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앞 행단보도 낙옆이 많이 떨어져 있다

추적 검사 후 결과까지의 일주일 간의 심적 고생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몇 년이 지났지만 이 일주일 동안 짓눌려 있는 심적 무게감은 항상 버겁다.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고 혼자 꽁꽁 싸매고 있는 이 일주일 간의 심적 괴로움과 불안함은 알프람 몇 알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특히 결과 들으러 문 열고 들어가기 10~15분 전의 미칠듯한 강박감은 정말...

암병원 발코니에서 창경궁을 한 번 보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보통 병원에 일찍 도착하는 편이지만 병동 안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우울하기 때문에 한 5~10분 전까지는 진정을 위해 알프람 한 알 먹고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는 편이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

참고로 알프람은 신경안정제로 <낭만닥터김사부2>에서 이성경이 수술 전 먹었다가 기절한 신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졌는데, 처방만 가능하고 웬만하면 인생에서 안 만나거나 멀리하는 게 좋은 약이다. 그리고 저것도 처음에다 잘 듣지, 계속 먹다 보면 내성 생겨서 계속 먹고 먹고 먹고의 연속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본원
대한의원 병동 터

우울한 암병원에서 11시 방향으로 서울대병원 본원 빌딩이 있고 고 앞에 대한의원 병동 터가 남겨져 있다. 이걸 가지고 뭐라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아파트들 재건축하기 전 이전 아파트 흔적을 조금 남기고 뭐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 대한민국 혹은 서울 최초의 아파트.. 뭐 이런 정도의 상징성 정도면 모를까, 터 까지 남겨 놓으면서 까지 역사와 기억을 기릴만한 그런 아파트 건축이 애초에 있나? 당장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공홈의 밀레니엄 힐튼 남산의 전경

기리는 거 가지고 뭐라 할 건 없겠지만 더 중요한 근현대 건축물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악으로 볼 순 없는) 부동산 논리에 의해 사라져 가는 마당에 그런 걸 보면 맘이 좀 그렇다. 좋은 예로 당장 남산 밀레니엄 힐튼 건물이 2022년 12월 30일 영업 종료와 함께 철거된다. 그 시절 전 세계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현대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가 들어가 있는 그 상징성이 어마어마한 건물이다. 당장 남산만 해도 철거해도 마땅할 흉측한 건물이 한 두 개가 아닌데 참으로 아쉽고 애통한 부분이다. 무너질 때 무너지더라도 근현대 건축물의 중요성에 대한 화두라도 여기저기 던져지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암튼 말이 또 딴 곳으로 새어나갔는데.. 서울대병원 본원 앞에는 지금 의학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대한의원 건물이 있다. 이제는 현대 식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서울대병원에서 유독 눈에 띄는 구한말 (1908년에 지어진)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명동성당 같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적색벽돌과 화강암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중후함을 느낄 수 있다.

대한의원을 둘러싼 산책 길

그 대한의원을 360도 둘러싸고 두 명이 같이 지나가면 꽉 찰 만한 작은 오솔길 너비의 길이 종종 나오는 산책길 있는데 가깝기도 하고 특히 예쁜 곳이라 주로 이 곳을 한 두 바퀴 씩 돌며 대기 시간을 흘러 보낸다

가을이라 그런지 단풍진 나무들, 떨어진 낙엽 때문에 굉장히 아름답고 맘이 편해지는 곳이다.

바로 앞 건물이 서울대암병원이다

곳곳에 벤치도 나 있어 방문객들, 입원 환자 들 등이 쉬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도시락을 먹거나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특히 서울대암병원 건물이 바로 앞이라 그런지 종종 암투병 환자로 보이는 분들도 보인다. 오늘은 뒤 쪽 좁은 길 벤치에 초등학생 돼 보이는 소년과 이제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되었을까 해 보이는 아버지가 조용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린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또 힘든 항암을 견뎌내야 하는 그 나이에 겪지 말아야 할 것을 겪고 있는 아들, 그 둘이 가진 서로의 무게감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을 그 둘을 스쳐지나가며 잠깐 해본다. 병원이란 이런 곳이다.  

