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 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전이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최근 비인두암 후유증 중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귀에 물이 차는 증상이다. 비인두암 전 증상이 바로 이 귀에 계속 차는 삼출성 중이염이라 상당히 신경쓰인다.
보통 귀에 튜브를 삽입하는데, 너무 자주 하면 나중에 고막피부가 잘 안 아물어서 튜브가 헐랭 해 지는 리스크가 있다고 한다. 지난 3년 간 튜브를 두 번 삽입했고 올해 1월에 두 번째 튜브가 헐어서 뺏다. 그리고 지금까지 튜브 없이 지냈는데 거의 3~4주에 한 번씩 물이 찬다. 뭐 조심할 방법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어느 순간 물이 차 있다. 이비인후과에 갈 때마다 코를 손가락으로 막고 바람을 불어서 양 쪽 귀에 바람이 들어오나 안 오나를 체크하는데 언제가부턴가 비인두암이 발생했던 왼쪽 귀에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관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공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물이 계속 차고 빠지지 않는 거라고.그동안 항생제를 먹거나, 고막을 째고 물을 빼고 했었는데 최근 또 물이 차서 다니던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신다. 튜브를 삽입하면 되겠지만 또 1년 후 튜브를 교체할 때 고막 피부에 대한 문제도 깊이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과를 불문하고 동네 작은 병원 다니면서 가장 듣기 두려운 말이다. 나쁜 쪽으로는 책임전가에 대한 문제도 있겠지만 (살면서, 특히 비인두암에 대해 얘기하고 나서는 그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꽤 있다), 환자의 증상에 대한 빠른 혹은 더 효과적인 조치를 위한 것이 있겠다. 이번에 다니던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다행히 후자로 계속 케어를 잘해주셨었다. 암튼 당장 귀는 불편 해 죽겠는데 (들리지도 않고 먹먹하고) 대학병원은 빠른 예약이 거의 불가능해서 좀 큰 이비인후과 전문 병원으로 갔다. 비인두암 처음 발견하고 조직 검사를 했던 병원이다. 여기 선생님들은 상당히 젊은 편인데 믿음이 가는 스타일이다. 뭐 원인이야 알고 있는 이관 문제고, 결국 튜브를 심었다. 원래 고막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매스로 살짝 째면 쑥 벌려져서 거기다가 튜브를 쏙 끼면 되는데... "어, 좀 질겨졌네요 다시 손 좀 대겠습니다" 하심. 결국 그 부드러운 세포가 벌써 질겨지기, 딱딱해져 가기 시작했다는 말 아닌가... 그리고 매스로 좀 더 한 두 번 찢어서 구멍을 냈다.두 번째 튜브를 제거한 후 6월까지 4번인가 5번째로 고막을 짼 거다... 근데 이거 아프고 상당히 공포스럽다... 물론 귀에 마취를 하고 하는데 약하게 할 때도 있고 세게 할 때도 있나 보다 어쩔 때는 많이 아프고 어쩔 때는 느낌만 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마취도 물약을 뿌리거나 주사를 놓는 경우가 있는데 주사 놓을 땐 물론 아프다 ㅜㅜ 그리고 고막 쨀 때도... 물론 아프고. 그리고 무엇보다 물 빼기 위해 귓속에 석션을 집어넣어서 취이이이이이 잉~ 하는 소리가 귀 안에서 울려 퍼지는 그 기분은 정말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아프진 않다) 근데 튜브 잘 붙었는지 한 일주일 후에 다시 가서 보면 선생님이 튜브를 잡고 깔짝깔짝 흔들어 보는데 이거 아프다.... ㅜㅜ
|이관 풍선 확장술?
암튼 튜브를 심고 선생님이 '이관 풍선 확장술'을 고려해 보자고 하신다. 보통 완치 판정 이후에 받으니 나는 아직 1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서 시술 영상을 보여 주시는데 좀 혐이다... ㅜㅜ 콧 속으로 풍선 카데터? 뭐 이런 걸 쑥쑥 이관까지 집어넣어서 막힌 이관을 팽창시켜서 제 기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 같은 비인두암으로 인한 후유증 환자들 말고도 일반인들도 나와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신규 의술로 보이는 이 수술은 지금까지 발표된 결과로는 (모수는 모른다) 성공률이 90%라고 한다. 다만 비인두암 환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 비인두암을 겪었던 환자들 대상으로 한 수술 결과 데이터는 거의 찾을 수 없고 그나마 외국 논문 중 아래를 찾을 수 있었는데 58명 (74개의 귀)로 대상으로 2년 간 추적 검사한 결과, 완전히 회복된 환자는 단 1 명, 그리고 부분적으로 회복된 환자가 5명에 불과했다. 1%가 조금 넘는 수치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암튼 아직 1년 정도 더 남은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보고 생각해보자고 한다. 지금 데이터로는 수술하면 좀 좋아졌다가 1년 정도 후에 다시 원복 되는 거긴 한데 시간이 있으니 그 때까지 의미 있는 데이터가 더 나올 수도 있고... 뭐 그러하다. 이 풍선 확장술이란 게 신규 의술이다 보니 일반 수술처럼 그냥 덜컥 결정하고 실행할 건 아니어 보인다. 살짝 찾아보니 더군다나 전신마취로 시술이 진행되는 것 같다. 비용도 수술만 한 50여만 원 들어가 보이고. 위는 '이관 풍선 확장술 비용' 키워드로 구글 검색했을 때 화면이고, 아래는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건강보험 적용 상황이다, 본인 부담률 90%.
이래저래 항암치료 이후의 삶은 항상 다이내믹하다. 뭐든 멈추지 않는 롤러코스터~다만 코스터 타는 것처럼 즐겁지가 않은 게 흠...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폐전이의심 - 항암(시스플라틴+5FU) 6세트)
비인두 암으로 방사선/항암 치료가 끝난지, 약 3년 10개월 정도가 지났고,
2년 징크스를 못 이기고 중간 폐전이 의심으로 인해 시스플라틴+5FU 혼합의 6세트 치료를 지낸지 1년 8개월이 되었다.
항암치료 종료 시점대비 현재를 말한다면, 훨씬, 훨씬 좋다. 하지만 아직 일반인 수준은 아니고 계속 후유증과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어느정도의 일상생활은 거의 다 가능하다.
첫 번째 방사선의 후유증과 두 번째의 항암의 후유증이 꽤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다.
아래는 대표적인 변화와 후유증, 현재의 상황이다.
(하나 아쉬운건 이 글을 시작했을 때는 그래도 최소한의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던 일상 중이었는데 요즘 꽤 극심한 스트레스와 충격이 찾아와서 심신이 많이 불안정한 상태다. 항암 후 스트레스가 찾아왔을 때의 증상과 이야기는 따로 또 써보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이 글 자체는 더 이상 새로 쓸 것 없이 셀프리뷰만 하고 올리면 되는 상태다.)
1) 면역력 저하
- 아직 면역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다. 작년엔 대상포진까지 걸렸다. 꾸준한 체력 기르기와 균형잡힌 생활 및 식사가 계속 필요하다. 면역력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기본 중의 하나일 텐데, 그만큼 쉬운 일은 또 아닌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엄청 긴장하고 조심하고 있다.
2020년 외식도 통틀어 5번 정도인 것 같다. 그것도 마트 갔다가 배고파서 거기서 끼니 때우는 그런 상황, 병원 갔다가 병원이나 근처에서 밥 먹고 들어오는 그런 상황들... 맘 잡고 외식같은 외식은 간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면역력이 낮으니 코로나는 한 방이다라는 공포감 때문이다.
2) 체력 저하
- 위 면역력과 관련있는 이야긴데, 항암 직후는 뭐 말도 못할 정도로 저질이었지만, 굉장히 많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최근 갑상선 호르몬 저하증 영향인지 늘었던 체력이 다시 떨어졌다. 엄청 피곤하다. 하루에 12시간은 고사하고 3~4시간을 못 견뎌 잠을 자야할때가 많다.
이 갑상선 문제로 씬지로이드를 먹고 있다. 이 약은 어쩌면 평생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TCH(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가 꽤 높았는데 두 달간 꾸준히 먹은 결과 수치가 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 평균치 보다는 현저히 높기 때문에 몇 달간 씬지로이드를 0.75그램으로 늘려 먹기로 했다.
이 외, 운동은 산책 수준 --> 집 앞 낮은 산으로 가벼운 등산+산책으로 올렸다. 결국 약에만 의존할 수 없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숨쉬면서 체력을 늘려가는게 답인 것 같다. 어느 책에서 보니 암환자의 운동은 지나치면 좋지 않다고 했다. 약간 숨이 차고 힘이 들긴 해야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코로 숨쉬고 입으로 내 뱉는 기본 호흡 정도는 가능한 정도까지 지켜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뭐 암에 관련하여 검증되지 않은 이러저런 얘긴 많지만 어쨋든 너무 과한 운동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암튼 이 운동 효과인진 몰라도 요즘은 이 피로도가 아주 약간 나아진 기분이다.
