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컬쳐 매거진
블링에 연재 중인 일렉트로니카 이야기 관련 칼럼인 PLUR & Vibe Upon the World 옛 하드카피 원고들입니다.
hyperlink를 통해 좀더 나은 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아직 연재 중인 컬럼이니 잡지와는 시차를 두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퍼가시게 될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PLUR & Vibe Upon the World 09: P2P의 추억 그리고 MP3 블로그까지…
살면서 한 차례 인생의 폭풍이 지나갈 당시엔 정신이 없어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남는다. P2P 관련 공유 프로그램의 붐 또한 인터넷 역사에 많은 추억을 남겼을 것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문득 이제 사용하지 않는 p2p의 개인적인 추억이 떠올라 몇 자 끄적거려 본다.
Kazaa, StreamRipper & Digitally Imported.com Radio
P2P 프로그램에 빠져 새로운 음악세계를 발견해가던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절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사용하던 P2P 프로그램이 카자(KaZaa)다. 영화 십계명 중
모세가 험난한 바다 한 중앙을 뚫어 내듯이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공유'라는 엄청난 '길'을 뚫어준 냅스터(Napster)의 몰락 이후 가장 많이 애용 되었던 카자! 어디선가 신보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그 제목을 쳐보면 항상 누군가 적어도 1 명씩은 그 파일을 올려 놓았다 (아주 감사하게도). 카자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쪽지' 기능이었다. 요즘 쪽지 기능 없는 사이트가 어디 있겠냐마는 그 당시 내게 '쪽지'기능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어느 정도 보관함에 음악이 쌓이게 되면 그 특정 유저에 대한 음악적 취향을 가늠할 수가 있게 된다. 그 후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자연적으로 쪽지를 보내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도 전 세계의 몇 명의 유저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몇은 메신져까지 등록해 놓고 활발한 정보 공유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중 한나라는 독일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몰피어스Morpheus (카자의 전신 격)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된 이 친구를 통해 독일 내의 언더그라운드 인터넷 음악 채널이나 DJ들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며 신기한 것은 그 당시 우린 서로의 얼굴, 연락처도 몰랐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로의 나이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 우리가 의례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처음 물어보는 것들이 이 세계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니 유저들이 나에게서 다운로드 해가는 횟수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큰 맘먹고 산 나의 새 데스크 탑은 불과 몇 달 만에 털털거리는 달구지로 전락해버렸다. 그렇게 P2P의 마력에 빠져 있던 어느 날 또 하나의 메가톤 급 프로그램이 나를 찾아 왔다. 이름하여 스트림립퍼StreamRipper. 말 그대로 윈엠프를 통해 인터넷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을 통째로 '다운로드'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녀석이 가진 막강한 기능은
혼자 알아서 특정 mp3의 처음과 끝 부분을 감지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었으니 50분을 틀어 놓고 있으면 5분짜리의 통짜 mp3 파일이 아닌 50분 분량의 mp3 파일'들'이 제목, 아티스트의 정보와 함께 나의 폴더에 정리되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라디오는 바로 1999년 트랜스 단독 채널로 개설된 디지털리임포티드 라디오(DI FM)였다. 스트림 리퍼가 나왔을 때 즘 DI 라디오 채널은 트랜스에서 하우스, 하드 하우스 등으로 다양한 채널로 늘려가며 스트림리퍼와 카자가 장착된 컴퓨터와 잠들지 않는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mp3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며 상당 수의 유저들이 (나 또한) p2p를 떠났다. 2,3세대 p2p 시절은 그렇게 흘러갔다.
(이 밖에도 오디오 갤럭시나 소울식 같은 p2p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002년에 시작된 소울식 같은 경우 p2p의 바람이 빠진 지금에도 심심치 않게 활동하는 유저들을 꽤 볼 수 있을 정도로 음악 매니아 층들을 형성한 p2p로 유명하다.)
Music Services
뒤늦게 발끈한 음악 산업체들은 끊임없는 저작권 관련 소송을 걸어 왔고 p2p 공유에 대한 바람은 어느 정도 잠 재운 듯싶었다. 하지만 한번 인터넷을 통한 음악 유통의 맛을 본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음악 산업 시스템이 필요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음반 구입과 TV나 라디오를 통한 음악 감상 체제로는 음악 산업 또한 비참한 결말을 맞을 것은 뻔한 현실이었기에. 따라서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서는 다양한 음악 서비스 세계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 중 판도라와 라스트 에프엠을 소개한다.
Pandora는 현재도 진행 중인 Music Genome Project의 하나인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다. MSN 라디오가 바로 이 판도라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좋아하는 특정 음악이나 아티스트를 바탕으로 리듬, 싱코페이션, 토날리티, 하모니 등을 분석하여
사용자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는 형식이다. 이는 음악을 분석하는 특정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끼리 모여 분담하여 하나하나의 음악을 분석한 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런 노가다 데이터 베이스의 구현은 정말 존경하다 못해 경악할 만하다. (단, 클래식 음악은 없다)
Last.FM은 이젠 제법 사용자도 많아지고 그 인터페이스도 많이 발전한 대표적인 웹2.0형 맞춤형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다. 판도라와 비슷하게 사용자의 음악적 취향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판도라가 특정 아티스트나 음악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라스트 애프엠은
사용자가 청취하는 음악들을 분석하여 좋아할만한 취향의 음악을 추천해 줌은 물론이고 비슷한 성향의 유저들을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물론 라스트 에프엠에 더욱 많은 자신의 정보를 올릴 수록 시스템이 분석하기 편하다.)
