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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정말 암 치료 후유증의 세계는 끝이 없나 보다. 

이건 가장 최근의 후유증인데, 어느 날 왼쪽 귀에 느낌이 이상해서 만져보니 누런 고름 줄줄 흐르고 있었다.


정말 누우런 고름...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피도 섞여 나오고,,,,

식업 한거는 이게 몇 시간 동안 멈추지가 않았다.


이건 또 처음 경험하는 거라 정말 걱정도 많이 되고 겁도 팍 나고.... 

생각을 해 봐라... 멀쩡하던 귀에서 갑자기 고름이 멈추지 않고 철철 흘러내린다....


다음 날 급히 동네 병원으로 갔는데 예상 했던대로였다. "큰 병원으로 가세요..."

동네 병원 왜 갔겠나... 큰병원 예약을 바로 못하니 갔지...ㅜㅜ


문제는 그 날 밤에 터졌다.


고름이야 계속 멈추지 않은 건 당연하고,

밤 부터 귀 안에서 찌륵쩌럭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통증이 시작됬다.

암 치료 전에 중이염이 자꾸 발생해서 왼 쪽 귀에 물이 안 차도록 튜브를 심어 놓았는데 그 놈이 내는 소리 같았다. 


찌륵쩌럭 찌륵쩌럭.... 저 기분 나쁜 소리가 반복하며 뭔가 귀 속이 닫혔다 열렸다 하는 기분

고름이 귀를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도 다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일라이트, 통증....

뭔가 귀 속을 바늘로 쑤시는 듯한 엄청난 통증... 난 귀 통증도 치통처럼 이렇게 아픈건지 처음 알았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아픈 귀 잡고 침대 위에서 악악 하며 구르는 것 밖에는...

정말 밤 세도록 아팠다... 귀 속에서 천둥 번개가 치면서 그 통증까지 고대로 다 내 몸은 흡수 하고 있었다. 

결국 그 날 밤 밤을 세 버렸는데... 중간에 다행히 암 치료 중에 먹다 남은 마약성 진통제가 하나 있어서 그걸 먹었는데 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


다음 날은 하필이면 공휴일에 주말까지 껴서리.... -_- 병원은 이틀 후에나 갈 수 있는 실정... 더군다나 월요일 예약도 꽉 참. 

다행히 통증은 다음 날 아침 사라졌다. 고름은 계속....

 

가던 병원은 못 가고 처음 조직 검사를 했던 이비인후과는 예약 가능해서 거기로 갔다.


귀에 염증이 생겨서 그러 하단다...

암치료 후유증으로 보이는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1. 항암제 치료 후유증일 수도 있고:

귀에 영향을 주고 청력을 떨어뜨리는 성분을 가진 항암제들이 존재 한다고 한다. 

난 씨스플라틴으로 항암 치료를 받았는데 인터넷을 찾아 보니, 이 놈도 난청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2. 방사선 치료 후유증일 수도 있다:

치료가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쏘는 국수적인 치료기 때문에 그 부분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원래 암치료 받은 병원의 정기 검사는 한 2주 정도 남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후유증의 원인은 물어봐도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치료 경험에서 오는 촉이 그렇게 말 해 주고 있다.) 방사선인지 항암제 때문인진 알지 못하고 그냥 둥그러니...치료 후유증이다... 정도로 들을 듯...


암튼 귀에 떨어뜨리는 거랑 먹는 염증약 처방 받고 19박 20일의 여행을 감행 했다. (다 계획 해 놓은 거였는데 취소할 수는 없어서)

적어도 2주는 고름이 계속 흘렀다. 그리고 난청 현상은 좀 심했다. 귀가 먹먹하고... 많이 불편 했다. 


여행이 끝나고 이비인후과에 다시 가니 염증은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귀가 계속 불편한 걸 보니 1,2주 좀 두고 보다가 그래도 안 좋으면 청력 검사를 실시 하자고 한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 보면 치료 후 청력 손실 때문에 보청기를 끼고 다니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기다리고만 있다.... 호전 되는지... 통증과 고름은 이제 없지만 어느 정도 난청이 있음을 계속 느끼고는 있다. 


음악 안 좋아 하는 사람 세상에 어딧겠냐마는 정말 음악은 내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건데.... 청력이 손상되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

물론 한 쪽 귀에 한 한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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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제 암치료 4개월 차의 꼬꼬마라 거창하게 방사선과 항암 치료의 차이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겪어본 개인적인 느낌은 다음과 같다. 


항암치료는 주사 맞는 거고, 방사선 치료는 MRI나 CT같이 통에 들어가서 방사선 쬐는 거라 보면 된다. 

둘 다 종류가 다향한데, 어떤 암인지, 의사 선생님, 병원 등등에 따라 다르게 처방 된다. 

투여되는 항암제의 용량이나 방사선의 횟수도 다 다르다.


둘 다 단/중/장기적 부작용을 동반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항암제에 의한 중장기적 부작용, 방사선에 의한 단/중기적 부작용이 컸다. 



[방사선 치료]


이 쉐키도 어마무시한 놈이다. 이 놈도 타입이 여러가지 되는데 나는 토모테라피 방식이었다. 

