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유덕화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고, 왕가위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열혈남아 As Tears Go by>는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시절, 관객들은 오우삼의 <영웅본색> 같은 화려한 액션과 낭만이 가득한 홍콩 누아르에 열광하고 있었지만, 왕가위 감독은 좁은 공간과 촉박한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불안한 홍콩의 정서를 담아, 전혀 다른 느낌의 느와르를 선보였다.

새롭고 삐딱한 홍콩느와르의 탄생

 

| 캐릭터들의 끊임없는 충돌과 그것을 바라보는 감독

<열혈남아>는 로맨스와 액션 느와르를 절묘하게 섞어냈지만, <영웅본색> 같은 비장미 넘치는 액션신이나 화려한 서사는 없다. 대신, 불안함과 고독으로 가득 찬 인물들이 끊임없이 서로 충돌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갈등의 파장이 전개된다. 이는 당시 홍콩 사회의 불안정한 분위기를 반영하며, 영화 전반에 걸쳐 어둡고 섬세한 감정선을 유지한다.

캐릭터들의 끊임없는 충돌

 

| 란타우섬과 홍콩 도심의 몽콕

란타우섬과 몽콕

영화 속 배경은 크게 두 개로 나늰다. 하나는 몽콕을 중심으로 한 구룡반도의 복잡한 홍콩 도심, 다른 하나는 자연과 시골의 느낌이 살아 있는 란타우섬이다.

2024년에 담아본 몽콕. 옛날과 크게 달라진 느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네온사인들이 많이 사라졌다

몽콕은 홍콩 누아르 영화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상징적인 배경으로, 뒷골목 인생의 무대이자 갈등의 중심지로 곧잘 묘사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원제인 <旺角卡門 왕각가문> ('몽콕 카르멘')에서도 이 지역의 상징성이 드러난다. 몽콕은 헛된 꿈과 갈등, 외로움과 소외가 교차하는 복잡한 현실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고단한 삶의 무대를 제공한다. 

홍콩공항 착륙 전 찍은 란타우 섬의 모습. 왼쪽 상단에 타이오 마을도 살짝 보인다

반면, 란타우섬은 홍콩에서 가장 큰 섬으로, 도시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의 평온함이 가득한 곳이다. 아화(유덕화)와 아오(장만옥)가 홍콩 도심과 란타우섬을 오가며 끊임없이 만남을 이루는 이 섬은, 장만옥에게는 과거와의 연결, 둘에게는 정체성의 회복, 안정과 평화 및 암울한 운명 속 소박한 희망과 미래의 꿈을 제공하는 상징적 장소로 작용한다. 어쩌면 이 섬은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이상향 같은 곳이었지도 모르겠다.

| 열혈남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비행기서 홍콩 도심을 바라보았다

홍콩에 살았을 때는 도심의 매력적인 풍경에나 익숙했고, 란타우섬은 주로 학교 소풍이나 단체 야유회로 가는 낯선 공간이었다. 어딘지도 기억도 안 나는데 끽해봤자 디스커버리 베이 정도였을 듯하다. 홍콩에 다시 방문한 이번 여행에서 나는, <열혈남아>의 란타우섬 촬영지를 따라 여행의 대략적 동선을 짜고 싶었다. 도심의 화려함보다는 잘 가보지 않았던 홍콩의 자연 속, 영화 속 공간의 의미도 되새길 겸.  

| 그날의 루트: 무이오와 타이오 마을 ft. 옹핑

그 날의 루트인데, 열혈남아와는 상관없이 이왕 가는 김에 무간도 촬영지인 옹핑도 중간에 방문 했다. 그냥 케이블카 타러.

실제로 영화 속에서 아화(유덕화)와 아오(장만옥)가 도심에서 섬으로 이동했던 루트를 따라가 보았다. 홍콩섬 센트럴에서 무이오(Mui Wo) 선착장까지 페리를 타고, 아화가 섬에 도착해 아오를 보러 갔을 무이오에서 푸이오(Pui O)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아오(장만옥)의 고향으로 묘사된 타이오(Tai O)까지의 여정을 경험하며, 영화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작은 순간들을 마주한 나만의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영화에서 이 촬영지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묘사된다. 즉, 란타우섬 자체가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는 상관없이, 아오(장만옥)의 고향을 상징하는 하나의 작은 세계인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저 작은 섬을 Sunshine Island로 추측하고 있다.

