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8시 즈음 한적한 스사키 다리에서 바라본 나카스 번화가 구역

혼자 일본 여행을 할 때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바로 료칸에서 제공하는 가이세키가 보통 2인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가는 일본이라 가이세키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타베로그(Tabelog) 앱에서 가이세키 혼밥 가능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2019년 미슐랭에 선정되었던 쇼쿠코코로 슌기쿠 (食・心 旬ぎく)를 발견했다.

식당은 한적한 스사키 거리에 위치한다

가이세키를 찾고 있었던 와중 발견한 갓포 요리라는 점과 네이버나 티스토리에는 국내 리뷰가 거의 없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끌렸다. 안 그래도 후쿠오카에는 관광객들이 참 많은데 이 곳은 뭔가 관광객 없는 진짜 현지에 온 이방인이 된 것 같았던 경험이 참 좋았다. (물론 음식과 접객도 훌륭함). 

| 카이세키 vs 갓포

카이세키와 갓포의 분위기 차이 ❘ ChatGPT

처음에는 카이세키와 갓포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 카이세키: 다도 문화에서 유래하여 격식 있고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정식 요리
  • 갓포: 카운터에서 셰프와 상호작용하며 즐기는 고급 요리. 카이세키보다 캐주얼하고 요리 형식이 유연함

대략적으로 카이세키 > 갓포 > 이자카야 순이라고 볼 수 있다.

예약 확정 메일과 코스 내용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 1,5000엔)

여행 전 타베로그를 통해 토요일 8시에 예약을 했다. 이 날은 영화 <후쿠오카>에서 나왔던 우동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하카타 마츠리 행사로 우동집이 전세 내버려져서 못 먹었다. 다른 음식점 찾아 해매다가 시간은 흘렀고 (오후 2시 30분경?), 슌기쿠에서 종류가 제일 많은 저녁 코스를 주문한 상태라 점심 늦게 먹으면 저녁 먹을 때 힘들 것 같아 이렇게 된 바에 에라 모르겠다 점심은 그냥 굶고 걷기만 했다

| 카운터 자리

카운터석, 요 쉐프(사장님) 바로 앞 왼쪽 자리에 앉았다. ❘ 이미지 출처: www.fukuoka-syungiku.com

이곳에는 테이블 자리가 있지만 혼밥 예약이라 그런지 카운터 첫 자리에 세팅 되어 있었다. 처음엔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셰프 바로 앞자리에 앉아 모든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혼자 먹으니 말할 사람도 없고, 그 대신 눈과 귀라도 즐거워야겠지?) 다만 이 날 너무 힘들어서 사진은 거의 음식 사진 밖에 못 찍어서 내부는 슌기쿠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 온 걸로 대신한다.

이미지 출처: 슌기쿠 공식홈페이지

하나도 거를 수 없는 타선의 행복한 음식의 향연이었다. 양도 많아서 다 못 먹은 게 아쉬울 뿐이다. 암튼 코스는 15,000엔의 최상급으로 博多の初夏特別コース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다. 이 곳은 항상 제철 식료만으로 구성된 코스가 시즌별로 제공된다. 나는 여름이었고.

|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

세팅

덮개의 무늬가 예뻣던 젓가락 세팅.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장님 부인이 오셔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준다. 일어가 안되면 번역앱으로 해 주신다. 내가 다 미안할 정도 접객이 좋다 (모든 테이블 다 담당하는 듯 매우매우 바쁘심). 중간중간 사장님(셰프)한테 물어봐도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애피타이저: 코바치  小鉢 (こばち, Kobachi)

곤약이 베이스로 깔린 제철 작은 접시에 담긴 에피타이저 요리. 부드러운 시작이었다. 

제철 전채요리 : 季節の前菜 (きせつのぜんさい, Kisetsu no Zensai)

내가 아는 전채요리는 식욕을 돋구기 위한 가벼운 오프닝인데 양이 꽤 많아 보였다. 한 입 먹고 너무 맛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이 집이 식감은 살리면서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맛을 잘 구현하는 것 같다. 새우 껍질도 입 안에서 부드럽게 부스러져 내린다. 고등어봉초밥이랑 붕장어는 물론, 아니 감자랑 옥수수까지 맛있어 버리면 나중에 나올 음식들은 어떻게 먹을 건데... 실수했다. 하나하나 다 집어 먹었다.