3) 손발저림 신경통
- 손발 끝에서 모든 종류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저리고, 시리고, 따끔하고, 욱신거리고 등등
아... 이건 정말 답이 없다. 낫 질 않는다. 하루에 뉴론틴을 아침/점심/저녁으로 각각 400mg를 복용하는데, 추운날, 비오는 날처럼 특히 미친듯이 더 아픈 날은 약도 안 듣는다. 그래서 추가로 600mg... 그러니까 총 1000mg 이상을 먹을 때도 허다 하다.
그렇다고 해서 증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완화...정도이지. 근데 얘기 들어보니 매일 3000mg씩 먹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아직 쪼꼬미 수준이다...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참는다. 의사쌤 말씀으로는 뉴론틴은 내성이 없어서 몸이 힘들면 계속 먹어도 괜찮다고 하는데... 갠적으로 치료를 위한 약이 아닌 증상 완화를 위한 약을 이렇게 많이 먹는 상황은 별로 맘이 들진 않는다.
손 쪽은 그나마 좀 나아졌다. 원래는 단추도 못 매고, 동전도 못 줍고, 키보드도 잘 못 쳤었는데.... 지금은 찌릿찌릿한 통증은 계속 있지만 다른 행동들은 다 가능해졌다.
발은 좀 나아지지 않는다. 굉장히 아프다. 조금만 걸어도 매우 아프다. 등산이랑 산책 시에는 그냥 참으면서 걷고나 뛰고 있다.
비타민 B6가 신경통에 좋다하여 먹기 시작했다. 아마 한 달 정도는 꾸준히 먹어봐야 효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한 달 다 되가는 것 같은데.... 아무런...ㅜㅜ.. 암튼 두고 보자)
4) 비인두 및 전체적인 코 상태
- 비인두암 때문에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코가 엉망진창이 된다. 그 중에 가장 괴로운 것 중 하나가 '왕코딱지'인데 농이 나오지 않고 엄청 쌓여서 엄청나게 큰 놈을 아주 힘들게 빼 내야한다. 일종의 변비 같은 증상이 코 속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방사선으로 침샘 등 여러가지 목 주위의 좋은 세포들이 궤멸되거나 하는데,
코의 농들이 침 같은 액체로 목 뒤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주면서 코나 비인두가 깨끗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서 정체 현상이 일어난다.
중간 중간 코세척을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이제 그 '왕코'는 사라졌다.
겨울이 진입하면서 좀 드라이한 환경 때문에 그런지 코가 다시 조금씩 막히는 증세가 있긴 하지만 그런 왕코딱이나 숨을 못 쉴 정도의 상태에서는 드디어 벗어났다. 아마도 한 2년 반 이상 정도는 고생한 듯 하다. 너무 좋다.
치료 직후에는 공기가 조금만 탁한 곳만 와도 확 느껴졌는데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물론 안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 카나리아가 된 듯 그런 곳에 또 오래 있으면 굉장히 답답하다. (특히 좁은 회의실 같은 공간, 차들이 빽빽한 도심 한 공간)
옛날에 도심의 길거리쪽 바깥 자리에서 술마시고 밥먹고... 이런 짓을 내가 어떻게 했나 싶다. 그 나쁜 공기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5) 수면제 + 정신과 치료
- 치료 후유증으로 인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도 중간 중간 받았다가 끊었다가를 반복했고, 현재는 모두 끊었다. 아니 끊는 중이다.
약을 먹지 않고 병원을 가지 않은게 이제 한 달 넘은 것 같다. 한 두 달 정도 계속 참아보면 완전히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알프람의 경우 기복이 심해지거나, 원인 없이 우울증에 빠지거나 공황장애 증상이 올 때 즉시처방겪으로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보통 한 번에 한 알을 먹었지만 가끔은 두 알을 한꺼번에 먹을 때도 있었다.
3알을 계속 먹게 되면 그 때부터는 중독이라고 한다. (일단 의존성으로 계속 먹는게 아닐 경우 하루 양은 3알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암튼 정신과 약들은 끊는게 너무너무 힘들다.
이번에도 이 약들 끊으면서 온갖 일상패턴무너짐과 더 심해지는 불면증과 함께 몇 주간 힘들었다.
정신과 약들 특히 수면제...는 끊을 때 겪는 이 기간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차라리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P.S. 이 글을 정리하다가... 회사생활에 좀 충격받은 일이 있어 다시. 할수없이 알프람을 처방받았다. 빨리 끊고 싶다....
6) 청력
-방사선 후유증으로 청력은 계속 떨어진다.
집에서 TV 보고 있으면 크다고 말할 정도다.
청력은 계속 떨어진다.
그리고 더 이상 갑자기 귀에서 통증이 발생하며 피가 흐른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스트레스 받으면 귀가 굉장히 먹먹해진다
이번에 스트레스 성으로 물이 너무 차서 염증도 엄청 생겼다. 심어 놨던 튜브도 빼고 이틀에 한 번씩 이비인후과에서 집중 치료 받는 중이다.
청력은 계속 떨어진다. 받아 들여야 한다.
이명 증상도 꾸준히 있긴 한데 많이 호전 된 것 같다. 이명 증상은 그냥 증상 취급도 안 하고 넘긴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엘리베이터와 같이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많고 엄청 시끄러울 때 --> 귀 안이 미칠 듯이 괴롭다. 따갑고 괴롭고 찢어질 것 같고 터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영화에서 여러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게 (재잘재잘조잘조잘왁자지껄) 모두 정리없이 울려서 한 번에 들리는 그런 씬들이 있는데 상당히 이 증상과 유사하다.
그런게 찾아오면 미쳐버릴 것 같다.
내려가거나 올라가고 있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만 바라보며 대기할 수 밖에 없다.
거기서 "다 조용!!!" 하고 소리지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암튼 초기 때는 자주 그랬듯데 시간이 지나며 자주 발생하진 않는다.
7) 목결림
체조나 운동을 하기 힘든 만큼 결린다. 이런게 오십견인진 모르겠지만,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 조차 불편하다.
약간 잘못 움직이면 엄청난 통증과 마비...경련이 찾아오는데 미칠 것 같다.
어느 정형외과에 가나 나오는 말은 맨날 원인은 모르겠으나 항암 방사선 때문일 것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보험도 안되는 6~7만원 짜리 물리치료를 3~4번씩 권유한다.
상태는 뭐 심하긴 굉장히 심하다고는 하는데... 근데 이거 참.... 물리 치료에 약을 먹으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면서도 근본적인 치료는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의사쌤도 치료하는 건 증상을 최대한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지 근본적 치료완치는 불가능이라고 한다.
일단은 그냥 꾸준히 뭐든 움직여 주는게 좋을 것 같다.
함부로 필라테스 같은 건 위험하다고 들었다. 몸에 너무 무리가 가서 힘줄(?)인가 뭔가가 끊어져서 고생하는 사람도 봤다. 꼭 하려면 요가 같은게 좀 더 정적이어서 훨씬 낫다고 한다. (일단 뭘 하든 몸에 무리가 가서는 안된다)
암튼 맨날 잠만 자고 마사지 받고 약 먹고 누워 있으면 안되는 것 같다. (결국 근육도 안 생겨서 나이들면 혼자 못 걸어다닌다)
목은 좀 더 다른 얘기일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몸이 허락하는 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은 꾸준히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8) 식사
옛날에는 방사선 때문에 목이 쪼그라드는 것 같아 충분히 못 먹었는데 지금은 양이 아주 많이 늘었다.
다만 방사선으로 침샘이 파괴되서 그런지 물은 꼭 필요하고 최대한 천천히 먹는다. 어차피 침샘 때문에 빨리도 못 먹는다.
이미 한 참 오래전 미각도 다 돌아와서 뭐... 이전과 100% 또 같지는 않다고 해도 일반적인 식사는 대략 다 가능하다.
옛날에는 성분 표시 같은 거 본 적 없는데 발암식품으로 분류된 애들은 안먹거나 심사숙고 하고 먹고 싶어 마트 진열대 앞에서 한없이 바라보기만 할때도 있다.
9) 영양제 및 식약제 복용 상황
가정의학과를 다니면서 당장 모자른 영양소 체크도 하고 전체적으로 몸을 좀 관리할까 했었지만,
일단 집과 병원의 거리가 너무 심해서 그만 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너무 영양제를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아 좀 그랬다. 한 끼에 무려 5~6알 씩을 먹었었는데... 일단 한 달을 그렇게 지내 보았지만 크게 몸에 무슨 영향이 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지금은 다 끊고 그냥 아래 정도만 먹고 있다.