위는 란타우섬에서 치료를 위해 구룡에 사는 사촌오빠 유덕화를 처음 만나러 가는 장만옥의 페리 신이다. 그들은 서로를 만나기 위해 이 페리를 수 없이 타고 다녔을 것이다. 센트럴에서 무이오로, 무이오에서 센트럴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 서로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요동치는 감정의 빌드업, 그 격한 감성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만국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다만 저 신은 영화 초반이라 그런 느낌은 없는 걸로...)

무이오에서 센트럴 행을 탔다가 장만옥 삐삐받고 다시 센트럴에서 무이오로 배타고 떠나게 되는 유덕화. 폭발적인 사랑이란,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를 초월한다.

그들이 오갔던 이 길을 따라가며 영화 속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 페리로 떠나는 란타우섬

Wan Chai에서 바라 본 구룡반도의 밤과 아침 타임랩스

지난 저녁 만찬의 후유증으로 일찍 폭잠들기 전 설치 해둔 고프로로 찍은 타임랩스 영상. 왼쪽에 우뚝 솟은 것이 구룡반도 쪽 몇 안 되는 초고층 마천루인 M+뮤지엄 빌딩.

더하버뷰 호텔 뷰

오늘도 5시에 일어나 충분히 씻은 다음 란타우섬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위는 아침 6시 50분경 18층 하버뷰의 구룡반도 쪽 뷰다. 도심이라도 이른 시간이다 보니 평안해 보인다. 

아침 7시경 체크아웃, 프론트에 택시 잡아 달라고 했더니 불러 주는 건지 알았건만 컨시어지 분이 그냥 같이 도로에 나가서 대신 손 흔들어 주는 거였다ㅎ.  완차이에서 센트럴로 가는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그동안 찍어본 사진. 너무 가까워서 그런지 다들 승차 거부. 배가 7시40분 출발이라 나름 여유 있게 나온 건데 슬슬 쫄리기 시작했다. 

센트럴 피어 넘버.6

어찌어찌 7시 37분에 도착. 이미 Mui Wo 무이오 행 고속 페리는 정박해 있었다. 저거다 싶어 선착장 확인도 안 하고 최대한 빨리 걸어간다. (내가 뛰지를 못 한다 ㅜㅜ) 유덕화는 장만옥을 만나기 위해 뛰었겠지만, 나는 페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출발 3분 전 ㅜㅜ)  참고로 센트럴 무이오 간 Sun Ferry 페리 시간표는 아래서 확인하면 된다. 주중, 주말 그리고 시간대별 약간 차이가 있다. (쾌속선/일반선 및 승강장)

 

Time Table | Route & Fare | Sun Ferry Services Company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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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unferry.com.hk

책가방 하나만 매고 다니는 여행이라 숙소를 떠난 8킬로 완전군장 상태라 좀 앉았건만 바로 게이트가 열린다. 시간은 7시 40분 정각. 칼이다. 섬 방향이라 그런지 놀러 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밑은 이 고프로로 찍은 타임워프 영상. 사실 이 고프로 장비들 때문에 책가방 무게가 항상 많이 나간다...

센트럴에서 무이오 가는 길 타임워프 영상

갑자기 소풍 가는 어린애 마냥 마음속이 설렘으로 가득 찬다. 정말 오랜만에 타 보는 페리, 홍콩 3일 차에 드디어 실행하는 열혈남아 루트에 맑은 하늘까지.

페리의 루트

영화시작 홍콩으로 가는 장만옥과는 반대 루트지만 같은 방향의 창가다. 센트럴에서 무이 오 피어까지는 약 15km. 쾌속선으로 약 30~40여분 걸리는 거리다. 

건너편 피어에서 출발하는 페리

그러고 보니 이번 홍콩 여행에서 타는 첫 번째 페리였고 (마지막 날도 페리 타려고 했으나 폭우 경보로 못 탔다) 마지막 페리였다. 홍콩 살던 시절엔 그렇게 지겹도록 타던 페리였는데 너무 오랜만인지 설렘 가득하다. (옛날 보다 페리 운항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결은 다르겠지만 장만옥의 컴백 삐삐를 받고 센트럴로 왔다가 다시 페리 타고 돌아가는 유덕화의 마음도 이렇게 콩닥콩닥 뛰었겠지?