젊은 아버지의 표정은 무덤덤해 보였지만 측은한 맘을 감출 수는 없었다. 암 투병 당시 MRI 실 내에서 대기하며 내 앞의 한 어린아이가 무섭다고 소리 지르고 생떼를 쓰는 것을 보며 복받치던 눈물을 참지 못하고 결국 터뜨려 버렸던 한 아버지의 안타까운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이 두 아버지들의 모습은 지금도 가끔 생각나고, 생각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다. 단순한 측은지심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런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너무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일까...

저런 돔 형태의 요소를 좋아한다. 뚫린 천장으로 쓰일 때는 내부에서 느끼는 높이의 절대감과 웅장함을 더 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하부 공간과 단절된 경우는 저 위에 뭔가 판타지스러운 비밀 공간이 있을 것 같은 동화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돔은 정말 흉물스럽다. 

가을 단풍 속 뭔가 초록사과 같은 상큼한 느낌을 주는 나무가 있다. 잎들이 어케 보면 행운의 네잎 클로버 같아 희망을 주는 것 같다.  저건 무슨 나무일까? 궁금하다

마음 한 켠은 불안하고 어둡지만 나무와 하늘, 이런 자연의 모습들이 정말 위로가 된다.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들이다

대한의원 뒷 켠, 지석영 선생 동상 쪽으로 걸어가면서 보이는 누가 봐도 오래 돼 보이는 나무. 이 쪽은 아주 잼뱅이라 모르겠는데 소나무가 맞나...

쭉 돌아나오면서 보는 대한의원의 파사드. 아무래도 근대 건물이라 그런지 그 고풍스러움과 설명할 수 없는 아주 멀지많은 않을 것 같은 시간 속 존재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현재에서 바라보는 역사의 교차점 같은 그 알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 참 좋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키거나 보존할 순 없지만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 또한 중요한 것 같다

여긴 산책길에서 본원을 바라본 방향인데 가을 단풍들이 참 예쁘고 안심을 주었다. (포스팅의 사진들은 동선대로 올리진 않았다)

토핑처럼 쌓여있는 낙옆들도 참 상큼한 느낌이었다

도심 방향 쪽의 스카인 라인을 바라보니 남산타워가 보인다. 어느덧 의료실 근처에서 대기하라는 문자를 받고 산책을 멈추고 병원으로 향한다

MRI/CT의 결과는 좋았다, 6개월 후에 다시 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일주일 동안 쌓였던 체증이 다시 내려간다

결과 검진이 끝나면 다시 의료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간호사 분과 다음 일정 조율을 하는데 그 기다리는 텀에 일주일 동안 참아왔던 감정에 복받쳤는 듯, 눈물이 내 눈에서 주르륵 흘렀다. 아마도 쌓아왔던 긴장이 한순간 탁 풀리면서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이 일주일의 기간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티 안 내고 참아오는 일주일의 숨 막히는 시간. 악몽도 자주 꾸는데 이 날은 특히 내 앞에서 유리병이 산산조각이 나며 이 유리가루들에 휩싸이는 기분 나쁜 꿈을 꾸기도 했는데, 재수 없을까 봐 해몽은 보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간호사 분이 결과가 이렇게 좋게 나왔는데 왜 우시냐며 괜찮다고 톡톡 치며 다듬어 주신다. 담당 의사분의 환자들이 '굉장히' 많아서 같이 고생하실 텐데 환자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웃음으로 대해주시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는 정말 고마운 분이다

병원에 오는 긴 운전도 운전이지만, 일주일 간의 걱정과 스트레스, 그것들이 만들어 낸 긴장감이 한 순간 풀리는 충격 등 심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1년 중 가장 좋은 뉴스를 접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날은 집으로 바로 안 가고 가까운 종로에 가서 오랜만에 좋아하는 종로의 칼국수 집에 들르기로 했다

창경궁 방향 출구

일단 처방 받은 진통제 받으러 약국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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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도 병원 날이라 강남역으로..  오전의 강남역의 한산한 길거리는 항상 낯설다. 오전 9시 경의 모습

불타는 금욜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암튼 오전은 한산하다..

