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확 저하 되면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기도 한다. 갑상선기능 저하증까지 겹쳐 있으니 체력 문제는 정말 돌아버리겠다.
주기적 건강 검진, 그리고 항암 추적 검사를 받으면서 동일한 결과가 하나 나왔다.
이름도 외우기 참 힘들다, 진성적혈구증다증, 혹은 진성적혈구증가증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빈혈의 정반대 현상이다.
빈혈은 피가 없어 헤롱 거리는 거라면 이건 피가 너무 많아서 혈관이 막힐 위험이 있는거다. 바로 혈액암과로 트랜스퍼가 되었다.
내 몸이 피를 너무 많이 생성 시키고 있고, 산소가 잘 안 통하고, 피가 너무 빨갛고, 너무 뭃고 진하다 보니 잘 안 통하게 되는 거다. 피가 통하는 구멍들의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피딱지가 지다 보니 통과하기가 힘들어 지는거다. 뇌경색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안 그래도 예전부터 주치의 선생님이 내 혈액 수치를 보면서 담배를 피냐고 계속 물어봤다. 5년 전 항암을 임하면서 끊었는데 옛날에 피었던 것이 영향을 주느냐 물었더니 그건 아니다라고 한다. 근데 이 수치는 원래 담배를 피면 늘어나는 수친데 왜 담배를 끊은 (항암 이전에)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병원에서 뭔가를 발견했는데, 딱 보고 알 수 없는 거면 뭐다?
검사에 들어간다.
근데 이게 또 너무 겁나는게 한 달 생활해보고 체혈 후 골수조직검사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자고 한다.
"골수조직검사" 그냥 이 단어 하나 만으로 또 그 동안 애써 추려왔던 맘의 벽이 무너져 내려 버린다.
한국 영화계의 정말 큰 별이 졌다. 좋아했던 배우라 충격도 크고 맘도 아프다. 나도 암 이력이 있는지라 뇌출혈이라는 사망원인이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좋아했고 훌륭했던 배우였던 만큼 팬의 일편적인 욕심으로 항상 더 많은 작품을 남겼으면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가버리니 허무하고 안타깝다.
참 허망한 마음에 그녀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라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잡담하듯 그녀와 맞물린 기억들을 써본다.
그녀를 실제로 본 적 경험이 딱 한 번 있다. 약 22년 전인 2000년 연세대학교에서 열렸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와 공동으로 열렸던 '자유 2000' 공연이었다. 그저 영화가 좋았고 인생의 한 부분 같은 시절이어서 Staff로 무료 자원봉사를 했었다. 20년인 넘은 기억이라 가물한데 아마 이틀간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첫날만 참여했다. (두 번째 날에는 정우성과 고소영 배우가 온다고 해서 상당히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행사 자원봉사는 처음이긴 했지만 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온갖 잡스러운 일들을 하게 되는데 열정페이라도 동경하던 영화배우들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스태프 일 중 하나가 배우/감독들 에스코트였는데 이게 제일 좋았던 경험이어서 그런지 이것 빼고는 그 날 다른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백양로를 타고 노천극장까지 와서 차에서 내리면 대중들 피해 옆 샛길로 건물 안까지 에스코트하는 일이었는데 그때 자원 봉사자들끼리 나눠서 그때 그때 도착하는 사람을 순서대로 안내하는 거라 내가 누굴 에스코트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같이 한 사람이 바로 강수연 배우였다.
거짓말 안 보태고 사람한테서 후광/광채가 난단 걸 태어나서 두 번째로 느껴본 날이라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첫 번째는 약 30여 년 넘게 전에 명동 한복판에서 본 김혜수 배우였다) 샛길이라 숲 속 느낌의 좁은 외진 길이었다. 한 체감 상으로는 1,2분 정도? 의 거리였던 것 같다. 그 1분 정도의 시간에 이런 동경하던 대배우들과 함께 갈 수 있다니... 정말... 꿈 같았던 시간이었다. 나는 앞 안내자가 따로 있고 나는 뒤에 약간 쳐져 두근두근하며 따라갔다. (그땐 정신도 없고 정해진 룰도 없어서 옆에서 같이 가는 경우도 있었고, 뒤에서 가는 경우도 있고 막 그랬다)
에스코트의 길이 끝나고 건물로 들어가기 전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고 돌아가려는데, 그 순간 내 인사를 듣고 강수연 배우가 반응해 주셨었다. (아마 내가 처음에만 절로 가라고 안내만하고 뒤에서 계속 같이 오고 있었던 건 인지 못했나 보다) 화들짝 놀라며 뒤를 휙 바라보며,
"어머, 저 때문에 여기까지 같이 와 주신 거예요? 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해요~"
라며 강수연 배우 특유의 그 활짝 환한 웃음과 함께 진심 어린 목소리가 들렸는데.... 정말 옛날 식으로 말하면 '하늘에서 굴러 떨어진 천사'가 있었다면 그 순간의 강수연 배우가 아니었나 싶다. 1999년의 걸작 <송어>와 2003년 복귀작 <써클> 사이의 그녀를 보았던 기억이다. (2001년부터 <여인천하> 드라마로 인해 그녀는 스크린을 잠깐 떠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스쳐간 기억이나 다름없지만 그 한마디의 순간은 영원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그 감사함 표시에 대한 친절함이 내 기억의 한편에 더 깊이 자림 잡았던 것 같다. 공인으로서의 버릇과 같은 프로의식인진 몰라도 진실성이 느꼈졌었다. - 당시 대한민국 탑오브탑 여배우가 한 스태프를 대하던 자세였다
생각해보면 당시 스태프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을 테고, 보통 지인이나 관계자들 혹은 윗사람들한테나 말을 걸거나 그 외 사람들한테는 딱히 반응 안 하는 게 (걍 눈에 보이는 쉐도우 같은 거) 예나 지금이나 보통의 풍경이다. 특히 이름은 안 밝히겠지만 스태프라고 사람 쓰레기 보듯 개무시하던 기분 나쁜 배우/가수도 있었고, 그냥 무시하는 이들도 있었고, 또 반면에 딱히 뭐 대화를 할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 그냥 조용히 같이 하던 배우들도 있었다. 반말 틱틱 던지는 이들도 있었고 꼭꼭 존댓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걍 인간 군상. 종종 외국 스포츠 선수들이 팬들 특히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저게 '평생 팬과 기억과 행복'을 만드는 시점이라는 글들을 보게 되는데.. 진짜.. 이런거다 이런거.... 그 때 강수연 배우가 나에게 해준게.. 따듯한 그 한마디.
아주 어렸을 적 홍콩 침샤추이의 '플래닛 헐리우드' 레스토랑 오프닝 때 헐리웃스타들 보기 위해 꿈을 안고 구경간 적이 있었는데 기라성 같은 헐리우드 배우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왈츠네거, 홍콩점 주인장 쟝 끌로드 반담, 스티븐 시걸, 신디 크로포드 등등이 왔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배우는 딱 하나, <더티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다. 자동차를 타고 내릴 시점까지 쭉 가는게 아니라 길게 줄을 선 거리의 열광하는 팬들을 위해 중간중간에 차 창문을 내려 진짜 스윗한 미소를 지으며 팬에게 화답하는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외 언급한 헐리우드 스타들은 기억조차 흐려서 남질 않는다. 아마도 강수연 배우의 그 감사함의 한마디의 느낌은 이런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싶다. 너무 옛날이라 지금처럼 스맛폰이나 카메라를 쉽게 가질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여서 머릿 속 흐릿한 기억만 남는게 아쉽지만, 정말 페트릭 스웨이지의 팬서비스를 위한 미소의 순간은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그날 상대가 누구라도 (스태프라도) 한 마디라도 던지며 친절함을 느끼게 해주고, 와 역시 프로구나 느끼게 해준 배우는 기억하기로는 박중훈과 안성기 배우였다. 특히 안성기 배우는 우리가 스태프인걸 보고 "아이고 고생 하십니다"라고 구태여 상황까지 만들어 말을 건내주어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박중훈 배우는 그 날 3년인가? 쫓아다니던 스토커가 오늘도 나타난다는 정보가 들어와 우리 자원봉사자들에게 박중훈 배우와 그 스토커 녀 사이에 벽을 만들라는 소동도 있었다. 새빨간 원피스를 입었던 그녀... "박중훈 씨~" 하며 친한 척 외치는데 그 와중에 그녀의 손은 그와 그 녀 사이에 벽을 친 우리의 옆구리와 등등을 꼬집고 있었다. (나 꼬집힘 ㅜㅜ)
그 상황에 박중훈 배우는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십니까"하고 타인에 대한 딱 기본적 예의만 차리고 자리를 옮겼는데... 그때서도 와... 3년 스토커한테 저럴 수가 있나... 역시 프로는 프로다라고 느꼈었다. 그녀는 행사 끝나고 배우들 퇴장 시에도 다시 나타났는데 그때는 박중훈 배우는 이미 사라졌었고 마침 안성기 배우가 나오던 중이었는데,
"안성기 씨 저예요, 저. 오늘 다들 뒷풀이 어디로 가세요? 거기로 가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집요하게 계속 물었다.
거기서도 안성기 배우도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아, 안녕하세요. 글쎄요.. 저는 들은 게 없어서.. 하하.."
하며 너스레를 떠며 자리를 옮기는데 박중훈 배우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악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예의 차린 그 모습에 또 한 번 프로들은 다르구나... 하는 걸 배웠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기본 예의를 차리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세상이 살고 있으니... 참.... (암튼 그 당시 배우들 뒷풀이 자주 가던 집이 청담동 무궁화라던가 아리랑이라던가?로 들은 기억이 난다 확실하진 않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참여하지 못했던 두 번째 날엔 우리 자원봉사 스태프들도 같이 회식 갔었다고 하던데.... 참 부러웠다...ㅜㅜ 둘째 날 못 간 거. 명계남 배우도 신나게 거하게 취하고 재밌었다던데.... 그 외론 인간적으로 기분 나쁜 배우들도 있었지만 이름은 거론 안 하겠고,
그냥 기억에 남는 건.... 박효신 가수 그때 막 이름 알리기 시작할 때였는지 대기실에서 청 멜빵바지 입고 수줍게 혼자 뻘쭘히 서서 서로 눈이 맞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무대의상 입기 전이었던 듯?) 지금처럼 혹은 저 영상처럼 피부가 좋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ㅋㅋ 아무튼 엄청 앳된 모습으로 기억한다. (자유 2000은 원래 음악행산데 이때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랑 같이 진행한 거라 배우들이 참여한 것이었다)
<하얀 전쟁>, <남부군>, <헐리우드키드의 생애>의 정지영 감독. 다들 연예인이라고 멋진 차들 타고 와서 내리는데 정지영 감독은 차를 안 가지고 나름 길이가 있는 연대 중앙의 큰 백양로를 빵모자에 딱 뭐랄까 그 넝마주이 예술인과 같은 자유로운 영혼 같은 모습으로 (근데 그런 행사 턱시도와는 정반대 느낌으로 나름 중장년의 그리고 자신만의 멋이 있었음) 걸어서 나타났는데 그때 명계남 배우가 "우리 정 감독님 걸어서 오셨구나!"하고 (비웃거나 악의 없는 환영하는 느낌이었음) 맞이 했던 기억. (당시 명계남 배우가 주최자? 판돌이? 같은 역할이었던 듯)
녹색 체로키를 타고 나타나 차창문 내리고 환하게 인사하던 안성기 배우. 이때 반갑게 인사했었음.
설경구 배우. 에스코트해주려고 인사하며 다가갔는데 살짝 피하며 움찔하던 모습. 이게 기분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놀란 무슨 그런 것 같은... 타인과 벽을 쳤는데 그 안으로 들어와서 놀란듯한? 모습이었는데 뭔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라.. 싶었음. (그니까 약간 내성적인 느낌?) 그리고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등 배우들도 인상이 강했었다.
마지막으로 기억 남는 건 고 이은주 배우. 이은주 배우도 내가 에스코트를 했었는데 이 때는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고 딱히 주고받은 대화는 없었지만 되게 예쁘고 참하고 얌전한 느낌이었다. 소곤소곤. 와중에 키는 상당히 컸던 편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직접 봤던 사람이 5년 후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듣고 뭔가 착잡함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교차했었다. 암튼 박중훈/안성기와 강수연의 스크린 속 합은 설명 할 필요도 없고 이은주, 설경구는 1999년 박지영 감독의 <송어>에서 강수연 배우와 함께 했었다.
유튜브 하면서 작업했던 것들 중에 강수연 배우가 나오는 것들이 두 개 있는데 대문에 걸어 놓은 건 몇십 년에 걸친 노래방 듀엣 애창곡을 탄생시켰던, 영상미 또한 강수연 배우만큼이나 아름다웠던 1992년 영화 <그대안의 블루>. 김현철과 이소라의 노래를 roon이 커버한 버전이다. 강수연 배우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중 하나이기도 하고 roon의 공허한 스타일의 보컬 때문인지 지금 다시 보고 들으니 더 애처롭고 눈물 날 것 같이 맘이 아프다. 공인의 이런 뉴스를 듣고 이렇게 마음이 아파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이건 강수연 배우가 21살 시절 박중훈 배우와 함께한 1987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1990작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랑 교차편집되어있음) 한국영화에 있어 현대식 청춘물의 탄생을 알렸던 작품이기도 하고 이 영화가 개봉 중에 1987년 <씨받이>를 통한 강수연 배우의 베니스 영화제 여우 주연상 소식을 안기기도 했었다.
음악은 인디 아티스트 shuuu의 "Where is the Love"라는 곡인데, 공교롭게도 이 영상을 올린 후 이 아티스트한테 직접 인스타 DM을 받기도 했었다. (이 노래도 여기 한 때 자주 찾아오셔서 시티팝 얘기 나누던 냥고로님 덕분에 안 건데... 잘 계시나요?) 트렌디한 MZ세대 느낌의 예쁘면서도 귀여운데 또 멋진 느낌 때문에 아마 모델도 겸하고 있는 것 같은데, shuuu는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다. 인스타,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등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언젠가 멋진 도시감성 음악으로 한 방 빵! 터져주었으면 한다.
