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 정식 한상

여수 순이네 밥상의 특징은 세 가지였다.

"가성비 + 맛 + 친절함".


그중에서도 친절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직접 주차 안내를 해주시는 모습,
테이블마다 손님 분위기에 맞춰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팀에게 매운 음식 관련 주의를 기울이는 세심함까지.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수시로 홀을 돌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챙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보통 이런 규모의 바쁜 맛집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
아무리 맛집이라도 불친절한 곳은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법인데,
여기는 맛도 좋고 친절함까지 갖춘 곳. 확실히 인정할 만했다.


| 🚗 가는 길  ft. 아침 일출

여수 돌산도의 아침 일출

이번 여행의 계획 중 하나는 매일 간장게장 한 끼씩 먹어보자였다. 아침 6시 20분쯤 일어나 여수 돌산도의 일출을 감상.

이후 전 날의 피곤함을 씻어낼 겸 충분한 늦잠을 즐겼다.

돌산도에서 출발

그리고 아점으로 간장게장을 먹기로 결정. 오늘의 식당, 여수 이순신 광장 근처의 '순이네 밥상'으로 향한다.

순이네 밥상 주차장에서 찍어본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舊 第一銀行 麗水支店)

 도착하니 가게분이 나와 주차 안내를 해 주셨다. 손님이 많지 않은지 주차자리가 넉넉했다. 그런데 바로 건너편에 눈길을 사로잡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어서 찍어봤다. 

 

| 🏠 가게 분위기 – 평일의 여유로움

가게 입구

가게 오픈 시간은 오전 9시 30분. 도착했을 때는 10시 40분경이었고 이순신 광장 근처 인기 맛집이라는 얘기를 들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앞에 배치된 포장마차 의자들을 보니, 주말이나 성수기엔 대기가 상당할 것 같은 느낌

겨울에도 많은 웨이팅 ❘ 출처: 순이네밥상 페이스북

역시 비성수기 평일 여행의 묘미는 이런 여유로움 아닐까

매장 내부는 리모델링을 했는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관리가 잘된 느낌이었다.  화장실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여유로웠다

가성비 좋은 메뉴가 눈에 띄었다.
어제는 향일암 근처에서 삼점꽃게 게장정식을 먹었고,
오늘은 돌게장이 포함된 꽃게탕 정식,
내일은 꽃게장으로 점점 업그레이드하는 일정.

 

| 🦀🍽️ 꽃게탕 정식 – 가성비 좋은 맛

반찬들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이젠 상향평준화된 것 같지만 그래도 여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갓김치를 비롯 제육볶음까지. 

소식좌 입장에서 늘 그렇듯 게장과 탕을 먹어야 하는데 반찬까지 맛있으면 과식이 걱정되는 상황. 하지만 역시 맛을 보면 젓가락을 멈추기 힘들다.

마침내 꽃게탕 정식 한상이 드디어 완성. 기대했던 대로 강성비 좋은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었다.  

오늘의 주인공 중 하나인 돌게장. 맛있다. 뭐라고 특별히 표현할 단어는 없다. 게장 자체는 그 동안 먹었던 여수의 다른 돌게장 맛집들과 비교해 상향평준화 느낌으로 비슷비슷한 것 같다. 다만, 전 날 향일암 근처에서 갔던 유명 맛집이 기대에 못 미쳐서 그런지 더 만족도가 높았다

작지만 게 내장과 간장이 스면든 밥 한입에 가득히 퍼지는 감칠맛을 위해 꾸역꾸역 게딱지밥도 만들어 먹고,

얼큰한 찌개 속 꽃게도 실하고~ 전체적으로 잘 먹었고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오전 11시30분경 풍경

오전 11시 30분경 배불리 먹고 나와보니 점심 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웨이팅이 시작되고 있었다. 맛있는 여수의 한 끼였다.

| 결론

✅ 가성비 좋고, 맛도 좋고 친절함까지 갖춘 곳.
✅ 게장, 꽃게탕 모두 기본 이상은 하는 맛.
✅ 친절한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 가능.
✅ 주변에 문화재 건축물이 있어 의외의 발견까지 함께.

