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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컬쳐 매거진 블링에 연재 중인 일렉트로니카 이야기 관련 칼럼인 PLUR & Vibe Upon the World 옛 하드카피 원고들입니다.
hyperlink를 통해 좀더 나은 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아직 연재 중인 컬럼이니 잡지와는 시차를 두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퍼가시게 될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PLUR & Vibe Upon the World 09: P2P의 추억 그리고 MP3 블로그까지…

살면서 한 차례 인생의 폭풍이 지나갈 당시엔 정신이 없어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남는다.  P2P 관련 공유 프로그램의 붐 또한 인터넷 역사에 많은 추억을 남겼을 것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문득 이제 사용하지 않는 p2p의 개인적인 추억이 떠올라 몇 자 끄적거려 본다.


Kazaa, StreamRipper & Digitally Imported.com 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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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프로그램에 빠져 새로운 음악세계를 발견해가던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절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사용하던 P2P 프로그램이 카자(KaZaa)다. 영화 십계명 중 모세가 험난한 바다 한 중앙을 뚫어 내듯이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공유'라는 엄청난 '길'을 뚫어준 냅스터(Napster)의 몰락 이후 가장 많이 애용 되었던 카자! 어디선가 신보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그 제목을 쳐보면 항상 누군가 적어도 1 명씩은 그 파일을 올려 놓았다 (아주 감사하게도). 카자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쪽지' 기능이었다. 요즘 쪽지 기능 없는 사이트가 어디 있겠냐마는 그 당시 내게 '쪽지'기능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어느 정도 보관함에 음악이 쌓이게 되면 그 특정 유저에 대한 음악적 취향을 가늠할 수가 있게 된다. 그 후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자연적으로 쪽지를 보내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도 전 세계의 몇 명의 유저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몇은 메신져까지 등록해 놓고 활발한 정보 공유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중 한나라는 독일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몰피어스Morpheus (카자의 전신 격)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된 이 친구를 통해 독일 내의 언더그라운드 인터넷 음악 채널이나 DJ들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며 신기한 것은 그 당시 우린 서로의 얼굴, 연락처도 몰랐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로의 나이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 우리가 의례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처음 물어보는 것들이 이 세계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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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이 지나니 유저들이 나에게서 다운로드 해가는 횟수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큰 맘먹고 산 나의 새 데스크 탑은 불과 몇 달 만에 털털거리는 달구지로 전락해버렸다.  그렇게 P2P의 마력에 빠져 있던 어느 날 또 하나의 메가톤 급 프로그램이 나를 찾아 왔다. 이름하여 스트림립퍼StreamRipper. 말 그대로 윈엠프를 통해 인터넷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을 통째로 '다운로드'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녀석이 가진 막강한 기능은 혼자 알아서 특정 mp3의 처음과 끝 부분을 감지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었으니 50분을 틀어 놓고 있으면 5분짜리의 통짜 mp3 파일이 아닌 50분 분량의 mp3 파일'들'이 제목, 아티스트의 정보와 함께 나의 폴더에 정리되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라디오는 바로 1999년 트랜스 단독 채널로 개설된 디지털리임포티드 라디오(DI FM)였다. 스트림 리퍼가 나왔을 때 즘 DI 라디오 채널은 트랜스에서 하우스, 하드 하우스 등으로 다양한 채널로 늘려가며 스트림리퍼와 카자가 장착된 컴퓨터와 잠들지 않는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mp3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며 상당 수의 유저들이 (나 또한) p2p를 떠났다. 2,3세대 p2p 시절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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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오디오 갤럭시나 소울식 같은 p2p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002년에 시작된 소울식 같은 경우 p2p의 바람이 빠진 지금에도 심심치 않게 활동하는 유저들을 꽤 볼 수 있을 정도로 음악 매니아 층들을 형성한 p2p로 유명하다.)