오늘은 치과의 날... 항상 무서운 치과 ㅜㅜ  근데 저 CGV  빌딩에서 치과 가는 엘베 타기는 항상 헷갈린다.

치과는 항상 무섭다. 정말 무섭다. 스케일링도 무섭다. 여기 치위생사 분들이 참 친절하시다

 

치과 끝나고 나오니 사람들이 좀 많아지긴 했는데 강남대로 메인인데도 여전히 한산해 보인다

 

길 건너 서초동 쪽 강남역은 더 한산하다. (강남대로가 구분선이다. 한남대교 방향 강남대로 기준 왼쪽이 서초동, 오른쪽이 역삼동)

와.. 아직도 살아있는 중앙곱창. 레노베이션도 한 모양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신림동 곱창 타운 갈 바에야 여기를 추천한다. 난 여기가 더 맛있다. 정말 자주 갔었던 곳. 아주 강한 맛 ㅎㅎ

가게들은 언제나 생기고 없어지고 생기고 없어지고 하는데... 와.. 월매네주막이 이 강남역에서 아직도 살아있다. 레전드급 생존이다... 와... 월매네 주막.. 언제 적 월매네 주막이여... 단코, 딥하우스 클럽 이런 시절 아는 사람 있으려나... 2,3차 대충 갈 곳 없으면 만만하게 갈 수 있었던 가성비 술집

 

계획도시답게 교통의 요지답게 빡빡하게 들어선 강남역의 모습

강남역은 술집이든 밥집이든 병원이든 뭐든 암튼 뭐가 그냥 되게 많다. 그래서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치과 가는 날이면 루틴처럼 가는 곳이다. 강남교자. 40년 전통이라는데 잘 모르겠고 암튼 오래된 곳은 맞다. 어린 시절부터 있던 곳이었으니. 40년 동안 했다면 강남 개발할 적부터 있던 곳이라는 얘기가 되겠다

여기 오면 항상 고정 메뉴다. 만두와 칼국수. 

 

강남교자라는 이름을 듣고 명동교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진짜 애매~하게 비슷하다. 명동교자의 양파 폭탄이 이 칼국수에는 없다는 정도일까? 세세하게 들어가면 오묘한 육수 차이, 엷은 면 차이 그런 것들도 있지만 어쨌든 그 시절 명동이 핫플레이스였을 때 명동교자를 잊지 못하는 강남인들에게는 최적의 장소가 아닌 듯싶다. (명동교자 출신 주방장 분이 연 곳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꽤 비슷한가 보다)

김치는 명동교자와 마찬가지로 눈치껏 센스 있게 떨어질만하면 타다닥 오셔서 듬뿍듬뿍 채워 주신다. 김치 맛있다. 칼국수 김치. 이것도 명동교자 김치와 비슷한데 진짜 오묘한 차이다. 김치뿐만이 아니라 다 그냥 오묘한 차이다

만두 또한 비슷하다. 암튼 맛있다. 명동 교자가 클래식라면 이곳은 그것의 변주(바리에이션)와 같은 것이다. 반 접시는 없어서 한 접시 시키고 포장해오는 게 루틴이다. 남은 거 포장해달라고 부탁하면 깔끔하게 잘해주는 곳이다. 항상 반 정도 먹고 싸온다

12시 즈음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이제야 사람들이 꽤 모인다. 역시 강남역. 서울의, 한국인의 멜팅팟 같은 곳