여수에서 간장게장을 고민 중이라면 순이네 밥상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이번 여행에서도 좋은 기억을 남긴 한 끼였다. 🦀✨

 


| 🏛️ 번외: 국가등록문화재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포스팅 처음에 언급했던 식당 오자마 인상 깊었던 건너편 건물은 알고 보니 국가등록문화재 제170호,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이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흥미를 자극하는 건물이다.   

현관 입구에 조선식산은행이라는 음각글씨가 있다. 일제강점기시대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당시 도시계획 및 식민지 금융/상공업 정책에 대한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내판 문구:
구 제일은행 여수 지점 舊 第一銀行 麗水 支店 국가등록문화재 제170호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후반에 조선식산은행 여수 지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현재 간판을 붙인 벽면에 '조선식산은행'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데, 장식이 없는 전면의 사각기둥은 합리주의 건축물의 본보기이다. 내부는 부분 2층 구조이며 2층 난간과 기둥의 장식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건물은 식민지 상공업의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해방 후 한국식산은행 여수 지점이었다가 한국저축은행, 한국산업은행, 제일은행, 에스씨제일은행 여수 지점을 거쳐 현재는 개인 사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니 현재는 개인 사업장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외관은 원형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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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8시 즈음 한적한 스사키 다리에서 바라본 나카스 번화가 구역

혼자 일본 여행을 할 때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바로 료칸에서 제공하는 가이세키가 보통 2인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가는 일본이라 가이세키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타베로그(Tabelog) 앱에서 가이세키 혼밥 가능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2019년 미슐랭에 선정되었던 쇼쿠코코로 슌기쿠 (食・心 旬ぎく)를 발견했다.

식당은 한적한 스사키 거리에 위치한다

가이세키를 찾고 있었던 와중 발견한 갓포 요리라는 점과 네이버나 티스토리에는 국내 리뷰가 거의 없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끌렸다. 안 그래도 후쿠오카에는 관광객들이 참 많은데 이 곳은 뭔가 관광객 없는 진짜 현지에 온 이방인이 된 것 같았던 경험이 참 좋았다. (물론 음식과 접객도 훌륭함). 

| 카이세키 vs 갓포

카이세키와 갓포의 분위기 차이 ❘ ChatGPT

처음에는 카이세키와 갓포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 카이세키: 다도 문화에서 유래하여 격식 있고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정식 요리
  • 갓포: 카운터에서 셰프와 상호작용하며 즐기는 고급 요리. 카이세키보다 캐주얼하고 요리 형식이 유연함

대략적으로 카이세키 > 갓포 > 이자카야 순이라고 볼 수 있다.

예약 확정 메일과 코스 내용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 1,5000엔)

여행 전 타베로그를 통해 토요일 8시에 예약을 했다. 이 날은 영화 <후쿠오카>에서 나왔던 우동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하카타 마츠리 행사로 우동집이 전세 내버려져서 못 먹었다. 다른 음식점 찾아 해매다가 시간은 흘렀고 (오후 2시 30분경?), 슌기쿠에서 종류가 제일 많은 저녁 코스를 주문한 상태라 점심 늦게 먹으면 저녁 먹을 때 힘들 것 같아 이렇게 된 바에 에라 모르겠다 점심은 그냥 굶고 걷기만 했다

| 카운터 자리

카운터석, 요 쉐프(사장님) 바로 앞 왼쪽 자리에 앉았다. ❘ 이미지 출처: www.fukuoka-syungiku.com

이곳에는 테이블 자리가 있지만 혼밥 예약이라 그런지 카운터 첫 자리에 세팅 되어 있었다. 처음엔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셰프 바로 앞자리에 앉아 모든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혼자 먹으니 말할 사람도 없고, 그 대신 눈과 귀라도 즐거워야겠지?) 다만 이 날 너무 힘들어서 사진은 거의 음식 사진 밖에 못 찍어서 내부는 슌기쿠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 온 걸로 대신한다.