쉽게 말 해 총 쏘는 것처럼 종양 쪽에 지대로 따악 타게팅 해서 거기만 조진다고 한다.

방사선 때문에 탈모 현상이 발생하는데, 말 그대로 조준해서 쏴서 그런지 머리도 특정 구역만 빠진다... 거울로 보면 진짜 웃긴다...  (나중에 다 다시 자람)


다행히 의료보험 덕분에 치료비의 5%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 금액을 보면 이 5%도 돈 넉넉한 가정 아니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옛날 5% 적용이 안되던 시절을 상상해 보면 돈 없고 암 걸리면 그냥 나가 죽어라나 다름 없던 세상이었던 것이다. 정말 끔찍하다. 그리고 의료보험에 있어서만은 우리가 미국 같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쓰레기 같은 대통령들이 계속 나왔으면 울 나라도 의료보험 민영화가 되며 암걸리면 나가 뒤질 판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해봤는데 너무 끔찍하다..... 


관련 포스팅에서 여러번 언급 했지만 이 놈의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구내염일 듯 하다. 

방사선을 쬘 때만 고통이 없는거지...  횟 수가 거듭할 수록 온 입 안과 목구멍이 아작이 난다.

그 부분들에 화상을 입는 다고 보면 된다. 심할 때는 침만 생켜도 죽을 것 같다. 


치료를 하면서 가장 괴로움을 주는게 이 방사선 부작용인데,

미친 듯이 가글해야 한다. 나아지는거 하나 없고 악화만 되어 가는 것 같지만 가글 미친듯이 해야 한다... 가글은 의사쎔이 알아서 처방 해 주신다. 

이걸로 환자들이 미쳐 돌아가고,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몸에 덕지덕지 붙이며, 요단강을 몇 번식이나 왔다 갔다 하는 서리얼한 경험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제 정신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그 만큼 보호자의 참을성도 요하는 부분이다. 본인도 힘들지만 주위 사람 정말 "때려 치뿐다!!! 니 그냥 나가 뒤지라!!!" 하고플 정도로 고생시키는 부분이 이 부작용이다. (그 만큼 둘 다 힘들다는 얘기다)


그리고 쏘는 부위 기준으로 한 목 쪽 피부도 아작이 나는데..... 다 타들어가서 시꺼매진다... 난 치료하기 전에 귀랑 목 쪽에 아토피가 좀 있었는데 방사선 몇 번 쬐고 그 놈들이 다 사라졌고 지금도 없을 정도로 싸악 다 나부렀다... (좋아해야 하는지 뭔지... -_-)... 암튼 구내염 부작용에 대한 괴로움이 너무 크다 보니 이 정도는 걍 애교로 봐 줘야 한다. (비쥬얼은 좀 그렇긴 하지만서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작용이라면 침샘 파괴를 들 수 있겠다. 

의사 선생님이 치료에 앞서 임파선 전이다 뭐다 해서 방사선 쏘는 설계가 어케 되었는지 보여주셨었는데,

침샘을 1/3 정도 잃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도무지 개념이 안 스는 말이었다. 어렸을 때 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침이 너무 많아서 침을 질질 흘리고 다니던 지라... 뭐 침 조금 덜 나오겠네...라고 생각했다. 치료가 끝나고 정말 다행이도 1/3까지는 안 잃고 1/4 정도 잃어 버렸다. 당연히 재생 불가. 그리고 매일 매일 숨쉴 때마다 밥 먹을 때마다 느끼는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목이 금방 매말라서 국이나 물 없이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과자? 푸훗...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것도 물없이 못먹음. 

그리고 물이나 국을 같이 해도, 밥 몇 숟갈 먹다보면 목구멍이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똥꼬 마냥 쪼글아 들어서 삼키기가 그렇게 힘들다.  

이건 노력할 수록 좋아진다고는 하는데 아직 나는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밥도 많이 못 먹는다... 살자 살아야 한다...라고 억지로 삼켜도 바로 구역질 나서 몸에서 안 받아 들여버리거덩.... -_-


말 그대로 삶의 질이 질퍽질퍽한 수준으로 낮아 지는데... 처음 예상 했던 것처럼 1/3을, 혹은 더 잃었으면 얼마나 더 최악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 하나 큰 부작용은.....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운 부분인데... 치아 괴멸이다. 

이게 항암제도 한 몫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쨋든 방사선 치료 바로 전 받는 주문은 치과 다녀와라..이다. 


충치니 뭐다 해서 치과 치료를 최대한 받고 나서 방사선에 임해도 치아가 많이 파괴 된다고 한다. 

나는 내 나이에 무슨 암...이라는 생각에 암 보험 같은 건 들어 놓지도 않았는데, 뒤늦게 치아 보험이라도 들려고 해보니 5년 내 암 이력이 있으면 들지도 못하더라. 그 정도로 치아 파괴의 원흉이다. 


난 원래 치아 상태도 안 좋은 대다가 치료 스케쥴이랑 안 맞아서 충치고 뭐고 다 그대로인 상태로 치과 치료 못 받고 암치료에 임했다. 