제철 재료의 맑은 국 旬種のお吸い物 (しゅんしゅの おすいもの, Shunshu no Osuimono)
 
말 그대로 맑고 시원한 국이었고 오크라의 아삭한 식감과 어묵의 쫄깃함이 인상적이었다. 생선은 도미 였던 것 같다 (이것도 다 먹음)
 
 
얇게 썰은 오코제 회: おこぜの薄造り (おこぜの うすづくり, Okoze no Usuzukuri)
 
오코제는 한국어로 쑤기미라고 하는데 처음 먹어봤다 (자산어보에서는 산채어라고 불렀다고). 살은 복어 느낌?이랑 비슷하고 파와 폰즈를 곁들여 먹었다. 중간에 플레이팅된 껍질, 간, 위, 내장 부위들은 꼬들꼬들, 부들부들, 꼬소~하니 맛은 물론 식감들이 매우 좋았다. 귀한 식재료라며 쉐프가 특히 강조하며 자신있게 내놓은 요리였다.
 
출처: 나무위키

어떻게 생긴 놈인가 나중에 찾아 보았더니 수족관에서 많이 본 듯 한 녀석이다. 독가시에 잘못 찔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ㄷㄷㄷ... 암튼 맛있어서 홀딱 비움.

물과 차

잠시 쉬어가는 타임. 기본적으로 오차를 주는데 얘기하면 차가운 물도 준다. 저 문양들이 참 맘에 든다. 이런 고급스러운 식기류들이 맛과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운다

카라츠의 붉은 성게: 唐津の赤ウニ (からつのあかうに, Karatsu no Aka Uni)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성게(우니)다. 맛있는 도미와 고등어도 같이 나온다 (전갱이(아지)였던 것 같기도 한데 고등어(사바)가 맞는 것 같다). 붉은 성게는 후쿠오카 현의 카라츠에서 나오는 고급 식재료라고 하는데 이때가 제철이었나 보다. 이 날 아침도 우니, 저녁도 우니, 행복한 하루. 근데 문제는 이때부터 내 배가 좀 불러왔다. 

제철 튀김 모듬: 旬種の揚げ物盛り合わせ (しゅんしゅの あげものもりあわせ, Shunshu no Agemono Moriawase)
 
튀김이 기가 막히다. 배불러 죽겠는데 또 먹게 된다. 아삭바삭한 식감이 살짝 때리면서 이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갯가제가 나와서 좋았다. 다만 이 시점부터 음식을 남기게 된다. 머리는 많이 먹고 싶은데 몸이 허락하지 않는...
 
전복 찜 요리: 鮑や赤むつ等の煮付け又は蒸し物 (あわびや あかむつ とうの につけ または むしもの, Awabi ya Akamutsu tō no Nitsuke Mata wa Mushimono)
 
개인적으로 전복을 크게 좋아 하진 않지만 이것도 맛있게 먹었다. 다만 또 남김... -_-  맛 없어서가 아니라 못 먹어서... 
 
수제 로스트 흑모 와규: 黒毛和牛の自家製ローストビーフ (くろげわぎゅうの じかせい ローストビーフ, Kuroge Wagyu no Jikasei Rōsuto Bīfu)

한 단계 더 낮은 코스를 시켜도 됐는데 굳이 제일 비싼 코스를 시킨 게 와규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와규 먹을 일이 없어서 이 집에서 고기까지 해치우자 하고... 최대한 노력해서 먹었는데, 그 배부른 와중에 또 꿀떡 넘어갈 정도로 물론 맛은 있었지만 배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사이드 야채는 또 왜 이리 맛있는지...

제철 재료로 지은 밥: 旬種の炊き込みご飯 (しゅんしゅの たきこみごはん, Shunshu no Takikomi Gohan)
이미 완전 배불러서 그로기 상태여서 음식 계속 남겨서 미안하다고 얘기 했었다. 와중에 밥이 나올 시점인데 원래 보조분이 고봉밥 수준으로 푸려다가 쉐프분이 가서 조금만 담아라 해서 조금만 나온거다. 원래는 훨씬 더 많이 준다. 쌀과 콩과 생선의 쫍졸한 조합이 매우매우 좋았다. 생선의 종은 기억나지 않는다. 