이미지 출처: 슌기쿠 공식홈페이지

하나도 거를 수 없는 타선의 행복한 음식의 향연이었다. 양도 많아서 다 못 먹은 게 아쉬울 뿐이다. 암튼 코스는 15,000엔의 최상급으로 博多の初夏特別コース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다. 이 곳은 항상 제철 식료만으로 구성된 코스가 시즌별로 제공된다. 나는 여름이었고.

| 하카타의 초여름 특별 코스

세팅

덮개의 무늬가 예뻣던 젓가락 세팅.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장님 부인이 오셔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준다. 일어가 안되면 번역앱으로 해 주신다. 내가 다 미안할 정도 접객이 좋다 (모든 테이블 다 담당하는 듯 매우매우 바쁘심). 중간중간 사장님(셰프)한테 물어봐도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애피타이저: 코바치  小鉢 (こばち, Kobachi)

곤약이 베이스로 깔린 제철 작은 접시에 담긴 에피타이저 요리. 부드러운 시작이었다. 

제철 전채요리 : 季節の前菜 (きせつのぜんさい, Kisetsu no Zensai)

내가 아는 전채요리는 식욕을 돋구기 위한 가벼운 오프닝인데 양이 꽤 많아 보였다. 한 입 먹고 너무 맛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이 집이 식감은 살리면서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맛을 잘 구현하는 것 같다. 새우 껍질도 입 안에서 부드럽게 부스러져 내린다. 고등어봉초밥이랑 붕장어는 물론, 아니 감자랑 옥수수까지 맛있어 버리면 나중에 나올 음식들은 어떻게 먹을 건데... 실수했다. 하나하나 다 집어 먹었다.

제철 재료의 맑은 국 旬種のお吸い物 (しゅんしゅの おすいもの, Shunshu no Osuimono)
 
말 그대로 맑고 시원한 국이었고 오크라의 아삭한 식감과 어묵의 쫄깃함이 인상적이었다. 생선은 도미 였던 것 같다 (이것도 다 먹음)
 
 
얇게 썰은 오코제 회: おこぜの薄造り (おこぜの うすづくり, Okoze no Usuzukuri)
 
오코제는 한국어로 쑤기미라고 하는데 처음 먹어봤다 (자산어보에서는 산채어라고 불렀다고). 살은 복어 느낌?이랑 비슷하고 파와 폰즈를 곁들여 먹었다. 중간에 플레이팅된 껍질, 간, 위, 내장 부위들은 꼬들꼬들, 부들부들, 꼬소~하니 맛은 물론 식감들이 매우 좋았다. 귀한 식재료라며 쉐프가 특히 강조하며 자신있게 내놓은 요리였다.
 
출처: 나무위키

어떻게 생긴 놈인가 나중에 찾아 보았더니 수족관에서 많이 본 듯 한 녀석이다. 독가시에 잘못 찔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ㄷㄷㄷ... 암튼 맛있어서 홀딱 비움.

물과 차

잠시 쉬어가는 타임. 기본적으로 오차를 주는데 얘기하면 차가운 물도 준다. 저 문양들이 참 맘에 든다. 이런 고급스러운 식기류들이 맛과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운다

카라츠의 붉은 성게: 唐津の赤ウニ (からつのあかうに, Karatsu no Aka Uni)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성게(우니)다. 맛있는 도미와 고등어도 같이 나온다 (전갱이(아지)였던 것 같기도 한데 고등어(사바)가 맞는 것 같다). 붉은 성게는 후쿠오카 현의 카라츠에서 나오는 고급 식재료라고 하는데 이때가 제철이었나 보다. 이 날 아침도 우니, 저녁도 우니, 행복한 하루. 근데 문제는 이때부터 내 배가 좀 불러왔다. 