- 일어나자 마자 경옥고 한 술
- 비타민 (B1, B2, B6) > 목결림, 냉수냉족, 근육통, 혈액순환 등에 좋아진다고 하는데, 내 목적은 그냥 현재 손발저림 신경통에 좋다는 B6 때문이다.
- 손발 신경통으로 때문에 뉴론틴
- 싼지로이드 - 갑상선 호르몬 기능 저하
- 프로바이오틱스 > 프로바이오틱스도 여러가지라 잘 먹어야 한다. 요즘 프바가 대세라고 하니 봇물처럼 상품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박테리아들도 무슨 비피도, 루테리, 플란타륨, 엘카제이, 프레보텔라 등등등등 듣도 보지도 못한게 굉장히 많은 듯 한다. 나는 그냥 특정 덴마크 브랜드가 좋다고 해서 먹고 있는데 거기에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와 비피도박테리아"가 들어 있는 놈을 먹고 있다.
- 가끔 '약간 살짝' 피곤하다고 느낄 때 정관장 에브리타임 한봉; 예전에 비싼 홍삼을 하도 많이 사서 포인트로 받은 건데 사실 갠적으로는 아무 효능을 못 느끼고 있다.
- 황진단: 회사 생활 하다가 진짜 진짜 죽고 싶을 정도로 체력이 힘들어 핵핵거릴 때 환 하나를 까먹는다. 잠깐의 반짝하는 효력이 있긴 하나... 그 상태가 쭉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 빤짝하면서 아주아주 약간의 기력 상승? 효과를 실질적으로 느끼긴 한다. 환 당 2만원이나 하기 때문에 함부로 잘 먹진 않는다.
영양제는 식자제는 더 먹어보고 나중에 좀 더 자세하게 써봐야겠다.
10) 반려동물
이건 좀 매불매가 갈리는 얘기일 수 있는데,
항암 치료 후 우울증에 걸리기 쉽상인데... 이 때 반려동물을 (특히 강아지) 키워 보는 것을 권하는 것도 많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강아지는 주인만을 너무 사랑하고 따른다. 그 맹목적인 사랑은 주인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 사랑의 에너지를 반려견이 전해주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또 다른, 그 것도 나만을 사랑하고, 온 종일 나만을 생각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뽀슬뽀슬한 털복숭이 생명체와 교감하는그 것.
이런 것들이 심리적 치료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물론 조심은 해야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동시에 집 안의 청결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털이 문제일 텐데, 푸들 같은 종은 털갈이도 없고 털이 특히 안 빠지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고양이는 말 할 것도 없고, 시바견 등 같은 장모견들은 장난 아니니 털이 걱정이라면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3~4살 짜리 애를 하나 24시간 키우는 것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강아지의 수명 보통 10~15년이라고 한다. 오랜동안 나의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엄연한 감정과 통증 등 오감을 모두 느끼는 생명체이다.
끝까지 책임 질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귀여워서, 혹은 단지 내가 심리적으로 힘드니라는 단기적인 이유만으로 반려견을 들이고 나중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암튼 나는 항암 이후 반려견을 키우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산책 한 번 나갈 거 두 번을 나가게 되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울하거나 무표정이어도 웃음과 미소가 한 가득이 된다.
이렇게 웃는 것 자체가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사랑을 느끼는 것 자체는 또 심리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뭐 대충 이렇다.
회사도 다니고 있지만 아직은 일상 생활이 좀 불편할 정도긴 하다.
스트레스 안 받으려 그냥 네네,헤헤,죄송죄송 이러고 다닌다. 굳이 티끌같은 감정사고같은거라도 만들기 싫다.
그게 곧 스트레스고 그들은 면역이 있을지 모르지만 난 바로 영향을 주는 독약같은 것이다.
후유증과 부작용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이 놈들은 꽤 오래갈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 외 전체적인 몸 상태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는 것 같다.
치료 당시에는 60후반에서 30후반까지도 살이 빠졌었고,
치료 직후에는 혼자 일어나서, 혼자 걸어다니지도 못하고,
손발신경통으로 인해 나혼자 (출근할 동안) 한 동안 옷도 못입었었다. (단추 못잠궈서)
그런데 이 정도 블로그도 다시 하면서 생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분명 다행이며 행복이고 축복이다.
장기전이다.
몸 좋아지기 전에 나이먹어 죽을지도 모르긴 하겠는데 ㅋㅋㅋ 암튼 장기전이다. 꾸준히 꾸준히 노력해야 결실을 볼 것이다.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비인두암 투병 일지]
Week.0 1.8~1.14 || 치료전
- 일반병원 조직검사: 매우 아픔....ㅜㅜ. "비인강암확정"
- 대학병원 트랜스퍼 후 정밀 검사 (X-Ray, CT, MRI, PET-CT, 뼈, 조직, 초음파유도하 생검검사- 갑상선과로 이동해서 같이 받음) :"비인강/비인두암3기 확정"
- 1.11: 20년 치료가 확정되어, 마지막 담배 한 대 피고 남은 각과 함께 휴지통에 던져 버림
Week.01.15~21 || 방사선 2차, 항암 1차
-사형수에게 마지막 주는 식사처럼 마지막 만찬은... 브런치... 그리고 그 날 맥주도 하고 술도 끊음.
마지막으로 뭘 먹지 하는데 막상 생각나는게 없었다...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강남역이 있다가 가까운 서초 사리원에 가서 육수 불고기나 먹을까 하다가 어릴 때 맛있게 먹던 브런치가 생각나서 강남역 근처에 있는 버터핑거로 갔다. 서울에 처음 가봤을 때 미친 가격 때문에 상욕하고 나온 곳인데 다시 그 곳을 찾을 줄이야... 정작 더티하고 불량한 맛을 그나마 제일 잘 내는 곳이라..
-1.19 방사선과 항암주사 시작
씨스플라틴... 다행히도 항암에 의한 '단기' 후유증은 많지 않았다...
- 방사선/항암 모두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다. 특히 항암의 경우 처음 약간 구역질이나 구토만 동반했을 뿐 다른 큰 건 없었음.
-식사도 잘 하고 있고, 일반체중 대비 6키로 정도 더 쯰운 상태
- 매일 어마 무시한 량의 약을 복용해야 함.....
Week.02 1.22~1.28 || 방사선 6차, 항암 2차
-1.26 항암 주사실에서 어느 분이 핸폰으로 'My Way'를 듣고 계심..(당황스러웠음.. 결국 암을 이기지 못해 죽는 주인공이 나왔던 영화의 주제가로도 쓰였던 이력이 있었던지라... 걍 가만히 있었음)
- 병원 안에서도 그냥 아무거나 잘 먹었음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칼국수 등) 그리고 계속 물
- 1.27: 목이 따갑기 시작, 미각도 조금씩 잃어가는 기분
- 1.28: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영화 관람 "Resident Evil"
-1.29: 목이 따가워서 죽/샐러드 위주로 식단 조정 시작; 아침에 꽃등심을 구워 먹는데미각을 완전히 상실 (종이 씹는 맛)
Week.03 1.29~2.4 || 방사선 10차, 항암 3차
- 슬슬 아픈 진통이 시작; 일반인 대비 통증이 좀 빨리 시작되었다고 하며, 마약성 진통제와 패치 처방
- 방사선 때문에 스트라타 XRT 사용중이었으나 피부 트러블로 사용금지;
- 1.30. 지인들과의 오리고기 식사와 응원
- 처방 가글 시작
- 5시 기상, 9시 취침이었으나, 통증으로 인해 리듬이 모두 깨짐
- 2.2: 목 통증으로 주 식사가 죽이됨; 심지어 콜라도 쓴 맛이남
- 마약 진통제를 먼저 먹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태 (펜토라 박칼정)
마약 진통체라고 해서 중독되고 뭐 그런거 없다. 오히려 저거 없으면 고통 때문에 미친다... 아니 먹어도 통증이 너무 심하다...ㅜㅜ 너무 심하면 몰핀 주사까지 간다는데 나는 몰핀은 안 맞았다.
Week.04 || 2.5~2.11 || 방사선 14차, 항암 4차
- 탈모시작 -> 바로 삭발
- 목/구강 통증으로 죽 위주로 밖에 먹을 수가 없음... "마약진통제 > 죽 > 아이스크림"이 패턴의 연속...
- 가끔은 마약진통제에 기대어 샤브샤브나 삼계죽 같은 걸 먹고 있으나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뭘 씹어 먹는거 자체가 힘듬...
- 고통 2막의 시작, 새벽에도 중간에 깨서 진통제를 먹고 자야됨, 입과 목은 다 헐어서 제작동을 멈추기 시작한 듯, 고통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음
-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력을 최고치로 올려도 비틀비틀 ㅋ) 삼계탕 몸보신은 지속적으로 하려고 노력 중
- 밥을 먹지 않을 때는 리도카인으로 입을 마비 시켜줌... 그래야 그나마 고통이 조금 줄음... 치과에서 이빨 빼기 전 마취약 느낌이 좀 남
- 바나나군, 자몽군, 오렌지군, 포도양 등등 비타민 공급체들... 니들은 입 안 통증을 너무 주는 관계로 당분간 안녕...