여긴 오전 타임의 알라딘 서점이다. 그래서 텅 비긴 했는데 중고책 사기에 좋다. 아직까지 난 E-Book은 이질적이고 책이 좋은데, 그나마 그것도 인터넷 주문으로 사다가 책방에 가서 책을 보니 오랜만의 그 느낌과 기분이 좋았다. 교보문고 가려다가 중고서적점이란 게 매력이, 왠지 띵책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촉과 바람과 기대가 있어서 가게 된다

꽤 괜찮은 딜의 중고 서적이 있어서 구매했다. 특히 저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이라는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던 건데 좋은 딜로 나와서 단숨에 구매했다. 이용재라는 건축 평론가가 쓰신 책이다. 평론가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아버지의 입담이 상당히 뭐랄까... 거침없으셔서 더 매력이 가는 블로그였다. 이제 고인이 되신 분인데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하시다가 지금은 저 딸 분이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블로그를 이어가고 있다. 본인의 일상과 건축의 이야기, 그리고 본인의 고민과 세상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전문적이면서도 일상적이고 또 끝없는 질문과 경험을 통해 성장 해가는 과정의 에너지가 슴슴하게, 자연스럽게 젖어드는 따뜻한 감성의 콘텐츠를 가진 블로그다

 

 

평론가 이용재와 그의 딸 화영, 그리고 건축 : 네이버 블로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딸이 운영 중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구)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 (IG) @hwandering

m.blog.naver.com

 

건축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루틴이라기보다는 어린 딸과 함께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대화 나누는 그 기록이라는 주제가 매력적인 책이었다. 그래서 못 읽은 저 책도 이번 기회에 같이 구매했다.

 

여기까지가 딸과 하는 건축 기행.

 

그리고 <서울 시간을 기억하는 공간>이라는 책은 책 안에 들어있는 기록 사진들과 설계도들이 매력적 이어서 구입했다. 서울은 너무 뜯어고치고 사라지고 생기고 하는 루틴이 다분한 도시라 이런 기록들이 너무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12월이면 남산 밀레니엄 힐튼 호텔도 영업을 종료한다. 그리고 건물이 밀릴 거다. 6~80년대 일본 건축가들의 소유물이었던 당시 한국 호텔의 건축을 최초로 한국 건축인이 지으면서 남긴 그 상징적인, 당시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디자인 철학을 가진 그 건물. 그 건물이 사라진다...

김종성 건축가와 남산 밀레니엄 힐튼 호텔

호텔이란 건 외국자본과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어 개발도상 국가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당시 선진 기술과 디자인을 자랑하던 일본인들에게 맡긴 건 반감은 크게 없다. 그만큼 나라에도 도움에 되니까.. 근데 그 와중에 최초로 한국인 건축가, 그것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르 꼬르뷔지에와 어깨를 견주는, "Less is more"로 유명한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미스 벤 더 로에의 수재자인 김종성 건축가의 그 상징적 건물을 밀어 버린다니. (근현대에서 남산은 엄청나게 파 해쳐졌고 아직도 흉물스러운 건축물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참으로 애처로운 일이다. 아직까지는 부동산이 문화적 가치보다는 더 중요한 세상이다. 김종성 건축가 본인도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거 뭐라고 말해야 하나... ㅜㅜ 부동산은 인문과 역사와 철학의 위에 존재하는 갓이다 갓. 하느님 하나님. 

손정목 서울시 전 도시계획국장

거의 유일 무의 하게 서울 근현대 개발의 생생한 기록을 남긴 서울 도시 계획 이야기의 손정목 님도 본인의 책 속에 한 마디를 남기셨다. 언젠가 이런 숨 막히는 개발주의 때문에 우리 모두가 후회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나는 이 밀레니엄 힐튼의 철거는 미래 언젠가 이 '후회와 뉘우침'의 중요한 예시로 다시 회자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튼 이 책은 이런 평소에 보기 힘든, 너무나 개발이 넘쳐나던 시절에 기록조차 따라갈 수 없었던 시절의 조각들을 모아놓은 흔적이 있어서 구매했다

오늘의 강남역 치과 치료와 서적 구입과 산책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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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나와서 걸어걸어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는데 돌아오는 길 동선 중 아주 가까운 곳에 북촌이 있어서 주로 여기서 끼니를 해결하고 가는게 병원 다닐 때 루틴이라면 루틴이다.