현재 거의 모든 이빨이 차가운거 조금만 들어가도 시려워서 못 견디는 상태며 여기저기 구멍도 뻥뻥 나있다. 

암치료 때문에 거의 모든 치아를 임플란트로 갈아 엎는 케이스를 수도 없이 봤는데.... 나도 너무 걱정 된다. ..... ㅜ_ㅜ

이빨 소중히 합시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꼭 암은 아니더라도 치아 보험 정도는 들어 두는게 좋을 것 같다. 




 [저런 통 속에 들어가서 한 10~15분 방사선욕을 하다가 나온다. 

치료 하기 전에 스파이더맨처럼 자기 몸에 따악 달라 붙는 마스크 같은 걸 만들어서 붙이고 들어간다. 해본 사람만 무슨 얘긴지 알 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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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제 암치료 4개월 차의 꼬꼬마라 거창하게 방사선과 항암 치료의 차이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겪어본 개인적인 느낌은 다음과 같다. 


항암치료는 주사 맞는 거고, 방사선 치료는 MRI나 CT같이 통에 들어가서 방사선 쬐는 거라 보면 된다. 

둘 다 종류가 다향한데, 어떤 암인지, 의사 선생님, 병원 등등에 따라 다르게 처방 된다. 

투여되는 항암제의 용량이나 방사선의 횟수도 다 다르다.


둘 다 단/중/장기적 부작용을 동반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항암제에 의한 중장기적 부작용, 방사선에 의한 단/중기적 부작용이 컸다. 



[항암제] 


먼저 항암제의 경우,

나는 씨스플라틴 Cisplatin이라는 항암제를 맞았고, 링겔 처럼 꼽고 한 한두시간 누워 있다가 나온다. 

근데 수영하기전 준비 운동 하는 것처럼 수액도 오래 맞고, 뭣도 맞고 하느라 전부 맞고 나면 반나절이 다 지나간다.

수액 뿐만 아니라 물도 많이 마시라고 하는데, 콩팥에 영향을 잘 주는 놈이라 그러더라...

방사선과 병행되므로 가끔 스케쥴이 안 맞을 때는 항암제 맞다가 돌돌돌돌 끌고 나가서 주사 꼽은 채로 방사선 하고 올때도 많다.


항암 하는 날은 특히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위처럼 중간에 방사선 하러 가게 되면 가끔 중간에 소변이 미치도록 마려울 때가 있다. 

한 10~15분 견뎌야 하는데 10분 정도 구간 부터 신호만 와도 마지막 5분 버텨내는게 너무 힘들었었다.

방송에서 가끔 괜찮으세요? 얼마 안남았습니다... 나오는데.... ㅜㅜ 쉬밤......


나는 치료 중에는 항암으로 인한 고생은 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오히려 방사선 때문에 많이 괴로웠던 케이스다. 

1차, 2차, 3차 항암 맞으면서, 이제 부작용이 시작되는가...하면서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아무 반응이 없길래 4차 부터는 아주 편한 마음으로 받았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항암 맞기 전 항문 쪽이 뜨거워지는 느낌의 주사를 한 번 더 맞는데, (똥꼬에 맞는 거는 아님, 걍 똥꼬가 땃땃해짐...)

그거 맞을 때는 항상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서 토를 하거나 심한 구역질을 하는 정도 였다. 

위 정도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다른 환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항암으로 인해서도 고생을 어마 무시 하던데,

표현에 따르면 몸 속에 지진이 난다고 한다. 

밥 먹을 때도 구역질 나서 못 먹고...  ㅜㅜ


치료 중에는 이렇게 별 탈 없이 끝났지만,

항암의 부작용은 치료 끝나고 찾아 오더라... 아주 끝도 밑도 없이..... 그리고 몇 주 가는거, 몇 달 가는거, 몇 년 가는거, 평생 가는거... 아주 각양각색이다. 


항암제는 암으로 암을 죽이는 거라 그만큼 독하다.

그래서 암세포 뿐만 아니라 내 몸을 지켜 주는 건강하고 좋은 세포들도 죽여 버린다... 말살 그 자체.... ㅎㄷㄷ...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에 걸쳐 내 몸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뼈저리게 잘 느끼게 해준다. 


어찌하였건 실로 무서운 놈이다.....



[저 항암제가 한 방울 한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참 ....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저 새퀴가 날 죽이러 들어가는건지, 날 살리러 들어가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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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방사선 치료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바로 구내염이란 놈이다.

아주 더럽고 추악하고 지저분한 새퀴다.

워낙 지독하게 날 괴롭힌 놈이라 평생 잊을 수 없다. 


이 놈은 방사선을 쐬면 쐴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데 치료 후반기 및 치료 후에도 심각한 고통으로 괴로움을 준다.

내 머리 속에 있는게 암덩어리인건지 이눔의 자식이 암덩어린건지 착각이 들 정도다. 


치료 하면서 딱 한 번 울었는데,

바로 방사선 치료 종료 일주일 전, 구내염 심한게 최고조에 올라 미치게 힘들었던 때 였다.

