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던 시절 8월의 어느 날 귀중한 여름휴가를 따고 (휴가 중에도 예민한 업무 전화들 때문에 짜증 나긴 했지만... ) 강릉 주문진 근처 애견 동반이 가능했던 '주문진 글램핑 오토캠핑장'에 갔었다. 그때의 기억은 사장님께서 너무 친절히 잘해 주셔서 위치도 잘 잡았다.
4박5일 그곳에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 짱 박혀서 주문진항 수산 시장과 이곳을 매일 오고 가고 하며 매일매일 삼시세끼 바비큐 해 먹던 기억이 난다. 근처에 작은 계곡 같은 것도 있어서 애견들이랑 놀기도 좋았고.
암튼 여기 삼교리라는 동네가 있는데, 이름이 비슷한 막국수 집들이 모여있다. 이 중 어떤 집인진 모르겠지만 인터넷 검색을하면 전국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동일 음식점들이 있다. (프랜차이즈인지 모르겠지만)
강릉 바닷가가 아무리 더워도 이 쪽 산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역시 산세 때문인지 좀 시원 서늘 하기도 한데 이 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아직은 더위가 가시질 않아서 우연히 막국수 집을 찾게 되었다.
글램핑장 돌아가는 길에 여러 삼교리 막국수 집들이 있었다. '삼교리원조 동치미 막국수',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 이 중 삼교리 마을회관 근처 '삼교리 옛날 동치미 막국수'라는 집이었는데 평상에 손님들이 모두 로컬분들 같았는데 동네 모임 하는 것 같은 이 분위기에 홀려서 여기로 가자! 하고 들어가 보았다. 분위기가 오히려 이 음식점이 마을회관 같은 분위기? 나는 지방 여행할 때 럭셔리한 현대적 건물보다는 뭔가 조금이라도 지방색이 남아 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어차피 중형의 다견 강아지들 때문에 인스타그래머블한 럭셔리한 곳은 애초에 가고 싶어도 못 간다 ㅋ)
정말 그냥 동치미 막국수인데... 시원~하면서도 뭔가 딱 시골에 있는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그 특유의 동치미 맛이 가미된, 지방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이런거지!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이게 벌써 5년 전 즘인데 아직도 이 맛을 잊지못하고 여름이면 항상 생각나는 곳이다. 특히나 위에서 말한 관광객 분위기가 아닌 로컬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뭔가 동네 사람들 구역에 타인이 들어온 느낌이랄까?
눈치까지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와.. 이런 맛을 지니고 있는 곳을 우연히 발견하다니 정말 꿀 같은 경험으로 기억이 남는다.
궁금해서 삼교리 관련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
위 글에 따르면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 집들이 현지인들에게 특화된 곳들이고,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연곡면 쪽의 막국수 집들이라고 한다. 나름 여행 가면 좋은 경험이 바로 '로컬 맛집'인데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이런 경험을 하다니! 참 기억에 오래 남는 집이었다. 지금도 막국수 집 가면 항상 이 집과 비교가 된다.
위 언급된 속초의 명태회냉면 양념 막국수집도 가보았고, 지금 집 근처에 정주영 회장이 자주 갔었다는 강릉해변막국수 분점이 있는데 나의 원픽은 아직도 삼교리옛날막국수다. 물론 갠 적인 기준이다. 무더운 여름, 혹은 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 막국수 한 그릇 뚝딱 하는 좋은 느낌. 강릉 가면 다시 한번 꼭! 찾고픈 곳이다.
번외 | 공포의 무다리길
이 음식점 근처에서 하필 길을 잘 못 들어 무다리길이라는 산 길로 올라가게 되었었는데 여름 한 낯이었는데 그 오싹함과 싸늘함의 기억을 잊을 수 없는 곳이었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저 파란 동선으로 깊이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찾은 곳이 바로 삼교리 옛날 막국수 집이었다
대략 차 돌릴 곳도 마땅치 않고 뭔가... 사람 생매장시켜도 아무도 모를 인적 없는 그런 무시무시한 느낌을 받고 온 길이었다. 바로 무다리 길...
한 여름 대낮의 공포체험...
삼교리옛날동치미막국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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