Music Services

뒤늦게 발끈한 음악 산업체들은 끊임없는 저작권 관련 소송을 걸어 왔고 p2p 공유에 대한 바람은 어느 정도 잠 재운 듯싶었다. 하지만 한번 인터넷을 통한 음악 유통의 맛을 본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음악 산업 시스템이 필요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음반 구입과 TV나 라디오를 통한 음악 감상 체제로는 음악 산업 또한 비참한 결말을 맞을 것은 뻔한 현실이었기에. 따라서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서는 다양한 음악 서비스 세계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 중 판도라와 라스트 에프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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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ora는 현재도 진행 중인 Music Genome Project의 하나인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다. MSN 라디오가 바로 이 판도라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좋아하는 특정 음악이나 아티스트를 바탕으로 리듬, 싱코페이션, 토날리티, 하모니 등을 분석하여 사용자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는 형식이다. 이는 음악을 분석하는 특정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끼리 모여 분담하여 하나하나의 음악을 분석한 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런 노가다 데이터 베이스의 구현은 정말 존경하다 못해 경악할   만하다. (단, 클래식 음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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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FM은 이젠 제법 사용자도 많아지고 그 인터페이스도 많이 발전한 대표적인 웹2.0형 맞춤형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다. 판도라와 비슷하게 사용자의 음악적 취향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판도라가 특정 아티스트나 음악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라스트 애프엠은 사용자가 청취하는 음악들을 분석하여 좋아할만한 취향의 음악을 추천해 줌은 물론이고 비슷한 성향의 유저들을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물론 라스트 에프엠에 더욱 많은 자신의 정보를 올릴 수록 시스템이 분석하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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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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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들이 많은 프로그램에는 그에 따른 여러 해킹 프로그램도 곧 출몰하게 된다. 마이 스페이스도 한창 이 때문에 골치를 썩힌 것으로 안다. 그리고 물론 위에 소개한 두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여러 유명 뮤직 서비스들의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많은 해킹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 또한 구글에서 특정 코드만 입력하면 손쉽게 다운로드 가능한 음악 정보를 알아 낼 수도 있다. 여기서 그 이름들과 방법은 굳이 소개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 세상에서의 영원한 딜레마인 것은 분명하다. 해킹 툴은 아무리 목을 잘라내도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는 인터넷 세상의 히드라의 머리와 같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아홉 머리를 가진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잘라냈을 때 바로 두 개의 머리가 재생되었다고 한다.)