제철 튀김 모듬: 旬種の揚げ物盛り合わせ (しゅんしゅの あげものもりあわせ, Shunshu no Agemono Moriawase)
 
튀김이 기가 막히다. 배불러 죽겠는데 또 먹게 된다. 아삭바삭한 식감이 살짝 때리면서 이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갯가제가 나와서 좋았다. 다만 이 시점부터 음식을 남기게 된다. 머리는 많이 먹고 싶은데 몸이 허락하지 않는...
 
전복 찜 요리: 鮑や赤むつ等の煮付け又は蒸し物 (あわびや あかむつ とうの につけ または むしもの, Awabi ya Akamutsu tō no Nitsuke Mata wa Mushimono)
 
개인적으로 전복을 크게 좋아 하진 않지만 이것도 맛있게 먹었다. 다만 또 남김... -_-  맛 없어서가 아니라 못 먹어서... 
 
수제 로스트 흑모 와규: 黒毛和牛の自家製ローストビーフ (くろげわぎゅうの じかせい ローストビーフ, Kuroge Wagyu no Jikasei Rōsuto Bīfu)

한 단계 더 낮은 코스를 시켜도 됐는데 굳이 제일 비싼 코스를 시킨 게 와규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와규 먹을 일이 없어서 이 집에서 고기까지 해치우자 하고... 최대한 노력해서 먹었는데, 그 배부른 와중에 또 꿀떡 넘어갈 정도로 물론 맛은 있었지만 배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사이드 야채는 또 왜 이리 맛있는지...

제철 재료로 지은 밥: 旬種の炊き込みご飯 (しゅんしゅの たきこみごはん, Shunshu no Takikomi Gohan)
이미 완전 배불러서 그로기 상태여서 음식 계속 남겨서 미안하다고 얘기 했었다. 와중에 밥이 나올 시점인데 원래 보조분이 고봉밥 수준으로 푸려다가 쉐프분이 가서 조금만 담아라 해서 조금만 나온거다. 원래는 훨씬 더 많이 준다. 쌀과 콩과 생선의 쫍졸한 조합이 매우매우 좋았다. 생선의 종은 기억나지 않는다. 

 

오코제 된장국: おこぜのお味噌汁 (おこぜの おみそしる, Okoze no Omiso Shiru)
밥과 함께 먹는, 아까 회로 먹었던 오코제 (수끼미) 된장국이다 (단무지도 이때 나오고). 중국집에서 코스 시키고 마지막에 시켜 먹는 소량의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느낌인데, 솔직히 아침 식사로 이렇게만 먹어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맛의 한끼 아닐까.

계절별 수제 디저트 모둠: 季節の自家製デザート盛り合わせ (きせつの じかせい デザートもりあわせ, Kisetsu no Jikasei Dezāto Moriawase)

대망의 마지막, 디저트였다. 이 시점에서는 배불러서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었는데 그래도 한 입 씩은 다 맛봤다. 비주얼만큼의 맛인데 약간 아재들 스타일의 전통 맛? 샤베트는 지인~짜 오랜만에 (최소 1년 이상?) 먹은 거라 좋았다. 정말 거를 것 없는 최고의 타선이었다. 음식과 마 내가 소식인임을 아주 후회했던 날.

 

| 먹고 난 후

식 전 사진인데 밤에는 인적도 없고 매우 어둑하다

먹고 나오니 비가 소록소록 내리고 있었고 골목은 초행자가 보면 위험해 보일 수도 있게 불들도 꺼져 있고 어두웠다 (저녁 10시 즈음). 사장님 부인이 바깥까지 나오셔서 "우산은 가지고 있냐, 본인이 주시겠다", "지금 시간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택시 잡는 게 좋겠다",  "우산 안 쓰고 있으면 택시가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택시 불러 주겠다", "괜찮으려나..." 하시는데 음식 설명부터 이후까지의 이런 배려들이 굉장히 감사했다.