페리가 출발을 위해 후진 회전하며 보여지는 풍경. 왼쪽부터 노먼 포스터 경의 HSBC빌딩, 피어스 브로스난의 미니 시리즈 <노블하우스>로도 유명한 1970년대에 지어진 동그란 구멍들이 인상적인 자딘 하우스 (Jardine House), 그리고 가운데 우뚝 솓은, 현존 홍콩 두 번째로 높고,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세자 펠리의 IFC 빌딩.

영화 다크나이트의 홍콩 IFC 신

홍콩 반환이 1997년이었는데 IFC 빌딩의 준공도 1997년에 시작되었다. 배트맨 다크나이트와 트랜스포머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빌딩이다. 

전 날 폭식으로 인해 저녁 일정을 홀라당 날려 먹었는데, 그중 하나인 AIA 대관람차를 눈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수퍼슬로우 모션

보통 잘 안 쓰는 수퍼슬로우 모션 모드로도 찍어 보았다. 뭐 배 안에서 할 일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ㅎ 

쾌속선이라 그런지 한번 속력내니 쭉쭉 잘 나간다. 다른 페리도 금방 따라잡는다. 

이제 막 도심의 경계에서 막 벗어나려고 하는 느낌이다. 열혈남아의 유덕화도 자신의 보금자리 같은 란타우 섬의 장만옥을 만나러 갈 때마다 그런 속세를 벗어나는 듯한 안정감과 평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여행 내내 비가 많이 내렸는데, 이 여정만큼은 맑은 하늘이 반겨준다.

선샤인섬?

장만옥이 홍콩으로 넘어갈 때 데크에서 섬을 바라보는 신이 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면 그 섬이 Sunshine Island 선샤인섬이라 추측하고 있다. 위 사진은 영상 찍으면서 선샤인 섬이 찍힌 장면이고, 우측 하단은 장만옥과 내가 서로 반대로 가고 있었던 것을 고려해 비교를 위해 좌우 반전 시킨 영화의 신이다 (사람은 장만옥). 뒤에 섬 배경이 보이는 것이야 영화 구도 차이를 감안할 수는 있겠다만 저 선샤인섬이 영화의 그 섬이 맞는지는 확정은 못 하겠다. 다만 페리의 루트의 지도를 보면 어느 정도의 규모의 섬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높은 확률로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만 너무 신난 나머지 좌석에만 있었던 게 좀 아쉬울 뿐이다. 저렇게 데크에도 좀 나가볼걸... 

Hei Ling Chau (喜靈洲) 섬일 텐데 도시에서 벗어난 느낌이 확 온다. 무이 오에도 도착이 얼마 안 남았다.

반대 방향을 바라 보았다.

중장거리 쾌속선이라 그런지 홍콩 도심을 왔다 갔다 하는 일반 페리와는 구조가 다르다. 안전 때문인지 일단 창으로 다 막혀 있음. 반대쪽 자리도 볼거리가 많던데 사진을 찍은 시점 상 보니 청차우섬 바로 전의 가우이차우 섬 같다.  

드디어 란타우섬 무이오 Mui Wo 선착장에 도착한다.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 파스텔 색상은 항상 정겹다. 

나무들은 열대야 느낌도 나니 뜨거운 아침 태양 아래 도시탈출 분위기는 흠뻑 느껴지고, 저 고깃배(맞겠지?) 또한 감성을 더해준다. 

자리 창가 사이로 보이는 무이오 선착장의 건물들 모습. 유덕화가 장만옥을 붙잡고 포스터에 나오는 키스신을 찍은 그곳이다.  다만 나는 그럴 일은 없기에 여기에서는 또 어떤 여행의 기쁨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페리가 정박을 위해 잠깐 대기 타고 있는 중. 빨리 내리고 싶다 ㅎㅎ.  영화 속 유덕화 캐릭터도 이 시점에선 정말 미쳐 돌아갔을 것이다. 잠깐의 저 정박하는 시간이 여기를 오는 시간보다 1,400만 6천500백 배는 더했을 것이라. 이 배를 내리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인생의 구원자, 내 사랑, 장만옥이 기다리고 있기에. 

열혈남아의 무이오 선착장 장면

그리고, 그녀 또한 그를 만나러 이렇게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기에.

그곳에 나도 내린다.