MP3 BL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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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뮤직 포스팅 블로그다. 블로거들이 특정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운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 이야기와 음악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물론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하지만 p2p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직접 찾는 방식을 취하는 것에 반해 이는 블로거가 추천하는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취한다. 그리고 이들은 항상 저작권에 침해되는 경우 음악을 내리겠다는 메시지와 이 음악을 구입할 수 있는 링크를 항상 마련해 놓는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100% 저작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들이 포스팅 하는 음악들은 대부분이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홍보 효과가 많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인디 밴드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이들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Pitchfork에서 발굴해 이제는 락 음악계의 미래가 되어버린 캐나다 출신 밴드 Arcade Fire다. (아마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음악 블로그는 Pitchfork일 것이다.) 2003년 즈음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이 MP3 블로그들은 이제 수천 개가 넘으므로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 Mp3 블로그의 시초로는 스테레오검Stereogum과 플럭스 블로그 Flux Blog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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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럽 어느 도시의 작은 콘서트에 가지 않아도 한국 내 방안에서 지중해 너머의 실력 있는 신예들을 바로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 인터넷 세상과 MP3 블로그들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이 블로그들에도 저작권 관련 외에 문제들이 많다. 이러한 블로그들이 많아 지며 이젠 세계 음악 영역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항상 필자가 외치는 것이다. 쪽수가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정치적으로 변한다는) 위에 언급한 피치포크Pitchfork같은 경우 그들의 리뷰 한마디 한마디가 아티스트와 산업계에 큰 힘을 불어 넣을 수도 있고 한 순간에 망쳐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싸구려 저질 대중 음악들이 판치는 상황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이 블로그들의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인터넷을 통해 음악 정보를 얻는 경우 음악적 트렌드가 이들 위주로 난폭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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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스트 펑크, 일렉트로카 류의 음악 장르를 다루는 Bigstereo, Fluokids, Acid Girls, Palms Out Sounds등을 들 수 있다. (팜즈 아웃 사운드의 경우 정기적으로 베이스먼트 잭스나 다프트 펑크등의 유명 하우스 아티스트들이 리믹스한 원곡들을 찾아 올리는 등 인기 상승세에 있다) 이 인기 블로그들은 비슷한 취향의 음악을 제공한다. 바로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Kitsune, Ed Banger 레이블 등의 신종 French House 사운드다. (물론 100% 프랑스 사운드만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이들 음악은 1996년 즈음 시작되어 눈길을 끈 Daft Punk의 사운드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기존 프랑스 하우스 특유의 (밥 싱클라 등) 세련되고 깔끔한 사운드와는 정반대로 퇴폐하고 거친 데스 디스코Death Disco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블로그들은 서로간의 과열 경쟁에 의해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시기상조의 음악 유출 등으로 인한)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라도 특정 블로그들을 통한 정보에 치우치다 보면 이른바 이들이 ‘밀고 있는’ 특정 소재의 레이블이나 사운드가 정말 대세인양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미는 음악 성향이 대세일 수 있고 가장 새로운 사운드일 수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이들의 음악을 제공받고 있는 네티즌들, 또 이들의 음악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클러버들 (포스트락 음악의 영역도 마찬가지다)이 자신의 음악적 주관성과 객관성 모두를 상실하는 ‘다양성의 부재’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NME지가 Nu Rave 장르를 선포했을 때 발끈 했던 이 블로그스피어를 보며 어쩔 때는 이들의 의견에 수긍하면서도 그 안에서 대형 미디어 시스템을 향한 그들의 불필요한 정치적 간섭과 견제를 볼 수 있었다. 바로 이때가 요즘 Web 2.0 운운하며 인터넷 세상의 진정한 민주화를 외치는 ‘우리들’의 ‘간섭’이 진정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개개인의 음악적 성향과 감수성은 다양하기 때문에 누구는 질이 낮은 음악을 듣고 누구는 질이 높은 음악을 듣는다고 단순히 정의 내리기도 힘들며 서로를 무시할 수도 없다. 어느 무엇도 나로 하여금 ‘음악 좀 들을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없다. 나, 개인의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감성을 건드려 줄 수 있는 음악을 찾아내고 간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진정으로 자신만의 색깔이 담겨 있는 ‘쌔끈한’ 내 생애 최고의 플레이 리스트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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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ed MP3 Blogs

1.       www.Bigstereo.com

2.       www.pitchforkmedia.com

3.       www.palmsoutsound.com

4.       http://music.for-robots.com/

5.       http://hyp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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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SH TV란 곳에서 다프트펑크의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역시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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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슬한 기분이 엄습한 채 영화 상영이 막을 내린 후 뒤늦게 깨달았다...

'아... 헐리우드 영화였지...'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항상 동경하던 사이키델릭 60s 중 언더그라운드 뉴욕 씬에서 펼쳐질 두 거물들, '앤디 워홀'파와 '밥 딜런'파의 예민한 경계 가운데 놓여진 에디 세즈윅의 갈등이라는 곳에서 더 꽃피울 픽셔널 요소가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황당했던 것이었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가 '최악, 저질스러운' 등의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해 악담을 퍼붓고 밥 딜런은 소송 제기한다 쇼하고 대부분 평론가들은 쓰레기라 욕하고 앤디 워홀의 팬들은 분노하고...

...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분명 이 영화는 내 관점에서 볼 때 TV용 저질 드라마를 방불케하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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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적 형식을 취하면서  이 '픽션' 영화에 등장하는 '논픽셔널' 캐릭터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 있는 것 같다.
순수한 영혼 하지만 추락하는 여성 그리고 그녀를 이용한 우유부단하고 예민한 아티스트, 그리고 잠깐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 펼치는 전형적인 어메리칸 남성인 포크 싱어, 이 3자들 사이에 피어나는 로맨스와 한 여성의 추락에 대한 연민이라는 픽션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시대적으로 절대적인 거물 캐릭터들을 모셔 놓았다.