골목길 끝 건너편에는 5성급 오쿠라 후쿠오카 호텔이 있다

골목을 훑어보니 끝 건너편에 고급진 호텔 건물이 보이길래 택시 걱정은 없을 듯하여 괜찮다고 감사에 말씀 전하고 헤어졌다. 배가 진짜 너무 불러서 디저트 이후의 사진은 없어서 당시 어둑한 분위기는 못 담은 초 저녁 사진이다. (초 저녁에도 한적한 골목이긴 했다)

골목길 끝 건너편의 오쿠라 후쿠오카 호텔

택시는 다행히 호텔 가기 전에 큰길에서 잡을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식곤증에 의해 그대로 뻗어 버렸다 (저질 체력에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이 날 후쿠오카에서의 하루

쨋든 아침에도 우니를 먹고, 오전엔 이토시마 가서 오랜만에 여름바다도 보고, 1년에 한 번 있다는 후쿠오카 최대 마츠리도 보고, 영화 <후쿠오카> 촬영지들도 찾고, 저녁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행복한 하루였다. 


https://www.fukuoka-syungiku.com/

 

【公式】博多・中洲川端の隠れ家和食・日本料理「すざき町 食・心 旬ぎく」接待に人気

博多・中洲川端の和食、割烹「すざき町 食・心 旬ぎく」。選りすぐりの鮮魚や野菜を使った日本料理をご堪能いただけます。カウンターやテーブル席のほか、接待や会食などに最適な個室

www.fukuoka-syungiku.com

슌기쿠 공식 홈페이지


* 음식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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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뒤돌아 찍어본 트레일 경로의 풍경

홍콩은 화려한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주변 여러 섬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란타우섬은 다양한 산과 해안 경로를 갖춘 트레킹 명소로 홍콩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란타우섬 타이오 마을에 위치한 푸산 트레일 코스 (Fushan Viewing Point Trail)의 후기다.

|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변 지명

푸산 전망대 트레일 코스 및 주요 주변 지명

먼저 코스의 지도 속 빨간색 점선이 경로다. 시작점에서 양후사원까지 약 1.4km, 약 1시간 30분이 걸렸다. 저질 체력 탓에 시간이 더 걸렸는데, 사실 구글 맵 기준으로는 약 25분 정도의 짧은 코스다. 이 코스를 걸으며 타이오 마을의 전경과 함께 핑크돌고래가 서식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HZMB)도 보인다. 힘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는 코스다 (푸산은 해발 75m 밖에 안된다).

| 트레일 시작점에서 본 풍경

트레일 시작점에서 바라본 코스

트레일의 시작점에서 푸산 트레일 능선을 바라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산책로일 수 있지만 내겐 일종의 도전이었다. 주위에서 몸에 무리가 간다고 왠만하면 가지 말라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보니 오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시작점이 숙소 바로 옆이라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중 저 풍경을 보고 "그래, 가자"하며 충동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 석재포 거리 진입로

석재포거리 진입로

석재포 거리 (Shek Tsai Po St)는 타이오 시장에서 (타이오 윙온 거리 아님)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까지 이어지는 타이오 마을 최서단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길이다. 중간 즈음에 있는 <홍콩 소림 무술 문화센터>로 빠지는 길로 꺾으면 공터가 나온다. 

공터 초입에 이미 표지판이 있으니 돌고래 그림이 있는 FU SHAN VIEWING POINT 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핑크돌고래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타이오 마을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 소림문화센터 앞 공터

공터 안으로 들어가면 타이오 특유의 이런 '인스타(?)'스러운 풍경도 있고,

마을의 과거 흔적과 현실이 느껴지는 풍경

옛적 식수를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 구조물 위에 놓인 중국의 그린 드래곤 장식품, 현재 마을의 판잣집과 가구를 위한 듯한 목공물들, 거기다가 홍콩에서 흔히 보이는 코카콜라 사인이 담겨 있는 담장의 이 흐트러진 풍경을 보니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이템, 무게감 있는 고목. 저게 반얀트리인가? 암튼 수명이 매우 오래되어 보여 사당/사원보다는 이런 고목이나 식물을 볼 때마다 더 경외감이나 신비로움을 느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마을에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고목들은 어떤 세월을 견뎠을까?