목은 염증으로 아작난 상태고 혀에는 혓바늘, 왕따시 만 한 것들이.... -_-

진짜 겪어 보지 않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비쥬얼도 어마무시하다...)

암 걸리기 이전 시절 혓바늘 낫다고 아야~ 아야~ 하던 시절은 진짜 새발의 피도 안되는 수준인 거다.


이 때는 거의 영양 주사에 하모닐란 (마시는 영양제)에 의지 하게 되는데 그나마 죽으로라도 실제 그나마 음식 맛을 보며 연명 하게 된다.

매일 아침 8시 즈음에 방사선 치료를 했는데, 마치고 나면 병원식당에서 아침을 먹거나 주사실로 가서 링겔 꼽고 영양 주사를 맞거나 했다.

이 날도 방사선을 마치고 ... 그래도 죽이라도 먹자 하고 호박죽을 주문 했었다. 


뜨거운 것도 잘 먹을 수가 없어서 죽이 나와도 어느 정도 식을 때까지 한 참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먹으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일주일은 굶은 그지 새끼 마냥 냠~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첫 술을 뜬다. 


"음식이다~" 하고 꼴딱 하는 순간 (입 안이 아작 나있기 때문에 후딱 목구멍으로 넘겨줘야 한다..),

목에서 엄청난 고통의 전율이 느껴지며 동시에 통증에 의한 쌩눈물 한 방울이 주륵...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나선 아픈 소리도 못내고 목을 부여 잡고 머리를 테이블이 주저박고 이리저리 돌려댔다...

그러길 한 1분 정도 한 다음, 다시 두 번째 술을 뜬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서러움에 복받치는 느낌이 나면서 눈물이 계속 흐르더라...

그렇게 휴지로 눈물 닦으면서 아침 구내 식당에 앉아 찔찔 거리고 앉아 있었다.


고통을 참으면서, 눈물도 살짝 양념 삼아, 어케어케 겨우 반 공기 정도를 비우고 다시 영양 주사를 맞으러 주사실로 향했다.  





[병원의 호박죽.... 저것을 못 삼켜서.... ㅜㅜ 

병원 식당에서 죽요리를 해 주시던 직원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내가 많이 불쌍해 보였는지 항상 걱정을 많이 해 주셨다. 

죽이 나오면 가지러 가기 전에 먼저 내 자리로 가져다 주시곤 했고, 모자른 반찬이지만 하나라도 더 챙겨주실려고 했던 고마운 분이셨다.]



그 다음 날 진료를 받는 날이었고, 의사 선생님한테 입 안과 목의 고통을 호소 했다. (진짜 못해먹을 짓이다...)

보시더니. 점막염이 너무 심하다고 그 자리에서 치료 중단을 선언 하셨다.

사실 그 전에도 체력도 너무 떨어지고 힘들어서 치료 중단 및 입원 치료 얘기가 계속 나오긴 했었는데, 

방사선 치료 종료를 얼마 안 둔 상황이어서 자의로 통원 치료 강행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내염이 너무 심한 나머지 의사 선생님 쪽에서 강제로 치료를 멈춰 버린 것이었다.


4도 급성 점막염으로 너무 심한 상태라 계속 방사선 치료를 하다 보면,

나중에 아물지 않고 세포가 모두 괴사 될 수 있다고 했다.

왜 죽 따위를 먹고도 그렇게 아파서 고통의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 있었다. 


방사선 치료 완료를 일 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중단이라 못 내 아쉬웠지만 몸도 너무 극도로 힘든 상태였는지라 눈물을 머금고 일주일 휴식의 길로 접어 들게 되었다. 




분명 나같은 환자들도 많을 텐데,

나도 거의 80%는 정신력으로 치료를 완주한 것 같다.

면역력은 바닥을 치고, 체력 또한 저질 중에 저질로 떨어져 병원만 한 번 갔다 오면 하루종일 지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암튼 나처럼 정신력으로 대부분을 버티게 되면 실제 자신의 캐파를 넘어서까지 완주를 하려고 하는 위험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정신력은 치료에 있어 체력만큼이나 필요한 요소인 것 같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몸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치료 받는 그 시간이야 치료 완료라는 확고한 단 하나의 목표만을 보고 달리지만,

막상 치료가 끝난 후에는 오랜 동안 갇혀 있다 갑자기 자유를 얻은 사람처럼 멍하고 멘붕에 가깝다.

더군다나 후유증이라는, 까도 까도 뭔가 새로운 것을 또 들고 나오는 또 하나의 어마무시한 놈이 나와 장기전을 치루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런 것 까지 생각한다면 치료 중에도 어느 정도 자신의 몸을 생각하면서 치료에 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담당 의사 선생님들이 마라톤에서 뛰는 페이스 메이커 처럼 좋은 가이드를 제시해 주며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할 것 이고,

곁에서 지켜주는 보호자들의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암이란 치료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장기전이다.

너무 욕심 부리거나 자만하지는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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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미각을 되찾으며]


치료가 끝나도 미각은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치료 바로 직후에도 후유증 때문에 나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정말 미쳐 돌아가는 기간이다. 