경복궁 중심으로 북촌 서촌이 구분 된다. 남촌은 남산 쪽 회현-후암동 쪽으로 보면 됨. 이미지 출처는 위에

이제 별 유행에 둔감한 상태가 되다 보니 옛 시절 추억 있는 북촌 삼청동을 주로 가는데 오늘은 간만에 북촌 가회동, 계동에 가보기로 했다. 역시 (크게봐서) 가회동 쪽은 사람들이, 특히 젊음이 많이 넘친다. 삼청동 쪽은 그 옛날 북촌의 터줏대감으로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던 매력과 상권이 추락한 느낌인 반면, 언제부턴가 계, 가회동이 그 바톤을 이어 받아 북촌이 계속 잘 살아 숨쉬고 있는 주요 원동력 중 하나 임이 여기저기 잘 보인다. 

화양연화 입구, 몇 걸음 근처엔 중경삼림. 왕가위 감독을 좋아하시는 분인가보다

이 날따라 갑자기 태국 음식이 땡겨서 MRI 찍고 나오면서 태국 음식점을 찾았다. 한 두 개정도 나오던데 화양연화라는 이름을 보니 왕가위 감독 생각도 나서 그 곳으로 정했다. 근처에 중경삼림이라는 음식점이 있는거 보니 아마 같은 분이 운영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진짜 화양연화 포스터도 붙어 있음. 태국과 왕가위라....무슨 케미일까...

일찍 들어갔는데 금방 웨이팅 줄이 생기는 것 보니 (금요일 저녁 임을 감안해도) 꽤 유명한 집인가 보다. 암튼 태국음식 먹으면 항상 그린카레만 먹었어서 이 날은 걍 스탠다드로 갔다. 똠양꿍, 퐁팟뿌까리, 공심채볶음 ㅋㅋㅋ. 그린 카레는 태국에서 먹었던 것 보다는 옛날 이태원 빡빡한 테이블 3개 짜리의 아기자기한 포장 전문 음식점이었던 부다스벨리 영향이 더 컸었던 것 같다. 지금 본점은 사라지고 몇 년전에 강남에 생긴 분점 갔다가 말도 안되는 가격과 변한 맛 없음에 손절했다

암튼 맛은 괜찮았다. 동남아식, 광동식 야채볶음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딘타이펑 등등 음식점들 보통 가면 야채볶음 메뉴들이 좀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 부담이 가는데 그나마 여기는 가격이 괜찮았다. 그.나.마.... (8,000원) 물가 폭등 하기 전 시절부터 청경채, 공심채, 비타민.. 이런 야채볶음 너무 비쌌음.

그래도 먹고 싶으니 꾸역꾸역 먹고..ㅜㅜ  그리고 이제 짠 음식은 많이 피하고 있어서 '매우 매우' 짰지만 일반인이 먹기에는 꽤 맛있는 맛으로 느껴졌다. 손님들은 쓱 보니 젊은 층이 주였지만 30~40대 회사원들 등등도 꽤 분포를 차지 하는 것보니 큰 부담은 없었다. 특히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와중에 혼밥 테이블도 있었는데 이건 되게 보기 좋았다. 

똠양꿍

얼마전 남대문의 노상 테이블 고깃집 방문했을 때 이 흥미로운 모습에 몇 번 주변을 왔다갔다 하다가 결심한 듯 찾아온 외국 1명 손님이 "그래, 결심했어!"한 듯 들어왔는데 사장님이 손가락 두 개 보이면서 "투~! 투~! 유, 노! 노!" 이러면서 한 명은 안된다고 그 손님 안 받던 걸 목격한 기억이 참 안 좋았는데... 여기저기 고깃집이던 뭐던 혼밥 문화는 많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게 갠적인 오래된 바램이다.