소림문화 센터 앞 공터

암튼 공터의 모습은 이렇다. 마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중앙에 나무 구조물이 소림문화센터 입구다. 문 닫은 날인지 소림무술의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소림이란 단어에 솔직히 살짝 설레었었음). 암튼 센터를 끼고 왼쪽 길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오른쪽길로 갔고...

| 잘못 간 길

홍성고대사원

정문 오른쪽 방향엔 홍성고대사원(Hung Shing Temple)이 있다. 1746년 청나라 시절에 세워진 타이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다. 홍성대왕이라는 남중국해의 신을 모시며 바다로 나간 옛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른쪽 방향

암튼 그 옆으로 뻗어 있는 계단 때문에 길이 꽤 그럴싸해 보여 당연히 저기가 코스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일단 걍 올라가 보았고,

잠깐 삽집을 했다.

써컹 써컹

살짝 위험을 느낀 좁아터진 길의 폭과 높이, 그리고 나중에는 마체테 칼 없으면 전진 못할 것 같이 수풀이 앞을 가로막아 위험함을 느끼고 철수했다.

경사와 폭 때문에 내려오는게 더 무서웠음

뱀한테 물리고도 할 말 없을 무턱대고 지른 천연자연을 잠깐 느낄 수 있었다. 이 길은 아마도 산의 관리자용 길인 것 같다.

공터에 돌아와 보니 누렁이 한 마리가 공터 중앙에서 아직도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성사원 바깥쪽에 작은 신당 같은 것도 있었다. 양 쪽의 부적들은 身壯力健 몸이 건강과 힘을 기원, 老少平安 노인과 아이가 평안하고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필요한 부적인 듯 ㅎ

아까 길은 일반인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잘못 들어간 것 같았다. 신당을 향해 '몰랐습니다. 죄송함미다' 사과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 이제야 제대로 들어선 코스

전망대 코스 표지판

공터로 돌아와서 다시 보니 소림센터 정문 왼쪽에 떡 하니 푸산 전망대로 가는 표지판이 달려 있다. 하... 난 바본가 봐...

암튼, 소림문화센터 왼쪽 길로 가야 한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종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열대 식물들이 푸르게 우거진 모습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 속 여유 같은 것..

왼발, 왼발~

카메라의 흔들림을 보니 걸음걸이도 뭔가 자신감이 생긴 듯 :)

쭉쭉 간다

이 즈음에서 갈림길이 한 번 더 나오는데 앞의 평지 길로 안 가고 왼쪽의 계단길로 올라간다.

돌고래 사인을 따라 가세요

초반부 삽질에서 학습이 되어 표지판을 잘 보았다. 여기부터는 길이 하나라 아까처럼 헤맬 일은 없다.

이 시점 이후로는 계단과 돌길의 연속이다. 왼쪽에 보이는 건 비석 같은데 이 푸산(富山)을 돌며 굉장히 많은 묘비들을 볼 수 있다. 옛 조상을 모시는 풍습인 만큼 이 산이 터도 좋고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의미 아닐까.

계단이 지나고 만난 반가운 돌길. 오른쪽에 있는 도구들은 뭔가 해서 읽어 봤더니 파이어 비터 (Firebeater)라는 소방도구다. 