치료 끝났어요 야호~ 이게 절대 아니다. 고통과 통증은 지속된다....


또 하나의 시련이 추가가 되는데,

치료 중일 때는 독기가 품어져 있기 때문에 '살자, 살아야 한다'며 필사적으로 매달리는데,

막상 치료가 끝나면 끝났다는 이유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갑자기 새장에서 풀어 지는 것 처럼의 멘붕 상태라 할까?)

치료도 끝났는데 왜 통증은 계속 되고, 미각은 돌아오지 않는가... 이 것 때문에 또 스트레스를 엄청 받게 된다. 

이 때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던 나날을 지내던 중 치료 끝나고 미각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천사가 나에게 구원의 손 길을 건내는 것처럼 정말 아름답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구원을 받는다는 느낌!!


하지만 방사선의 후유증이라는 악마는 호락호락 하지 않다.

미각은 정말 천천히, 서서히... 장기간의 시간 싸움이다. 

완전히 한 방에 돌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엔 쓴 맛, 짠 맛부터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 했는데 이 때 설렁탕을 먹다가,

짠 맛을 느끼는 행복에 빠져서 소금을 너무 많이 넣는 바람에 하루 왠종일 입 안에서 그 특유의 짠내와 기분 때문에 고생한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아 ㅆㅂ.. 종양이 사랑한다는 나트륨 폭탄 투하.... ㅜㅜ)

몇일 전 스팸 들어간 부대찌개 까지 손을 대는 실수를.... (너무 너무 먹고 싶었다...딱 한 번 먹었다. 집에서 만들어서...)


치료 완료 후 3개월 즈음 구간에 들어섰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과 감동의 도가니가 펼쳐 진다. 

이것은 본인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함께 기뻐하고 감동하게 되는 모멘트인데, 바로 매운 것을 먹게 되는 순간이다. 

특히 라면!!!!

우리 한국 사람들이 먹는 메뉴를 보면 고춧 가루 들어 가는 음식이 으마으마하게 많은데 그 동안 그걸 못 먹고 견뎠으니.... 

그래서 그런지 진짜 모든 치료 기간 중, 최고의 감동과 행복이 마음 깊은 곳부터 요동치며 폭발하는 중요한 시점 중 하나다. 


만약 주위에 암 치료 후 매운 걸 먹게 되었다는 얘길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 해 주길 바람 ㅜㅜ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조금씩 조금씩 혀를 단련 시켜 주는 것이 매운 음식 먹을 수 있는 시점을 앞 당길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평생 매운 음식 좋아했기 때문에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옛날 만큼 매운 레벨을 맞춰 돌아오진 않더라...

치료 전에는 <코코 이찌방야>에서 카레 먹을 때 매운 레벨 9신, 10신 정도 먹었는데 이번에 먹으니 4신 먹고도 땀을 뻘뻘 흘리더라...-_-

(3신인가 4신이 아마 신라면 수준일거다...)





잘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남산 휴개소에 먹은 최초로 성공한 매운 음식, 라면의 모습!!!





하지만 나는 신 맛을 잃어 버렸다. 치료 중에는 신 맛이 강하기 때문에 다행히 맛이 조금씩 느껴 져서 자몽, 오렌지, 카무카무 등으로 비타민 섭취 하는 걸 즐겼었는데, 이제는 아주 입에서 받아 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김치도 김치 찌개도 못 먹고 ...ㅜㅜ


(참고로 여기서 신의 열매라 불리우는 카무카무를 강력 추천 하는데 비타민C가 무려 오렌지의 60배다. 보통 가루 형태로 파는데 그런 만큼 신 맛도 끝장을 본다.)



단 맛은 아직 조금씩 돌아오는 단계인 것 같다.


이 리턴 오브 미각의 과정은 정말 복창 터질 것 처럼 느리기도 하고,

아주 미세한 맛은 안타깝게도 느낄 수 없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긴 한데 왠지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삶이 가장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음식의 맛을 느끼고 거기서 느끼는 행복의 최고치를 경험하는 건데 안 부러울 수가 있겠는가.....


암튼 가출한 나의 미각은 지금도 조금씩 조금씩 돌아오는 과정에 있다....   




2017/08/10 - [STUFF/비인두암 - 비인강암] - [비인두암] 미각상실01 - 방사선 치료에 앞서 먹고 싶은 건 다 먹자!!

2017/08/12 - [STUFF/비인두암 - 비인강암] - [비인두암] 미각상실02 - 미각 상실 상태에서의 방사선 치료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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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비인두암은 그 종양의 위치 때문에 다른 암처럼 직접 수술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항암주사와 방사선 병행 치료로 진행한다. 

(두개골 까고 종양 제거 할 수는 없을지라...)

그리고 방사선 치료의 대표 타이틀은,


"통증 없는 치료!!!" 


역시 풋내기 암환자 답게 난 다시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통증 없는 방사선 치료라니, 얼마나 다행인가~~~야호~!

(지금 생각하면 차암 ㅂㅅ같은 생각이긴 했는데.... 사실 이런 멍청하다 싶을 낙관적 생각과 행동 때문에 비교적 항암치료를 잘 이겨낸 측면도 있었다.) 