아티스트한테 DM 받기는 또 첨이라 (이후에 울 가족 페이버릿 송 중 하나인 <여름밤>의 초묘 밴드가 유튜브에 감사하게도 댓글을 남겨준게 두 번째였다 ㅎㅎ ) 신기하고 기뻤고, 무엇보다 아티스트 본인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특히 더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강수연 배우 덕에 또 이런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 감사한다. 언제 블로그에 shuuu 관련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이 글에 올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근데 인스타를 안 하다 보니 확인도 엄청 늦어서 죄송했음)
고 강수연 배우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떠오르는 기억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풀다 보니 뭔가 많이 주책맞게 길어졌다. 암튼 나는 그때 내게 감사인사해주던 정말 아름답고 아름다웠던 그 녀의 모습과 목소리는 평생 기억 좋은 기억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당신의 영화들은 훨씬 더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강수연의 필르모그래피] 1975년 핏줄 1976년 나는 고백한다 1977년 별 3형제 1978년 어딘가에 엄마가 슬픔은 이제 그만 비둘기의 합창 1979년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 1980년 마지막 밀애 1982년 깨소금과 옥떨메 1983년 약속한 여자 1985년 W의 비극 고래사냥 2 1987년 씨받이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연산군 감자 됴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1988년 미리 마리 우리 두리 낙산풍음간향마 업 1989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제 아제 바라아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1991년 경마장 가는 길 낙산풍 베를린 리포트 1992년 그대 안의 블루 1993년 그 여자, 그 남자 웨스턴 애비뉴 1994년 장미의 나날 1995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996년 지독한 사랑 1997년 블랙잭 깊은 슬픔 1998년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9년 송어 2003년 써클 2006년 한반도 2007년 검은 땅의 소녀와 달빛 길어올리기 2013년 주리 2022년 정이
9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 OST에서 상징성을 가지는 영화들로 꾸려봤다. 70년대, 80년대 중후반, 90년대 초중반 시리즈에 이은 4번 째다. 외국 음악을 쓴다고 한국영화 OST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첫 번째 70년대 시리즈부터 가져왔던 기준은 한국(어) 음악으로 구성된 한국영화음악이었기 때문에 가령 한국영화 OST계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접속>과 같은 앨범이라 던가, 팝송들 같은 것들은 제외했다.
한국영화 OST 시리즈 작업을 해오면서 느낀 건데 90년대 중후반은 특히 한국 영화음악 역사에서 중요한 구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영화와는 분리되어 그저 배경음악 정도로 여겨지던 것이 향후 영화 안에서의 중요한 요소이자 동시에 상업적 요소로서도 중요함을 인정받고, 또 지금까지 한국영화음악의 인프라 발전 (특히 경음악으로 꾸며지는 오리지널 스코어)에 큰 디딤돌에 되었기 때문이다. 작업을 하며 느낀 90년대 한국영화음악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90년대 이전에도 오리지널 스코어의 개념 및 영화음악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던 작품들이 있었다. 70년대를 보면 정성조 (어제 내린 비, 겨울여자, 영자의 전성시대), 강근식 (별들의 고향) 등의 이름들이 보이고 80년대를 봐도 신병하, 김수철 등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봤을 땐 영화음악이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었다기엔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들이었다.
지금처럼 영화 제작의 핵심 요소로서, 더 나아가서는 또 다른 흥행의 상업 요소로서 인정받기는커녕 그냥 배경음악 수준의 취급을 받았던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고 인력도 당연히 모이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었다. 오히려 90년대 이전 영화와 맞추어 작업을 이끌어낸 음악가들이 존재하였다는 건 과장하자면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감사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90년대 중후반은 우주의 빅뱅처럼 정말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린 <은행나무침대>와 함께 등장한 이동준 (이후 후반부에 <쉬리>도...) 음악 감독의 OST를 필두로, 조성우 (8월의 크리스마스), 한재권 (기막힌 사내들), 조영욱 (텔미 썸딩)이 주르륵 수면에 등장하는데 이들이 바로 오리지널 스코어 분야의 한국영화음악감독 1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이름들이다.
그들이 1세대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들의 등장과 함께 관객, 제작, 감독들에게 영화 음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며 한국영화 OST 시장의 산업과 인프라 구축이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은 <접속>, <은행나무침대> 등 OST의 몇 십만 장 판매를 목격하며 영화의 서브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크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더 많은 감독들이 작품의 연출과 완성에 있어 음악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관객들은 음악을 통해 영화를 해석하고 또 자신들이 사랑하는 영화들을 OST 앨범을 통해 간직하고 기억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영화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정부 조직도에 비하면 '(기상, 특허 같은) 청'의 취급도 받지 못하던 일반 부서가 (기획재정, 국방, 법무 같은) '부'나 '처' 급으로 올라가는 그림인 거다. (하지만 아직도 어려움은 많아 보이긴 하지만... 어디든 안 힘든 곳이 있으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국악의 접목 같은 신선한 시도들도 있었고, 꼭 '한국적'인 신토불이를 고수하는 것과는 또 달리 훨씬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를 통한 오리지널 스코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글빨이 달려서 좀 비하하는 식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유독 뭔가 '한국적'인 것만을 고집하는 범위에서 선택권이 더 넓어졌다는 긍정적인 표현이다. (<서편제>, <꽃잎>, <은행나무침대> 등은 정말 훌륭한 국악의 접목 혹은 크로스오버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음반들이다)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국악이던, 오케스트라던, 전자음악이던 영화의 컨셉이나 서사에 가장 잘 어울릴 오리지널 스코어의 사운드도 그만 큼 다양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게 이 1세대 영화음악들이라고 본다.
위는 1세대 영화음악감독들이 2007년 술자리에서 한국영화음악에 대해 논한 대화를 담은 씨네 21의 기사다. 15년 전이긴 하지만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2. 블럭버스터 지향적 OST의 등장 및 다양한 시도들
7,80년대를 넘는 시기는 한국의 산업화가 본격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고 문화에도 슬슬 관심을 가지며 덩달아 산업화돼가는 시기였다. 근데 영화음악의 경우 90년대 초중반만 봐도 아예 앨범으로 발매되지도 않아 가수 앨범에 몇 개 음악이 수록되는 상황이었다. 아니면 그마저도 하지 못하고 영원히 역사의 데이터 베이스에서 사라지거나...
70년대를 보면 보통 이미 히트한 대중가요 하나를 테마로 잡아 영화로 만드는 식이 많았다. ('이별' 등) 80년대를 보면 대중가요도 중심이 트로트에서 모던 K-Pop으로 넘어가며 컴필레이션 식의 OST들이 조금씩 제작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장호의 외인구단', '굿모닝 대통령'). 그리고 90년대에 접어들며 컨셉을 가지고 시도한 OST 컴필레이션 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하기 좋은 날', '그대 안의 블루'). 이렇게 조금씩 꿈틀꿈틀 하고는 있었지만 정작 산업이 터지는 상황은 아니었다. 돈이 돼야 지원도 받고 사람들이 몰려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90년대 중후반을 넘어가며 1번에서 말한 1세대 영화음악감독들을 통한 OST 흥행이 현실화되었고 OST 앨범의 형식도 다양한 형태를 품게 된다. 제일 중요한 건 '오리지널 스코어'가 앨범화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그러진 않았지만...) 또 하나는 당시 X-세대의 신세대 감성의 문화를 반영하듯 당시 인기 대중/인디 아티스트들을 한대 모아 만드는 컴필레이션 형식의 OST도 발매되기 시작했다. 굳이 영화 속에 나오거나 혹은 나오지 않아도 이른바 큐레이션 같이 '선곡' 수준을 통해 채워지는 형식들이었다. ('할렐루야', '용가리' 등)
당시 대중음악 신을 선도하고 있던 파워 프로듀서들의 참여가 좋은 예다. 90년대의 댄스음악 계를 호령했던 김창환은 <패자부활전>에서 자신의 시그니쳐 사운드로 채워진 음악들은 물론 당시 소속사에 데리고 있던 노이즈, 클론 등도 참여시켰다. 또한 김형석이 음악을 맡은 '할렐루야'는 당시 나이트 클러버들에게 사랑받았던 화려한 출연진을 대거 투입한다. 바로 DJ처리, 쿨, 업타운, 유승준, 구피, 제이, 영턱스클럽 등. 특히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는 조성모의 주제가를 필두로 김현정, 유승준, 패닉, 넥스트 등 당대 최고의 인기 아티스트들을 조성우의 오리지널 스코어와 함께 접목시킨 OST로 (흥행이야 어찌 되었건) 심형래 감독이 꿈 꾼만큼 OST도 블록버스터급으로 기획한 흔적이 보인다.
위 <할렐루야>, <용가리> 등의 케이스가 순수한 '선곡'을 통한 앨범 제작이었다면, <주유소 습격 사건>의 경우 선곡 형의 성격도 가지고 있지만 음악감독의 음악적 감성이 전체를 지배하는 통일성이 돋보이는 케이스도 있었다.
쨋든, 오리지널 스코어와 보컬 음악들이 적절한 형태로 섞어져 나오는 형태 등, 즉 '팔아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앨범에 대한 기획을 하고 그에 대한 투자를 받고 만들기 시작했고 그에 관객들도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굳이 영화를 보지 않거나 그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도 특정 OST 앨범이 어떠한 사유로 (위 열거한) 사는 경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영화에는 나오는데 앨범엔 없는 경우도 있다 - <태양은 없다>의 '포이즌'이나 <정글스토리> OST에 신해철 음악만 수록된 것처럼 - <정글스토리>는 약간 좀 특이한 케이스다 신해철의 솔로 앨범이라고 간주해도 될만하기에...)
3. 아.. 저작권이여...
1번에서 링크해 놓은 1세대 음악감독들의 술자리 대담에서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작권. 이 시절을 기점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그나마 새싹을 막 트려고 하는 시절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대중가요, 드라마 주제가, 영화음악의 음악 표절 시비가 특히 많았다. 그때 화제가 되었던 곡들도, 나중에야 밝혀진 곡들도... 80,90년대에 걸쳐 관련한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영상에서도 몇 개가 언급되는데 대표적으로 <귀천도>의 주제가인 '귀천도애'의 Tube의 'Summer Dream' 표절 파동이 있었다. 노래방에서도 부르기 좋고 수십만장이 팔린 참 인기가 많았던 곡인데, 그 시절 미디어 뉴스를 살펴보면 표절에 대한 입장 인터뷰에 결국 작곡가는 자리하지 않았고 김민종 혼자 참석하고 도의적으로 가수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트>의 주제가인 '비트 Love Theme' 도 Deen의 '翼を広げて'의 표절로 밝혀졌었다.
하지만 <비트>는 주제가의 표절을 뛰어넘어 한국영화 역사에 있어 산업계에 저작권 인식의 큰 경종을 울려준 케이스였다. 바로 주인공 이민 (정우성)이 작 중 좋아하고 그를 표현하던 음악이 비틀즈의 'Let it be'였는데 이 노래를 무단 도용했고 (그 외 더 있었던 듯)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음악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고 한다. 그 시절 외국 음악을 저작권 지불 없이 그냥 사용하던 것에 문제 삼지 않던 무뎠던 한국 영화판에 엄청난 자극과 충격과 교훈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튼 영화는 2차 개정에서 해당 노래들은 다른 것으로 다 대체되었다고 한다. (비틀스 음악 저작권이 업계에서 제일 비싸다고 알려져 있고 심지어 커버나 재 녹음을 해서 쓰더라도 저작권 비용이 엄청나다고 한다)
'A Lover's Concerto' 열풍을 일으켰고 또 OST도 그만큼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접속>은 저작권 문제를 애초에 해결하고 진행했고, 또 <편지>의 'Too Far Away'의 경우 인터넷을 찾아보면 표절시비의 언급이 없고 오히려 1978년 미즈코 케이코시 곡의 리메이크라고 알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외국 노래에 사용에 있어, <비트>의 케이스와 비교하면 모범적인 사례로 보인다.
4. 기타: Trivia
옛날 명작들에 대한 복원 작업들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기술이 어떠한 식으로 더 발전한 다면 그 형태의 기록이 영화 안에만 남아있는 그 수많은 사운드들, 보컬이 들어가던-오리지널 스코어의 경음악이던 사운드 이펙트던.... 이런 것들도 같이 하나의 OST 앨범의 형태로 복각되어 완전하진 않아도 무언가 흔적을 계속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따로 또 구현해 주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램이 있다. 요즘 영화들에 대해 OST에 신경 쓰는 것처럼 옛 유물들도 다시 복원되고 그에 추가되는 정보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아래는 영상 제작하며 찾았던 기타 트리비아들이다.
- <정글스토리>에 나온 록월드는 와우산 언덕길에 문을 열었던 홍대 최초의 라이브 클럽이다 (드럭보다 1년 앞선던 것으로 알려짐) 영화에서 해당 클럽의 진짜 사장님도 나온다. (정말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담은 작품인 듯... 이 시절이 라스 본 트리에 감독을 중심으로한 도그마95 선언의 시절이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 첨에 록월드라고 해서 신대철과 임재범의 만남의 뒷 이야기로 유명한 그 곳인가? 했는데 짐 말하는 이 록월드는 홍대 록월드보다 훨씬 이전에 있었던 80년대의 (신중현이 만든) 이태원 태평극장 클럽 '락'월드다.
- <은행나무침대>의 OST의 경우 강제규 감독은 원래 미국 영화음악가에게 맡기려 했지만 우연히 이동준의 음악을 듣고 '바로 이거야'하고 그 미국영화음악가에게 사과 연락까지 하며 취소하고 이동준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한국 영화 80년 사에 저능아처럼 진일보도 못한 분야가 음악이었기 때문에 걱정이었다. 진정한 영화음악가의 값진 탄생에 영화인 전체를 대신해 감사드린다"
4월 15~17과 4월 22~24에 걸쳐 코첼라 2022 페스티벌이 열렸다.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라면 가장 서보고 싶을 가장 세계적 무대로 발돋움한 미국 서부 사막에서 펼쳐지는 대형 음악 이벤트다.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지만 이번엔 유튜브에서 3개의 채널로 나누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는 게 2022 코첼라의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이었다. 나는 4/24 이벤트를 (미국 현지로는 4/23) 시청했다. 울 나라 4/25은 물론 월요일이라 일 때문에 보지는 못해서... (스웨디시 마피아 못 보다니 ㅜㅜ) 24일 이벤트를 즐겼다.
위는 이런 대박 이벤트는 알려야 한다 싶어 블링에 썼던 코첼라 2007의 컬럼
떠 올려 보면 약 15년 전 블링이란 잡지에 음악 칼럼을 쓸 때 코첼라 2007에 대한 소개글을 쓴 적이 있었다. 물론 직접 가보진 못했고 2007 이벤트가 열리기 전 입수한 유럽 음악 잡지들과 인터넷의 정보들을 통해 최대한 이 이벤트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어 약간 정이 가기도 한다.
특히 이런 슈퍼 이벤트에 난 언제 가보나 했던 푸념을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15년 후 유튜브로 생중계를 볼 수 있다니...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최근 외국 음악을 잘 안 들어서 좋은 아티스트들 보는 경험도 좋았다.
다만 장단점은 있었다. 장점은 당연히 실시간으로 화려한 라인업의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을, 그것도 HD급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단점은 역시 현장의 그 Vibe 바이브를 아직은 느낄 수 없었다는 것. 정말 그 차이다. 어렸을 적부터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한 유적지를 1000번 10000번 보는 것과 직접 가서 보는 것 과의 차이?
그리고 특히 음악 이벤트다 보니 코로나 이후 온갖 사람들이 때로 모여 열광하는 그 도가니 속에 함께 있을 수가 없으니 바이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한 거지만. 방구석 바이브. 그래서 처음엔 메인 모니터로는 게임하고 서브 모니터랑 태블릿으로 채널들을 틀어 놓고 돌려 듣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메인 모니터도 코첼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실제로 봤다면 재밌었을 수도 있을 모습들은 재미가 없었고, 근데 어떤 무대들은 와~ 저기 있어야 되는데 하면서 하던 일 멈추고 보며 열광했던, 방구석 바이브를 혼자 느낀 세션도 있었다.