출처: shutterstock

  산불이 나면 저걸로 팡팡 쳐서 진압을 하는 모양이다. 쓸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뭔지 알아둬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야생의 자연과 가까운 느낌의 식물들을 느끼며 걷는 이런 길을 좋아한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그런 자연의 풍경과 냄새가 더 진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숨이 차서 걸을 때는 땅만 보고, 멈춰서 쉴때만 풍경을 좀 본 것 같다

암튼 이렇게 계속 걷다 보니...

| 첫 번째 포인트: 흰돌고래 조각상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계단 ㅜㅜ.  암튼 저 계단을 오르면 트레일의 첫 번째 전망 장소인 흰돌고래 조각상(中華白海豚) 터가 나온다. 

위 사진의 '여기 즈음'이 저 계단이다.

계단, 계단, 계단 (뛴거 아님, 빨리 돌린거임)

맘 잡고 다시 올라가 본다.

경사라 힘들어 땅만 바라보며 올라가다 문득 뒤돌아 보았다. 이제야 좀 고도에(해발 75m ㅎㅎ) 올라왔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사이드 방향도 한 번 훑어보고. 역시 자연의 푸르름은 어디서든 느껴도 좋다.

숙소가 위치한 석재포 거리 쪽과 건너편 바다 위 산책로 풍경도 보인다. 건너편 산들에도 트레일 코스들이 있는 것 같다. 옹핑에서 타이오로 들어오는 도로도 이어져 있고. 특히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보이는 빨간색 높은 구조물은 관음보살을 모신다는 관음사(觀音寺 Kwun Yam Temple)인 것 같다.

어찌어찌 올라가다 보니 첫 번째 뷰잉 포인트인 흰돌고래 조각상 터가 드디어 보인다!

지점에 도달하면 저 멀리 세계 최장 길이 55km를 자랑하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HZMB 대교가 보인다. 우측은 다리가 끊어진 건 아니고 배들도 바다 위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해저터널로 만들어 놓은 길이다. 이제야 좀 전망이 보이는 곳에 왔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이 든다.

흰돌고래조각상 中華白海豚

이 돌고래들은 란타우 섬의 북서쪽, 저 조각상을 배경으로 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이를 상징하는 조각상이다. 

흰돌고래의 간단한 역사, 특성, 위기 상태를 설명한 표지판

포스팅을 위해 만든 가이드 지도에는 편의상 '흰돌고래조각상'이라고 썼는데, 표기는 中華白海豚 (중화백해돌고래, Chinese White Dolphin)로 되어 있다. 더 정확히는 Indo-Pacific Humpback Dolphin (인도-태평양 둥근등돌고래) 종이라고 한다. 타이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흔히 '핑크 돌고래'라고도 알려져 있다.

핑크색의 어미와 거므스름한 새끼 ❘ 출처: https://tai-o.com.hk/

검은색으로 태어나 회색을 거쳐 흰색의 성체로 성장한다. 체온 조절을 위해 수온에 따라 분홍색으로 변하는 신기한 특성을 지녀서 그런지 '핑크 돌고래'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타이오 마을에서는 이를 보기 위한 수상 보트 투어가 있을 정도로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종인 만큼 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투어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 가득한 날이라고 한다. 

이 날 보트 투어에서 만난 핑크 돌고래의 모습들. 행운의 날이었다
아래 2017년 홍콩대학교의 자료를 보면, "... 홍콩 해역을 서식지의 일부로 의존하는 돌고래가 최소 368마리가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일반 언론에는 몇십 마리 정도로 나와 큰 차이가 있긴 한데 뭐 가 맞는진 잘 모르겠다. 암튼 멸종 위기 종은 맞다는 거)

The “Hong Kong population” of Chinese white dolphins re-defined:    The latest HKU study clarifies how many dolphins there a

Chinese white dolphin - mother and calf (Photo by Stephen Chan, Cetacean Ecology Lab, SWIMS, HKU). The latest study by researchers at the University of Hong Kong (HKU) delivered the first-ev...

www.hku.hk


그리고 푸산 뷰잉포인트를 향해 다시 펼쳐지는 길... 계단이 없고 돌길이라 다행이다!
이후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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