 

포스팅이 점점 길어지니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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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이 이전 글을 삭제해 버려 다시 제작한 관계로 Pt.1과 Pt.2의 포스팅 순서가 뒤바뀌어 있음 

최근 홍콩의 낭만적인 시티스케이프를 담아낸 아마존프라임 <Expats 주재원> 촬영지 찾아서 (랜선으로...) 두 번째는 마가렛 (니콜 키드먼 분)의 집들이다 (편의 상 니콜이라 부르자). 그녀의 집들은 다음과 같다. 원래 가족과 사는 상류층 아파트, 그 집의 인테리어, 니콜의 아지트, 그 아지트의 인테리어, 마지막으로 니콜 키드먼이 촬영 중 진짜로 묵은 집. 총 5개.

1,2,3,4은 극중, 5번은 실제

1. 가족과 사는 상류층 아파트, Bisney Crest @ Sanday Bay
2. 그 상류층 아파트의 인테리어 @ L.A. studio
3. 니콜의 아지트, *****
4. 그 아지트의 인테리어, *****
5. 니콜 키드먼 촬영 중 숙소, *****

 


1. 가족과 사는 상류층 아파트, Bisney Crest @ Sandy Bay

극 중, 아마존 프라임

Ep.1의 타이틀인 'the Peak'는 탁월한 뷰를 자랑하는 오래된 홍콩의 상류층 아파트와 빌라가 모여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의 시작이 뭘 의미하는지는 뻔하다. 다만 아파트는 더피크에 있지 않다. 위 사진은 마가렛 (니콜)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힐러리가 근처 조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신이다.

구글스트리트뷰로 재확인

이 곳은 홍콩섬 서 쪽 샌디베이의 비즈니 크레스트 Bisney Crest라는 곳이다. 극 중 간판은 책과 같이 'Manors', 그리고 소유주인 'Chinachemp Group'의 로고도 볼 수 있다. 아마 오프닝의 조깅신은 홍콩 도심이 보이는 더 피크 쪽에서 찍은 것 같고 요 올라오는 신부터 이 비즈니 크레스트 지역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프라임

힐러리가 입구를 통해 현관을 들어가는 모습이다.

구글지도 스트리트뷰

이 역시 구글지도로 줌인하여 확인해보니 입구 형태가 동일하다. 여기가 맞다.

제일 좋아보이는 곳 가격

심심해서 좀 더 찾아보았는데, 이 곳은 홍콩섬 서쪽의 란타우섬과 남서쪽의 라마섬 (주윤발의 고향이기도 함) 사이 방향의 탁 트인 오션뷰를 자랑한다. 정확한 지역은 Pok Fu Lam이다. 제일 좋아 보이는 160여평 형 가격을 보니 현재 기준 HK$199M (약 338억원)이다.

구글지도
Bisney Crest 지도

지도를 살펴보니 독채 6개 그리고 19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나마 제일 작은 평 수인 45여평 (1630sqft)은 뷰는 보장이 안되는 것 같고 한화 약 71억 정도로 독채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Bisney Crest · 57 Bisney Rd, Sandy Bay, 홍콩

★★★★☆ · 아파트 단지

www.google.com


2. 그 상류층 아파트의 인테리어 @ L.A. studio

낯 출처: architecturaldigest.com

2021년에 촬영한 이 시리즈는 홍콩의 2014년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공간들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출처: southchainamorningpost.com

아마도 극 중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2014년의 홍콩 우산혁명과 이야기의 동선을 맞추고 싶었었기 때문일거다. 당시 주요 시위 지점들인 몽콕, 센트럴, 어드미럴티, 코즈웨이베이를 봐도 시리즈에서 서사가 펼쳐지는 공간들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출처: screendaily.com

아파트의 외부, 그리고 내부 중 복도 신 까지는 비즈니 크레스트에서 찍은 것 같다. 하지만 내부는 미국 L.A.에 만든 스튜디오 세트다. 이렇게 까지 공들여 실제 인테리어 세트를 만든 것을 보면 뭔가 촬영 스태프들의 기준에 맞는 하우스 인테리어를 찾지 못한 것 같다. 스쳐가듯 읽은 기사에서 촬영 로케를 위해 방문한 홍콩 고급 주택지들의 인테리어들이 좀 올드해서 스튜디오 셋을 진행했다는 인터뷰가 얼핏 기억난다. 그들이 생각한 2014년 홍콩 상류층의 공간의 감성이 무엇일지는 이 세트 안에 표현한 것 같다. 사실 2014년의 홍콩은 잘 모르기 때문에 공감은 잘 못하겠다.

출처: Architecturaldigest.com

그럼 나중에 목사가 집으로 찾아와 감탄한 "멋진 뷰~"는 어떻게 재현했을까. 바로 위처럼 360도로 파노라마 배경 사진을 깔았다고 한다. 하여 우리는 이 곳을 방문할 수는 없다. 