 

오코제 된장국: おこぜのお味噌汁 (おこぜの おみそしる, Okoze no Omiso Shiru)
밥과 함께 먹는, 아까 회로 먹었던 오코제 (수끼미) 된장국이다 (단무지도 이때 나오고). 중국집에서 코스 시키고 마지막에 시켜 먹는 소량의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느낌인데, 솔직히 아침 식사로 이렇게만 먹어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맛의 한끼 아닐까.

계절별 수제 디저트 모둠: 季節の自家製デザート盛り合わせ (きせつの じかせい デザートもりあわせ, Kisetsu no Jikasei Dezāto Moriawase)

대망의 마지막, 디저트였다. 이 시점에서는 배불러서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었는데 그래도 한 입 씩은 다 맛봤다. 비주얼만큼의 맛인데 약간 아재들 스타일의 전통 맛? 샤베트는 지인~짜 오랜만에 (최소 1년 이상?) 먹은 거라 좋았다. 정말 거를 것 없는 최고의 타선이었다. 음식과 마 내가 소식인임을 아주 후회했던 날.

 

| 먹고 난 후

식 전 사진인데 밤에는 인적도 없고 매우 어둑하다

먹고 나오니 비가 소록소록 내리고 있었고 골목은 초행자가 보면 위험해 보일 수도 있게 불들도 꺼져 있고 어두웠다 (저녁 10시 즈음). 사장님 부인이 바깥까지 나오셔서 "우산은 가지고 있냐, 본인이 주시겠다", "지금 시간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택시 잡는 게 좋겠다",  "우산 안 쓰고 있으면 택시가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택시 불러 주겠다", "괜찮으려나..." 하시는데 음식 설명부터 이후까지의 이런 배려들이 굉장히 감사했다.

골목길 끝 건너편에는 5성급 오쿠라 후쿠오카 호텔이 있다

골목을 훑어보니 끝 건너편에 고급진 호텔 건물이 보이길래 택시 걱정은 없을 듯하여 괜찮다고 감사에 말씀 전하고 헤어졌다. 배가 진짜 너무 불러서 디저트 이후의 사진은 없어서 당시 어둑한 분위기는 못 담은 초 저녁 사진이다. (초 저녁에도 한적한 골목이긴 했다)

골목길 끝 건너편의 오쿠라 후쿠오카 호텔

택시는 다행히 호텔 가기 전에 큰길에서 잡을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식곤증에 의해 그대로 뻗어 버렸다 (저질 체력에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이 날 후쿠오카에서의 하루

쨋든 아침에도 우니를 먹고, 오전엔 이토시마 가서 오랜만에 여름바다도 보고, 1년에 한 번 있다는 후쿠오카 최대 마츠리도 보고, 영화 <후쿠오카> 촬영지들도 찾고, 저녁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행복한 하루였다. 


https://www.fukuoka-syungiku.com/

 

【公式】博多・中洲川端の隠れ家和食・日本料理「すざき町 食・心 旬ぎく」接待に人気

博多・中洲川端の和食、割烹「すざき町 食・心 旬ぎく」。選りすぐりの鮮魚や野菜を使った日本料理をご堪能いただけます。カウンターやテーブル席のほか、接待や会食などに最適な個室

www.fukuoka-syungiku.com

슌기쿠 공식 홈페이지


* 음식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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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뒤돌아 찍어본 트레일 경로의 풍경

홍콩은 화려한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주변 여러 섬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란타우섬은 다양한 산과 해안 경로를 갖춘 트레킹 명소로 홍콩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에 위치한 푸산 트레일 코스 (Fushan Viewing Point Trail)의 후기다.

|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변 지명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요 주변 지명

먼저 코스의 지도 속 빨간색 점선이 경로다. 시작점에서 양후사원까지 약 1.4km, 약 1시간 30분이 걸렸다. 저질 체력 탓에 시간이 더 걸렸는데, 사실 구글 맵 기준으로는 약 25분 정도의 짧은 코스다. 이 코스를 걸으며 타이오 마을의 전경과 함께 핑크돌고래가 서식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HZMB)도 보인다. 힘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는 코스다 (푸산은 해발 75m 밖에 안된다).

