바나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현상은 점점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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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와 레이 이임즈의 걸작품, Powers of Ten을 심슨스가 패러디
세상은 지수의 법칙에 지배받고 있다...
cha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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