- 스태미너 충전은 중요하기에 꾹 참고 고기는 먹음
Week.05 || 방사선 19차 , 항암 5차
- 피부과 진료, 디푸코 연고 중단함
-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마약진통 패치를 12그램으로 올림, 양 가슴에 붙였다가 효과가 너무 쎼서 속이 울렁거려 토할 뻔함...
- 본격적으로 입이 바싹바싹 마르기 시작하여 침도 안나오고, 코는 엄청나게 막힘
- 중간 MRI 및 2차 모의치료 실시
- 너무 못 먹다 보니 영양제를 맞기 시작함 (이게 주식이 될 줄이야....)
- 2.18... 왠지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밤을 하얗게 지샜음....
Week.06 || 방사선 23차, 항암 6차
- 몸무게가 55로 빠짐
- 방사선 치료 2/3 지점이 지났고, 의사쌤은 여기까지 왔으니 완주를 위해 이제 무조건 버티기 들어가자고 함.
- 아로니아, 자몽, 오렌지, 카뮤카뮤 조합의 쥬스를 다시 마시기 시작해서 비타민 보충
- 목이 그야 말로 ㅈ됨... 밥은 당연히 못먹고 팥죽마저 넘길 수가 없어 다 남겨버림...
- 이 시점부터 매일 영양제 처방됨
- 예민함의 수치가 극도로 상승, 정신이 제정신이 아님.. 주차장에서 삐딱 주차한 것만 봐도 열받아 스마트 국민 앱 어플 다운 받음 (기력이 없어 신고는 못함...)
[아... 저런 개 ㅅㅄㄲ... 안그래도 주차할데 없는데 줄을 먹고 주차해??? 분노의 절정...]
- 혀랑 목이 완전히 아작 난 상태라, 마약 진통제 두 알을 먹어도 팝죽을 목으로 넘길 수가 없음.
- 고통으로 인해 물도 못 마심, 가글도 힘듬, 부드러운 건데도 치약이 아파서 양치도 힘듬
-입 안은 쩍쩍 말라가는데침만 생켜도 죽을 것 같은 고통...
- 전복, 주꾸미, 양파, 당근, 두부, 매생이, 햄프시드 등으로 비빔죽을 만들어 먹어봄
Week.7 || 방사선 치료 중단 , 항암 7차
- 차도 못삼키겠음 (3.1)
- 마지막 (3.2) 7차 항암 치료 완료, 다행히도 항암에 대한 부작용은 많이 없어서 무사히 완료
- 목에 화상이 너무 심해서 결국 방사선 치료 중단 선언.
- 아침에 호박죽을 먹었는데 목으로 삼킬 때 너무 아파서 결국 진통을 못견뎌 병원 식당에서 울음. (1/5도 못 먹고 남김)/..... 너무 아파서 눈물이 그냥 또로록 떨어짐...)
- 하모닐란... 화상이 4도에서 3도 까지 떨어질 때까지 주식이 됨.
- 하모닐란은 겨우 200미리인데 빨대 꼽고 다 먹는데 두 시간이 걸림. 욕심 내서 한 번에 두 모금 쑤욱 빨았다가 5분동안 침대에서 목잡고 뒹굼.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싶어도 목 통증이 너무 심해 비명도 죽으라고 참아야 함.
- 나이 뱃살이 사라짐 (띠용!) - 3.4
Week.08 || 휴식주
- 치료 중단으로 1주일 휴식
- 영양제는 주말에도 계속 투여, 근데 이제 주사를 꽂을 데가 없음. 팔이 말 그대로 너덜너덜 해져서 주사를 꼽을 데가 없음 (위 사진은 훨씬 전에 찍은거라 멀쩡하게 나옴 ㅎ)
- 억지로 주사를 꼽지만, 혈청 통증이 말이 아님. 아픔.
- 몸 이상, 구토 울렁증에 결국 토를 함.
- 구강, 목 통증으로 리도카인 추가 처방
- 혓바늘 엄따시 큰 거 (새끼 손가락 1/3 크기 정도?의 어마무시한 놈들) 두 개,,,, 너무 아픔....
- 매일 먹는 약이 너무 많음...
Week.09 || 방사선 33회 치료 종료
- 목화상은 약간 내려가서 다시 방사선 시작 및 종료 (드디어!)
- 영양제는 맞아야 하는데 계속 주사 바늘 꽂을 데가 없어서 계속 고생.... 오른팔/왼팔 다 너덜너덜...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치료가 끝난 후, 이 암치료의 후유증의 세계에 대해 이미 득도를 하다 못해 항상 감탄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정말 지장을 주는 후유증 중 하나가 바로 목에 느껴지는 [이물감]이다.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겠는데, 목에 위화감을 느끼거나 뭔가(농 같은 것이) 걸려 있는 느낌이다.
이 느낌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식사를 잘 못하게 된다. 안 그래도 영양섭취가 중요한데 말이다....
그래도 먹고 살자 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밥을 집어 넣어도 바로 못 견뎌서 구역질을 하고 심할 땐 전부 토해 버린다.
음식물이 넘어갈 때마다 그것이 건드려지는 느낌인데 정말 굉장히 역하다...
그러니 결국 끼마다 먹는 건 밥 한공기 반의 반도 못먹고 있다.
나는 치료 끝나고 한 3,4개월 후 부터 직접적으로 이걸 느끼기 시작했는데, 지금 거의 8개월이 지나가는게 증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건더기가 배때기에 들어가야 좀 음식 먹은 기분도 나고, 배도 따땃해 지고 하는데....
으례 암환자라고 하면 좋은 음식이다 뭐다 골라 먹을 것 같은데,
지금 내 상황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먹을 수 있는 건 무조건 먹어야 한다. (물론 불량한건 제외해야겠지만)
요즘 내 자신이 불쌍하게 여겨지는게....
하루종일 배가 고프다... ㅜㅜ
진짜 저렇다.. 치료 당시 40키로 대까지 빠졌었는데 요즘 이 증상 때문에 못 먹다 보니 50대 초반으로 확 떨어져 버렸다.. (키가 178인데...ㄷㄷㄷ...)
건더기를 못 먹으니 선식, 쥬스 뭐 이런걸로 영양 보충은 그나마 하고 있는데... 마시는게 한계가 있지.. 항상 정말 허기에 차 있다....
병원에 가도 딱히 치료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건지... 나아지기는 하는 건지...
마시는 것들 (선식/쥬스 등)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데 마실 때도 구역질이 날 때가 있다.
가만히 있을 때도 이 느낌 때문에 구역질을 하고 불편하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안 먹으면 죽는다...하면서 뭐 죽을 각오를 하고 의지로 먹으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겪어 보면 그게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요즘은 잘 먹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그래도 연말이라고 좋아하는 참치회를 먹었는데, 좀 무리해서 먹다가 이내 다 토해버려서 속 상했다....ㅜㅜ
밥 한끼 두둑히 먹고 행복해야 할 시점에 나는 목을 잡고 항상 인상을 찌푸린다.
사회 생활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 아픈거 이해 해 준다고 하더라도 남 얘기지... 거기다 또 밥상에서 온갖 인상 다 찌푸리면서 먹는 꼴을 보고 누가 좋아 하겠는가... 의식해도 그세 까먹고 오만상 다 찌푸리고 있는데... 그런 날 발견할 때매다 주위에 참 미안하다... (그렇다고 이걸 또 사과할 수도 없는 마당이고...)
아직 증상이 나아지진 않고 계속 심해지는 단계다. 치료법도 몰라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후유증이 일상생활에 많은 장애를 준다고는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은 에로 사항이 더 많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건 아래 정도이다.
* 물/국물과 함께 음식 먹기
- 물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국물은 필수. 물을 몇 번씩이라도 들이키면서 조금이라도 밥 한 술 더 먹을 수 있게. (솔직히 죽도 힘들 때가 많다) 밥 삼키기가 참 힘든데 그 때는 누룽지로 대체하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
* 조금씩 자주 먹기
- 어차피 밥 한공기는 고사하고 몇 숟가락 밖에 못 먹기 때문에 자주라도 조금씩 먹기
* 선식/쥬스
- 암환자 (치료가 끝나더라도)에게는 몸관리가 정말 중요한데 정작 먹을 수 없는 상황... 대표 5대 영양소 및 기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그나마 마시는 방법으로라도 보충을 해 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특히 쥬스 같은 거 갈아 먹을 때 영양분 다 안빠지게 믹서기도 좋은 것을 사서 쓰는 것이 좋다. 나는 무리해서 괜찮다는 놈으로 비싸게 구입했는데 만족하고 있다. (광고성 같아 제품은 말 안한다 ㅎ)
암튼 다양한 곡물부터 시작해서 각종 채소 과일을 갈아갈아, 되도록이면 영양분은 최대한 많이 잃지 않도록!