| 트레일 시작점에서 본 풍경

트레일 시작점에서 바라본 코스

트레일의 시작점에서 푸산 트레일 능선을 바라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산책로일 수 있지만 내겐 일종의 도전이었다. 주위에서 몸에 무리가 간다고 왠만하면 가지 말라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보니 오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시작점이 숙소 바로 옆이라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중 저 풍경을 보고 "그래, 가자"하며 충동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 석재포 거리 진입로

석재포거리 진입로

석재포 거리 (Shek Tsai Po St)는 타이오 시장에서 (타이오 윙온 거리 아님)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까지 이어지는 타이오 마을 최서단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길이다. 중간 즈음에 있는 <홍콩 소림 무술 문화센터>로 빠지는 길로 꺾으면 공터가 나온다. 

공터 초입에 이미 표지판이 있으니 돌고래 그림이 있는 FU SHAN VIEWING POINT 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핑크돌고래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타이오 마을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 소림문화센터 앞 공터

공터 안으로 들어가면 타이오 특유의 이런 '인스타(?)'스러운 풍경도 있고,

마을의 과거 흔적과 현실이 느껴지는 풍경

옛적 식수를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 구조물 위에 놓인 중국의 그린 드래곤 장식품, 현재 마을의 판잣집과 가구를 위한 듯한 목공물들, 거기다가 홍콩에서 흔히 보이는 코카콜라 사인이 담겨 있는 담장의 이 흐트러진 풍경을 보니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이템, 무게감 있는 고목. 저게 반얀트리인가? 암튼 수명이 매우 오래되어 보여 사당/사원보다는 이런 고목이나 식물을 볼 때마다 더 경외감이나 신비로움을 느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마을에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고목들은 어떤 세월을 견뎠을까?

소림문화 센터 앞 공터

암튼 공터의 모습은 이렇다. 마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중앙에 나무 구조물이 소림문화센터 입구다. 문 닫은 날인지 소림무술의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소림이란 단어에 솔직히 살짝 설레었었음). 암튼 센터를 끼고 왼쪽 길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오른쪽길로 갔고...

| 잘못 간 길

홍성고대사원

정문 오른쪽 방향엔 홍성고대사원(Hung Shing Temple)이 있다. 1746년 청나라 시절에 세워진 타이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다. 홍성대왕이라는 남중국해의 신을 모시며 바다로 나간 옛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른쪽 방향

암튼 그 옆으로 뻗어 있는 계단 때문에 길이 꽤 그럴싸해 보여 당연히 저기가 코스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일단 걍 올라가 보았고,

잠깐 삽집을 했다.

써컹 써컹

살짝 위험을 느낀 좁아터진 길의 폭과 높이, 그리고 나중에는 마체테 칼 없으면 전진 못할 것 같이 수풀이 앞을 가로막아 위험함을 느끼고 철수했다.

경사와 폭 때문에 내려오는게 더 무서웠음

뱀한테 물리고도 할 말 없을 무턱대고 지른 천연자연을 잠깐 느낄 수 있었다. 이 길은 아마도 산의 관리자용 길인 것 같다.

공터에 돌아와 보니 누렁이 한 마리가 공터 중앙에서 아직도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성사원 바깥쪽에 작은 신당 같은 것도 있었다. 양 쪽의 부적들은 身壯力健 몸이 건강과 힘을 기원, 老少平安 노인과 아이가 평안하고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필요한 부적인 듯 ㅎ

아까 길은 일반인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잘못 들어간 것 같았다. 신당을 향해 '몰랐습니다. 죄송함미다' 사과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 이제야 제대로 들어선 코스

전망대 코스 표지판

공터로 돌아와서 다시 보니 소림센터 정문 왼쪽에 떡 하니 푸산 전망대로 가는 표지판이 달려 있다. 하... 난 바본가 봐...

암튼, 소림문화센터 왼쪽 길로 가야 한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종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열대 식물들이 푸르게 우거진 모습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 속 여유 같은 것..

왼발, 왼발~

카메라의 흔들림을 보니 걸음걸이도 뭔가 자신감이 생긴 듯 :)

쭉쭉 간다

이 즈음에서 갈림길이 한 번 더 나오는데 앞의 평지 길로 안 가고 왼쪽의 계단길로 올라간다.