영화가 표방하는 것은 한 때의 'The-It-Girl'인 에디 세즈윅의 일생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세즈윅이라는 인물에 대한 탐구와 고찰은 들어있지 않다.
여느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뻔한 방황하는 순진한 여자 캐릭터 일 뿐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 영화는 몇몇 장면에서 앤디 워홀의 내면에 더 집착 때가 있다. 앤디워홀의 작품 중 가장 실험적이라 꼽히는 <엠파이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씬이 있다. 여기서 감독은 앤디 워홀의 내면적 나르시시즘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안에 (고속 촬영을 통해) 투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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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포스터가 말하는 앤디 워홀이 세즈윅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팩토리걸들 (이 '수퍼스타' 아이디어의 절정은 영화 '첼시걸즈'에서 볼 수 있다 - 물론 세즈윅도 출연했지만 나중에 삭제되었다)을 자신의 뮤즈로서/피사체로서/소모품으로서 작용하는 관계가 자신의 나르시시즘일 것이라는 점을 이 씬 뿐 아니라 어머니와의 관계, 거울의 등장 등으로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도로 보였다.)



과연 이것은 누구에 관한 영화인가? 앤디 워홀? 세즈윅? 아니면 들러리로 등장한 어메리칸 히어로이자 마지막 로맨티스트 캐릭터인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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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왜곡된 캐릭터들이 바로 워홀과 딜런일 것이다.  (사실이야 어쨋건 간에)
그리고 이 둘은 영화에서 명확하게 대립된다. 앤디 워홀이 정반대 캐릭터인 밥 딜런. 그리고 악 역은 워홀이 가지게 된다. 부잣집 따님을 자기의 성공을 위해 끌어들인 것은 물론이요... '팩토리'라는 마약과 섹스가 난무하는 무도덕한 쾌락의 공간에서 실컷 망쳐놓고 피를 빨아먹고 나중에는 모른척 해버리는 (마지막 인터뷰 씬에서 자신은 그녀를 잘 알지 못했다라고 한다...이 씬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앤디 워홀의 고해성사 씬과 더불어 철저하게 악의 상징으로 만들어 버린 워홀 캐릭터에 대한 작은 컴펜세이션 이상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예민하고 배은망덕하고 못된 '게이' 남자다.

이에 비해 밥 딜런은 어떠한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세즈윅은 기꺼이 스트레이트인 그와 행복한 육체적 관계를 나눈다.  (호모로 묘사되는 앤디 워홀과는 플라토닉 사랑을 가지게 됨과 대립된다) 이 영화에서 밥 딜런, 아니 밥 퀸은 누구인가? 가장 이상적인 젊은 미국 남성상의 모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그는 '게이'가 아닌 남성적인 남성이다. 방황하고 있는 세즈윅을 구원하고자 한다. 그녀와 해어진 후 엉망이 되었을 때 이 남자는 자신의 매니져를 통해 그녀에게 필요한 경제적 도움을 준다. 이 남자는 앤디 워홀 처럼 모든 것이 적당하고 우유부단 하지도 않다. 자기의 관점이 뚜렷하며 철학적이며 실천적이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로맨티스트다.  하지만 더 웃긴건 그러면서도 영화 안에서 이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들러리' 수준이다.. 또한 밥 딜런이 소송 제기를 떠들어 댈 만큼 세즈윅의 죽음 뿐만 아니라 밥 딜런이라는 캐릭터도 상당히 재수 없어 보인다. ^^
아하... 그리고 60년대 영화의 영원한 클리세. 기자들이 묻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 찬성하십니까?'...당근 밥 딜런은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탐탁지 않다...엎어야 한다... 하지만 워홀은 현실 세계의 관념을 중요시 한다. (그러기에 밥 딜런은 실천이니 실증주의니 하는 미국에서 환영받겠지만 워홀의 관념은 프랑스에서 호평 받는다...너무나도 진부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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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분되고 기다려지던 밥 딜런의 앤디 워홀 팩토리 방문 씬...
밥 딜런이 발을 내딛는 순간은 다큐멘터리적인 역동적인 씨퀀스를 이끌어내지만 곧 힘없고 우유부단한 게이 남자에 대한 강하지만 잘난척에 재수 없는 '스트레이트' 남자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맥이 탁 풀리게 만든다.
(실제 그 유명한 앤디 워홀의 스크린 테스트를 밥 딜런도 받았다. 그리고 밥 딜런은 그 중 유일하게 중간에 자리를 떠나버린 위인이다. 거기다가 팩토리 방문 기념으로 앤디 워홀은 딜런에게 실버 엘비스 프린트를 선물로 주었고 딜런을 이것을 다트 판으로 사용했다는 얘기가 있다)