* 코세척 / 항상 코와 목을 촉촉하게
- 코는 시원해도 목이 불편한건 어쩔 수 없지만, 귀/코/목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만큼 코세척을 해주면 그나마 안 하는 것 보다는 좋다. 부담도 가고 잘 몰라서 안 하다가 막 시작한지 두어달 정도 됬는데, 와... 정말 마약같은 코세척! 치료 받을 때도 내가 왜 이걸 안했나 후회할 정도로 효과가 너무 좋다.
일반 비염기가 있는 사람들도 하면 굉장히 굉장히 좋을 방법이다. 손쉽고 간편하다. 일반 식염수 쓰면 되니까 가격 부담도 안간다. 하지만 잘 못하면 귀에 물이 차는 경우가 있으니 그건 조심...
특히 비인두암 후유증으로 침샘이 없어지고 해서 큰 농들이 붙어 있는데, 이거 제거 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매일 매일 이비인후과를 갈 수도 없는 거고... 하지만 코세척을 하면 비교적 쉽게 야들을 제거할 수 있다. 정말 비인두암 치료 후의 환자들에게는 악마와 같은 존재들이다. 그 놈의 왕따시만한 드라이한 농들... (나도 보기 민망해서 보호자한테도 잘 안보여 주는데 정말 "진격의 코딱지"가 딱 어울릴만한 이름으로... 정말 힘들게 하는 거인 코딱지 놈이다.)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코세척, 이것을 소개한 이상민... 아마 이게 그의 인생에서 행한 가장 위대한 일 일거다.
* 살라겐 등의 처방약
- 살라겐은 한 번 포스팅을 했었는데, 구강건조증 처방약이다. 온 몸을 쥐어 짜서 침을 내보내는... 이게 뭐 과학적/의료학적 근거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두어달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데 요즘은 안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아무래도 약이라 그런지 뭔가 부작용이 있는 느낌이다. (헛기침, 숨쉬기 불편함, 미약하지만 폐 쪽 통증 등등) 그냥 필요할 때 2~3시간 작용용으로 먹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경험상 보니 저거 먹는다고 이물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참고로 난 약먹는거 더럽게 싫어 하는 사람이다.... 암치료 때 매일 9개 정도 되는 양약을 먹는데 증말... 어후....
이렇게 치료 받은 것도 감사하고 불평 없어야 하겠지만,
나아졌으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아마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이고 살아야 하는 후유증인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받아 들이더라도 불편함으로 인한 영양분 섭취의 문제는 어떻게든 풀어야 할텐데... 시간이 더 흘러야 지혜도 느는 걸까....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토모테라피) 33회)
비인두암 투병 포스팅을 하면서,
맨날 어디가 아프고, 고통스럽고, 죽겠고... 했었는데 이번이 가장 가벼운 포스팅이 될 것 같아 그나마 마음이 좀 좋다.
어떤 정보가 또 필요할까 생각 해 보다가 세면도구(?) 쪽이 떠올랐다.
바로,
- 치약
- 칫솔
- 로션
- 샴푸
- 전자 면도기
이렇게 하니 무슨 아이들 수학 여행 전 준비물 같은 느낌인데 ㅎ, 사실상 풀어 보면 하기와 같다.
- 잇몸 치약
- 부드러운 칫솔
- 자극없는 베이비 혹은 보습 로션
- 유아용 샴푸
- 전기 면도기 (남성용)
우리 일반 생활 하는 것처럼 세면도구들인데,
리스트 보면 느낌 오듯이 대체적으로 "부드럽고 고운 것들"이 필요하다.
[괴롭고 힘든 투병 기간 동안 따듯한 샤워할 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몸도 씻겨 내려가며 병도 씻기는 것 같고... 근데 문제는 하루에 샤워를 너무 많이 했었다... -_-]
비인강에 이상이 생기는 만큼 머리부터 시작 해 목쪽으로 방사선을 쏘기 때문에 머리감고, 얼굴씻고, 양치하고 하는 부분들이 다 영향을 받는다.
화상을 입기 때문에 그 만큼 그 부분들 모두 피부 트러블도 많고 연약해 진다.
그래서 기본 세면도구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방사선 치료 전 병원에서도 어느 정도 주의 사항을 알려 주기는 한다)
머리, 목 부위 피부가 어떻게 되느냐면.... 아래 사진을 열어보면 된다.
** 좀 혐짤이라 접어 놓았으니 확인하고 싶으면 펼쳐 보면 된다.
방사선 치료 시 피부 변화:
사실 위 정도는 약과다. 훨씬 더 심해지는데, 그 때는 인생 살 맛이고 뭐고 힘들어서 사경을 해맬때기도 하고, 사진 찍을 맘도 없기 때문에 그 나마 좀 정신있을 때 (덜 피폭 되었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저게 그냥 간단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엔 초토화가 된다고 생각하면 됨.
이제 준비물 이야기인데,
참고로 원래 난 평생 피부 미용에 신경 쓰지 않고 살던 사람이기 때문에 (비누조차 잘 사용 안 함.....) 그나마 이 정도로 간단히 챙겼는데 더 꼼꼼히 챙기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가장 기본이라고 봐도 될 듯)
광고하는게 아니라서리, 제품 종류도 여러 가지 일테니 핵심 기준만 맞추고, 맘에 드는 것으로 고르면 될 것 같다.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잊을 수 없는 후유증 중 하나가 변비였다. 실로 끔찍한 기억이 아닐 수 없다.
항암치료 하면서 운 적이 거의 없는데, 변비 때문에 눈물이 흐른 적이 있었을 정도다.
치료 전에 변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와.... 이건 정말 상상을 초월한 고통이었다.
일단 대변을 보기가 굉장히 힘든데, 본격적인 치료 궤도에 올라오니 거의 일주일에 한 번 혹은 그 보다더 더 적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았다.
원해서 그런게 아니라 안나와서 그렇다.
이게 기분이 상당히 찝찝하다. 왜냐하면 음식은 제대로 못먹기는 하지만 항암 주사도 맞으랴, 영양제 맞으랴... 진통제 부터 시작해서 약은 약 대로 다 챙겨먹기 때문에, 이런 애들이 내 몸에서 나간다는 기분이 아니라 계속 싸여간다는 생각 때문에 여간 찝찝하지 않을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이건, 열흘에 한 번이건 다행히 신호가 와서 내보낼 때가 있는데, 이건 정말 땡큐베리감사 기적같은 일인거고... 약으로 내보낼 때가 있는데 정말 괴롭다.
물론 약은 의사샘께 말씀 드리고 처방 받은 약만 먹는게 당연히 좋겠죠?
액체화 시켜서 설사처럼 내보내게 유도 하는 놈을 먼저 처방 받았었는데 그닥 신통치가 않아서, 항문 삽입 캡슐이랑 밖으로 내보내게 하는 관장약을 두 종을 다시 처방 받았다.
지옥은 거기서 부터 시작 되었다.
약을 처방 받고 와... 이제 나도 아락실 아침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겠구나 하고 꾸역꾸역 관장약도 먹고 캡슐도 힘들게 삽입하고 했다.
신호가 오고 변기에 앉았는데.... 오 마이 갓....
약 먹는다고 퓻슝하고 뚝딱 튀어 나오는게 아니었다.
약을 먹었으니 그 쪽에서는 내 보내려고 하고, 원래 있던 변비 기가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는, 이른바 피의 대전쟁이 시작 된 것이다.
목숨을 걸고 나오려고 하는 것과 그것을 저지 하는 것... 내 몸 속 대장 안의 대혈투... 정말 대장이고 소장이고 다 미친듯이 꼬이는 것 같고...그러다 보니 항문은 찢어질 것 같고... 비명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읍,,, 읍,,, 거리며 신음 비슷한 것이 흘러 나온다. 얼굴은 이미 피가 쏠려 쌔빨게 지고... 나도 자의적으로 힘을 실어 내보내려 도우면 더더욱 항문은 찢어질 것 같고... 그러다 거의 1분 정도를 극악의 고통에 시달려 힘을 안주고 못 나오게 하려면 또 목숨을 걸고 나오려고 하고 막고 지들끼리 쌩 쇼를 펼치는데... 진심 여기서 너무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다 나오고... 심지어 거의 기절 아니 실신 일보 직 전까지 다녀 왔다. 정말 눈 주위에 별이 핑핑 돌고 하더라....
정말 변비 때문에 실신할 뻔 한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변비가 정말 무서운 거다....
그런 어마어마한 사투를 걸쳐 어케 어케 겨우 내보내는데 성공하는데.... 배출한 기분이야 하늘을 뚫을 정도로 좋지만... 정말 정말 아프고 힘들었다...