돌고래 사인을 따라 가세요

초반부 삽질에서 학습이 되어 표지판을 잘 보았다. 여기부터는 길이 하나라 아까처럼 헤맬 일은 없다.

이 시점 이후로는 계단과 돌길의 연속이다. 왼쪽에 보이는 건 비석 같은데 이 푸산(富山)을 돌며 굉장히 많은 묘비들을 볼 수 있다. 옛 조상을 모시는 풍습인 만큼 이 산이 터도 좋고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의미 아닐까.

계단이 지나고 만난 반가운 돌길. 오른쪽에 있는 도구들은 뭔가 해서 읽어 봤더니 파이어 비터 (Firebeater)라는 소방도구다. 

출처: shutterstock

  산불이 나면 저걸로 팡팡 쳐서 진압을 하는 모양이다. 쓸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뭔지 알아둬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야생의 자연과 가까운 느낌의 식물들을 느끼며 걷는 이런 길을 좋아한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그런 자연의 풍경과 냄새가 더 진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숨이 차서 걸을 때는 땅만 보고, 멈춰서 쉴때만 풍경을 좀 본 것 같다

암튼 이렇게 계속 걷다 보니...

| 첫 번째 포인트: 흰돌고래 조각상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계단 ㅜㅜ.  암튼 저 계단을 오르면 트레일의 첫 번째 전망 장소인 흰돌고래 조각상(中華白海豚) 터가 나온다. 

위 사진의 '여기 즈음'이 저 계단이다.

계단, 계단, 계단 (뛴거 아님, 빨리 돌린거임)

맘 잡고 다시 올라가 본다.

경사라 힘들어 땅만 바라보며 올라가다 문득 뒤돌아 보았다. 이제야 좀 고도에(해발 75m ㅎㅎ) 올라왔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사이드 방향도 한 번 훑어보고. 역시 자연의 푸르름은 어디서든 느껴도 좋다.

숙소가 위치한 석재포 거리 쪽과 건너편 바다 위 산책로 풍경도 보인다. 건너편 산들에도 트레일 코스들이 있는 것 같다. 옹핑에서 타이오로 들어오는 도로도 이어져 있고. 특히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보이는 빨간색 높은 구조물은 관음보살을 모신다는 관음사(觀音寺 Kwun Yam Temple)인 것 같다.

어찌어찌 올라가다 보니 첫 번째 뷰잉 포인트인 흰돌고래 조각상 터가 드디어 보인다!

지점에 도달하면 저 멀리 세계 최장 길이 55km를 자랑하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HZMB 대교가 보인다. 우측은 다리가 끊어진 건 아니고 배들도 바다 위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해저터널로 만들어 놓은 길이다. 이제야 좀 전망이 보이는 곳에 왔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이 든다.

흰돌고래조각상 中華白海豚

이 돌고래들은 란타우 섬의 북서쪽, 저 조각상을 배경으로 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이를 상징하는 조각상이다. 

흰돌고래의 간단한 역사, 특성, 위기 상태를 설명한 표지판

포스팅을 위해 만든 가이드 지도에는 편의상 '흰돌고래조각상'이라고 썼는데, 표기는 中華白海豚 (중화백해돌고래, Chinese White Dolphin)로 되어 있다. 더 정확히는 Indo-Pacific Humpback Dolphin (인도-태평양 둥근등돌고래) 종이라고 한다. 타이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흔히 '핑크 돌고래'라고도 알려져 있다.

핑크색의 어미와 거므스름한 새끼 ❘ 출처: https://tai-o.com.hk/

검은색으로 태어나 회색을 거쳐 흰색의 성체로 성장한다. 체온 조절을 위해 수온에 따라 분홍색으로 변하는 신기한 특성을 지녀서 그런지 '핑크 돌고래'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타이오 마을에서는 이를 보기 위한 수상 보트 투어가 있을 정도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종인 만큼 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투어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 가득한 날이라고 한다. 