극 중 아마(헬퍼) 푸리와 에시 출처: dailybeast

시리즈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아마'를 다뤘다는 것. 아마는 광둥어로 ' 阿媽'의 발음으로 직역하면 '어머니'이지만 보통 가사 일을 돌보는 식모들을 말한다. 공식적으론 Helper 헬퍼라고 부른다. 현재는 '가사도우미'라는 표현도 있지만 '식모'라는 표현이 더 가까운 모습들을 봐온지라... 지금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다. 주로 필리핀 출신들이다.

실제 센트럴 풍경 출처: the guardian.com

홍콩의 일요일에 센트럴과 같은 지역을 가면 호화로운 호텔이나 럭셔리 매장들을 배경으로 널판지를 피고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보내는 필리피노들이라는 참 대조적이고 모순적인 구도의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처음 보면 충격이고, 살다보면 익숙해지는 풍경이다.

출처: thewrap.com

보통 주중에 가사도움 생활을 하고 매주 최소 하루는 1일 유급 휴가를 가지게 되어 (주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쓰게됨) 나와야 하나, 딱히 묵을 곳은 없어 주로 센트럴 쪽에 서로 모여 이야기하고, 놀고, 노래부르고 하는데 솔직히 뭐랄까.. 밖에 있어도 흥에 겨운 겹고 밝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때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마 또한 홍콩 문화에서 숨기고 싶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필리피노들은 음악을 참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봐왔던 수 많은 홍콩 영화들 중 '아마'를 다루거나 배경 속에 등장하는 건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2011년 유덕화 주연의 'a Simple Life'가 직접적으로 이 문화를 다루며 세간의 관심을 일으킨 케이스 정도가 생각날 뿐이다. 저런 서양인들 뿐 아니라 상류층 동양인들도 다 아마를 고용했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을지는 모르겠는데 그 시절에도 아마 학대, 언어/육체적 폭력, 혹은 아마와 바람나는 남편 뉴스들은 홍콩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이 디지털화 되며 침실에 CCTV 설치 등등) 참고로 80년대부터 시작된 현상이고 당시 고용법 상 '거주'해야만 했다. 현재는 모르겠다. 

생각보다 넓은 에시의 공간

보통 저 정도의 상류층 집들이면 집 마다 주 중 아마가 잠을 잘 수 있는 개인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극 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저 정도 규모의 공간에서 거의 작은 창고 수준의 공간이 제공된다. 이웃인 힐러리의 아마인 푸리의 공간이 그 것을 잘 표현 해 주고 있는데, 마가렛 (니콜 키드먼)의 아마인 에시의 공간은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다. 그 공간도 저 L.A.세트에 같이 구현된 것으로 보인다. 극 중 계속 마가렛(니콜 키드먼)이 자기의 아마는 가족의 일부 임을 주장하고 표현하는데 이건 뭐 극 중 캐릭터들도 (아마, 니콜, 가족, 외부인 모두) 그리고 관객들 마저도 쉽게 믿거나 공감이 될까 싶다.

저 문에서 나오면 바로 우측의 부엌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아 푸리의 개인공간이 맞을 듯 하다

극 중 전 날 저녁 술까지 마시며 그렇게 가족 같이 챙겨주던 힐러리가 다음 날이 되자 해장을 위해 자신의 아마인 푸리에게 아침상 차려 달라는 모습. 그리고 경연대회를 참가 못하게 생겼지만 다시 맘을 곱씹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흘러나오는 푸리의 대사, "토스트도 같이 드릴까요?" 그냥 딱 그 정도가 상류층 외국인이 이방인으로서 통상 동양을 바라보는 '그런' 시선들과 마인드들 중 하나의 좋은 예이기는 해 보인다. 비슷하게 계급사회에서 상류층이 중하류층을 바라보는 모습?

출처: blog.naver.com/aciiacpark

영화 <기생충>에서 그려지던 그 '넘지말아야 할 선' 정도로 생각해도 될 듯하다. 비슷한 예로 1970년대 한국의 근대화와 함께 부자, 벼락부자 등 상류사회의 문화도 같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홍콩의 '아마'와 비슷하게 '식모'라는 직업이 같이 탄생했고 그 당시의 아파트 구조도도 또한 식모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 시절 삼순이=식모, 버스안내양, 공순이)

출처: 나무위키

그들의 주 업무 공간인 부엌과 거실에 가깝고 나중에는 집주인들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는지 집안 사람들과의 동선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동선의 공간 설계로 진화까지하게 된다. <Expats>에서는 그 주인집 분들과의 겹침이 '최소화'된 동선의 공간을 간간히 확인할 수 있다. 