24일 (미국 시간 23일) 라인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세션은 3개였다. 바로 한국 걸그룹 에스파 (aespa), 대니 앨프만 (Danny Elfman), 랭페라트리스 (L'impératrice).
aespa 에스파, 약간 졌잘싸?
에스파가 메인 스트리밍 채널 1에 나오긴 했지만, 서브 채널 2,3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쪽에서는 Flume이 멋진 DJ+보컬의 콜라보 세션을 선보였고, 나머지 한 채널에서는 대니 앨프만이 인생 무대를 펼쳤다. 무엇하나 놓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에스파는 쭉 보긴 했는데 대니 앨프만은 아예 플레이백 해서 한 번 더 봤다. 근데 일본 일렉트로 팝 2세대인 캐리 캬무캬무를 동시간 대에 10대의 아이콘인 빌리 아일리시와 붙여 놓은 거 보면 (이건 거의 뭐 공개처형급이다).... 나쁜 상대들은 아니었다. 축구에서 일본이 브라질을 만났는데 한국은 멕시코나 포르투갈을 만난 느낌이라 하면 좋을까?
에스파는 두 가지의 아쉬움과 한 가지의 좋은 점이 있었던 무대였다. 코첼라 유튜브 스트리밍은 메인 하나와 서브 두 개, 이렇게 3개로 운영되었는데, 전 날부터 모든 채널에 에스파 팬덤들이 채팅창을 에스파 무덤으로 만드는 점은 좀 좋지 않게 보였다. 전 세계의 에스파 팬덤일 텐데 아무 상관없는 채널과 시간에 에스파로 죄 덮어 씌워 버리니 가히 보기가 썩 좋지는 않았다.
두 번째는 음악 선곡과. 어차피 노래들이 없는 팀이긴 하지만 빨랐다 느렸다 빨랐다 느렸다. 이런 느낌이었다. 국내 공연이었으면 문제없었을 것 같은데 신인이나 다름없는 데뷔 무대에서는 그냥 신나게 나가는 게 좋았을 것 같은데... 그리고 중간 진행이 아쉬웠다. 약간 그런 느낌?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전날 외워온 스크립트가 막상 당일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머리가 하얗게 되어 까먹는 느낌?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멘트를 날릴 때의 진행이 버퍼링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약간 아쉬웠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K-Pop 걸그룹 S급의 팀이라고 해도 어린애들이고 그런 대형 슈퍼 라이브 이벤트는 태어나서도 처음일텐데 분위기에 압도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맥락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면 수고했다. 잘 했다.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특히 지젤이 영어를 잘 하더라. (그리고 아무리 갓리나, 갓윈터 해도 저는 갓젤이 젤 좋습니다)
좋았던 건 코첼라에 모습을 비췄던 어린 K-Pop 걸그룹들, 블랙핑크, 2ne1, 에스파... (물론 윤미래나 BB도..) 이들은 정말 복 받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어린 나이에, 저런 전 세계적 수퍼 이벤트의 스테이지에 당당하게 서서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로서는 크나큰 훈장과 같은 명예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한 만큼 이들은 한 층 더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위에 빌리 아일리시와 동 시간 대 편성되어 지옥이 될 뻔한 캬리 캬무캬무 얘기를 잠깐 해 보면, 지난 퍼퓸은 코첼라에서 영상도 신경 쓰고 했는데 캬무캬무는 진짜 초라한 무대였다. 백댄서 하나 없이 자기가 만들었을 것 같은 코스튬으로 그렇게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 영상을 뒤로 혼자서 견뎌내는 것을 보며 애틋한 마음까지 들었다.
(메인 텐트에선 자본주의로 뭉친 영상 이펙트의 힘과 팬덤으로 빌리 아일리시가 인디오 사막의 코첼라 벨리 전체를 씹어먹고 있었다) 그래도 캬무캬무가 퍼폼 한 텐트에 관객들이 꽤 있었던 것도 아마 옛날 화려했던 J-Pop 시절의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을 까 싶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무대를 펼친 캬무캬무도 정말 수고한 것 같다. 참... 지금 와서 뒤 바뀌어 버린 K-Pop과 J-pop의 위상이라니... ㅎㅎ
Danny Elfman 대니 엘프만, 최고의 무대!
서브 헤드라이너에 대체 이 양반이 왜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냥 영화음악 하는 양반이 코첼라에??? 아... 하지만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이 분은 1979년의 뉴웨이브 밴드 Oingo Boingo의 핵심 멤버였다는 것을. 지난 30년 동안은 (팀 버튼의) 배트맨부터 가위손, 지금의 스파이더맨까지 OST의 거장으로서 익숙해져 있었을 뿐 그는 뼛속까지 신세대 록커였다. 몸 관리 어마 잘하셨는지 68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멋진 근육과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24일만 치자면, 코첼라 2022의 베스트 Act는 대니 앨프만의 무대라고 본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솔로 콘서트가 아니기 때문에 몇 곡 던지고 나가는 식이 대부분 (그렇다고 신경을 안 썼다는 건 아니고 비교하자면...)인데 대니 앨프만은 마치 이 무대가 자신의 마지막 무대인 양 모든 걸 바쳤다. 본인의 단독 이벤트가 아님에도 록밴드와 오케스트라까지 많은 인원을 대동한 것은 물론 오잉고 보잉고, OST 오리지널 스코어, 싱글, 이렇게 3개의 큰 축으로 나늬는 본인의 음악 인생을 하나 씩 돌아가며 음악이 끝나자마자 계속 분위기가 반전되는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게 티가나는 열정의 무대를 펼쳤다.
결국 에스파, 대니, 플룸을 돌려보다가 대니 앨프만은 아예 한번 더 플레이백에서 쭉 봤다. 특히 영화 <가위손>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울려 퍼질 때는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고 아마 전 세계 방구석을 눈물의 도가니로 만들었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 밖의 OST는 <스파이더맨>, <배트맨>, <심슨가족>, <피위의 빅 어드벤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선보였다. 그 외는 본인의 솔로 액트와 오잉고 보잉고 시절 클래식 음악들.
아래는 아까워서 공유하는 이번 코첼라 대니 앨프만의 플레이 셋이다. 락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환상의 무대였다
Sorry Insects (Oingo Boingo song) Spider-Man Main Title Nothing to Fear (But Fear Itself) (Oingo Boingo song) Just Another Day (Oingo Boingo song) Jack's Lament / This Is Halloween / What's This? (From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Breakfast Machine (From Pee-wee's Big Adventure) Kick Me Insanity (Oingo Boingo song) The Batman Theme True The Simpsons Main Title Theme (Rock rendition) Only a Lad (Oingo Boingo song) Love in the Time of COVID Ice Dance / The Grand Finale (From Edward Scissorhands) Dead Man's Party (Oingo Boingo song) Alice's Theme (From Alice in Wonderland) Happy Who Do You Want to Be (Oingo Boingo song)
L'impératrice 렝페라트리스, the French Touch!
이번 코첼라에서 본 가장 나랑 코드가 맞는 팀이었다. 이런 쌔끈한 밴드를 이제야 첨 알았다니! 예전부터 그러니까 아~주 예전부터 Disco Funk 감성의 클러빙 음악에 있어 뺴 놓을 수 없는 나라 중 하나가 프랑스였다. 특히 90년대 2000년대의 다프트 펑크는 뭐 전 세계를 지배했다고 해도 무방하고, 2000~2010 즈음 다프트의 뒤를 이은 Justice와 2010년의 전후를 기점으로 80년대 레트로웨이브의 선봉장을 맡았던 발레리 콜렉티브 레이블까지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프랑스 만이 가진 그 프렌치 터치의 튠에 섞인 Funk와 Groove.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팀이 바로 이 렝페라트리스다. 그렇다고 다프트 펑크와 져스티스처럼 일렉트로와 전자 댄스 풍의 클럽 하우스는 아니지만, 밴드와 일렉트로니카가 적절히 섞인 밴드형 Funk 사운드를 선사한다. 프랑스 틱한 튠의 키보드 사운드도 백미다. 그날로부터 팬이 되어 계속 틀어놓고 듣고 있다. 그 들이 가진 이 프랑스만이 선 보일 수 있는 프렌치 터치가 들어간 그루브가 너무 좋다.
이들 음악에 너무 빠져서 혼미한 상태여서 사진도 안 찍었다. 그래서 뮤비만 올린다.
그 외 하일라이트: Black Coffee, Disclosure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건 아프리카의 DJ, Black Coffee도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짧은 세션이었지만 굵고 묵직한 프로그레시브한 일렉트로 딥하우스를 선사하시고 갔는데, 마치 옛날 테크노를 탄생시킨 The Belleville Three의 데릭 메이, 케빈 사운더슨, 후앙 앳킨스 그리고 그 외 칼 크레이그, 제프 밀스 같은 시대의 거장의 묵직한 포스를 연상케 하는 인상 깊은 무대였다. 물론 실제 드러머들을 불러들여 긴장을 고조시켰던 Disclosure의 'Energy'무대의 트라이벌 감성도 환상 적이었고.
Disclosure의 코첼라 2022의 'Energy' 무대에서는 실제 드러머들을 동원해 환상의 트라이벌 감성을 선사했다.... 아.. 갑자기 사프리 듀오가 마렵다!!!!
이번 코첼라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바로 위 디스클로져의 트라이벌 드럼 비트 때문에 마지막 보너스로 참 좋아했던 드럼이 미쳤던 덴마크 듀오 사프리 듀오의 곡을 소개하고 간다. 이게 벌써 몇 년 전이여.... 벌써 21년 전... 트랜스 시절이었으니... ㅜㅜ
어쨋든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본 코첼라 2022! 현장감은 느낄 수 없었으나 열정적인 무대에는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돈독 올랐다고 욕 먹은 코첼라! 이런 위대한 결정을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달하면 멀리서도 5감을 자극할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겠지? 그래도 현장에서 느끼는 그 Vibe를 이길 수 있을까????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있고 오미크론 유행으로 외식도 안 한지가 정말 꽤 되었다. '22년의 타임라인을 보니 1월부터 지금까지 외식을 딱 한 번 했다.
3월에 병원 다녀오는 길에 근처 황생가 칼국수 한 번, 1주 전 즘 강남역에 치과 갔다가 오는 길에 연돈볼카츠에서 포장해서 차 안에서 먹은 거 정도.... 가 다였다. 오미크론 사유도 있지만 내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황폐했었는지....
석촌호수에 벚꽃이 난리라는 SNS 소식들, 몸으로 느껴지는 따스한 날씨들, 그리고 무엇보다 알프람까지 다시 먹어가며 피폐해진 정신치유를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일요일 아침 석모도 나들이를 결정했다.
언제부턴가 나의 석모도 나들이는 간단하다. 일찍가서 돌캐 식당에서 아침 먹고 쏠레 카페에서 커피 한잔 먹고 가볍게 산책하고 돌아오는 정도. 그 정도 하면 12시 30분에 집에 들어오게 된다. 좀 더 즐기고 싶으면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하곤 하는데 이번은 딱 베이직 코스로 다녀왔다. (사람들 없는 시간에 가서 들어오는 시간에 빠져나가기 ㅋ)
근데 왠걸, 북서쪽이라 그런가? SNS에서 듣던 벚꽃 만발은 어디에도 없고 강화도와 석모도는 이제 막 겨울에서 깨어나는 수준이다. 벚꽃들도 핀 곳이 있긴 한데 거의 없고 이제 막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오랜만에 나온 거라 그리 실망스럽진 않았다. 아마도 다음 주? 정도면 이곳도 만개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초간단 코스로 가는거라 오션드라이브는 포기하고 숏컷인 한가라지 고개를 넘어 돌캐 식당으로 향한다. 주차하면서 찍힌 영상 캡처인데 이 집은 저 "왕회장님 밥상"이라는 캐치 프레이드가 눈에 띄는데 강화도 공식 홈페이지인 ganghwa.go.kr에 따르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님이 직접 드시고 그 맛을 극찬한 정식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왕회장님 밥상"이라는 메뉴로 바꿔서 부릅니다"
라는 소개글이 달려 있다.
오늘도 첫 손님이다. 항상 저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뷰라기 보다는 바로 주차한 자리 쪽에 앉아서 창문 활짝 열어 놓고 차에 있는 강아지들과 서로 볼 수 있다. 서로 덜 불안하다. 날도 풀렸으니 식당 창문도 확 개방되어 있어서 더 좋다. 이른 시간이라 오는 손님도 거의 없을 때가 많아 맘도 편하다. 영화 보러 가는데 혼자 전세 낸 느낌?
그래도 유명한 곳이니 피크 타임엔 분명 장사가 잘 될 것이다.
밥이 나왔다. 식당 갈 때 오픈 시간에 가면 좋은 점은 사람도 없어서 좋고 밥도 갓 지은 느낌이라 좋다. 항상 저 꽃게탕+벤뎅이회무침을 시키는데 하나 아쉬운 건 게장은 메뉴에 없다. 그리고 항상 단호박 들어간 얼큰한 꽃게탕 목적으로 돌케 식당에 가는데 이게 저 강화도/석모도 지역에 가면 또 밴댕이를 안 먹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 있어서 항상 저렇게 시키게 된다.
꽃게탕을 시키면 어디든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굳이 꽃게탕 먹을 필요 없으면 벤뎅이회무침+조개탕 조합의 "왕회장님 밥상"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조개탕은 맛은 본 적은 없지만 쨋든 저 집의 백미이자 시그니쳐는 저 나물 반찬들이기 때문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극찬했다는 것도 아마도 저 나물 반찬들 정식 때문이었지 않을까 싶다. (약간 짜긴 하는데 참고로 나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저염분으로 먹는다. 일반인들에겐 문제없을 듯?) 민들레, 은이버섯, 삼채 나물, 고춧잎 등등 설명은 해 주시는데 개인 적으로 인상에 남는 건 우측 최상단의 갈색 돼지감자다. 보통 감자 하면 부드럽게 으깨지는 연상을 일반적으로 하는데 저 돼지감자란건 식감이 되게 아삭아삭 하고 장아찌에 의한 맛도 있어 새우깡에 손이가요 하듯 계속 손이 간다.
위 지도에 표시 해 놓은 것처럼 자동차로 1분? 정도 가까운 거리에 항상 가는 카페 쏠레가 있다. 석모도의 관광 스폿 중 하나인 <석모도 미네랄 온천> 진입로에 신축한 것으로 보이는 1층에 있는 카페다. 사실 앞 쪽 바다 뷰는 미네랄온천 부지가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뷰만 따지면 쏠레의 장점은 떨어진다.
하지만 항상 가는 이유가 있다. 왠지 편안하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얘기 했지만 부녀로 보이는 (뇌피셜임)두 사장님이 풍기는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말로는 잘 표현 못하겠는데 좀 힐링되는 느낌? 두 분 다 굉장히 친절하시고 편안한 느낌이다. 추정키로는 저 건물주 같으신데 뭔가 재력으로 인한 편안함보다는 선한 사람들 같은 편안함이 있다. 특히 우리도 다 견을 키우는 집이다 보니 저분들 동물 사랑도 크신 것 같아 더 친숙한 느낌이다.