이 날 보트 투어에서 만난 핑크 돌고래의 모습들. 행운의 날이었다
아래 2017년 홍콩대학교의 자료를 보면, "... 홍콩 해역을 서식지의 일부로 의존하는 돌고래가 최소 368마리가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일반 언론에는 몇십 마리 정도로 나와 큰 차이가 있긴 한데 뭐 가 맞는진 잘 모르겠다. 암튼 멸종 위기 종은 맞다는 거)

The “Hong Kong population” of Chinese white dolphins re-defined:    The latest HKU study clarifies how many dolphins there a

Chinese white dolphin - mother and calf (Photo by Stephen Chan, Cetacean Ecology Lab, SWIMS, HKU). The latest study by researchers at the University of Hong Kong (HKU) delivered the first-ev...

www.hku.hk


그리고 푸산 뷰잉포인트를 향해 다시 펼쳐지는 길... 계단이 없고 돌길이라 다행이다!
이후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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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도로 이름판

마카오 도보 여행의 매력은 곳곳에 펼쳐진 골목, 언덕, 계단들이다. 포르투갈어를 이해한다면 좋겠지만 나 같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난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로명 표지판의 기본 구조만 알아도 여행이 훨씬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

한국 도로명표지판 형식 ❘ Wikipedia 펌

한국으로 치면 '도로명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하는 마카오의 도로 이름판은 포르투갈어와 한자로만 쓰여 있다. 첫 단어만 이해해도 지형적 특징이나 풍경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 여행 전 알아두면 유용한 포르투갈어 도로명 가이드를 준비해 보았다.

참고로, 한자 표기는 보통 포르투갈어의 발음이나 의미를 번역한 형식이지만, 종종 별도의 이중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자까지 포함하면 내용이 길어질 수 있어, 여기서는 포루투갈어 중심으로만 설명한다. 

 


| 도로명 표지판 구조: 

트라베사 다 파이샹 골목

세나두 광장과 함께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성 바오로 유적 근처의 Travessa da Paixão은 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각종 영화와 TV 매체는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의 포토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트라베사 다 파이샹의 표지판

* Travessa da Paixão의 표지판 구조:

마카오의 도로명 표지판은 주로 [길 유형] + [전치사] + [지명/고유명사]의 구조를 따른다. 

  • Travessa: 골목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
  • da: ~의 (소유격 전치사)
  • Paixão: 열정, 사랑 (특히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을 상징)

따라서 이 곳은 '열정(사랑)의 골목'으로 해석된다.

전치사의 경우 do, dos, da 등으로 다양하지만, 'd'로 시작하면 단순히 '~의'로 이해하면 된다.
재밌는 점은 중국어 표기인 '戀愛巷(연애항)'은 "연인의 골목" 또는 "사랑의 거리"로 번역되며 포르투갈어의 그리스도의 열정(Passion)을 담은 종교적 의미와는 또 다른 낭만적 뉘앙스를 전한다. 

성 바오로 유적을 등지고 바라본 모습

묘한 오역과 더불어 공간 또한 예쁘다 보니 영어로도 'Love Lane(사랑의 골목)'이라 불리며 로맨틱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식으로 도로명은 마카오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제 도로명 정리를 통해 마카오의 길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 도로명 정리: 