한 두 세번 그렇게 죽을 정도로 힘들게 볼 일을 보고 나니, 그 다음 부터는 약 먹을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그냥 진짜진짜 너무너무 힘들 때 죽음을 각오하고 약을 먹었지 대부분은 처음 처방 받았던 설사 유도약만 먹었다 (물론 그닥 효과는 좋지 않았다)
대변 잘 보는 건 정말 중요한데 몸이 너무 힘드니... 대변 신호가 오면 겁부터 먹었었다.
나중에 치료 끝나고 좀 지나면 다시 정상(? 후유증이 너무 많아서 뭐가 정상인지는 모르겠지만)으로 돌아 오기는 한다.
정말 이건 고통이 동반할 수 밖에 없는거라 조언을 할 방법이 없다... 정말 겁나고 슬픈 후유증 중 하나다... 진짜 힘들고 서럽고 아프고.... 그렇다...ㅜㅜ
암튼 심한 변비 후유증일 경우, 무턱대고 관장약 먹지 말고, 꼭 의사샘이랑 확인하고.... 또 각오하고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
이후 치질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후유증이다.... (Inside ~ and Out)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나는 보호자는 아니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본 보호자에게 필요한(?) 얘기들이다.
1. 아픈 사람은 이기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가족이다 뭐다 할 꺼 없다. 환자는 이기적이다.
너무 심한 얘기 같지만, 조그마한 감기부터 시작해서 우리 모두 아파 본 기억이 있다. 그 때를 생각해 보자. 내가 너무 아픈데... 그 때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내가 걸렸던 감기보다는 훨씬 아프긴 했다... -_-
무조건 환자를 감싸 돌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이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로는 아니겠지만, 이것을 악용(?) 정말 그게 악용일지는 모르겠지만, 심하디 심할 정도로 부려먹는 환자들도 눈으로 보았다...
당연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상이 다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여기는게 그 잠깐의 순간에도 느껴지던 사람들/.... 서로에게 핵폭탄 같은 그런 모습....
나도 계속 이런 생각을 하며 이러면 안돼지 하면서 노력하려 했으나, 고통이 나를 뒤짚어 써버릴 때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환자도 노력해야 한다. 보호자가 나처럼 아프지 않다 해도 안 힘든게 아니다. 그/그녀도 당신만큼 약해지고, 예민 해져 있고, 지옥 끝에 와있다.
아픈 사람에게 뭐라 할 수 없겠지만... 더더욱 그것이 곧 생명을 앗아갈 암인데도 불구하고....
왜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혹은, 그 중간을 저렇게 더럽게 먹물처럼 더럽힐까 하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정말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아픈 사람은 아픈대로 계속 ㅈㄹ이고...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힘들고.... ㅜㅜ 이해는 한다만.... 정말 인간군상이라는게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는 모습들도 너무나 많다....
그런 와중에 아름다운 모습들도 많이 봤다... 이게 환자인지 보호자인지... 아픈 상황이 아니더라도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실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거기서 주위 사람들은 희망을 얻기도 한다.
환자나 보호자나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서로의 마음이 더욱 깊어 지는 것이기도 하고, 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것 같다.
아픈 사람은 이기적이다. 그 만큼 그가 오바해도 이해하려 노력 해줘야 하고, 같이 울어주고, 같이 화내주고, 같이 웃어주고....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그도 당신과 함꼐 이해하고, 노력하고, 울고, 화내고, 웃을 것이다.
2. 단호할 땐 단호하자! 받아 들일 땐 받아 들이자!!
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환자는 아프기 때문에 약하다. 그래서 이기적이기도 하고, 어리광도 피운다.
하지만 보호자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사람이 해야 되는데 하고 있지 않은 것을 단호하게 뿌러뜨려 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
말이 쉽지, 이게 제일 어렵다. 왜냐면 정말 환자가 해도 안 되는게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 것 때문에 서로 힘들어 한다. 서로 갑자기 화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 정말 눈물없이 넘길 수 없는 서로가 제일 서러운 순간이다.
그때마다 단 하나만 생각하자. 치료가 우선이고, 완치가 우선이다. 치료중에는 미각은 당연히 사라지고,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한 마디로 살기 싫어 지는 순간이 매 시간마다, 분다마, 초마다 찾아 온다. 괴롭다.
하지만 항암이건 방사선이건 치료는 치료대로 하더라도, 영양섭취를 해야한다...
이것에 있어서는 보호자도 절대 물러서서는 안된다.
환자는 당연히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럴 정도도 없을 정도로, 보호자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밥맛도 없고, 심지어는 먹지도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보호자는 이 환자에게 계속 영양섭취를 하도록 도와 줘야 한다. 죽을 매기던, 마시는 영양제를 매기던....
영양 섭취에 있어서 만큼은 단호한 입장을 취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환자도 고통은 심하지만 넘어갈 땐 넘어가자. 이 모든게 당신만이 아닌 당신이 사랑하는 모두를 위한 일이다.
3. 같이 웃자!
가화만사성이니, 웃어요니... 웃는게 최고라고 일생동안 지겹도록 들어왔다. 그것이 장수의 비결이고 건강의 비결이라고....
아파 본 동안에 솔직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라는 걸 몸소 느꼈다. 우리는 웃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은 몸을 또 그렇게 움직인다.
그런 사람들을 보았다. 암에 걸렸다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그 때서부터 인생이 끝난 것처럼 모든걸 내쳐버리는 사람들, 내가 왜 이런 벌을 받아야 하며 울먹이는 사람들, 그렇게 한 없이 절망과 슬픔의 늪으로만 알아서 기어 들어가는 사람들....
절대 도움 되지 않는다. 병만 더 악화 시킬 뿐이다.
자신이 먼저 희망을 죽여 없애는 짓이다.
희망은 인간이 살면서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자신이 극에 달한 순간만큼은 돈이건 사회적 지위건 뭐건 아무것도 눈에도 귀에도 마음에도 들어 오지 않는다. 전쟁터에서 하나님 안 찾는 사람 없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어떻게 말하면 아픈 순간만큼 이렇게 많이 오래 서로가 같이 하는 시간도 없다.
서로가 꽃길 걷는 이야기 하며 이 순간을 이겨내자. 터무니 없는 말이 아닌 서로의 대화를 통해서 웃고 이겨 나가자.
이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웃자!!!
좋은 생각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 슬픔과 절망에 빠지는 순간 이 빌어먹을 종양 찌끄러기 한테 지는거다!
솔직히 이제 암치료 4개월 차의 꼬꼬마라 거창하게 방사선과 항암 치료의 차이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겪어본 개인적인 느낌은 다음과 같다.
항암치료는 주사 맞는 거고, 방사선 치료는 MRI나 CT같이 통에 들어가서 방사선 쬐는 거라 보면 된다.
둘 다 종류가 다향한데, 어떤 암인지, 의사 선생님, 병원 등등에 따라 다르게 처방 된다.
투여되는 항암제의 용량이나 방사선의 횟수도 다 다르다.
둘 다 단/중/장기적 부작용을 동반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항암제에 의한 중장기적 부작용, 방사선에 의한 단/중기적 부작용이 컸다.
[방사선 치료]
이 쉐키도 어마무시한 놈이다. 이 놈도 타입이 여러가지 되는데 나는 토모테라피 방식이었다.
쉽게 말 해 총 쏘는 것처럼 종양 쪽에 지대로 따악 타게팅 해서 거기만 조진다고 한다.
방사선 때문에 탈모 현상이 발생하는데, 말 그대로 조준해서 쏴서 그런지 머리도 특정 구역만 빠진다... 거울로 보면 진짜 웃긴다... (나중에 다 다시 자람)
다행히 의료보험 덕분에 치료비의 5%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 금액을 보면 이 5%도 돈 넉넉한 가정 아니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옛날 5% 적용이 안되던 시절을 상상해 보면 돈 없고 암 걸리면 그냥 나가 죽어라나 다름 없던 세상이었던 것이다. 정말 끔찍하다. 그리고 의료보험에 있어서만은 우리가 미국 같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쓰레기 같은 대통령들이 계속 나왔으면 울 나라도 의료보험 민영화가 되며 암걸리면 나가 뒤질 판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해봤는데 너무 끔찍하다.....
관련 포스팅에서 여러번 언급 했지만 이 놈의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구내염일 듯 하다.
방사선을 쬘 때만 고통이 없는거지... 횟 수가 거듭할 수록 온 입 안과 목구멍이 아작이 난다.
그 부분들에 화상을 입는 다고 보면 된다. 심할 때는 침만 생켜도 죽을 것 같다.
치료를 하면서 가장 괴로움을 주는게 이 방사선 부작용인데,
미친 듯이 가글해야 한다. 나아지는거 하나 없고 악화만 되어 가는 것 같지만 가글 미친듯이 해야 한다... 가글은 의사쎔이 알아서 처방 해 주신다.