대한민국 전체 바닷가 지방 카페의 장점은 항상 그 "그레이트 뷰"인데 아까 말했듯 뷰는 미네랄온천 부지에 뺏긴 상태이지만 (말이 그냥 뺏겼다이지 온천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그냥 뷰의 특성은 거의 없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주시길) 인테리어도 예쁘게 해 놓고 그 카페와 사람들이 풍기는 힐링 감성 때문에 그 기분으로 항상 찾는 곳이다. (그렇다고 많은 대화를 많이 나눠 본 건 아니고 걍 촉으로 느끼는 그런 거....)
카페를 지키는 터줏대감 푸들이 있는데 3살이라고 한다. 사장님들은 우릴 기억 못할 수도 있겠지만 쟤네들은 몇 번 만나서 아마 서로 냄새를 기억할 것이다. 하아... 그런데 우리 푸드리 보니 진짜 돼지네....ㅜㅜ 13킬로.... 암튼 애견 카페는 아닌 것을 참고. 우린 항상 테이크아웃이라 손님 없을 때는 주문하는 동안 잠깐 애들 들어가 있는 건 허락해 주시는데 손님 있을 땐 밖에 두고 들어간다. 암튼 애견카페는 아니니 착오 없으시길.
이 날은 카페 사장님이 미네랄 온천 건물 좌측으로 쭉 가면 산책길이 나 있다고 말씀 해주셔서 "오늘의 산책 코스"로 그곳을 잡았다. 암튼 좌측 비포장 도로 쪽으로 쭉쭉 가면 제방길이 나온다.
다시 뒤를 돌아 직진하는 방향으로 보면 좌측엔 낙가산 중턱에 위치한 보문사의 눈썹바위 암벽이 보인다.
저 눈썹바위 암벽엔 보문사의 자랑인 마애석불좌상이 위치하고 있다. 높이가 9.2미터다. 배를 타고 갈 수 있던 석모도 시절에는 더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물안개가 자욱한 시점이면. 여기서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전해져 많은 여성들이 순례하듯 찾아오는 곳이라고도 알려졌다 - 이 내용 역시 문화재청 출처. 단, 보문사 마당에 강아지들은 같이 갈 수 있는데 더 마애석불좌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제한되어 있다.
암튼 우측 바다 방향으로는 제방길 풍경이 먼저 펼쳐진다. 갈대와 억새가 비슷하게 생겨서 항상 햇갈리는데 제방이라 해도 갯벌 쪽이니 아마 갈대가 맞지 않나 싶다. 식물도감이라도 하나 구입해야 하나... 이런 무식한....
유독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던 곳이라 잠시 멈춰서 흔들리는 갈대들 보면 잠깐 멍 때리기도 했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암튼 좌 낙가산, 우 갈대밭 제방길을 지나 쭉쭉 직진을 해본다
저 끝까지 가보니 드디어 바닷가 산책로가 펼쳐진다. 다른 시간에 왔다면 바닷물로 가득 찬 공간이었을 게지...
이렇게 쭉 길이 펼쳐진다. 약간 좁으니 사람 많을 때는 조심
산책하면서 안내판이 하나 나오던데 이곳은 석모도 바람길이라고 해안길을 따라 바다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16킬로미터의 긴 코스다. 5시간 동안 석모도를 경험하는 코스다. (내 기억으로는 겨울 제주도 한라산 등반이 5시간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해의 비 매력 중 하나가 밀물 썰물 때문에 나 같이 일찍 다니는 사람들이 가면 물이 빠져 있는 상태라 죄다 갯벌인데, 석모도에서 하루 이틀 보낸다면 일몰이나 일출 시간에 맞춰 저 코스를 거닐면 참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또 가득 찬 바닷물이 없는 게 실망이라곤 했어도 또 저렇게 군데군데 치고 들어온 물의 흔적들을 보고 있자니 산책길 중간에 앉아 또 잠깐 멍을 때리게 되더라.
저런 뷰도 참 편안했다.
난 멍 때리는 동안 강아지들은 물도 벌컥벌컥 하시고...
바람길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듯 바람이 유독 많이 부는 곳이었다. 다만 춥지도 않고 적당했는데, 여름에 산책하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뜨거운 한여름 오픈된 공간에서 맞는 바람은 포항 바람의 언덕이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ㅎㅎㅎ 갑자기 생각나네
암튼 16킬로의 먼 길 코스를 당연히 완주하진 않았고 간단한 산책을 끝으로 돌아왔다. (한 12번 정도까지 간 듯?) 석모도를 도보로 직접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코스일 것 같다. 바로 위 지도의 보라색 코스다. 거의 석모도의 1/3 수준을 도는 코스다. 왼쪽 출발점 주차장은 미네랄 온천/카페 쏠레 주차장이다. 정식 이름은 강화나들길 11코스다. 알려주신 쏠레 카페 사장님께도 감사.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한 12시 30분 정도 되는 시간이었다. 만개한 벚꽃은 없었지만 몇 개월 만의 외식과 외출. 막내 강아지 생일. 그리고 지방이 반겨주는 푸근함으로 알프람이 전혀 필요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복용하게 된다는... 내 정신적 안정은 언제 찾아지려나... ㅜㅜ 어쨌든 그래도 좀 동남 방향으로 오니 벚꽃들이 좀 피고 있었다. 한 교차로에서 신호등에 걸려 정차하고 있는데 만개한 벚꽃이 나의 고프로에 잡혀 있었다.
암환자들에게는 꿈같은 목적 달성과 같다. 저 목표를 위해 어떤 이들은 기존의 삶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생명은 중요한 것이고 인간의 생존하려는 몸부림은 본능이다. (아무리 인생이 고달프다 죽고 싶다 하더라도 막상 죽음의 가까운 순간을 경험하면 그 본능은 대부분 깨어난다)
나에게도 저 5년이 찾아왔다. 하지만 잊고 있었다. 지금보니 5년 하고도 1주일 하고도 6일이 지난 시점이다.
어쨌든 폐전이 의심으로 항암을 한 번 더 했으니, 원발암은 5년을 채운 거고, 아직 2차 항암에 대한 5년 달성은 몇 년 더 남았다.
어찌하였건 죽도록 아프고 힘들었던 치료였는데, 그것을 견뎌낸 결과물인 그날을, 난 왜 그 날을 기념하지도, 아니 알지도 못했을까...
개인적인 이유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한 2주 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지금도 무섭다. 극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몸에 이상한 변화 같은 걸 느꼈고, 심지어 갑자기 찾아온 두통이 5,6일 간 가시질 않았다. 좌측, 측면, 우측을 오가며 나를 괴롭혔다. 정말 무서웠다. 이러다 잘못되는 건 아닌지
결국 알프람을 다시 복용하게 되었다. 전에는 한 알만 먹어도 세상과 단절된 듯한 편안함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한 두 알 가지고도 잘 통하지가 않았다.
당연히 사람들은 모른다. 항암 이후로도 얼마나 힘들게 일상생활을 해 나가야 하는지. 몸은 나아지긴 하지만 일상에 지장을 주는 고쳐지지 않거나, 악화되가는 부작용과 후유증들은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은 왠만하면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다 못해 찌이이이이이이 잉~ 하며 종종 찾아오는 이명은 부작용으로 치지도 않는다.
아픈 건 당연히 벼슬이 아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해나가려면 주위도 어느 정도의 배려의 제스처를 취해주지만 (이런것마저 있다면 다행인 거다) 언젠가는 결국 일반인들과 동일한 잣대를 대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아픈 사람으로서는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다
그리고 그들이 내게 하는 어떠한 행위들이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내게 어떠한 스트레스를 주는 지 모른다. 당연히 알 필요도 없다. 그건 오롯이 내가 짊어가야 할 나의 짐이다. 오히려 타인이 알아주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들도 이렇게 아파보면 이러지 못할텐데 하는 못된 생각도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겁나는 건 할 수 없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우리 같은 암환자는 어떻게 보면 유리멘탈 같은 측면이 있다. 바로 건강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다. 우리는 사회 앞에 모든 사람에게 가장 큰 약점을 드러낸 채로 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세상은 아름다운 동시에 잔인하다
이번 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고 큰 결심을 하였으나, 어떠한 영향으로 다시 결심을 돌리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창과 바늘들이 찾아왔다. 생각치도 못했다. 그리고 이 동안 공황장애가 도졌는지 계속 알프람에 의지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까지는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하루 권장량인 3알을 초과 하진 않지만 하루 3알까지 먹어 본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이런 채로 일상도 챙겨가야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무언가에 집중해 스트레스를 잊어 보려고 이번 사태로 중단했던 블로그 포스팅도 하나 해봤고, 아로마도 해 보았지만... 개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알프람이 어느 정도 진정은 해 주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나의 기념할 1차 항암의 5년차 일은 나도 모른 채 엄청난 외적 스트레스만 안겨진 채 2주일 뒤에야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인생의 가장 기쁠 날 중 하나를 그런 식으로 보내게 만든 일들이 밉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잘못한 선택을 한 것일까...
쨋는 나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오히려 5년을 달성한거에 대해 더 큰 감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허나 상황이 이러니 그게 또 참 쉽지 않다....
또 다른 환우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제발, 최소한의 스트레스받는 쪽으로 일상을 보내도록 권유하고 싶다. 솔직히 스트레스로 인해 이렇게 몸과 정신에 큰 변화를 느껴본 게 항암 이후로 처음이라 너무나도 놀라고 무서웠다
스트레스는 일반인도 받지 말아야 겠지만... 환우들과 보호자들은 정말 명심했으면 한다. 스트레스받는 일은 반드시 최소화해야 한다...
항암치료 이후 정신적 도움이 많이 되어 아로마 오일을 쓰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모으고 써 본 지 어언 2,3년이 지난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초보 단계에 있는지라 시작하는 레벨에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보통 아로마 오일을 사기 시작하면 브랜드별로 제공하는 초보용 키트 추천을 많이 보게 될 텐데, 브랜드를 막론하고 스타터 키트로 제공하는 게 보통 페퍼민트, 라벤더, 레몬 (혹은 오렌지)이다. 키트 안 오일의 숫자가 적어질수록 거의 뭐 디폴트로 들어간다.
각자 워낙 좋은 오일들이기도 하고 타 오일들과의 친화력도 좋아 블렌드 용으로 다양하게 쓰일 수 있어 거의 가성비며 유용성이며 무적이나 다름없는 오일들이다. 괜히 스타터 키트의 대명사가 아니다. 나도 얘네들과 본격적인 아로마 라이프를 시작했고 조금씩 조금씩 다른 것들도 모아보고 섞어보고 즐기고 있다.
이 초기 오일들을 어느 정도 쓰고 나면 이제 다른 것들도 궁금 해 지기 시작하는데 뭘 고를까 약간 겁도 나고 고민도 된다. 브랜드 오일을 사게 되면 값이 그렇게 싼 것도 아니고, 효능을 읽어 보면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고....
🐨 유칼립투스 오일, 이렇게 쓰고 있어요:
그리하여 추천하는 오일은 바로 유칼립투스 Eucalyptus !!! 앞서 말한 스타터 3인방만큼 가격, 효능, 쓰임새 면에서 가성비가 참 좋은 놈이다. 페퍼민트의 뻥 뚫림, 라벤더의 편안함, 레몬의 상쾌함의 속성은 물론이고 나무과 이다 보니 앞선 3개에서 느끼지 못하는 숲의 느낌도 가지고 있다 (갠 적으로 좋아하는 점). 특히 나처럼 비염이나 코막힘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택이다
좀 더 들어가보면, 아로마 오일 분류는 보통 6~7 가지가 제일 간략한데, 라벤더는 Floral (꽃), 레몬은 Citrus (감귤류), 페퍼민트는 Minty/Herb (박하/허브) 계열이다. 유칼립투스도 요 민티 계열에 들어가긴 하는데 유칼립투스라는 '나무'의 잎에서 나오는 만큼 나무 계열의 숲과 관련된 기분도 느낄 수 있는 게 페퍼민트와의 차이라면 차이 중 하나겠다.
현재 3월 말인데 이번에 날씨가 풀리기 전까지, 나 같은 사람은 추위 말고도 고생하는 게 엄청난 코막힘이다. 안 그래도 축농증, 비염이 좀 심하긴 했는데 비인두 방사선 항암치료 이후로 코와 목이 완전히 망가졌다. 후유증으로 속에 걸려 있는 농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한다. 그래서 이런 코 막히는 시즌엔 페퍼민트와 이 유칼립투스 오일을 특히 자주 사용한다. 치료가 된다고는 할 순 없지만 특유의 뻥 뚫리는 시원함과 아로마 오일이 주는 그 특유의 편안함 때문에 코 속은 시원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이 된다. (안에 찌 덕하 게 달라붙어 있는 농을 떼어내는 건 이비인후과에 가서 석션으로 빼거나 코 세척하는 게 궁극의 방법이긴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른 아침 업무 시작 전 손을 씻고와서 자리에 앉아 손바닥에 오일 두 방울 떨어뜨린 다음 두 손을 모아 몇 번 들이켜 마셔준다. 해가 뜰랑 말랑한 시점에서의 하루의 시작이라 그런지 더더욱 상쾌함이 뇌 속에 전해진다. 기분이 참 좋다
두 번째는 일상생활 할 때 그냥 가습기에 넣어서 사용하는데 나는 500 ml 기준 15방울 넣고 쓰고 있다. 주의해야 할 건, 어차피 이건 기름이기 때문에 일반 가습기에다가 넣으면 필터나 부품들이 고장 나서 못 쓰게 되기 때문에 꼭 아로마 오일 용 가습기를 따로 써야 한다고 한다. 옛날에 모르고 일반 가습기에 넣어서 쓴 적이 있는데 어느 날부턴가 분무량이 확 줄어든 게 아마도 오일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디퓨저는 검색해 보면 시중에 많이 팔고 있다. 난 코막힘 때문에 어차피 가습기가 필요하기도 하고 해서 1년 내내 가습기를 쓴다. 그리고 비인두암 이력 때문에도 호흡기 쪽이 좀 걱정되어 양초를 태워 쓰는 오일 버너 타입은 쓰지 않는다. (항암 전에는 양초 켜놓는 거 참 좋아했는데....ㅜㅜ)
그렇다 하더라도 항암 이력 환자들에게 이렇게 쓰면 문제없습니다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이 블로그에 암 관련 분들이 꽤 들어오시기 때문에 꼭 주의사항으로 언급한다. 오버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항암 이력 있으신 분들은 아로마 오일 사용에 앞서 주치의와 상의 후 쓰는 게 그래도 마음이 놓일 것 같다.