푸팟퐁커리

(나 사실 2000년부터 혼밥러였음. 불과 20여년 전이지만 포장마차나 Bar 제외하고는 그 시절에도 혼밥 먹으면 사람들이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던 곳들도 꽤 있었다. 고로 난 혼밥 문화를 찬양한다. 혼술, 혼밥러들 화이팅!) 

저녁이 되니 입구는 저런 분위기로

암튼 배불리 먹고나서 나오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 있었다. 주차장도 카카오T로 넉넉하게 담 날 8시까지 5000원 딜이 있길래 구매하고 세워나서 부담도 없어서 걍 산책이나 좀 하기로 했다. 

날씨가 추워져 감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꽉꽉 차서 웨이팅 늘어서 있는 곳들도 많이 보였다.

이렇게 개조된 맛이 감성으로 다가오는 곳
피맛골을 떠올리는 보존된 골목
주택을 개조해 아름다운 정원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던 곳
빵집과 카페들이 엄청난 성황이었다

 

여기도 분위기 참 좋아 보였고

 

특히 이 곳이 참 맘에 들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저 1층 자리가 넘 맘에 든다

지나가는 김에 여기서 로또 샀다. 비나이다 비아니다 1등

북촌, 특히 지금의 가회동은 세탁소와 같은 현대의 흔적들도 곳곳에 남아있고 이제는 젊은이들의 즐겨 찾는 플레이스가 되어버린 한옥과 양옥, 그리고 근현대 일본식 주택가들이 퓨전 형식으로 재탄생되어 '힙'하고 겪어 보지 못했지만 유전자 속에 살아 있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의 어우러지는 재밌는 곳이다

사대문 안에 있으면서 계속 서울의 주요 공간 중 하나로 이어져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북촌 지키기의 분위기는 오래전 부터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여기저기 현재 존재하는 한옥들은 6.25 전쟁 이후 이른바 '집쟁이'들이 지은, 이른바 전통의 한옥이 아니라 돈을 위한 한옥들이 대부분이어서 여기 주민들은 왜 북촌이 한옥 마을로서 지켜져야 하며, 이 때문에 왜 개발이 막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울분의 상황의 연속의 세월이었었고, 한 편 또 도시계획자들과 건축가들 또한 이러한 개별 한옥에 대한 문화재적 중요성이 없음은 인정하되, 어떡하다보니 그 한옥들 전체가 만들어 내는 하모니가 몇십년 현대에 걸쳐 진행된 미친 서울의 개발주의 분위기 속, 그나마 한국 만의 정서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희망의 요인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 지역구 정치가들은 뭐 당연히 항상 북촌 개발을 뭐라도 어떻게 업적으로 써먹으려는 분위기였고. 뭐 어찌저찌하여 그 소정의 목적과 합의점은 어느정도 달성한 것 같아 보인다. 지금은 서울에서도 한국적인 독특한 감성을 맛 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매료 시키고 있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으니. 하지만 최근 여러 곳에서 우리가 보아 왔듯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은 젊은이들이 집중되는 곳에는 항상 존재하고 유행은 또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게 발견하고 꾸려온 이 현대의 자취들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는 또 우리 모두의 몫이겠다.   

 

아... 그리고 주차장... 앱에서 여유있게 24시간권 구매한 주자장은 원래 저 소방서 쪽 붙어있는 주차장이다. 근데 문제는 바로 옆에 민간유료주차장이 하나 더 있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 보니 네비가 이 유료 주차장에서 "도착하였습니다" 한거... 두 시간 북촌 저녁, 산책하고 8000원 ㅜㅜ 조심하자... 바로 옆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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