방사선 치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 다음에 몇 번 더 자세히 써 보려 하는데,,,, 일단 본인과 주위 사람 정말 미치게 만든다는 것만 말해둔다.




[미각 상실]


개인적으로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 중, 특히 정신적인 '피해와 고통'을 가장 많이 받았던 부분이 미각 상실이다.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곧 미각을 잃게 되는데, (그 누구라도 얄짤 없다, 무조건 잃는다...)

치료 시작 전까지 초기 검사니 뭐니 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병원에 따라 예약이다 뭐다 하는 시간 소요도 고려)


나는 이비인후과에서 종양 판정 > 암병원 입원 검사하고 비로소 방사선 시작할 때까지 한 2,3주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리고 방사선 치료 일주일 후부터 미각을 잃었다

 

암튼 미각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이 시간 동안, 무조건 먹고 싶은거 많이 많이 다 먹어야 한다!!!

특히 인생 맛집이 있다면 무조건 다시 가서 음미 해야 한다, 아니면 평생 뼈저리게 후회할 수도 있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엄청난 스테미너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들도 꼭 살을 찌우고 체력 보강할 것을 강하게 권한다. 이런 이유로 치료 전까지 필사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큰 이유는 치료가 끝나도 미각은 제대로 돌아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 거다....

치료 후의 나도 지금까지 완벽하지 않은 미각 때문에 정신적으로 좀 힘들고, 다른 환우들의 케이스를 봐도 예전의 완전한 미각을 찾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냥 팔자려니, 운명이니...하며 받아 들이고 살아야 한다.


치료 시작 전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각을 잃어버리니 먹고 싶은 거 많이 먹으라는 얘기가 많이 있어, 나름 스테미너 음식과 더불어 좋아 하는 음식을 최대한 많이 찾아 다니며 먹었다. 하지만 더 먹어 둘 걸 하는 통한의 후회를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미각은 다시 완벽히 돌아 오는 줄 알았다....-_-)


막상 겪어 보니 먹는다는 것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크고 소중한 행복 중에 하나라는 것을,

미각을 잃기 전까진 머리로만 알았지 몸과 마음 속으로는 100%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미각을 잃는 다는 것이 어느 정도 힘들 줄은 예상 했지만 이토록 괴로울지 몰랐다. 


항암/방사선 치료는 엄청난 물리적 고통을 주는 후유증들이 많다. 그래서 미각 잃는 것 따위 고통은 없는 거니 얼마나 다행이야 하며 쉽게 말 할 수도 있겠지만... 미각 상실로 인해 인간의 큰 행복과 축복 중 하나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정신적 고통은 정말 어마 무시하게 슬픈 것이다.


있을 땐 쳐다도 안 보다가, 꼭 없으면 생각 난다고....

미각 상실 상태에서 먹을 거 생각이 그렇게 많이 날 수가 없다. 

그건 맛을 못 느끼기도 하고, 방사선 치료로 인한 구내염 등, 엄청난 목의 통증 때문에 거의 아무 것도 못 먹고, 못 마시는 수준으로 한 동안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욕구를 채울 수 없어서 그렇다. 


수요 미식회나 맛있는 녀석들 같은 방송이 TV 나오면 진짜 사람 미쳐버리게 만든다. (출연진들이 잔인무도한 악마들로 보임)


그래서 치료 끝나고 미각 돌아오면 이 것도 먹고 저 것도 먹어야지 하며 음식만 생각하는 음식 변태로 거듭나게 되는데, 나는 그 당시 음식 버켓리스트를 만들기도 했었다. 




당시 만들었던 버켓 리스트 중 몇 갠데... 빙산의 일각이다.

인간 마음 참 간사한게 정작 미각 돌아오고 나니 딴 거 먹고 다닌다. ㅎㅎ

그리고 아직 단 맛을 잘 못느껴서 와플은... ㅜㅜ


 


쨋든 화살은 이미 날라갔고 버스도 이미 떠난 것....

치료가 끝나 봤자 ... 미각이 돌아와 받자... 이전의 입맛이 아니었다. 이전과 완벽히 동일하지가 않다... 

그토록 진심을 다해 믿고 바랬던 것에 대한 배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 때 느끼는 정신적 충격 또한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ㅜㅜ


예를 들어 난 김치 찌개를 미친 듯이 좋아 했는데,

지금 미각의 구조가 어떻게 뒤틀렸는지 몰라도 신 맛 나는 것을 입에서 거의 받아 들이지 못한다. (먹으면 우웩 우웩 거림)

미각 돌아온 후 김치 찌개 몇 번 먹어 보고 이제 먹지도 않는다... 맛 없어서..ㅜㅜ 그리고 김치도 겉저리만 먹지 익은 김치 못 먹는다.

나도 다른 사람 못지 않게 평생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던 사람인데 말이다... 디스 이즈 베리베리 새드!!!!