🌲 유칼립투스 나무:
유칼립투스 나무가 무엇인지, 오일의 효능은 무엇인지를 다루는 내용은 인터넷에 넘쳐나기 때문에 살짝만 언급한다. 원산지는 호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종 중 하나다. 젤 큰 놈은 100미터도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호주의 유칼립투스들은 환경오염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데 특히 2019년 엄청났던 산불로 피해를 더 입고 그 속에 더불어 살던 귀여운 코알라들도 꽤 많이 죽었다고 한다...ㅜㅜ
품종이 꽤 되는데 그 중 오일 용으로 쓰이는 건 글로불루스 (Globulus)랑 라디아타 (Radiata)로 글로불루스 시네올 함량이 제일 많다고 한다. 시중에 파는 오일 보면 유칼립투스 이름 다음에 저 이름 둘 중 하나가 따라오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시네올은 유칼립투스 오일의 핵심 효능으로 진정, 상처, 항염, 항바이러스 치유 및 호흡기 기능 등에 좋다고 한다. 호주 원주민들도 예부터 만병통치약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쑥에도 이 시네올 성분이 그렇게 많다고 한다
⚠ 주의할 점은 고농도 사용 시 신장 자극 위험이 있어 신장이 안 좋거나 고혈압, 간질환자 등은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기관지/호흡기에 좋다고 하여 관상용 품종을 집 안에서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관상용' 뿐이라고 한다. 시네올 효과를 보려면 오일을 써야 한다고 한다
🍹 유칼립투스 블렌딩 추천 레시피:
자, 그럼 유칼립투스의 블렌딩 추천을 해 본다. 유칼립투스 단독으로 사용해도 좋지만 블렌딩은 또 그 만의 매력이 있으니! 여기저기 인터넷에 나도는 블렌딩 추천들을 보고 직접 해 보고 좋으면 계속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애용하는 유칼립투스의 블렌딩 추천은 아래와 같다. 거의 다가 코막힘에 좋은 놈들이다
🎨 1. Public Speaking or Spring Sunrise
🍃유칼립투스 3 + 🍊자몽 3 + 🌷일랑일랑 2
두 가지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소개되던데, 샤넬넘버5에 들어간다는 일랑일랑 (Ylang Ylang)을 활용한 블렌딩이다. 자칫하면 튈 수 있는 향이 유칼립투스와 자몽 (Grapefruit)인데 일랑일랑이 이걸 지긋이 막아 주면서 꽃 향기 같은 냄새가 난다. 동시에 일랑일랑이 가지고 있는 무거움이 은은하게 다가온다
🎨 2. Snowy Morning
🍃유칼립투스 2 + 🌿페퍼민트 2 + 🍊와일드 오렌지 2
초보들도 많이 가지고 있을 스타터 오일들로 가능한 블렌딩이다. 와일드 오렌지 (스위트오렌지도 상관없는 듯)에 의해 달콤함이 더해졌는데 이 상쾌하고 차가운 느낌 때문에 저런 이름이 지어진 듯하다
🎨 3. Sweet Rain
🍃유칼립투스 4 + 🌱레몬그래스 3 + 🍊레몬 3
이름처럼 촉촉한 느낌의 향. 레몬 특유의 톡 쏘는 향이 의외로 강하지 않았다. 아마도 레몬그래스 때문인 것 같다. 뭔가에 집중하면서도 상쾌한 기분을 유지하고 싶을 때 쓰면 좋을 듯하다. 약간 사탕 같은 느낌도 난다
정말 스타터 오일들로만 꾸며진 막강의 조합이다. 유난히 코가 더 막히는 날은 그냥 이걸로 간다. 거의 뻥 뚫림의 궁극의 치트키다. 페퍼민트와 유칼립투스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레몬으로 완화되는데 정말 시원하다
🎨 6. 아침이슬 포레스트
🍃유칼립투스 + 🍃사이프레스(사이프러스) + 🍃티트리 + 🌿오레가노 (한 두 방울만)
공기 정화나 약간 아침 이슬에 젖어 있는 듯한 습기 있는 숲 안에 있는 풀잎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 사용하는 조합인데 녹색 계열들로만 꾸몄다. (이름은 내가 지음 😋) 무식한 초보인 내가 막 만든 만큼 비율은 그냥 그때 그때 기분 따라 바뀌는데 유칼립투스의 상쾌한 민트 존재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싶으면 제일 큰 비율로 넣거나, 필요 없을 때는 사이프레스(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나오는 그 나무)와 대충 맞춰 준다. 단, 오레가노는 아주 독한 놈이라 15방울 기준 한, 두 방울만 베이스로 넣고 가끔은 안 넣기도 한다. 티트리도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어서 두세 방울 정도가 적당한 듯하다. (오레가노와 티트리는 주로 공기정화 목적이 더 클 때 좋다) 그리고 저기에 도테라 블렌딩 오일인 "발란스"를 조금 섞어줘도 효과가 좋았다
⬇️이 글이 좋았으면 지난 포스팅도 추천~ ⬇️ <아로마 🌿에센셜 오일: 톱 브랜드 별 가격 & 품질관리 비교 추천>⬇️
✨ 번외: 요번에 새로 들어온 아이들
벌써 동나버린 유칼립투스, 라벤더, 프랑킨센스 사는 김에 써보고 싶었던 것들을 더 주문해 보았다. 몰랐는데 해외 주문 150달러가 넘으면 물품이 관세청에서 묶이고 연락 오더라. 배송비 무료 때문에 잔뜩 시킨 건데 저런게 있는지 미처 몰랐다... 관련 앱 깔아서 뭐 신청하고 세금 내면 무사히 들어온다. 암튼 배송 박스 오픈해보니 "love is in the air"라는 스티커도 주길래 관리 냉장고에 붙여놨다
박스 먼지들이 그대로 책상에 떨어져서 좀 지저분하게 나왔는데... 쭉 줄을 세워 보았다. 왼 쪽부터 멜리사, 시암우드, 핑크 자몽, 라임, 일랑일랑, 더글라스퍼, 부케 블렌딩, 프랑킨센스, 레몬그래스, 유칼립투스, 라벤더. 로즈는 꼭 써 보고 싶은데 어느 브랜드던 비싸서 엄두가 안 난다... 언젠간 한 번 꼭 써봐야지...
유칼립이랑 라벤더는 워낙 자주 쓰는 거라 대용량으로 주문했다. 맨 좌측이 기본인 10 ml다. 중앙 30 ml 유칼립투스 보고 와.. 뚱뚱하다 했는데... 100 ml 라벤더 보고 와... 무슨 드럼통 같은 기분이었다. 앞으로 자주 쓰는 애들은 저렇게 큰 용량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Love is in the Air~"
요번 주문 때 받은 "Love is in the air" 스티커 때문에 생각 난 1992년 볼룸댄싱 영화 <댄싱 히어로 Strictly Ballroom>의 주제가다. (<러브 인 비즈니스 클래스>란 로코 영화에도 쓰였다고 함) 스티커와 동일한 제목 "Love is in the air"다. (노래는 존 폴 영의 1977년 곡). 해석하자면 "사랑의 기운이 감돈다" 정도겠는데 아로마 오일 포스팅이니 "공기 속 사랑이 감돈다"로 해석해보자. 소개한 유칼립투스 나무도 호주가 원산지고 영화도 호주 영환 데다가 제목도 아로마 오일과 잘 맞아떨어져서 넣어본다
사람의 관심이란 참 신기한거다. 현실에서는 대부분 선을 긋고 넘질 않으나 이런 영화나 드라마 같은 픽션은 또 관심 있게 볼 때가 많다. 많은 불륜 영화들이 낭만적인 관점에서 그려내고도 있으나, 그것을 미화했던 아니던 말로는 대부분 파국이다.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인 이 선을 픽션에서도 넘기에는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찌하였건 영화나 소설에서는 참 흥미로운 주제다. 이게 논픽션일 때는 더더욱 파급력을 가지게 되는 키워드다. 간혹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회사에서의 불륜 썰 같은 것들은 온갖 커뮤니티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긴 한다. 예를 들어 젊었을 때의 그 사랑의 감정이 오랫동안 죽어 있다가 갑자기 눈 떴을 때...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될까? 그 눈 뜬 사랑이란 게 그것도 오랜 시간 잊혔던 청춘의 첫사랑의 그 느낌과 맞먹는다면? 그리고 시작되는 소름 돋는 배신과 집착 그리고 뒤틀린 또 하나의 사랑!
<금붕어 아내>는 만화 원작이다. 보지는 못했다. 만화의 그림체와 달리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들은 완벽한 중년이다. 암튼 이런 파격적인 주제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지는 꽤 오래되서 기대하고 넷플릭스에서 오픈하자마자 보았다.
결론은 선정성 25% | 치정성 25% | 로맨스 25% | 막장성 25%의 대충 매력 없는 밸런스형 드라마 같았다. 매화 나오는 메타포도 뻔해 빠져서 저건 무엇일까 생각해볼 여유도 안 주고.. (대표적으로 금붕어는 삶의 장벽에 갇혀 있는 아내들 등) 해도 해도 감정 이입이 안되는데 카메라는 감정 이입하라고 억세게도 엄청나게 아웃포커스 클로즈업을 난무한다. 그냥 위 요소들 중 어느 한 곳에라도 한 80% 몰빵하고 만들었으면 뭐라도 나왔을 것이다. 근데 이건 뭐 미화도 아니고 심판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냥 그런 영상물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괜찮은 건 여캐들의 아웃핏들이 예쁘고, 또 소품-인테리어 구성과 정물화 같은 느낌인데 어렸을 때 미술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실기를 위해 꾸려놓은 인조 과일, 물병들의 그런 느낌이었다. 또한 낯과 밤의 도시의 풍경을 그려내는도 구도가 참 좋았던게 무슨 물감으로 그리는 수채화 느낌? 도쿄라는 도시의 스카이 라인을 도심 중심부에서나 외부에서나 잘 잡아내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가 망이다)
이런 조각과 조각은 좋았지만 나머진, 전체적으로 싹 다 망했다. 한 1화 정도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천한다. 1화만... 암튼 최근 파격적 치정 로맨스 물이 좀 땡겼었던 때라 기대하고 봤는데 너무 실망해서 이런 불륜, 치정 로맨스 물 영화를 추천해 본다.
이 분야에선 갑으로 쳐도 될 것 같다. 참.. 그 사람이 가진 감성을 자극한다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겁나기도 하는 게... 이 불륜 커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이 되고 이들을 동경하게 까지 만든다. 바로 내로남불의 간접적 경험의 최고봉 중 하나다. 마지막이야 당연히 파국인데 이마저도 안타깝게 바라보고, 절대 인간의 힘으로 치고 올라갈 수 없는 험난한 폭포 속에 부서져 버릴 수밖에 없는 이들은 사회가 그어놓은 선을 넘은 죗값을 치르는 대신, 굴복하면서도 그에 맞서 서로가 하나가 되기를 위한 필사적 방법을 택한다. 그 시절 '날 것'의 느낌이 살아 숨쉬는 영화다.
영화의 제목부터가 뒤틀어 놓은 스포일러다. 해피엔드! 얼마나 치정물에 어울리는 제목인가. 영화는 당당한 제목만큼의 몫을 또 해낸다. 전도연은 한국 영화계의 보석들 중 가장 소중한 보석 중 하나다. 이처럼 모든 캐릭터에 스며드는 카멜레온을 본 적이 있을까? 가령 송강호, 최민식, 한석규 같은 배우는 어느 영화에 나와도 캐릭터 이전에 '송강호', '최민식', '한석규'로 보인다. 하지만 전도연은 캐릭터에 스며든 그 배우에 감탄하여 그제야 '전도연'은 대단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영화의 최고의 관전 포인트는 원장 실 안의 블라인드다. 이 블라인드가 열리고 닫히고, 이 블라인드의 외부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이 블라인드를 통해 그려지는 씬들이 바로 스릴러를 집어 삼키는 <해피엔드>라는 치정 물의 매력이다. 이 영화는 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아내고 있다.
자극적 섹스씬만 있으면 그 외는 감독이 뭐든 할 수 있었다는 다크 넷플릭스 시절, 바로 핑크 영화라고도 불리는 일본 로망포르노 시절의 명작 중 하나다. 남녀 커플의 사랑에 초점을 두었다기엔 약간 애매하다. 이것은 또 다른 사람을 통해 순수한(?) 사랑의 기억을 다시 떠올린 그런 낭만 로맨스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커플의 이야기다. 근데 순수하지 않지가 않다. 너무 순수하다. 사랑도 아닌 그렇다고 사랑이 아닌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회색지대에 있는... 그것도 변태스럽기도 하지만 변태스럽지도 않은.. 애정이고 행위고 이것 저도 애매한 진짜 회색지대에 있는 애매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허전함에 대한 표현이다. 근데 그 표현이 예술적이다.
롱테이크 씬이 유난히 많은데 롱테이크 씬마다 보는 이를 사로잡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방파제(라고 부르는거맞나?) 씬과 마지막 베드신의 롱테이크가 아마도 이 영화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특히 마지막 러브신의 그 산소도 없는 듯한 공중에 떠 있는 공허한 느낌의 연출의 미학은 기가 막힐 정도다.
시종일관 흐르는 요시노리 몬타의 "아카이 엄브렐라 (빨간우산)"와 야마구치 모모에의 "밤에 夜へ"과 함께 영화는 이 애절하지만은 않지만 왠지 마음 깊은 곳에 못을 꾸우우우욱 박아버리는 느낌으로 그 이도 저도 않은 관계의 얇디얇은 허전함과 동시에 그 관계로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깊은 무게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외롭고. 공허하고. 외롭고. 또 공허한 영화다.
P.S. 그리고 말이다.... 어차피 성인인증하고 보는 영환데 왜 모자이크 처리하냐... 오히려 그게 신경 쓰여서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
유튜브에 트레일러가 없어 엔딩씬을 공유하는데 *스포 조심*이긴 하지만 이 신을 본다고 해서 딱히 영화 전편을 보는데 큰 영향은 없으리라 본다. 어쨌든 마지막 씬이라 스포 조심.
4. <정사> 情事
감독: 이재용 | 출연: 이미숙, 이정재 | 1998 | 한국 | YouTube (OTT엔 없지만 인도 자막 버전이 풀려있음)
90년대 말 이재용 감독의 영화를 만났을 때 (정사 1998과 순애보 2000), 담담하지만 정교하고 세심한. 심지어 세련된 감성 연출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이 세련됨은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이때도 개인적으로 과한 신파물에 스트레스받던 시절이었는데 이런 사랑 이야기들을 얄미울 만큼 담담하고 차갑고 밋밋하게 풀어내며 마음을 꿰뚫고 들어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다세포 소녀>의 연출은 좀 놀라긴 했지만 현재의 필모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들을 만들 수 있었을 감독이라 봤는데 아쉬운 점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초기 시절의 두 편이 감독의 최고의 명작들인 것 같다.
<정사>가 불륜을 낭만화시켰다기에는 감독의 스타일 자체가 너무 차갑고 담담하다. 마치 노출 콘크리트 형식으로 지어진 모던 건축물과 같은 느낌이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세련미까지 더해지니 동생의 약혼자를 사랑한다는 이야기 테마의 선정성이나 파격성보다는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상상할 수 없는 온도로 들끓고 있는 화산과 같다.
4. <비터 문> Bitter Moon
감독: 로만 폴란스키 | 출연: 피터 코요테, 휴 그랜트, 엠마누엘 자이그너,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 1992 | 프랑스-영국 | -
금단의 사랑은 픽션에서는 워낙 자주 다뤄지는 주제라 동양권만 해도 숨이 막혀서 서양권 영화들까지 건드리면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영화라 어쩔 수가 없었다. 비디오로 영화 보던 저 시절 그냥 야한 에로 영화로 자극적으로만 입담을 탔던 영화인데 야한 것 때문에 봤던 이들 중 80% 이상은 실망했을 것이다.
