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먹어 본 야키토리 중 맛있었던 기억은 딱 두 개가 있다. 어렸을 적 만화책방, 라멘집, 공중목욕탕들이 사이드와 사이드로 쭉 들어서 있던 도쿄 근교의 어느 동네의 상점거리에 위치했던 작은 스탠드에서 태어나 처음 먹어 본 야키토리. (이 동네 역 앞 포장마차에서 라멘도 첨 먹어보고 편의점 도시락도 첨 먹어보고... 참 기억에 남는 곳이다. 대 낯에 자전거 타고 마실 다니던 곳인데 저런 느낌...)
그냥 저런 느낌이었다. 다만 저 상점가 앞에 길쭉한 정사각형으로 사진보다는 뭔가 더 작았던 것 같은 야키토리 스탠드로 그냥 동네 사람들 한두 봉지 씩 사가는 그런 느낌의 집. (우리나라로 치면 길거리 호떡이나 붕어빵 같은 느낌)
두 번째는 일본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가고 싶은 동네와 맛집 중 하나가 키치죠지의 이세야다. 2009년 더운 9월 일본의 여름,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동네에서 한 시원한 생맥주 한 잔과 야키토리가 잊히지 않는 곳이다.
옛 우리나라 피맛골을 연상시키는 좁은 골목 속 맛집, 술집들이 즐비한 하모니카 스트리트,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편안한 느낌의 이노카시라 공원 및 아기자기한 상점들 등으로 하루 이틀 산책하며 볼거리가 많은 동네다. 위는 갠 적으로 좋아하는 키치죠지의 일러스트 지도
<구구는 고양이다 グーグーだって猫である>는 코이즈미 쿄코, 우에노 쥬리, 카세 료를 주연으로, 2008년 키치조지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로, 영화도 영화지만 도쿄 근교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동네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의 여러 명소를 탐방할 수도 있어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소소한 일상과 힐링 느낌의 영화와 잘 어울리는 곳이다 2009년 방문 당시 이세야 (좌측). 가게를 넘으면 바로 이노카시라 공원 입구로 이어진다
내가 본 2000년대 후반의 모습이 가게의 시작인 1960년과는 또 어떻게 다를진 모르겠지만 그 때만 해도 (겉은) 약간 무너져가고, 내부는 아주 큰 포장마차 집 안에 온 것 같은 노포 집의 모습이었다.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가 2008년 작이니 딱 내가 방문했을 때의 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저 조합이면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9월의 여름이 꽤 더웠던지라 저 생맥이 굉장히 시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낯과 밤 가릴 것 없이 기가 막힌 조합이다. 이 것들과 함께 연인, 친구, 가족 등등 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맥주와 함께 보내는 대화들... 저 이세야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많고 다양하고 재밌고 또 슬픈 삶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을까? 그러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바로 맛집이라는 것의 매력이 아닐까
임산부로 보인는 한 가족이 와서 야키토리를 사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옛날 우리로 치면 천안 호두과자... 같은 느낌이려나.. 비유가 너무 아재 감성인가...
암튼 만화가 선생님을 걱정하는 어시스턴트들이 이세야에서 맥주 마시며 야키토리를 뜯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병맥을 하는 맨 우측이 우에노 쥬리
영화처럼 이렇게 무리를 지어 오는 테이블도 많았지만,
이렇게 혼자 와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거나, 무언가를 쓰고 있거나 하는 이런 풍경이 참 좋았던 곳이다. 지금도 그럴진 모르겠지만 술을 겸하는 곳이기도 하고, 나라도 나라고, 시절도 시절이라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던 곳이다. 특히 당시 국내는 이런 혼밥 문화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라 개인적으로 혼자 가려면 저녁의 포장마차 정도였는데 나도 이렇게 편하게 갈 수 있는 맛 집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도 있었다. 이제는 그래도 혼밥 문화가 꽤 널리 퍼져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디 혼자가서 밥만 먹는 곳도 아니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Bar 한정 말고 말이다!)
차가운 토마토에 슈마이에 야키토리까지 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결과는 뚝딱... 분위기도 분위기인 만큼 너무나 맛있었다
배 불리고 맥주로 기분도 좋게 한 다음, 가게를 나와 바로 이어지는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공홈에서 퍼 온 사진인데, 지금은 깔끔하게 현대 식으로 리모델링이 된 것 같다. 내외부를 연결시켜 주는 (내부에서는 뷰, 외부에서는 포장판매) 가게 건물의 시그니쳐 공간인 주방과 입구는 그 형태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고 모던하게 다시 태어난 모습이다. 2층 또한 옛 박스 형 구식 건물의 메타포를 간직하고 있다. 노포는 옛 공간의 기억과 추억이을 끌어내는 노스탤지어의 감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지금 옛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없다를 떠나서, 적어도 이세야를 리모델링한 건축가는 이 중요한 부분에 대한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지며 건물주도 이를 받아들인 것 같다. (옛과는 전혀 다른 새끈 한 건물로 짓지 않아서 너무너무 다행이다)
키치죠지에 대해 흥미가 있다면 아래 예전 포스팅 시리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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