만약 (안타깝게도) 방사선 치료을 앞두고 있다면,

정말 먹고 싶고 좋아했던 모든 건 다 먹어두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스테미너를 높이기 위한 건강식 위주로 하되,

불량식품이 만약 인생 음식이라도 꼭 먹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맛을 꼭 깊이 음미 해야 한다.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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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삼출성 중이염, 그리고 정말 살인 충동 느끼게 했던 그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


지금은 삼출성 중이염이 비인두암의 초기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배웠지만,

그땐 그게 암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 했다. 

안타깝게 젊은 나이에 비인두암에 걸린 김우빈도 있지만 그 정도 어리진 않아도 암에 대해 걱정할 나이가 절대 아니었다. 

또한 비염 증상도 심했는데, 어차피 평생 비염에 시달렸었기 때문에 심해진 비염 증상도 별 대단치 않게 생각했었다. 


하기는 삼출성 중이염을 앓던 그 시절에 만났던, 기억하기 싫은 그 망할 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저 피로에 쪄들어 지내던 중 언제부턴가 왼 쪽 귀까지 점점 안 들리기 시작했다. 

이비인후과에 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점심 시간에 후딱 다녀 올 수 있는 회사 근처.


삼출성 중이염이라고 한다... 약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한다...


약 떨어지면 점심 시간 마다 찾아 가고, 또 약을 받아가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증상 악화를 호소 했지만 사진 보면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며 또 다시 약을 처방 해 준다. 

귀는 점점 안들렸다. 그렇게 2개월 가량을 약만 먹으면서 지냈다. 


결국 침지 못해 의사에게 얘기 했다. 계속 나아지고 있다 말씀 하시는데, 난 귀가 점점 더 안들린다. 분명 물이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뭐 귀를 째든 뭐든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따지는 식으로 얘기 했다.


대답은 내가 전혀 예상 하지도 못했다. 정말 가관 이었음.


"의사로서 봤을 때는 분명 나아지고 있는데 환자분께서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씀 하시면 제가 뭘 해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 놔... 맘 같아선 뭐 저 따위 책임감 없이 말하나 귓ㅆㄷ기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다살다 병원에서 저런 무책임한 말을 들은 건 처음인 것 같다. 

   

암튼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큰 전문 병원으로 가기로 맘 먹었다. 

사실 그 때 다른 부위 때문에 병원 다니느라고 하도 연차를 많이 내서 눈치 보여서 회사 근처로 그냥 다니던 거였는데...

사람들 말도 잘 못 알아 들을 정도로 귀 안들림이 심해지니 어쩔 수 없이 또 연차를 내고 대형 전문 병원으로 직행 했다.


귀에 물이 차 있는 건 맞았고, 바로 물을 뺏다... 주사기 2/3를 채운 그 노오오란 궁물들...으흐... -_-

드디어 세상의 소리가 아름답게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띠용...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찝지름..한 한 마디를 하셨다. 


속을 살펴 보니, 혹 같은 것이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으나 좀 의심쩍어 보인다. 일단 귓 속이라기 보다는 코 속에 가까워서 코 전문 선생님에게도 가보는게 좋을 것 같다 하셨다. 15분 후 나는 바로 코 전문 선생님한테로 옮겨 졌고 역시나 본인도 뭔진 모르겠으나 좋은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조직 검사를 받아 보자고 하셨다. 


따로 조직 검사 예약을 하고 그 날에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와.... 이 조직 검사도 엄청난 고통이었다. (유일하게 받아 본 조직 검사라 딴 부위도 그렇게 아픈지는 모르겠다)


 가위를 코 속에 집어 넣고 조직을 떼어 내는데 가위질 딱!딱!딱! 세 번이 한 세트로 해서, 총 세 셋트의 조직을 떼어 낸다.

그리고.... 그 가위질 한 번의 딱!이 얼마나 아퍼서 죽을 것 같던지.... 

예상치도 못 했던 엄청난 고통 때문에 첫 번째 딱!에서는 "윽!" 하면서 찌잉~하는 고통과 함께 눈 물 한 방울이 또로록 흘러내렸다.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이제부턴 착하게 살게요"라고 읊어 대고 있었다....ㅜㅜ


그리고 정 자세로 앉아서 조직을 떼어 내다 보니 가위질 하자마자 피는 콸콸콸 밑으로 떨어 지는데.... 이 비쥬얼까지 한 몫하며 온 오감이 이 고통에 반응 하더라.... ㅜㅜ


이제 그 고통을 알아 버렸기 때문에 두 번째 딱!이 다가 오면서부터는 이 공포의 세레나데에 대한 두려움과 남아 있는 진통의 범벅이 된다. 

세 번째 세트의 마지막, 그러니까 아홉번 째 딱!하기 직전엔 그야말로 고통의 무아지경 속에 빠져 정말 정신이 혼미 해 지면서 멘탈이 탈탈 털린 상태가 되더라.

그렇다고 마지막 고통이 줄어드는 건 또 아니었다. 혼미 하면 혼미 한데로 또 뜨악!!!


그리고 몇 일 후에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병원 예약 전 날 이었다)

먼저 알려드린다며, 놀라지는 마시고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종양이다. 병명은 비인강암이라고 했다. 


사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암이라는 얘길 듣고 별 실감이 안났다. 