감독만 봐도 만만치가 않아 보이듯 영화도 만만치가 않다. 금단의 사랑에 빠지는 커플들을 보면 대게 권태기에 빠진 부부들이 주를 이룬다. 이 영화의 이야기도 그 계를 타고 있다. 그것도 예민하디 예민한 폴란스키 감독의 손을 타고... 특히 영화에서 보여주는 복수(?)의 씬은 30여 년이 지난 후에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한국영화의 대표적 치정 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일본의 아키라 쿠로사와, 미국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잡아낸다. 심지어 기괴한 면 까지 있어 어쩌면 팀 버튼과 같은 계열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안성기 배우의 아역 배우 시절을 볼 수도 있다. 이정재와 전도연 주연으로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본격 치정 불륜 금단 서스펜스 물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이후 시리즈 물로 제작되는데 순서는 아래와 같다. 지금 봐도 저 <충녀>의 포스터 감성은 정말 대단하다.
<하녀> 1960 - 모든 시리즈의 모태; 식모집 아들 살해 사건 실화 바탕
<화녀> 1971 - 하녀의 리메이크
<충녀> 1972 - 명보극장 살인사건 실화 바탕
<화녀 '82> 1982 - 하녀의 리메이크
<육식동물> 1984 - 이 시리즈의 최종장; 충녀의 리메이크
시대별 사회적 특징을 볼 수도 있는데, 그 시절 부르던 이름: 70년대=식모, 80=파출부, 90=가정부, 00=가사도우미. 주위에 쏟아지는 많은 졸부/ 벼락부자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어떻게 해서든 하면 나도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생각하던 시기. 그리고 절대 깨기 싫었던 건 가족이 아니라 그 앞을 바라보며 억척같이 살다가 남들에게 이제 좀 살만하네라 보일 수 있는 상징인 식모까지 꾸리며 살고 있는 그 아우라.
일단 추천은 여기 까지고 다음의 영화들도 추천한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들도 꽤 있다.
로맨스이지만 : #불륜 #금단 #치정 #파국 #그냥하지마 #그냥 보기만 해
하드류:
<롤리타> 1962 스탠리 큐브릭 감독 | 제임스 메이슨, 수 라이온 주연
<열정의 제국> 1978 오시마 나기사 감독 | 후지 타츠야, 요시유키 카즈코 주연 | 시리즈온, wavve
<롤리타 리메이크> 1997 애드리안 라인 감독 | 제레미 아이언스, 도미니크 스웨인,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
<세크리터리> 2002 스티브 쉐인버그 감독 | 제임스 스페이더, 메기 질렌할 주연 | Watcha
<꽃과 뱀> 3부작 2003, 2005, 2010 스기모토 아야 주연 | 티빙 (1,2)
<내가 사는 피부> 2011 페드로 알마도바르 감독 | 안토니오 반데라스, 엘레나 아나야 주연
<시마과장> 시리즈의 히로카네 겐시의 만화로 불륜을 굉장히 미화한 작품으로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작가가 설정한 시추에이션들 때문에 아 ㅆ... 이것은 순수한 사랑인가... 혼란스럽게 감성을 파고든다. 중년을 넘어 노년의 사랑까지 다루고 있는데.., 특히 노년기의 사랑 이야기에 가서는 :"하아... 이 정도면 인정해 줘야 하나..."라는 혼란스러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포스팅 첫 글귀에 걸어놓은 말은 이 만화의 작 중에서 나왔다:
"마흔을 넘기며 많은 사람들은,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불타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마치 석양에 사라지는 유성처럼, 마지막 불꽃이 될지도 모른다"
일단 강아지와 함께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아침산책이나 하자하고 멋모르고 내려갔다가 지속되는 험난한 여정에 힘듬과 아슬아슬함의 연속을 경험하고 왔다. 하지만 해돋이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으로 인한 아름다운 빛깔의 하늘 그리고 바다와 바로 맞닿아있는 풍경들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영덕해맞이 공원에서 시작하여 창포말 등대까지 가는 길이다. 영덕해맞이 공원 주차 > 창포말등대 > 윗 도로로 다시 영덕해맞이공원 주차장까지 가는 게 코스였다. 이날은 코로나에다가 비수기인 11월의 수요일 아침이었기 때문에 애매한 시간이라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목줄 없이 강아지들과의 산책이 가능했다. 동해안 블루로드 코스 중에서도 이 B코스가 상당히 유명하다고도 하니 성수기나 관광객들이 몰릴 시간엔 추천하지 않는다. 강아지들이랑 다니기에는 위험한 길도 있고 사람들이 많으면 민폐 직행이기 때문이다. 쨋든 약 46분이 걸렸다.
아침에는 건강한 막내 푸들만 데리고 나와 영덕해맞이 공원에서 해돋이를 보았다. 공원을 조금 돌아보니 우측에 밑으로 내려가는 산책길이 보여서 펜션으로 돌아가 근처에서 아침을 먹은 후 나머지 노견 두 마리도 데리고 나와 가볍게 아침 산책을 하기로 했다.
비수기 평일 이른 아침 시간이라 인적이 전혀 없어 그냥 풀어주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가는 곳마다 인적이 없어 강아지들이랑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많아서 특히 좋았다. 암튼 해파랑 코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저런 계단 조금 내려갔다가 올라올 생각이었다.
우리 강아지들이 편한 점은 어디로 툭 미친듯이 튀어나가는 스타일이 아니고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저렇게 딱 멈춰서 기다리거나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다.
처음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한 만만한 길들이 펼쳐졌다. 그래서 그냥 계속 가본다.
가보면 막힌 길도 보인다. 밧줄이 쭉 메어져 있는 것을 보니 옛날에는 저거 붙잡고 더 빨리 절벽을 타고 내려갔나 보다. 지금이야 위험해서 무리지만 몸이 건강했으면 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암튼 오른쪽 계단으로 방향돌려 쭉쭉 내려가 봄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책길이 시작되나 보다 했다. 좌측 1km 가면 오보 해수욕장, 우측 1.5km로 가면 해맞이 공원. 우린 오른쪽으로 향했다.
우측으로 방향을 트니 바다가 보이는 정자가 보임. 저 때만 해도 저 즈음에서 풍경이나 보다가 돌아가려고 했다
이 정도면 뷰가 나쁘지 않지 않으가... 저 좌측으로 오보 해수욕장 방향 길이 보인다
다들 잘 따라오고 있다
근데 좌측으로 좀 더 가보니 하늘 색깔도 같이 여울어져서 뷰가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좌측으로 쭉 이어지는 산책길을 계속 이어나가보기로 한다
경치를 쭈욱 훓어보았다
끔찍한 오르막이 펼쳐진다 하지만 돌아가기도 애매한 거리까지 왔다
어서 올라 오란다....
꾸역꾸역 올라가니 뷰는 좋다. 어릴 때 저렇게 구름 속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면 예수 재림이라고 킥킥대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두 마리가 아닌 세 마리다. 노견이라 품에 안고 낑낑 따라온다
오르막 내리막~ 길을 계속 걸어간다
꾸불꾸불 드디어 내리막이 나온다. 바다가 가까워지니 기분은 좋다
호로록 내려가는 푸들님
이젠 돌이킬 수 없어서 계속 쭉쭉 가 본다. 아마 이 정도가 코스 중 바다와 제일 근접할 것이다
엣 햄~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은 계속된다. 더워서 웃옷을 제낄 정도다
계속 전진 앞으로-
헐... 또 긴 길이 펼쳐진다....
어쩔 수 없으니 직진....
온 길을 돌아보기도 해 본다...
계속 간다
워쨋든 멋있고 아름다운 뷰는 계속 펼쳐져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바다와 근접해 외다리도 나온다. 길은 끝이 없다. 계속 길이 좀 위험해져서 강아지들은 모두 들어서 옮기기 시작한다
돌아보면 또 이런 가까운 곳에서 파도치는 기분. 역시 자연이 좋다.
계단을 넘어 여정은 계속된다. "혹시 여기까지 구조 헬기는 올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해본다
강아지들 다리 짧을수록 불리한 길들이 많다
다시... 오르막길
언덕을 넘으니 전망대로 보이는 포인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륙 쪽을 돌아보니 풍력 발전기도 보인다. 드디어 다 와가는 듯하다
드디어 싸인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블루로드 B코스 시점... 아,,,, 우린 거꾸로 오고 있었던 거구나...
딱 요 빨간 박스 지점까지 온 거다. 생각지도 못한 코스여서 힘들었지만 포인트마다 마주치는 풍경들은 굉장히 좋았다
자기들도 이제 편안해졌는데 앞으로 툭 튀어나간다
약속 바위 전망대 포인트다.
전망대 구경하러 가는 막내
여기까지 오면서 마주친 사람은 없어서 그냥 무인도에서 탐험한 듯한 기분이다
전망대 데크에 올라서고 오른쪽에 위치한 약속 바위. 저 주먹 같은 곳을 가운데로 하고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사진을 찍는게 전통인 모냥인데 심신이 지쳐있는 우리는 그냥 한 번 쓱 보는 것으로 만족
여기까지 거의 안겨서 제일 편하게 오신 최연장자 분
약속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파도 풍경
기념사진이고 뭐고 그냥 뒤로하고 다시 떠난다. 물이 너무 마시고 싶다
오우 지쟈스... 극혐 하는 오르막 계단을 다시 마주함
뒤 돌아보니 못 가겠다는 자들 속출...
그래도 뭐 할 수 있나, 꾸역꾸역 올라감
막 코스라 계단만 쭉쭉이 어지는데 이제 정상이 보이기 시작함
드디어 정상인 창포말 등대가 보임
대게 발이 우리를 반긴다. 대게는 동해안 내내 어느 곳에서나 지겹도록 마주하는 것이다. 동해안은 전체가 대게로 꾸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전 9시 53분 창포말 등대 주차장에 도착. 아직도 인적은 없고 물 마시고 싶었는데 매점도 열지 않았다
주차장 밑을 살짝 내려다보니 또 다른 전망대 데크가 보인다
전망대와 그리 멀지 않고 바로 코 앞이지만.. 가지 않습니다 충분히 지쳤습니다
자, 이제 완주하려면 주차해 놓은 영덕 해맞이 공원으로 다시 저 빨간 동선을 타고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평지라 그리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약 672m 거리다. 한 10분?
정상에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
8킬로 지점에 BTS MV 화영 연화 촬영장이 있다고 유혹하는 사인이 나오지만 이미 저희는 지침
돌아가는 길은 크게 부담 치는 않았다. 근데 올라오는데 저 중간 길로 오면 더 예뻤을 수도... 가는 길은 저렇게 게다리 형상을 한 반-아치스러운 은색의 조형물들이 이어져 있다
돌아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창포말 등대가 역광으로 비춰 보인다. 이렇게 해파랑 코스의 져니가 끝났다 오전 10시경
목이 너무 말라서 차로 이동 중 보이는 커피집에서 아아 한잔씩. 요즘 지방 가면 경치 좋은 스폿은 죄다 대형 카페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무브온 커피라는 곳
만화 원작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코로나 이후 자꾸 발생한 오픈 연기 소식에 아쉬웠던 <지금 우리 학교는>을 넷플릭스 오픈한 날 밤새워 정주행 했다. 끝나고 나니 다음 날 아침 6~7시 사이였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별점 3.5! 전작들과 비교 시, <지금 우리학교는> >>>> <지옥> >>> <오징어 게임> 정도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한국 넷오 보다 완성도도 높았고 일단 스케일이 크고 액션이 월등히 좋았다. 생각보다 액션이 괜찮은 하이틴 좀비 드라마 물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보는 와중에도, 이후에도 커뮤니티나 평점 사이트를 확인 해 봤는데 호불호가 엄청 갈린다. 물론 완주 후 평점도 있지만 보지 않거나, 1~2화 혹은 이후 중간에 하차 후 내린 평점들도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함부로 평점을 추천하기도 그렇다. 암튼 오픈 첫날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은 맞는 것 같다.
갠 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점과 단점은 아래와 같다:
장점:
1) 폐쇄적 공간을 활용한 화끈하고 큰 스케일과 액션:
이거 하나로 먹고 들어간다. 학교라는, 어찌 보면 좁고 폐쇄된 공간을 이곳저곳 아주 잘 활용하며 (좁으면 좁은대로, 조금이라도 넓으면 넓은대로) 심지어 스케일 있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사한다.
특히 5화 중 박진감 넘치는 도서관 액션씬은 에피소드 중 최고의 연출 중 하나다. 어차피 청불이라 단점으로 꼽진 않지만 좀비물이다 보니 잔인함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대신 타격감도 굉장히 좋다. 튀어나오는 내장이라던지... 살갗을 찍어 먹는다던지.. 이런 건 종종 나옴
암튼 매 에피소드 마다 충분한 액션신을 제공하다 보니 지루함이 덜하고 끝까지 관객을 붙들어 매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서바이벌의 매력을 살린 연출 하나만으로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다.
2) 낯설어서 신선한 배우들과 지루하지 않은 캐릭터들
<지우학>에서 액션과 함께 가장 돋보이는 요소다. 일반 대중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듯한 (나만 모르고 있었을 수도...) 어린 배우들의 대거 기용으로 일단 신선하다. 연기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네임드 배우가 없으니 한쪽으로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여유 있게 이 캐릭터 저 캐릭터를 잘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두 번째는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는 편이다. 당연히 짜증나는 트롤 캐릭터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시종일관 끝까지 관객의 목을 조이진 않는다. 그리고 주요 캐릭터들 마다 그 고유의 특성을 잘 부여한 것 같아 어느 한 사람 필요 없다고 느껴지거나 오버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분배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반장, 조이현. 아마 이쁨, 쿨함, 무쌍, 논리 갑, 리더십, 현실적 심지어 멋짐, 차도녀 알고 보니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이 최남라 캐릭터 때문에라도 정주행 한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 본다. 이 분 필모를 보니 유명한 들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의생의 옥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더라. 오히려 영화 필모가 너무 없어서 아쉬웠는데 <변신>, <기방도령>, 단편 <기령>에 출연했다. 앞으로의 두드러진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다.
그리고 수혁이 캐릭터의 로몬 (박솔로몬) 배우도 인상적이다. 학교에 꼭 하나 씩 있는 일진무리와 거리 둔 쿨한 시라소니 류의 캐릭터인데 풍기는 마스크가 범상치가 않다. 무슨 홍콩에 사대천황 배우들 중 하나 어렸을 적으로 나올만한 느낌을 가지고 있길래 찾아보니 우즈베키스탄-한국 국적으로 나온다. 혼혈인지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를 안겨준다.
드라마의 좋은 점은 이런 주연 캐릭터만 살리는게 아니라 이 외의 조연급 캐릭터들도 조미료 마냥 아주 잘 살아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메인 캐릭터들과의 조우 이전 서브 스토리를 책임지는 양궁부 궁사 팀은 각각의 캐릭터들도 좋지만, 이들이 모여 이끌어내는 하모니가 더 인상적인 팀이다. 각각 활을 든 궁사들과 창을 든 보병 전사들로 꾸려졌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액션의 케미가 또 한 재미를 더 한다.