1971년 <화녀>

김기영 감독의 1971년작, <화녀>에서도 이 식모의 주 공간이 부엌부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집안에서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며 그 만큼의 서스펜스를 전개시키는 명작이다.

아마를 배치하기 위한 공간

THE FUNAMBULIST 기사에 실렸던 홍콩 아마(헬퍼)를 배치하기 위한 한 고릅 아파트의 평면도다. 저기는 아예 대놓고 Maid's Room 가정부 방이라고 지정되어 있다. 당연히 침실과 같은 주인들의 프라이빗한 공간들과는 분리되어 있되, 부엌 그리고 다이닝 공간과는 가깝게 배치되어 있다. 물론 화장실도 개별.

홍콩 아마들을 위한 가구

위는 2023년 발표되고 인권을 무시한 디자인으로 많은 혹평을 받았던 홍콩 아마를 위한 가구 디자인이다. 너비가 68cm다. 저 사다리 위로 올라가서 자는 거다. 상류층만 가정부를 부리는 것이 아닌데 이게 또 무슨 문제를 발생시키냐면, 상류층에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돈이 당연히 없기 때문에 삶의 공간도 작아진다. 그 와중에 가정부를 위한 공간은 더 작아져야 할 수 밖에 없으니 이런 인권을 무시한 괴물같은 디자인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ChatGPT4o

홍콩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고밀도의 도시다. 삶을 위한 공간 확보는 비단 아마들만의 문제 뿐 아닌 모든 홍콩인들의 공통적인 문제다. 그런 맥락과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건 그리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 이전 아마존프라임 [Expats 주재원] 촬영지 찾아보기 포스팅:

1. Mercy의 행진 신 찾아보기

 

니콜 키드먼의 [Expats 주재원] 촬영지 찾아보기 Pt.1. Mercy의 행진 신

아마존 프라임의 니콜 키드먼 주연 의 한국어 제목은 이다. 근데 통상 '주재원'이라고 하면 회사에서 해외에 파견되어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직원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제목이 좀 아쉽다. 이

electronic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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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ㄱㄱ~

타이오 마을을 걷다 보니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을 흔한 게 마주쳤다. 고양이들은 물론이지만 강아지들 (일반인들에겐 개 크기)이 그냥 자유로운 영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흔한 시골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삶. 솔직히 무서운 건 없었다. 얘네들도 타지인들한테 익숙한 게 티가 낫다. 물론 쓰다듬거나 해보진 않았다. 강아지들은 오히려 살살 피하거나 경계하거나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고양이들은 얄짤 없이 대놓고 앵기거나 하는 애들이 더 많았다. 

타이오 마을에서 처음으로 만난 까미

고정되어 있던 괭이

길막하고 있는 애들이 꽤 많다. 상황에 따라 개네들이 비켜주거나 우리가 비켜 가면 된다. 시간이 좀 지나 느낀 건데 재네는 우리한테 그리 큰 관심이 없다. 그냥 빨리 지나가 주면 서로 편안~

보니까 주인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사진엔 안 찍혔지만 좋아서 펄쩍펄쩍 뛰면서 같이 가더라. 찍진 못했는데, 주인 만나 좋다고 살다 살다 유튜버 빅페이스 뒷다리 치기 시전 하는 강아지는 첨 봤음

괭이 특유의 다소 건방진 표정

숙소를 향해 걷는 Shek Tasi Po 쉑차이포 거리에서 본 강아지 대변 처리 장소. 시골에서 이런 곳을 보니 나름 인상적이었다. 도심에서도 이런 공간은 못 본 것 같은데, 차라리 저런 식으로 관리를 하는 게 좋아 보였다. 다만 모순적인 건 이 마을에서 강아지들은 모두 혼자 다닌다. 걔네들이 여기서 알아서 대변볼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암튼 오히려 견주들과 같이 다니며 견주가 대변을 처리해야 하는 도심 생활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될 만한 작은 공간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 봤다.

이건 그냥 숙소에서 찍은 참새들 사진. 참새건 비둘기건 고양이건 강아지들 등등 먹으라고 내 놓은 음식들이 꽤 많이 보인다. 여기는 그게 마을을 굴러가게 하는 장치들인가 보다.