이걸로 환자들이 미쳐 돌아가고,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몸에 덕지덕지 붙이며, 요단강을 몇 번식이나 왔다 갔다 하는 서리얼한 경험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제 정신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그 만큼 보호자의 참을성도 요하는 부분이다. 본인도 힘들지만 주위 사람 정말 "때려 치뿐다!!! 니 그냥 나가 뒤지라!!!" 하고플 정도로 고생시키는 부분이 이 부작용이다. (그 만큼 둘 다 힘들다는 얘기다)
그리고 쏘는 부위 기준으로 한 목 쪽 피부도 아작이 나는데..... 다 타들어가서 시꺼매진다... 난 치료하기 전에 귀랑 목 쪽에 아토피가 좀 있었는데 방사선 몇 번 쬐고 그 놈들이 다 사라졌고 지금도 없을 정도로 싸악 다 나부렀다... (좋아해야 하는지 뭔지... -_-)... 암튼 구내염 부작용에 대한 괴로움이 너무 크다 보니 이 정도는 걍 애교로 봐 줘야 한다. (비쥬얼은 좀 그렇긴 하지만서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작용이라면 침샘 파괴를 들 수 있겠다.
의사 선생님이 치료에 앞서 임파선 전이다 뭐다 해서 방사선 쏘는 설계가 어케 되었는지 보여주셨었는데,
침샘을 1/3 정도 잃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도무지 개념이 안 스는 말이었다. 어렸을 때 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침이 너무 많아서 침을 질질 흘리고 다니던 지라... 뭐 침 조금 덜 나오겠네...라고 생각했다. 치료가 끝나고 정말 다행이도 1/3까지는 안 잃고 1/4 정도 잃어 버렸다. 당연히 재생 불가. 그리고 매일 매일 숨쉴 때마다 밥 먹을 때마다 느끼는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목이 금방 매말라서 국이나 물 없이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과자? 푸훗...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것도 물없이 못먹음.
그리고 물이나 국을 같이 해도, 밥 몇 숟갈 먹다보면 목구멍이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똥꼬 마냥 쪼글아 들어서 삼키기가 그렇게 힘들다.
이건 노력할 수록 좋아진다고는 하는데 아직 나는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밥도 많이 못 먹는다... 살자 살아야 한다...라고 억지로 삼켜도 바로 구역질 나서 몸에서 안 받아 들여버리거덩.... -_-
말 그대로 삶의 질이 질퍽질퍽한 수준으로 낮아 지는데... 처음 예상 했던 것처럼 1/3을, 혹은 더 잃었으면 얼마나 더 최악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 하나 큰 부작용은.....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운 부분인데... 치아 괴멸이다.
이게 항암제도 한 몫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쨋든 방사선 치료 바로 전 받는 주문은 치과 다녀와라..이다.
충치니 뭐다 해서 치과 치료를 최대한 받고 나서 방사선에 임해도 치아가 많이 파괴 된다고 한다.
나는 내 나이에 무슨 암...이라는 생각에 암 보험 같은 건 들어 놓지도 않았는데, 뒤늦게 치아 보험이라도 들려고 해보니 5년 내 암 이력이 있으면 들지도 못하더라. 그 정도로 치아 파괴의 원흉이다.
난 원래 치아 상태도 안 좋은 대다가 치료 스케쥴이랑 안 맞아서 충치고 뭐고 다 그대로인 상태로 치과 치료 못 받고 암치료에 임했다.
현재 거의 모든 이빨이 차가운거 조금만 들어가도 시려워서 못 견디는 상태며 여기저기 구멍도 뻥뻥 나있다.
암치료 때문에 거의 모든 치아를 임플란트로 갈아 엎는 케이스를 수도 없이 봤는데.... 나도 너무 걱정 된다. ..... ㅜ_ㅜ
이빨 소중히 합시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꼭 암은 아니더라도 치아 보험 정도는 들어 두는게 좋을 것 같다.
[저런 통 속에 들어가서 한 10~15분 방사선욕을 하다가 나온다.
치료 하기 전에 스파이더맨처럼 자기 몸에 따악 달라 붙는 마스크 같은 걸 만들어서 붙이고 들어간다. 해본 사람만 무슨 얘긴지 알 듯... ㅎ]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비인두암은 그 종양의 위치 때문에 다른 암처럼 직접 수술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항암주사와 방사선 병행 치료로 진행한다.
(두개골 까고 종양 제거 할 수는 없을지라...)
그리고 방사선 치료의 대표 타이틀은,
"통증 없는 치료!!!"
역시 풋내기 암환자 답게 난 다시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통증 없는 방사선 치료라니, 얼마나 다행인가~~~야호~!
(지금 생각하면 차암 ㅂㅅ같은 생각이긴 했는데.... 사실 이런 멍청하다 싶을 낙관적 생각과 행동 때문에 비교적 항암치료를 잘 이겨낸 측면도 있었다.)
방사선 치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 다음에 몇 번 더 자세히 써 보려 하는데,,,, 일단 본인과 주위 사람 정말 미치게 만든다는 것만 말해둔다.
[미각 상실]
개인적으로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 중, 특히 정신적인 '피해와 고통'을 가장 많이 받았던 부분이 미각 상실이다.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곧 미각을 잃게 되는데, (그 누구라도 얄짤 없다, 무조건 잃는다...)
치료 시작 전까지 초기 검사니 뭐니 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병원에 따라 예약이다 뭐다 하는 시간 소요도 고려)
나는 이비인후과에서 종양 판정 > 암병원 입원 검사하고 비로소 방사선 시작할 때까지 한 2,3주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리고 방사선 치료 일주일 후부터 미각을 잃었다.
암튼 미각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이 시간 동안, 무조건 먹고 싶은거 많이 많이 다 먹어야 한다!!!
특히 인생 맛집이 있다면 무조건 다시 가서 음미 해야 한다, 아니면 평생 뼈저리게 후회할 수도 있다.
항암/방사선치료를 시작하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엄청난 스테미너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들도 꼭 살을 찌우고 체력 보강할 것을 강하게 권한다. 이런 이유로 치료 전까지 필사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큰 이유는 치료가 끝나도 미각은 제대로 돌아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 거다....
치료 후의 나도 지금까지 완벽하지 않은 미각 때문에 정신적으로 좀 힘들고, 다른 환우들의 케이스를 봐도 예전의 완전한 미각을 찾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냥 팔자려니, 운명이니...하며 받아 들이고 살아야 한다.
치료 시작 전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각을 잃어버리니 먹고 싶은 거 많이 먹으라는 얘기가 많이 있어, 나름 스테미너 음식과 더불어 좋아 하는 음식을 최대한 많이 찾아 다니며 먹었다. 하지만 더 먹어 둘 걸 하는 통한의 후회를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미각은 다시 완벽히 돌아 오는 줄 알았다....-_-)
막상 겪어 보니 먹는다는 것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크고 소중한 행복 중에 하나라는 것을,
미각을 잃기 전까진 머리로만 알았지 몸과 마음 속으로는 100%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미각을 잃는 다는 것이 어느 정도 힘들 줄은 예상 했지만 이토록 괴로울지 몰랐다.
항암/방사선 치료는 엄청난 물리적 고통을 주는 후유증들이 많다. 그래서 미각 잃는 것 따위 고통은 없는 거니 얼마나 다행이야 하며 쉽게 말 할 수도 있겠지만... 미각 상실로 인해 인간의 큰 행복과 축복 중 하나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정신적 고통은 정말 어마 무시하게 슬픈 것이다.
있을 땐 쳐다도 안 보다가, 꼭 없으면 생각 난다고....
미각 상실 상태에서 먹을 거 생각이 그렇게 많이 날 수가 없다.
그건 맛을 못 느끼기도 하고, 방사선 치료로 인한 구내염 등, 엄청난 목의 통증 때문에 거의 아무 것도 못 먹고, 못 마시는 수준으로 한 동안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욕구를 채울 수 없어서 그렇다.
수요 미식회나 맛있는 녀석들 같은 방송이 TV 나오면 진짜 사람 미쳐버리게 만든다. (출연진들이 잔인무도한 악마들로 보임)
그래서 치료 끝나고 미각 돌아오면 이 것도 먹고 저 것도 먹어야지 하며 음식만 생각하는 음식 변태로 거듭나게 되는데, 나는 그 당시 음식 버켓리스트를 만들기도 했었다.
당시 만들었던 버켓 리스트 중 몇 갠데... 빙산의 일각이다.
인간 마음 참 간사한게 정작 미각 돌아오고 나니 딴 거 먹고 다닌다. ㅎㅎ
그리고 아직 단 맛을 잘 못느껴서 와플은... ㅜㅜ
쨋든 화살은 이미 날라갔고 버스도 이미 떠난 것....