요즘 성행하는 근본없고 지나친 국뽕을 싫어하는데 <지우학>에서 보여준 양궁 뽕은 너무 좋았다. 대학 진학도 힘든 예선전에서도 떨어지는 양궁 부지만 전부 영점 사격자들이라ㅋㅋ 오직 한국 배경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황 설정! 쏘는 족족 한 방에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이 멋진 모습은 반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타격감 좋고!
애매 한 점:
3) 여기저기 꼬집어 본 사회문제들
단점에 들어가기 앞서 장점이라 해야할 지 단점이라 해야 할지 가장 애매한 요소다. 짧게 줄이면 어필은 하나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장점이라면 "그렇지 이런 게 문제지"라는 문제의식은 일깨워 주는데 그 개수가 약간 필요 없이 많고 제대로 다뤄주진 않는다.
아무래도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보니 학폭에 관련된 문제를 그나마 가장 깊게 다루고 있긴 하다. 사실 좀비란건 단순히 잔인한 쾌락을 안겨주는 단순한 오락 테마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현실적인 사회문제와 비판으로서의 테마다. 몸은 죽어있지만 정신은 살아있는 드라큘라의 신화적 존재와 완전 반대 선상에 서서 몸은 살아 있지만 정신은 죽어 있는 현대인을 그리는 테마가 바로 좀비다.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탄생한 이후 속편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에서 현대인의 배경인 자본주의와 직접적으로 매칭 시키면 더 심화되고 본격적인 사회비판을 다룬다.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의 좀비 발원의 직접적인 사유는 바로 이 '학폭' 때문이다.
4) 트롤 캐릭터와 신파:
애매하긴 한데 오히려 장점 쪽으로 두고 싶은 요소다. 트롤/신파 모두 존재한다. 한 두개가 아니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지고 복창이 터질 정도로 질질 끌진 않았다. 잘했다. 아예 없거나 더 빨리 끊어냈으면 좋았을게 한 둘이 아닌데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본다. '이 정도'면 한국영화와 드라마 특유의 진한 신파는 없다고 봐도 된다. 이 정도면.... 그리고 좀비나 크리쳐 물에서 트롤 캐릭터는 공식이나 다름없는데 그게 없으면 또 심심한 건 사실이잖냐....
단점:
5) 불필요한 이야기와 캐릭터들:
위에서 이어 받는 얘기다.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뜬금없는 것들이 많았다. 트롤 씬들, 신파들 등... 4번에서 말한 것처럼 금방 쳐내긴 했으나 그래도 좀 더 깔끔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특히 동영상 씬으로 다음 에피소드까지 우려먹을 줄은.... 3번에서 언급한 사회문제들도 짧아도 어필한 만큼 확실히 풍자나 묘사를 하고 의견을 확실히 내놓거나 결판을 내던지 했어야지 약간 여기저기 오지랖만 부린 느낌이다.
6) 길다:
거의 모든 드라마들의 이 고질적 문제점을 <지우학>도 벗어나진 못했다. 스토리를 보니 영화로는 좀 부담스럽고 6~7편 정도면 굉장히 깔끔하고 긴장감으로 끝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여느 드라마들이 늘 그렇듯이 시청시간 때우기 식의 늘려놓음.. 편 당 길이도 어? 오프닝 포함 한 30~40분 정도로 하고! 제발! 이 고질적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뭐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해는 되겠지만 하나의 작품으로서 보는 관객 관점에서는 정말 아쉽고 그지 같긴 한 점이다.
구글 지도에 가본 곳 정리하다가 우선 중형견 3마리가 가능한 애견펜션과 맛집 정보만 우선 넣어놨다. 우리같은 다견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볼거리는 아직 업데이트 해야함. 지도 상 아이콘을 누르면 각 포인트의 설명과 사진들을 볼 수 있음 (지속 업데이트 예정이니 널리 공유 가능)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비수기에 인생 버켓 리스트 중 하나였던 해안도로 따라 전국일주를 다녀왔다. 2주간의 시간이 다소 빡빡하긴 했어서 바쁘게 움직이긴 했으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한 두 달이면 좋을 듯한 일정이었다) 서해부터 시작해서 남해를 돌아 동해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동선이었다. 서해의 강화도와 태안은 다녀온지 얼마 안돼서 넘어 갔고, 신안과 진도는 일정 문제로 둘러보지 못한게 좀 아쉬웠다. 남해의 여수나 통영도 마찬가지 케이스여서 안 가본 곳 위주로 동선을 찍었다.
부산은 통과할 일정이 주말이어서 도저히 그 도시에서 스트레스 안 받고 운전 할 순 없을 것 같아 거르고 내륙으로 해서 울산으로 갔다. 속초 이상까지 올라가고 싶었으나 으외로 그 북쪽라인에 강아지 3마리 데리고 갈 숙소가 마땅치가 않아 해안로 일정은 강릉에서 꺽어 양평의 외딴 산 속 펜션에서 이틀 아무것도 안 하고 여행독을 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좋았던건 11월 중순~말 비수기에 애매한 시간 대여서 그런지 (매일 새벽부터 움직이기도 했고)... 가는 곳마다 사람이 없었다. 어쩔 때는 스산할 정도로. 코로나에 강아지들까지 있다 보니 이 점은 정말 정말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간혹 춥기도 했는데 남쪽으로 갈수록 날씨도 좋아지고 (패딩 안 입을 정도) 특히 밤에 모기가 없어서 너~무 너~무 좋았다. 통영에 도착할 당시에는 자켓도 벗어버릴 정도..
서-남-동해의 각기 다른 매력: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정말 셋의 느낌이 다르긴 하다. 남해는 수 많은 섬들과 꾸불꾸불한 길, 그리고 숨어 있는 여러 풍경들 때문인지 한 폭의 그림 같다. 동해는 그냥 일직선으로 쭉쭉 뻗어가며 보는 역동적인 파도 때문인지 움직이는 동영상 같다. 서해는 잘 모르겠다. 갯벌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이 매력이 떨어진다. 물론 남해도 갯벌이 있긴 하지만 서해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서해도 세만금이라던지 좀 더 멀리 떠나보면 강화나 인천에서 보는 그 느낌이랑은 또 다르긴 하다.
맛집:
최대한 백반 위주로 찾아 다녔다. 이번 여행은 매일 일출과 일몰을 보는게 목표였어서 특히 일출 후 아침 일찍 여는 지역 별 아침 백반이 포인트 였다. 100% 달성은 못했지만, 처음 먹어보는 음식, 우연히 찾은 식당 등 실망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맛있어서 즐거웠다.
아침 식사 및 맛집은 남해가 더 찾기 쉬웠다. 심지어 가격도 남해가 훨씬 나았던 것 같다. 서해와 동해는 사람들이 시즌마다 찾는 전통적 관광지가 많아서 그런진 몰라도 이른 시간 여는 식당 및 가성비 부분에서는 좀 실망이었다. 특히 동해... ㄷㄷㄷ... 일단 강구 라인부터 시작하면 죄다 비싼 대게 밖에 없는 수준이다. 다만 서해의 경우 서울과 가까울 수록 편의 시설 및 관광에 딱 안성맞춤인 시스템이 잘 잡혀있다. 심지어 애견과 동반할 수 있는 식당이 서해 관광지 쪽이 제일 많다.
해안도로 따라 전국 일주임에도 불구하고 회를 거의 먹지 않았다. 한 번인가 두 번 정도? ㅎㅎ 그리고 지방 음식점들 마다 직접 잠그는 김치와 깍두기를 매 끼 맛보는 것 또한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중형견 3마리와의 여행은 쉽지 않다:
다견을 가진 집들은 완전 이해할텐데 사실 5킬로 미만 소형 한 마리가 어딜 가든 여행하기가 제일 쉽고 편하다. 하지만 중현견 3마리? 이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잘 받아 주는 숙소가 없기 때문에 전체 여행 동선은 강아지들 숙소 결정에 따라 가기 마련이다. 숙소 공지 다 읽어 보고 전화해서 사장님들이랑 3마리 견종, 무게 다 말씀드리고 컨펌 후 예약까지 해야되는데, 이번처럼 돌아다닐 곳이 많은 여행 준비에 있어 특히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위의 다견 가능한 펜션 목록 구글 지도를 만든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야지) 암튼 이러한 이유들로 위생, 청결 등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도 꽤 많다
사실 이 시기가 가장 좋다. 애견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차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날씨가 이 때즘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 제일 좋다. 다만 자동차에도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애들이 하도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다행히 모르는 펜션 방 보다는 차 안을 더 편해한다.) 잠도 잘 자고. 암튼 동물들도 여러마리면 자연스레 위계질서가 잡히기 때문에 자동차 안에서도 자기들의 공간이 정해진다. 앞 쪽 운전석은 서열 1위의 자리다. 바닥 쪽에 집에서 사용하는 수제 쿠션을 대 주고 자리에도 이불 더미로 공간을 마련해 준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뒷 자석으로 가는데 여기도 따로 미끄럼 방지 시트를 설치한 다음 다시 사용하던 쿠션을 마련해준다. 말 그대로 자동차 안은 인간을 위한 공간은 별로 없다. 3마리의 편의를 다 맞춰 줘야지 안 그러면 .... 헬이 열린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펜션에 들어갈 때도 집에서 쓰는 익숙한 그 쿠션들과 담요들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자리를 마련해 준다. 트렁크에 강아지 전용 여행가방과 사료+간식 한 박스가 차지할 공간도 물론 마련해 주어야 한다
서울과 근접한 서해 (특히 안면도 쪽)는 애견 특화된 곳이 많다. 그 만큼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태안의 바다를 바라보는 '(내가 사진으로 봤을 때는) 누추한' 한 글램핑 장에서는 하루 한 마리 당 3만원 내야 하는데 "올 수 있겠어요?" 하며 귀찮은 듯 배짱을 부리는 곳도 있었기 때문에 반려견 특화가 되어 간다 해서 꼭 좋은 것만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ㅆㅂ ㄱㅅㄲ 진짜.. 내가 항암치료만 안 했어도.... 또 생각나니 열 받네... 혹시 몰라 아직 통화 녹음내용을 가지고 있다.
넘어가서 남해 쪽은 아직 많지가 않은데 계속 생기고 있는 분위기다. 몇 년전만 해도 남해 여행은 힘들게 갔던 기억이 있는데 꽤 많이 생기고 있다. 다만 공원이나 유적지 같은 곳 중 서남동 통틀어 남해가 제일 제한이 많았던 것 같다. "동반금지" 사인이 꽤 많이 걸려 있다. 하지만 우리 애견인들도 응가 치우기, 목줄 등 지속적으로 철저히 하는 에티켓을 보여주면 분위기도 또 바뀌지 않을 까 한다. 다만 동해는 생각보다 3마리 데려갈 곳 찾기가 힘들었는데 아무래도 인스타 특화된 젊은 친구들이 많이 방문하기도 해서 그럴까 모르겠지만 5킬로 미만 갈 수 있는 곳이 (어디든 그렇지만) 대부분이다.
매력적인 오션 드라이브:
오션드라이브를 유독 좋아하는데, 진짜 이번에 바다는 질리게도 많이 본 것 같다.
하지만 질리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아름다운 빛들의 향연인 해질녘, 일출 시의 오션 드라이브도 너무 좋고~!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하는 것도 매력이지만 대교를 바라보면서, 혹은 대교를 넘어가는 순간의 드라이브도 정말 매력적인데 특히 서해와 남해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많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잇는 대교들이 꽤 많이 지어져서 접근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11월 중순 녹동항에서 거금도를 가기 위해 거금대교로 가는 도중 큰 화재 현장을 마주치기도 했다 ㄷㄷㄷ.....
해안도로 드라이브다 보니 잠깐 멈춰서 이런 등대 스폿들까지 걸어가며 바다를 느끼기도 하고,
드라이브 하다 보면 안 먹는 커피도 이렇게 들려서 먹게 되는데 전망이 좋은 곳이 특히 많다
남해건 동해건 압도적인 오션뷰를 자랑하는 카페들이 정말 많다. 진짜 뷰 맛집 천지다
이렇게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압도적인 인스타 뷰를 자랑하는 대신 개인 카페들은 비싸다. 한 두번 가면 상관 없는데 진짜 운전 오래하면서 잠깐 음료수 마시듯 종종 들릴려면 가성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이런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많이 볼 수도 있는데, 여긴 묵호항의 투썸플레이스다. 개인 카페들보다 값이 싼 프렌차이즈인데도 이런 뷰를 가지고 있다. 그냥 테잌 아웃 할거면 프렌차이즈가 가성비 값이다
추가로 바다위의 육교처럼 건설 해놓은 스카이워크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다. 위의 이가리 닻전망대는 지도와 같이 독도를 향해 있다. 멀어서 내 눈엔 보이진 않았지만...
동해, 남해.. 특히 남해의 경우 펜션과 음식점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런 곳은 당연하게 압도적 오션뷰를 자랑한다
아니면 가장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서 전망을 바라보기도 하고(이 날도 타워 방문객이 우리 빼곤 1도 없었음...),
아니면 인공물을 떠나 이런 자연의 신비로움을 경험하기도 하고,
아니면 역시 중간중간 해변가에 들려 역동적인 파도의 리듬을 느껴보거나... 정말 오션드라이브는 값지고 멋지고 행복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깨끗한 편의시설, 화장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깨끗한 화장실들이 옛날 대비 너무나도 많아 졌다는 것이다! 수시로 배가 아픈 관계로 어디 가면 화장실 의식을 정말 많이 하게 되는데 옛날엔 공중 화장실 가기가 꺼려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지방 화장실들이 정말 관리가 잘된 곳이 많아서 너무 놀랐고 좋았다. (물론 안 그런곳도 있지만.. 사실 관광객이 드글대는 곳일 수록 좀 더럽긴 하다... 국룰임) 특히 위 사진은 무슨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닌 동해 해안도로의 작고 뜬금없는 부둣가의 한 공중 화장실인데 깨끗했다. 너무 좋았다
동해 무녕왕릉 보러 가서 만났던 장수 영물, 거북이... 무녕왕릉 앞이라서 그런지 뭔가 신비해 보였다....
마지막..
가운데 노란색은 뉴론틴이라는 신경통 약이고, 저 공진단 같이 생긴 건 황진단인데 (광고아님) 아무래도 항암 이후 체력이 달리다 보니 이번 여행의 하드캐리는 역시 이 둘 덕분이었다. 뉴론틴은 매 끼마다 안 먹으면 손발이 너무 아픈데 맨날 먹는거긴 한데 올린 이유는 여분의 약 챙겨놓은 걸 깜빡해서 엄청 당황했었다. 특정 과에서 처방 필요한 약이라 더더욱.. 그리고 매일매일 힘든 일정이다보니 하루 하루 황진단 씹어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저게 한 알에 2만원... ㄷㄷㄷ...