명칭 (포루투갈어) 뜻 (한국어/영어) 설명 예시
Avenida
(Av.)
대로
(Avenue)
도시의 주요 대로로서 상업, 관광 및 교통 중심지를 연결. Avenida Dr. Sun Yat-sen (쑨원 대로)
Beco
(Bc.)
아주 좁은 골목
(Alley)
양방향으로 열린 골목. Travessa보다 좁음. 지역적 이동 및 연결 목적 Beco da Felicidade
(행복의 골목)
Calçada
(Cç.)
(돌로 포장된) 길
(Pavement)
돌로 포장된 포루투갈 전통 길 형식.
식민지 영향이 강한 구역에서 자주 보임.
Calçada de S. Paulo
(성 바오로 돌길)
Escada
(Esc.)
계단
(Steps)
보행자용 계단.
대성당 같이 큰 규모나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일 경우 Escadaria로 표기됨.
Escada de Coxo
(코쇼 계단)
Estrada
(Estr.)
큰 도로, 주요 도로
(Road)
주요 도로 Estrada da Penha
(페냐언덕 도로)
Largo
(Lg.)
광장, 넓은 공간
(Square)
포르투갈 유래의 넓은 공공 광장 공간.
주민 교류와 일상 활동 중심.
Largo do Senado
(세나두 광장)
Pátio
(Pt.)
공동체 공간, 막힌 골목
(Yard, Enclosed Alley)
마카오의 근현대식 밀집 주거 공간.
하나의 출입구와 막힌 골목,
마당과 우물 등 공용 공간이 특징
Pátio do Espinho
(가시덤불의 마을)
Praça
(Pç.)
광장
(Sqaure)
도시의 기념비적 광장으로
상징적 공식 행사와 역할 수행
(Largo와는 공식성 vs 일상성의 차이)
Praça de Luís de Camões (루이스 드 카몽이스 광장)
Rotunda
(Rda.)
원형 교차로
(Roundabout)
차량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설계된 원형 공간.
Rotunda de Carlos da Maia
(카를로스 다 마이아 교차로)
Rua
(R.)
거리, 도로
(Street)
일반적인 거리 Rua do Cunha
(쿠냐 거리)
Travessa
(Tv.)
골목길, 좁은
(Alley, Narrow Lane)
두 주요 도로를 연결하는 좁은 길로,
이동과 연결성이 강조된 공식적인 골목길.
(Beco보다는 넓고 긴 구조)
Travessa da Paixão
(파이샹 골목)
** Miradouro
(Mir.)
전망대
(View Point)
전망 포인트 Miradouro da Penha
(페냐언덕 전망대)
** Ponte
(Pte.)
다리
(Bridge)
강이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Ponte de Sai Van
(세이반 다리)
** Poço
(Pç.)
우물
(Well)
과거에는 공동체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던 우물이 중요한 랜드마크로 여겨졌였음. Beco do Poço
(우물의 골목)
** Fortaleza
(Ft.)
요새
(Fort)
마카오는 식민지 특성 상 도시 방어를 위해 요새가 많이 있음 Fortaleza do Monte
(몬테 요새)
** Igreja
(Igr.) 
교회
(Church)
마카오에서 교회를 지칭하는 일반 용어 Igreja de S. Lázaro
(성 라자로 교회)
** Sé Cathedral
(Sé.)
성당
(Cathedral)
마카오 가톨릭 교구의 주교좌 성당.
Igreja da Sé Cathedral로도 표기
Sé Catedral da Nossa
Senhora da Natividade
(마카오 대성당)
** Templo
(Tpl.)
사원
(Temple)
전통 신앙과 불교를 반영한 중국식 사원 Templo de A-Má
(아마 사원)
 

대략 중요한 것들만 선별한 목록이다. (볼드로 표시된 항목은 특히 자주 보이는 접두어이며, '**'로 표시된 항목은 길 형식이 아닌 랜드마크 성격의 지형 또는 구조적 특징을 가리키지만 알면 여행 시 유용하다)

유명사는 언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접두어의 의미만 알아도 마카오 여행에서 표지판을 읽는 재미와 실용성을 더할 수 있다.


| 마카오의 사인과 공간들: 

Patio: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옛 공동체 공간과 작은 마당 또는 우물(위 사각형 구조물)을 만날 수 있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Largo: 광장이겠구나.

Beco: 오래된 주거지들 사이를 연결하는 좁은 뒷골목 같은 느낌이겠구나. 일단 들어가 보자.

Calçada: 바닥에 포르투갈식 돌이 깔린 길이겠구나.

"흔한 주말의 성바오로 유적 가는 풍경, 살려주세요 ㅎㅎㅎ"

Rua: 도보로 거닐 수 있는 일반적인 거리겠구나.

 

Avenida: 중요한 대로구나. 버스 정류장들이 있겠구나! (세종대로나 강남대로 같은 느낌)


추가로 위는 포스팅에서 설명 못한 한자 이중 표기의 좋은 예다. 'Avenida de Almeida Ribeiro'는 마카오 행정관의 이름을 기리고, 한자 표기는 그 발음을 뜻한 긴 한자 밑에, 新馬路(신마로)를 더해 '새로 조성된 길'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로컬들은 이렇게 즐겨 부른다고 한다). 돌아다니며 만나는 이런 표지판들은 두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마카오라는 도시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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