치료가 끝나 봤자 ... 미각이 돌아와 받자... 이전의 입맛이 아니었다. 이전과 완벽히 동일하지가 않다...
그토록 진심을 다해 믿고 바랬던 것에 대한 배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 때 느끼는 정신적 충격 또한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ㅜㅜ
예를 들어 난 김치 찌개를 미친 듯이 좋아 했는데,
지금 미각의 구조가 어떻게 뒤틀렸는지 몰라도 신 맛 나는 것을 입에서 거의 받아 들이지 못한다. (먹으면 우웩 우웩 거림)
미각 돌아온 후 김치 찌개 몇 번 먹어 보고 이제 먹지도 않는다... 맛 없어서..ㅜㅜ 그리고 김치도 겉저리만 먹지 익은 김치 못 먹는다.
나도 다른 사람 못지 않게 평생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던 사람인데 말이다... 디스 이즈 베리베리 새드!!!!
만약 (안타깝게도) 방사선 치료을 앞두고 있다면,
정말 먹고 싶고 좋아했던 모든 건 다 먹어두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스테미너를 높이기 위한 건강식 위주로 하되,
불량식품이 만약 인생 음식이라도 꼭 먹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맛을 꼭 깊이 음미 해야 한다.
타 암 대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암이라 정보가 많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은 경험이라 나도 기억할겸, 지난 투병 중 기억나는 것들이나 후유증 관련하여 올려 본다.
(비인강/비인두암 3기 - 항암 7회 방사선 33회)
[삼출성 중이염, 그리고 정말 살인 충동 느끼게 했던 그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
지금은 삼출성 중이염이 비인두암의 초기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배웠지만,
그땐 그게 암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 했다.
안타깝게 젊은 나이에 비인두암에 걸린 김우빈도 있지만 그 정도 어리진 않아도 암에 대해 걱정할 나이가 절대 아니었다.
또한 비염 증상도 심했는데, 어차피 평생 비염에 시달렸었기 때문에 심해진 비염 증상도 별 대단치 않게 생각했었다.
하기는 삼출성 중이염을 앓던 그 시절에 만났던, 기억하기 싫은 그 망할 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저 피로에 쪄들어 지내던 중 언제부턴가 왼 쪽 귀까지 점점 안 들리기 시작했다.
이비인후과에 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점심 시간에 후딱 다녀 올 수 있는 회사 근처.
삼출성 중이염이라고 한다... 약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한다...
약 떨어지면 점심 시간 마다 찾아 가고, 또 약을 받아가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증상 악화를 호소 했지만 사진 보면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며 또 다시 약을 처방 해 준다.
귀는 점점 안들렸다. 그렇게 2개월 가량을 약만 먹으면서 지냈다.
결국 침지 못해 의사에게 얘기 했다. 계속 나아지고 있다 말씀 하시는데, 난 귀가 점점 더 안들린다. 분명 물이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뭐 귀를 째든 뭐든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따지는 식으로 얘기 했다.
대답은 내가 전혀 예상 하지도 못했다. 정말 가관 이었음.
"의사로서 봤을 때는 분명 나아지고 있는데 환자분께서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씀 하시면 제가 뭘 해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 놔... 맘 같아선 뭐 저 따위 책임감 없이 말하나 귓ㅆㄷ기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다살다 병원에서 저런 무책임한 말을 들은 건 처음인 것 같다.
암튼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큰 전문 병원으로 가기로 맘 먹었다.
사실 그 때 다른 부위 때문에 병원 다니느라고 하도 연차를 많이 내서 눈치 보여서 회사 근처로 그냥 다니던 거였는데...
사람들 말도 잘 못 알아 들을 정도로 귀 안들림이 심해지니 어쩔 수 없이 또 연차를 내고 대형 전문 병원으로 직행 했다.
귀에 물이 차 있는 건 맞았고, 바로 물을 뺏다... 주사기 2/3를 채운 그 노오오란 궁물들...으흐... -_-
드디어 세상의 소리가 아름답게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띠용...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찝지름..한 한 마디를 하셨다.
속을 살펴 보니, 혹 같은 것이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으나 좀 의심쩍어 보인다. 일단 귓 속이라기 보다는 코 속에 가까워서 코 전문 선생님에게도 가보는게 좋을 것 같다 하셨다. 15분 후 나는 바로 코 전문 선생님한테로 옮겨 졌고 역시나 본인도 뭔진 모르겠으나 좋은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조직 검사를 받아 보자고 하셨다.
따로 조직 검사 예약을 하고 그 날에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와.... 이 조직 검사도 엄청난 고통이었다. (유일하게 받아 본 조직 검사라 딴 부위도 그렇게 아픈지는 모르겠다)
긴 가위를 코 속에 집어 넣고 조직을 떼어 내는데 가위질 딱!딱!딱! 세 번이 한 세트로 해서, 총 세 셋트의 조직을 떼어 낸다.
그리고.... 그 가위질 한 번의 딱!이 얼마나 아퍼서 죽을 것 같던지....
예상치도 못 했던 엄청난 고통 때문에 첫 번째 딱!에서는 "윽!" 하면서 찌잉~하는 고통과 함께 눈 물 한 방울이 또로록 흘러내렸다.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이제부턴 착하게 살게요"라고 읊어 대고 있었다....ㅜㅜ
그리고 정 자세로 앉아서 조직을 떼어 내다 보니 가위질 하자마자 피는 콸콸콸 밑으로 떨어 지는데.... 이 비쥬얼까지 한 몫하며 온 오감이 이 고통에 반응 하더라.... ㅜㅜ
이제 그 고통을 알아 버렸기 때문에 두 번째 딱!이 다가 오면서부터는 이 공포의 세레나데에 대한 두려움과 남아 있는 진통의 범벅이 된다.
세 번째 세트의 마지막, 그러니까 아홉번 째 딱!하기 직전엔 그야말로 고통의 무아지경 속에 빠져 정말 정신이 혼미 해 지면서 멘탈이 탈탈 털린 상태가 되더라.
그렇다고 마지막 고통이 줄어드는 건 또 아니었다. 혼미 하면 혼미 한데로 또 뜨악!!!
그리고 몇 일 후에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병원 예약 전 날 이었다)
먼저 알려드린다며, 놀라지는 마시고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종양이다. 병명은 비인강암이라고 했다.
사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암이라는 얘길 듣고 별 실감이 안났다.
다른 암에 비해 치료율이 높은 암이니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하는 말을 그냥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고 치료하면 낫겠지라는 그런 안일한 생각만 떠올랐다.
치료 중 그리고 후의 고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풋내기 암환자의 모습, 후훗... ㅜㅜ....에효...
암튼 2개월 가량을 약으로만 버티다 병원을 옮기고 나니 몇 일 사이에 일사천리로 저리 진행 되었다.
솔직히 암에 걸리고 나서 왜 나에게 암이 찾아 왔나를 한탄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나는 그런건 없었다.
단, 2개월의 시간을 말아 먹은 그 병원 의사에게는 엄청난 증오가 잠깐 찾아 왔었다.
암덩어리를 달고 2개월 동안 상태가 호전 되고 있다고 말만 하고....
암 발견을 못 한건 그렇다 치고.... 물이 차 있는 것도 왜 빼 말 안하고 빼주려고 시도 조차 하지 않았던 걸까? 정말 지금까지 미스테리다.
말로만 듣던 돌팔이 인건지...
임파선 전이까지 겹쳐 나는 결국 3기 판정을 받았었다.
장기 치료를 받아 보니 역시나 일반 사람 관계처럼 환자와 의사의 궁합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그 의사는 정말... 하아.... ㅆㅂ... 이젠 원망도 안한다...
(왜 사람들이 구태여 멀리까지 유명한 병원 찾아 가는지 그 때 이해가 가더라... 그 돌팔이 의사들 같은 사람들 때문에 괜한 동네 작은 병원 의사들까지 피해 보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 놀라운건 나만 이런 억울한 케이스인 줄 알았는데, 비인두암은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더라.
나와 동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그만큼 초기 증상으로 잡기 어려운 측면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나와 비슷한 케이스들이 있더라, 허얼/////
궁합 맞지 않는 의사들 만나서 저렇게 시간 낭비하는 케이스들이 꽤 많은 것 같던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들을 때마다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반면 일이 척척 진행 되었던, 옮긴 이비인후과의 두 선생님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다.
치료 받는 내내 굉장히 적극적이고 환자의 입장에서 케어 받는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임파선 전이가 더 심해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들도 이 분들 덕이 아닌가 싶다.
의사 선생님을 잘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하다. 또한 아무리 명의라도 환자와의 궁합도 무시할 수 없다.
아니다 싶으면 당장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수소문을 하던 뭐하던 좋은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튼 이렇게 나의 암치료기는 시작 되었다.
지금 치료를 마친지 얼마 안되는 꼬꼬마이지만, 지금까지를 돌이켜 보면 암치료는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