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최종 검사 결과가 나왔다.
폐에서 보였던 그 전이 결절들은 결국 없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항암치료 4회로 설계가 되있었는데 3회차 이후 결절이 아주 작아졌다 하여 6회까지 추가 진행을 한 거였는데,
결국 그 '작아졌다'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솔직히 좀 충격이다.
한 달의 시간을 더 써가며 2회차를 추가... 아니 애초에 항암은 왜 시작한걸까, 6개월 동안 그 미친 고생을 뭘 위해 한 걸까, 그리고 지금 얻은 후유증은 뭘 위해 참고 있었는가 하는 자괴감 같은게 파도처럼 몰려 왔다.
항암으로 인해 후유증으로 이렇게 몸은 병신이 되었는데 결국 결절은 없어지지 않았다니...
결국 득보다 실이 많았다.
결과를 듣는 순간은 굉장히 무덤덤 했던 것 같은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혼자서 많이 울었다....
나는 왜, 무엇을 위해서 이 힘든 항암을 진행한 걸까....
근데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문제다.
결과 후 몇 일은 아무 생각 없이 오락만 했던 것 같다.
음악도 안 들었고 컴퓨터를 열어 보지도 않았고 운동도 안 했다.
말 그대로 멘붕 상태였던 것 같다.
수면제는 끊었다. 당연히 새벽까지 잠을 안자고 있지만.. 이로써 아무 약도 복용하지 않는 상태다. 종종 심한 두통이 찾아와 타이레놀은 먹을 때가 있다.
후유증이 좀 문젠데,
퇴원 후 언제 부턴가 손/발끝 마비와 저림 현상이 심해졌다.
이건 항암제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팔이 힘이 안들어가고 젓가락질이나 글씨 쓰는데 좀 어렵다.
키보드 타이핑 할때도 감각이 무디고 손가락이 저려서 옛날보다 오타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건 24시간 이 모양이다. 아무리 안마를 해도 나아지지 않는데 좀 시간이 많이 지나야 없어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귀 청력이 엉망이 되었다. 하루종일 귓 속에서는 롤러코스터가 지나다니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들렸다, 저렇게 들렸다, 안들렸다 들렸다, 소리가 울렸다 말았다, 귀를 찌르는 듯하다가 말다가.... 그리고 거기에 이명까지 윙윙윙....
이 두개가 가장 큰 후유증인데 이번 항암으로 얻은 놈들이다.
지금도 멘붕 상태긴 한데,
그래도 정신을 좀 차려볼 까 한다.
폐전이 결절이 없어질꺼라는 희망과 목표 하나만으로 견뎌 왔지만 그게 꺾였다고 무너지면 안될 것 같다.
이제 항암으로는 할 만큼 한 거라, 추적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말이 좋게 추적검사지.. 그냥 내버려 두고 이 놈이 시간이 지나서 커지는냐 마느냐를 지켜 본다는 거다.
그래도 동시에 이게 비활성 종양... 그러니까 그냥 껍데기 일 수도 있다는 또 하나의 희망을 가져본다.
몇 일을 어이 털린 상태로 지내오다 오늘부터는 정신을 차리려고 다시 운동도 다녀 오고 컴퓨터도 열었다.
블로그 포스팅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정신을 내려놓은면 주위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먼저 바로 서야 뭐든 정리가 되는 것 아닐까.
암튼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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