Hacking
유저들이 많은 프로그램에는 그에 따른 여러 해킹 프로그램도 곧 출몰하게 된다. 마이 스페이스도 한창 이 때문에 골치를 썩힌 것으로 안다. 그리고 물론 위에 소개한 두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여러 유명 뮤직 서비스들의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많은 해킹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 또한 구글에서 특정 코드만 입력하면 손쉽게 다운로드 가능한 음악 정보를 알아 낼 수도 있다. 여기서 그 이름들과 방법은 굳이 소개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 세상에서의 영원한 딜레마인 것은 분명하다. 해킹 툴은
아무리 목을 잘라내도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는 인터넷 세상의 히드라의 머리와 같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아홉 머리를 가진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잘라냈을 때 바로 두 개의 머리가 재생되었다고 한다.)
MP3 BLOGS
말 그대로 뮤직 포스팅 블로그다. 블로거들이
특정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운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 이야기와 음악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물론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하지만 p2p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직접 찾는 방식을 취하는 것에 반해 이는 블로거가 추천하는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취한다. 그리고 이들은 항상 저작권에 침해되는 경우 음악을 내리겠다는 메시지와 이 음악을 구입할 수 있는 링크를 항상 마련해 놓는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100% 저작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들이 포스팅 하는 음악들은 대부분이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홍보 효과가 많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인디 밴드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이들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Pitchfork에서 발굴해 이제는 락 음악계의 미래가 되어버린 캐나다 출신 밴드 Arcade Fire다. (아마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음악 블로그는 Pitchfork일 것이다.) 2003년 즈음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이 MP3 블로그들은 이제 수천 개가 넘으므로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 Mp3 블로그의 시초로는 스테레오검Stereogum과 플럭스 블로그 Flux Blog가 유명하다.
내가 유럽 어느 도시의 작은 콘서트에 가지 않아도 한국 내 방안에서 지중해 너머의 실력 있는 신예들을 바로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 인터넷 세상과 MP3 블로그들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이 블로그들에도 저작권 관련 외에 문제들이 많다. 이러한 블로그들이 많아 지며 이젠 세계 음악 영역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항상 필자가 외치는 것이다. 쪽수가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정치적으로 변한다는) 위에 언급한 피치포크Pitchfork같은 경우 그들의 리뷰 한마디 한마디가 아티스트와 산업계에 큰 힘을 불어 넣을 수도 있고 한 순간에 망쳐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싸구려 저질 대중 음악들이 판치는 상황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이 블로그들의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인터넷을 통해 음악 정보를 얻는 경우 음악적 트렌드가 이들 위주로 난폭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스트 펑크, 일렉트로카 류의 음악 장르를 다루는 Bigstereo, Fluokids, Acid Girls, Palms Out Sounds등을 들 수 있다. (팜즈 아웃 사운드의 경우 정기적으로 베이스먼트 잭스나 다프트 펑크등의 유명 하우스 아티스트들이 리믹스한 원곡들을 찾아 올리는 등 인기 상승세에 있다) 이 인기 블로그들은 비슷한 취향의 음악을 제공한다. 바로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Kitsune, Ed Banger 레이블 등의 신종 French House 사운드다. (물론 100% 프랑스 사운드만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이들 음악은 1996년 즈음 시작되어 눈길을 끈 Daft Punk의 사운드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기존 프랑스 하우스 특유의 (밥 싱클라 등) 세련되고 깔끔한 사운드와는 정반대로 퇴폐하고 거친 데스 디스코Death Disco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블로그들은 서로간의 과열 경쟁에 의해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시기상조의 음악 유출 등으로 인한)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라도 특정 블로그들을 통한 정보에 치우치다 보면 이른바 이들이 ‘밀고 있는’ 특정 소재의 레이블이나 사운드가 정말 대세인양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미는 음악 성향이 대세일 수 있고 가장 새로운 사운드일 수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이들의 음악을 제공받고 있는 네티즌들, 또 이들의 음악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클러버들 (포스트락 음악의 영역도 마찬가지다)이 자신의 음악적 주관성과 객관성 모두를 상실하는 ‘다양성의 부재’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NME지가 Nu Rave 장르를 선포했을 때 발끈 했던 이 블로그스피어를 보며 어쩔 때는 이들의 의견에 수긍하면서도 그 안에서 대형 미디어 시스템을 향한 그들의 불필요한 정치적 간섭과 견제를 볼 수 있었다. 바로 이때가
요즘 Web 2.0 운운하며 인터넷 세상의 진정한 민주화를 외치는 ‘우리들’의 ‘간섭’이 진정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개개인의 음악적 성향과 감수성은 다양하기 때문에 누구는 질이 낮은 음악을 듣고 누구는 질이 높은 음악을 듣는다고 단순히 정의 내리기도 힘들며 서로를 무시할 수도 없다. 어느 무엇도 나로 하여금 ‘음악 좀 들을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없다. 나, 개인의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감성을 건드려 줄 수 있는 음악을 찾아내고 간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진정으로 자신만의 색깔이 담겨 있는 ‘쌔끈한’ 내 생애 최고의 플레이 리스트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Recommended MP3 Blogs
1. www.Bigstereo.com
2. www.pitchforkmedia.com
3. www.palmsoutsound.com
4. http://music.for-robots.com/
5. http://hype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