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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우 草雨>
<초우 草雨>는 정진우 감독, 신성일-문희 주연의 1966년작으로 영화 속 가득한 '가짜'와 '허세'가 주 관람 포인트인데, 가난한 청춘남녀가 서로의 출신을 잘 나가는 기업가, 대사의 자식이라고 포장하며 만나 서로 속고 속이는 연애 드라마로, 어떻게 말하면 거짓으로 본인을 치장하기도 하는 요즘 인스타그램 허세병(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청춘의 가식병이라고 해야 하나)에도 비유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ㅎㅎ.
음... 청춘영화긴 한데, 나름 파국의 반전을 가지고 있고, 유튜브 영상은 초반의 해피한 부분들만 뽑았다. 비가 와야만 예쁜 레인코트를 입고 외출할 수 있어 비 오는 날만 기다리는 여주의 그런 행복에 들뜬 감성과 여름에는 유독 시원하게 느껴지는 비라는 테마가 '여름밤'이라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이 나서 편집해봤다. 워낙 음악이 상큼하고 시원하다 보니 그 독한 여름밤 내리는 시원한 비 같은 느낌이 많이 떠오른다. 오래된 흑백 영상과 상큼한 요즘의 청춘 사운드가 전혀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 뭐 개취라 나는 좋다 ㅎㅎ (자꾸 영화는 칙칙한데 상큼한 노랠 왜 가져다 붙였냐라는 소릴 계속 들어서...ㅜㅜ) 사실 영화를 보면 66년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영상미로 그 시절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전혀 촌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이유 때문에 55년이 지난 지금 봐도 몰입하는데 크게 힘들지가 않다.
<초우>의 주제가는 패티김이 불렀는데 당시 미국진출을 꿈꾸던 패티김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적을 두고 활동하게 만든 만큼, 그녀의 일생과 한국의 대중음악 역사에서도 중요한 노래가 아닐까 싶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 두 번 흐르는데 스토리의 반전 때문에 그 듣는 맛이 다르기도 하다. 영화처럼 패티 김의 노래도 일반 트로트가 아닌 왈츠리듬이 섞이며 상당히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대체 1966년 한국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세련된 콘텐츠가 등장했을까?
아래는 <초우>를 볼 수 있는 유튜브 링크인데, 이 한국 고전영화 채널에 들어가면 상당히 많은 옛 한국 걸작 영화들 (심지어 레스토레이션 버전도 많음)을 만나 볼 수 있다. 패티김의 노래는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시작되고, 후반부의 노래는 (1:39:02)부터 들을 수 있다.
인디 팝 밴드, 초묘 超妙의 디스코그래피 소개
2018년 결성되어 지금까지 총 10개의 Single을 발표했다. '여름밤'이란 곡은 이미 2016년 허즈 밴즈의 곡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초묘나 허즈밴즈나 그렇게 많은 정보들이 있는 게 아니어서 어떤 관계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허즈밴즈와 초묘의 '여름밤' 두 곡 모두 이주현이라는 동일한 보컬 피처링 타이틀이 올라가 있다.
밴드의 이름의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대충 보면 超는 초사이언인의 초처럼 초월하다, 뛰어넘는다는 의미고, 妙는 절묘하다 오묘하다처럼 아름다움과 관련 있는 의미다. 밴드의 소개를 보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자 결성한 팀입니다"라고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위 한자의 의미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허즈밴즈의 신용희 베이시스트가 초묘팀에도 속해있고, 이 '여름밤'이라는 곡의 작사/작곡가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아 허즈밴즈 이후 다시 초묘란 팀을 꾸린 것 같다. 초묘 오피셜 유튜브의 [작업실 쿵짝쿵짝]을 보니 이 이주현이란 분도 붙박이 보컬로 활동하시는 듯. 암튼 약간 재즈와 포크 느낌이 더 했던 원곡을 좀 더 꽉 찬 느낌의 시티팝 풍 편곡으로 재탄생시켰다. 원곡도 한 번 들어보자!
지난 몇 년 간 한국에서 유행한 레트로 K-Pop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디그룹 중 하나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behindthemoon도 추천한다. (이번에 나온 신곡, '그림일기'의 청춘 감성 완전 굿!) 하지만 우리가 아는 밝고 빠른 템포의 청량한 전형적 시티팝이라기보다는 좀 더 소울이 담겨있으면서도 포크적 느낌이 더 돋보이는 멜로우 웨이브 사운드로 들린다. ㅇㅇ, 포크 성향이 강한 인디 팝 사운드가 이들을 설명하기에 더 맘이 편하다. 그렇다고 시티팝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이런 멜로우 웨이브 느낌 때문에 도시 감성을 잘 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유튜브에 하고 있는 시티뮤직솎아보기 시리즈의 플셋에도 지속적으로 이들의 음악을 추가하고 있다.
이들의 10개 음악을 강약으로 분류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빠름 류, 미드 템포 류, 약간 느리지만 그루브 있음 류, 느린 류.빠름 류로는 단연 '여름밤'이 원탑이고 그래도 포크 성향이 강하긴 한데 가장 시티팝에 가까운 노래다. 촉촉함 상큼함 상쾌함 청량함, 심지어 감미로움도 느껴질 감성으로 무장한 이 러블리한 곡을 뛰어넘을 싱글은 아직 없는 듯하다. 그만큼 정말 좋은 노래다. (갠 적으로 좋아하는 청춘 감성도 오지고 말이지...)
미드 템포 류로는 '손을 잡고 걸어요', 'Blind', '2시 51분'인데, '2시 51분'은 이들의 첫 데뷔 타이틀곡이자 'Blind', 'Good night'과 함께 남성 보컬이다. 이 역시 포크 느낌이 강한 미드템포 인디 팝 사운드들인데, 이 중 '손을 잡고 걸어요'가 아마도 '여름밤'에 취해 초묘의 음악을 찾은 리스너들을 약간이나마 달래 줄 트랙이 아닐까 싶다.
약간 느리지만 그루브 있음 류부터는 소울 특유의 미드나잇 그루브스러운 느낌 때문에 감미로움이 더해진다. '별빛 아래', '너라면 웃어 줄텐데', '덮어가요'가 요 분류에 속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별빛 아래'는 좀 더 비트가 있는 그루브와 함께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감성적 음악이다. 초묘의 가장 최신 싱글인 '덮어가요'도 특유의 맑은 보컬과 잘 어우러지는 곡인데 오히려 동트기 바로 전 새벽녘에 들으면 참 잘 어울릴 것 같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이슬 한 방울 한 방울이 느린 듯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느림 류들이 트랙들은 포크/락 느낌이 훨씬 더 강하고 때로는 텅 비어 허공 속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의 드론 drone 감성이 많이 들어있다. 이 분류에서는 '여기 있을래'를 가장 추천하는데 촉촉한 보컬의 감성이 여기서도 한 몫하고 있다. 초묘라는 팀의 음악에서 이주현의 보컬이 감성을 더하는 부분이 정말 어마어마한 것 같다. 오케스트랄 버전으로 웅장하게 만들어도 참 괜찮을 것 같은 트랙이다. 그 외 '그 봄은 그 봄이 아니고, 그 여름은 그 여름이 아니었다', 'Good Night'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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