영화는 뒤죽박죽이다....

무엇이 지금 우리로 하여금 에디 세즈윅이라는 인물을 다시 살펴보게 만드는가?
그토록 영화와 홍보에서 외쳐대는 'It-Girl'로서의 세즈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또 앤디 워홀이 그녀를 망쳐 놓은 캐릭터로 방향이 잡혔다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60년대 급진적인 페미니즘과 연결시켜 훗날 워홀이 극단적 페미니즘의 클래식이라 꼽히는 'Scum Manifesto'의 저자이자 마이너 팩토리 멤버 발레리 솔라니스에게 저격 당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타당성의 복선을 뿌려놓기라도 한 것인가?

또한 무엇이 그녀를 'THE' Eddie Sedgwick으로 만드는가?

(그녀는 곧 잘 파리스 힐튼과 비교되곤 한다, '한 것 없이 단지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하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가진다'...유명한 사교계의 여왕 정도? (socialite))

이 영화에서는 알 수 없다...

메시지는?
앤디 워홀은 호모였다....
부모님 말씀 잘들어라...
그 뿐인가?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여인에 대한 연민? 이런 구구절절하고 진부한 신파적 접근은 언제나 어디서나 통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감독이 추구한 바도 이것은 아닌 듯 싶다. (거기다가 실제로 세즈윅이 가장 사랑했던 것은 밥 딜런의 로드 매니져란 사실!)

상업 영화라는 것이 여러 사람 손도 타고 눈치도 봐야 하는 것이니...
그 놈의 윗사람들 손만 타면 신기하게도 자신의 것은 알아볼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되돌아 온다. 절망하던지 받아들이던지...선택은 자신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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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빛나는 것은 오직 하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인물들의 사실적 표현이다 (예를 들어 연기, 표정, 말투 등등의 꼭같은 재현...다큐멘터리 출신 감독의 진가가 발휘되나 보다)

-가이 피어스의 앤디 워홀: 긴 말 필요 없다. 최고의 연기다. 이 영화가 가진 단 하나의 보석이라면 바로 가이 피어스의 앤디워홀이다.

-니코: 메레디스 오스트롬이라는 여배우라고 한다. 영화에서 묘사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모습은 시대적으로 너무 샤프하고 깔끔했다. (루 리드와 존 케일은 각각 락 밴드, Weezer가 맡았고 'Heroin'을 리메이크해서 불렀다) 물론 니코의 모습도 지나치게 세련되고 깔끔하고 반듯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독일 악센트와 표정, 그리고 목소리는 정말 사람 햇갈리게 할 정도다.

-믹 재거: 아주 살짝 옆모습의 1/5 정도가 비치는 데.... 똑같다...

-밥 퀸 (밥 딜런): 솔직히 말해서 밥 딜런이 아니라 크리스 아이삭인 줄 알았다 (ㅠㅠ)

-에디 세즈윅: 가장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 연기다. 주구장창 제니퍼 제이슨 리가 떠올랐다. 시에나 밀러... 처음 보지만 (쥬드 로의 옛 그녀라나.. ) 에디 세즈윅을 담아내기에는 조금 역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겨냥하고 있다니.. 아카데미의 주특기인 헛물키기가 기대된다.

이 밖에도 Beauty No.2라던지 Horse 같은 앤디 워홀의 영상 작품들의 세심한 재현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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