다른 암에 비해 치료율이 높은 암이니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하는 말을 그냥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고 치료하면 낫겠지라는 그런 안일한 생각만 떠올랐다. 

치료 중 그리고 후의 고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풋내기 암환자의 모습, 후훗... ㅜㅜ....에효...


암튼 2개월 가량을 약으로만 버티다 병원을 옮기고 나니 몇 일 사이에 일사천리로 저리 진행 되었다. 


솔직히 암에 걸리고 나서 왜 나에게 암이 찾아 왔나를 한탄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나는 그런건 없었다.

단, 2개월의 시간을 말아 먹은 그 병원 의사에게는 엄청난 증오가 잠깐 찾아 왔었다. 


암덩어리를 달고 2개월 동안 상태가 호전 되고 있다고 말만 하고....

암 발견을 못 한건 그렇다 치고.... 물이 차 있는 것도 왜 빼 말 안하고 빼주려고 시도 조차 하지 않았던 걸까? 정말 지금까지 미스테리다. 

말로만 듣던 돌팔이 인건지...

임파선 전이까지 겹쳐 나는 결국 3기 판정을 받았었다.


장기 치료를 받아 보니 역시나 일반 사람 관계처럼 환자와 의사의 궁합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그 의사는 정말... 하아.... ㅆㅂ... 이젠 원망도 안한다...

(왜 사람들이 구태여 멀리까지 유명한 병원 찾아 가는지 그 때 이해가 가더라... 그 돌팔이 의사들 같은 사람들 때문에 괜한 동네 작은 병원 의사들까지 피해 보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 놀라운건 나만 이런 억울한 케이스인 줄 알았는데, 비인두암은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더라.

나와 동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그만큼 초기 증상으로 잡기 어려운 측면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나와 비슷한 케이스들이 있더라, 허얼/////

궁합 맞지 않는 의사들 만나서 저렇게 시간 낭비하는 케이스들이 꽤 많은 것 같던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들을 때마다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반면 일이 척척 진행 되었던, 옮긴 이비인후과의 두 선생님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다. 

치료 받는 내내 굉장히 적극적이고 환자의 입장에서 케어 받는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임파선 전이가 더 심해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들도 이 분들 덕이 아닌가 싶다. 


의사 선생님을 잘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하다. 또한 아무리 명의라도 환자와의 궁합도 무시할 수 없다.

아니다 싶으면 당장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수소문을 하던 뭐하던 좋은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튼 이렇게 나의 암치료기는 시작 되었다.

지금 치료를 마친지 얼마 안되는 꼬꼬마이지만, 지금까지를 돌이켜 보면 암치료는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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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레베루가 달라도 느~무 달랐던 피로감]


언제부턴가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다. 

일상에서 받는 그런 익숙한 피로감과는 분명히 달랐다. 정말 레벨이 달라서 한 오후 5시만 되면 쓰러질 정도였고 야근을 할 수가 없어서 기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기피했다.

쓸데 없는 헛기침도 많아졌다.

기침을 한 번 하면 구역질이 날 때까지 할 정도였다.


워낙 술을 좋아 해서리 술로 눌르면 잊혀지니 미련하게 술을 많이 퍼먹던 때도 있었는데,

그 술마저 너무 피곤해서 입에 한 두입 대기도 전에 잠에 들어 버리거나 하며 나가 떨어졌었다. 그 정도로 무서운 피로감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냥 나이가 들어가서 겠지..."


"대한민국 회사원 안 힘든 사람 어딧냐..."


 "나 원래 좀 체력이 약하니까..."



...하면서 억지로 참고 지냈다... 몇 달을...

지금 와서 보니 이것도 암의 초기 증상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아파도 약 안먹고 병원 안가는 스타일이라 저러고 버텼는데,

살면서 처음 느끼는 증상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가보는게 좋지 않을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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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가 김우빈 비인두암이 다시 실검 1위로 올라옴.

아직도 댓글의 한 50%는 군대 안갈려는 짓이라는 얘기들이 보이는데,

암 치료란게 얼마나 힘든 건지 모르고들 하는 소리 같아서 맘이 좀 아픔.


나도 비인두암 3기 판정 받고 요번 년도 3월 즈음 치료가 끝났지만 후유증으로 인해 이전 생활로 복귀가 아직도 힘들다.

김우빈도 1차 치료 끝났다지만, 치료가 끝나도 후유증 극복이라는 아주 힘든 여정이 남아 있다.

방사선과 항암 치료의 후유증은 정말 어마무시하다...


말이 고통 없는 방사선 치료지... 방사선 치료 받는 중이나 받은 후나 최악의 구내염으로 인해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죽 한 숟가락을 삼키고 목이 너무 아파서 쌩눈물을 흘린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희귀암이라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은 편이 아닌데 치료 후 후유증은 아래 이미지와 같다.

강약이야 사람들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모든 사항을 다 겪는다 보면 된다. 


나는 요즘 손발저림 때문에 죽을 것 같다.... 근육이 다 빠져 버려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고... 에효...


암 환자에게는 절대적인 응원이 필요하다!! 김우빈도 화이팅!!



[비인두암 후유증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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