고양이를 테마로 벽화로 꾸민 집. 어촌이라 고양이도 많고, 사람들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고, 마을이 관광화 되면서 고양이 컨셉을 활용하는 곳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상가옥에 살고 있는 민간 고양이. 어려 보인다. 이름도 있는 것 같고. 

내가 관심 보이니 바로 튀어와서 비빈다.

타이오 수산 시장 (아주작다) 바로 옆 벤치에 있던 고양이. 아마 들고양이가 같은데 친화력도 좋고 잘 앵겨서 가는 길에 시간을 좀 같이 보냈다. 

나름 터줏대감인 듯 한 분위기

솔직히 눈빛이 뭘 좀 내놓으라 하는 것 같아서 쬐금 부담이 갔었다. 

얘도 그냥 지 갈 길 가는 애. 누렁이들이 꽤 많다. 

이건 숙소 앞에서 찍은건데, 백로? 왜가리? (맞나?)들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여기 근처에서 쉬어 가는 애들이 참 많았다. 크진 않지만 중간중간 맹그로브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타이오 마을의 유일한 고급 호텔인 헤리티지 호텔 앞 벽화에도 이 녀석들이 그려져 있는 것 보니 이 놈들의 서식지인가 보다.

타이오 룩아웃의 시그니처 맹그로브 스페셜. 목테일이라 무알콜이긴 한데 달긴 하다

그래서일까? 헤리티지 호텔의 음식점, Tai O Look Out의 시그니처 목테일의 이름이 Mangrove special 맹그로브 스페셜이기도 하다. 색깔이 참 이쁘고 맛도 이쁘다.  

타이오 호텔은 마을의 끝자락이라 더 이상의 도로가 없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만난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오는 길에 산책 길을 찾다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한문을 까먹었어도 저 정도는 기억하기 때문에, "어? 소림? 소림사? 샤올린? Shaolin?"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뛴다. 옛 기억 때문에. 하지만 닫힌 저 공간 안에 사람의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홈페이지를 보니 소림문화센터라고 하는데 25명 정도 예약이 걸리면 소림사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하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그 소림사 앞에는 꽤 큰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서 퍼져 있는 강아지. 저 놈이 바라보는게 마을의 어린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프리즈비를 하며 왁자지껄 노는 모습들이다.

마음이 착해졌다. 굴뚝처럼 뿜어내는 연기 속 더럽혀져 있던 나의 마음 속 정신의 구조물이 닦여지는 기분이었다. 

어촌에선 흔한 풍경일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보는 유유적적 갯벌 걸어 다니는 강아지. 꽃게라도 잡아먹으려는 건가...

숙소 근처 미니 슈퍼마켓 같은 곳인데 저 자리가 우리나라로 치면 가맥 하는 곳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괭이들이 꽤 많다. 언제 한번 공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 빨간 이케아 의자들이 마을 음식점 등등 곳곳에 많이 보이긴 했다. 음료수 사던 곳인데 430ml 비타 퓨어 생수가 HK7달러 (한국돈 약 1,170원) 정도니 타이오 마을에서도 원주민 주거지 쪽에 있는 먼 곳 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본다. (홍콩 도심에선 800~1,000원 정도) 암튼 맨날 저기 빼박으로 앉아 항상 낮술 자시던 할배가 계셨는데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난 영어, 할배는 광둥어) 언어로 꽤 오래 얘기한 곳이라 기억에 남는다. 영어와 광둥어 섞어가며 말 붙이시던 친화력 좋은 할배 사장님도 기억에 남는다.

도성타왕의 한 장면. 모순균과 주성치. 모순균은 장국영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혼했었던 여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위 이미지는 주성치가 <도성타왕>을 찍었던 양후사원이란 곳이다. 타이오마을 Fushan View Point 트레일을 끝내고 내려와서 만난 곳.

양후사원의 내부

작진만 나름 화려하다. 작은 절로 봤는데 그 작음 속에 중국 특유의 화려함과 옛 무협 영화들에서 느꼈던 감성이 곳곳에 녹아져 있어 홀린 듯 구경했다.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훅 튀어 나와 나한테 비비적 비비적거리던 고양이. 나중에는 내 신발에 똥꼬를 내려놓을라고 자리 잡던데 순간 얘가 똥 싸나? 하고 발을 급히 치웠는데 미안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냥 자리 잡으려고 했던 것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 동네는 참 고양이들이 외지인들한테 참 많이 안긴다.

어떡하다가 물 한 통 없이 진행된 란타우 트레일 후 완전 지치코 목말라서 급히 뭐 마실 것을 찾으러 급히 이동하고 있던 중 골목의 길막 강아지. 저 놈도 여길 건널라 하나 부다.

원래 이렇게 만난건대 우측으로 틀고 다시 직진하다가 이 골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여기로 지나갈까 눈치 보고 있다가 잠깐 딴 데로 가버리니 이내 안심하고 골목을 넘어온 것 같다. 다시 돌아가니 만나서 헬로~

저 놈 보내고 골목을 지나가니 또 비슷하게 생긴 누렁이가 천진난만하게 지나간다. 도플갱언지 평행우주인지 내 눈엔 아까 그놈과 똑 같이 생겼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이 마을 전체 누렁이들 보면 되게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여기 마을 강아지들이 좀 매너가 있는 건지 양보받은 적이 꽤 많다는...

Sun Kee 선키 다리에서 만난 강아지. 얘는 동네 강아지라기보다는 관광견 같았다. 동네 개라면 저렇게 냄새 수컹수컹 맡으면 신나게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듯.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점찍어 놓은 카페들이 죄다 문을 닫아 정처 없이 헤매던 중 만난 팔자 좋은 고양이

그리고 그 뒤에 또 고양이들

그리고 메인거리로 고개를 틀으니, "니 어디 가는데? 못 보던 놈인데?" 하는 듯한 강아지. 딱히 서로 간 트러블은 없었다. 

또 지나가다 만난 괭이

아마 도성타왕에서도 나왔던 곳 같은데, 타이오 마을 작은 광장 포토존 같은 곳이다. 벽화와 땅에도 그림이 그려진 곳. 거기서 만난 강아지. 

약간 무서운 포스를 자랑하던 놈들. 솔직히 앞에 놈이 더 무서워 보이는데 더 순해 보이는 뒷 놈이 이 자유로운 곳에서 목줄 채워져 있는 것 보니... ㄷㄷㄷ...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가 본다. 코카콜라 냉장고가 텅 비어 있는 것이 이 놈들의 갈증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기도.

요건 아까 옆 집의 옆 집 강아지. 여기서 저녁 먹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니긴 한데... 이번에 못 먹어서 아쉬웠던 어묵용 대왕 오징어. 저거로 피시볼 만들어주는데, 크긴 크더라.

폭풍우가 쓸고 간 다음 날 아침. 어제 불놀이 이후 남긴 음식을 챙겨가고 있는 참새... 어? 비. 둘. 기??? 역시 야만의 사회는 체급이...

왜가린지 백론지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타이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 밤색왜가리 새끼인지? 새벽아침에 물고기 잡아온 배에 턱 앉아서니 먹이를 노리고 있는 건지. 여기서는 흔한 어촌의 아침 풍경이 아닐까 싶다. 


옹핑마을 부처상

여기서부터는 타이오 가기 바로 전에 들렀던, 영화 <무간도>와  주성치의 <도성타왕>을 찍었던 옹핑마을에서 본 부처님의 기운을 받고 잘 퍼져 있던 강아지들이다. 

더위를 식히려 병콜라로 팔자 좋게 마시고 있는데 더 팔자 좋은 놈이 앞에 있었다. 

다 다른 누렁이들이다. 관광객들이 뭐라도 줄까 기다리고 있는 걸까?

숨바꼭질 하 듯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대부분 작은 공간이나 그늘 아래로 피신하고 있었다. 

사실 타이오와 옹핑을 통틀어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즈의 '강아지'는 못 봤다. 어디들 있는 건지... 혹은 있는 건지... 얘네도 초고령화 저출산 상황인지... 대부분, 아니 내가 이번에 만난 강아지들은 전부다 사이즈가 큰 놈들이었다. 

부이 오에서 만난 물소

이 것은 또 부이 오 해변가는 길에서 만난 놈인데, 부이 오나 옹핑에선 그냥 이런 엄청난 크기의 물소들이 걍 사람들과 같이 걸어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길에 소 똥도 꽤 많음. 날씨가 하도 더워서 그런지 실제 걸어가는 놈은 못 만났고 이렇게 다들 퍼져 있었다. 역시 8월의 여름은 짐승에게도 강한가 보다. 귀여운 버전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잠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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