역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모드로 2021년 12월 한 달을 날려버리고 올릴 타이밍을 놓쳐 버려 걍 이번 연도는 넘어갈까 하다가 지난 1년 간 기록해 놓은 게 아까워서 "아, 그래도 구정 전이지"라는 정신승리와 함께 만들었다. 역시 막상 또 하다 보니 재밌어서 ㅎㅎ 무사히 잘 끝냄. 약간의 귀차니즘 때문에 19,20년은 앨범 발매일 기준으로 했는데 이번은 그래도 영상 중심이니까라는 맴으로 유튜브에 영상이 등록된 순서로 제작했다
몇 개 애매해서 제외 한 것들도 있는데 (예를 들어 음악은 21년에 발표했는데 22년에 뮤비를 발표한 액시시스터즈 같은 경우나 그 외 애매한 케이스들)... 암튼 유튜브는 거의 기록 튜브 느낌으로 하고 있는지라 훗날 K-Pop 전성기 시절 참고자료로서 잘 쓰이길 빈다 (🙏🙏🙏)
2021년 활동한 K-Pop 걸그룹은 총 75팀이고 이 중 165곡이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 곡만 했으면 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띵곡들도 같이 추가했다. 하지만 반대로 (기록 목적이다 보니) 노래가 별로여도 타이틀이어서 들어간 음악들도 있는데 최대한 빨리 넘겼다. 따라서 곡 당 5~15초가 기본이고, 사심이 들어간 서너 곡은 20초나 30초까지 할애했....
2021 BEST 걸그룹 K-Pop
일단 분석에 들어가기 앞서 2021년의 개인 픽 톱텐을 뽑으라면 아래와 같다 (순서 의미 없음)
1. Next Level - aespa (이건 비객관적으로 봐도 이번 연도 1등인 듯)
2. I Cook 아이쿠 - 헤이걸스 (이런 4차원 음악 너무 좋다)
3. Night 밤 - 드림노트 (시티팝 느낌도 있고 상당히 낭만적이고 리드믹 하다)
4. The Moon, Be Witched - 픽시 (존멋)
5. Dun Dun Dance - 오마이걸 (발랄한 걸그룹 댄스 음악의 정석)
6. Little Witch - 하이큐티 (진짜 신기한 마이너 그룹.. 중간 브레이크 댄스(?) 타임에서 뻑감)
7. Good Vibes Only 이 분위기에 취해 - 걸카인드 (트로피칼리아가 가미된 2021년 최고의 섬머시즌 송)
8. Dreams come true (Aeira Remix) - aespa (원곡, 리메이크곡, 리믹스곡 중 하나 고르라면 당연히 이 리믹스 원픽이다)
9. Stalker - 3YE (이건 2021년의 개인찐원픽으로 운전하며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름)
10. 바람아 - 드림캐쳐 (영상을 내어줘서 고맙다)
Best EP: 위키미키 [Who am I] (수록곡 중 3곡이 정말 몰아친다. 드림캐쳐 앨범을 뺀다면 EP로서는 2021년 최고다)
2021년 분석:
1. 해외시장을 의식한 English Everywhere
지난 2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팀과 노래에 영어 표기가 많아졌다. 이는 당연히 K-Pop이 글로벌 라이즈 되면서 해외 팬덤을 의식한 움직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팀 이름은 100% 영어 우선이라 오히려 영상의 텍스트 작업하긴 굉장히 편하긴 했다. 노래 제목은 간혹 한국어가 들어가긴 하는데 대부분이 영어 제목과 병기되었고 순수 한국어 단독 제목으로 들어가는 건 드림캐쳐의 <바람아> 정도인데 이것 마저도 타이틀 곡은 아니었다.
대신 재밌는 건 약간의 조미료처럼 언어유희를 시도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헤이걸스의 아이쿠 > I Cook과 트라이비의 우주로 > Would You Run, 마마무의 하늘땅바다만큼 > mumumumuch가 좋은 예인데 상당히 위트가 돋보이는 부분도 있고 이런 건 앞으로도 계속 시도될 듯 보인다. 이 외로 시크릿넘버의 불토 > Fire Saturday 같은 다소 앞뒤 안 보고 직진하는 듯한 느낌의 직역이나 브레이브걸스의 치맛바람 > Chi Mat Baram 그냥 영어로 같은 케이스도 재밌었다.
어찌하였건 K-Pop에 있어 내수 외의 시장을 타겟팅하는 건 필수 요소인 것 같아 (좋은 예로 드림캐쳐처럼 국내보다 해외 팬덤이 더 큰 경우는 더더욱 무시할 수 없다) 이런 텍스트와 네이밍뿐 아니라 실제 음악 속 영어 가사의 비중 및 그것을 전달하는 발음도 상당히 신경 쓰는 부분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2. 걸그룹 워리어즈
19년, 20년에서도 주목했던 부분인데 점점 쎄져가고 있다. 옛날의 보이쉬하고 뭐 어설픈 남성성 흉내 내는 것을 넘어서서 거의 전사 (warrior)화 돼가고 있는 경향이다. 음악/안무/스타일 모두 전통 걸그룹 대비 캐주얼화 해지는 것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발칙하고 거칠어졌다. 이런 부분이 상당히 쿨하고 멋진 부분으로도 어필된다. 물론 기존의 순수, 청순, 동화, 소녀 같은 이미지는 지속되지만 판타지 부분에서는 약간 갈리고 있는 게 상당히 재밌다.
이전부터 브아걸, 라니아, (후반기) 피에스타처럼 다크니스 콘셉트의 걸그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보통 노골적 섹시 어필이 대부분이었고 오히려 이를 통한 마이너급 걸그룹 시장의 탈출구 같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플래시, 피피엘, 식스센스, 시크엔젤, 에이시드 등등 아마도 일반인들은 못 들어봤을,...). 근데 이게 묘하게 걸그룹의 전통 테마인 판타지와 오버랩되면서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고 있는 것 같다.
드림캐쳐가 가장 좋은 예일 텐데 이들은 프리츠라는 그룹이 논란으로 골로 간 후 한국메탈돌의 타이틀을 쭉 이어왔던 선구자격 팀이다. 사실 말이 메탈이지.. 걍 락 성향의 댄스이긴 한데 최근 걸그룹 EP 앨범 중 수록곡까지 들을 만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몇 안 되는 '띵곡'이 많은 걸그룹 중 하나다. 암튼 국내에선 위태위태 해 보였지만 해외 팬덤 확보 등과 함께 몇 년간 아이덴티티 구축에 꽤 성공했고 앞서 말한 전사 이미지와 판타지를 영상과 각종 비주얼 속에 잘 버무리면서 독자노선을 잘 걸어왔다.
2021년은 위 언급한 섬뜩하고도 칼 같고 거친 안무와 함께한 다크니스 컨셉과 드림캐쳐가 만들어 놓은 블루오션과 오버랩되며 그 영역을 노리는 새로운 걸그룹 전사들의 등장들이 두드러진 한 해이기도 했다. 그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1년은 특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주목할 만한 해인 듯하다.
대표적인 그룹은 역시 PIXY(특히 강렬했다)와 Pink Fantasy, Purple Kiss 같은 팀이고 그레이시의 <숨>이나 DreamNote의 <Ghost>처럼 청순형 데뷔 이후 이 검은(?) 영역에도 손을 데는 케이스도 있었다.
그리고 꼭 판타지 계열이 아니더라도 3YE, 버가부, 빌리, 메이저스, 트라이비, 핫이슈, 우주소녀 더 블랙 등도 캐주얼 및 스트리트 느낌의 강하고 멋진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암튼 PIXY의 <The Moon>은 정말 멋졌다. 암튼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전통적인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다는 표현보다는 발칙하다, 멋지다는 수식어가 더 추가되는 것 같다
3. 클럽 Remix
요즘은 코로나 시대이기도 하고 나이도 먹어서 클러빙 안 간 건 오래되어서 지금도 성황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러빙의 느낌을 한껏 높여주는 리믹스 곡들도 주목할 만한 해였다. 기존처럼 일반 유튜버나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플랫폼을 통해 발표하는 비공식이 아닌, 특히 에스파 같은 메이저급에서도 따로 리믹스 싱글을 발표한 것이 꽤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에스파의 <Next Level Habstrakt Remix>와 (여자) 아이들의 <화 Dimitri Vegas & Like Mike Remix>가 되겠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Areia Remix 시리즈인데 이건 아직 비공식으로 DJ가 본인 유튜브에 올리는 K-Pop 아이돌 리믹스 곡들이다. 완전 클럽 친화형 리믹스로 어떻게 보면 원곡들보다 더 좋은 리믹스들이 보물창고처럼 꽈 차있다. 나도 보통 이 채널에서 많이 듣곤 한다. 운전할 때 정말 딱이다.
Areia는 외국인 DJ로 보이는데 리믹스들이 굳이 EDM에만 쏠려 있는 것도 아니고 종종 원곡 스타일에 맞추어 드럼엔베이스, 트랜스 스타일의 리믹스도 들려주는 것 보니 막 만드는 그런 음악들은 절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음악과 영상의 싱크를 꽤 신경 쓰고 있어 오디오와 비주얼 모두 만족시켜주는 채널이다. 유튜브 주소는 아래와 같다.
아무튼 공식 비공식을 떠나서 이런 실력 있는 DJ와 아티스트들 및 국내 및 해외 덕들의 K-Pop 리믹스들이 지속적으로 나와 주면서 이에 따른 밈들도 꾸준히 만들어진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잔치는 없을 것이다.
4. 아이돌 드라마와 오디션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속되는 잡음과 함께 또 지속적으로 기획되었다. 2021년은 [방과 후 설렘]과 [걸스 플래닛 999: 소녀대전]으로 이전 프로그램들만큼의 화제성은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귀를 자극하는 음악들이 있었다.
재밌었던 건 아이돌 관한 드라마도 두 개나 방영되었다. 위 오디션도 그리고 이 드라마들도 보진 못했지만 영상 편집하며 뮤비를 보니 아무래도 아이돌 데뷔를 위한 그 고군분투가 공통된 테마인 듯싶다. 드라마로는 티아라 지연, 데니안, 아이오아이 임나영 등 실제 구/신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한 [이미테이션]과 EXID의 하니(안희연)와 LABOUM의 솔빈(안솔빈)이 출연한 [아이돌:The Coup]이 있었다. 특히 [아이돌:The Coup]에서 나오는 Cotton Candy의 <White Day>는 상당히 강한 인상을 준 곡이었다.
5. 기타: 메이저급들의 활동 등
S급의 빅 3 중 트와이스와 에스파는 꾸준한 활동을 보여줬으나 블랙핑크는 (놓친 건진 몰라도) 새로운 활동은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기록 튜브라 신곡 안 올라오면 모른다)
오히려 에스파에게는 특별한 한 해로 보이는데 <블랙맘바> 때만 하더라도 S급으로 인정할만한가 갸우뚱갸우뚱 이었는데 연초의 <Forever 약속>도 감미로웠고, 특히 올해 <Next Level>로 확실한 도장을 찍어 준 것 같다. 원곡도 굉장히 좋았는데 Habstrakt 리믹스도 강한 인상이었고 연말 <Dreams Come True>의 비공식 리믹스인 Areia Remix도 굉장한 임팩트를 준 것 같다.
A급의 오마이걸 <던던댄스>는 명곡이었고, 우주소녀도 활발한 활동이 있었지만 A급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달의소녀는 생각지도 못했던 자금 이슈로 제대로 된 활동을 못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이젠 A급으로 올라와도 될법한 에버글로우와 드림캐쳐의 활발한 활동들도 인상적이었는데 오히려 로켓펀치와 있지는 그닥 큰 인상은 없었던 것 같다. 로켓펀치는 싱글 하나가 나왔을 뿐이고 있지는 역시 <마피아>가 쥐약이었다.
프로미스나인의 경우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에 묻힌 것이긴 하지만) 꾸준히 좋은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고 이제는 심지어 원숙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결정적인 "한방"만 있으면 확실한 A급으로 도장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뭐 아쉬운 해체 이야기들인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러블리즈와 여자친구가 아닌 듯싶다. 특히 아쉬운 건 이 두 팀은 걸그룹이라는 영역을 떠나서 음색도 너무 좋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즐겨 들을 수 있는 많은 좋은 음악들을 보유했는데, 심지어 나오는 EP마다 타이틀 이외의 곡들도 정성 들인 모습이 많아 아쉬울뿐더러 소속사에 향한 분노가 치밀 정도다. CLC 또한 한창 띵곡들의 연속의 연속으로 주가를 올리는가 싶더니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101 세정과 미나의 구구단 또한 공식 해체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외에도 해체되거나 그 수순을 밟고 있는 모르는 팀들이 꽤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브레이브걸스의 눈물겨운 역주행의 2021년이었다는 것도 기록될 만한 사항이다.
영상에 들어간 팀:
All K-Pop Girls Groups in 35 minutes 75 Teams, 164 Tracks featuring: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을 거의 못 가다시피 하여 못 본 작품들이 많은데 <이터널스>가 1월 14일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되었다. 많은 혹평을 봐서 별론가 했는데 직접 봐보니 2시간 47분이랑 시간이 훅 지나갈 정도로 재밌게 봤다. 기존 마블 시리즈와는 아예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서 기존 마블 팬들의 실망은 왠지 이해가 갔지만 오히려 새로운 이터널스의 내러티브를 위해 실험적인 도박을 강행한 점이 꽤 용감해 보였다.
일단 이터널스의 주제는 무겁다. 기존 마블캐들이 짊어진 짐이란 어디까지나 '자유', '이념', '정의' 뭐 이런 정도인데 관객들이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내러티브다. 하지만 이터널스가 7천 년간 지구에서 시간을 보내면 느낀 문명과 생명에 대한 숭고함과 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책임, 고뇌, 명분은 지구마블캐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다. 이러한 무게 때문에 더 무겁고 쳐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영화 내내 이어지는 캐릭터들의 유머 코드를 통해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고는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이 무거운 짐을 진 이터널스를 표현할 방법으로 결국 그들을 한층 더 나약한, 신경쇠약 직전의 모습으로 비치게 하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가장 극한의 예가 바로 치매에 걸린 테나(안젤리나 졸리) 캐릭터일 것이다. 아마 이것때문에 기존 마블팬들은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신의 개념인 이터널스가 어벤져스는 커녕 시시때때로 인간보다 더 나약한 모습들을 보여준다니.
암튼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바, 이터널스가 그 숭고함에서 비롯된 진실이라 부르는 그들의 위대한 기억은 영화 속 인류와 지구의 생존에 대한 그들의 명분을 대신하는데 이것을 위해 영화는 관객에게 인간 문명의 큰 다섯 가지 꼭지를 제시한다.
제시된 5개의 문명의 기억
1. 메소포타미아 (기원전 약 5000년) : 장담과 기약 없는 인류 문명의 시작. 제로베이스에서 주사위가 던져진 것처럼 인간만 보일 뿐 문명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영화속 이터널스는 약 7천년간 지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2. 중동의 바빌론 (기원전 2000년): 아름답고 위대한 문명의 발전 가능성. 이것 때문에 에피소드 속 메인으로 보여지는 두 건축물. 실제 존재하였던 이슈타르의 문과 7대불가사의로서 아직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 전설의 공중정원, 이 두 건축물을 보여준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인간 문명의 중요한 메타포로 자리 잡은 바벨탑 또한 이 문명에서 건설되었었다)
3. 인도의 굽타 (약 320년 경): 인류의 사랑과 염원, 존속과 번영. 굽타 에피소드에서 사랑이 맺어지는 등,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장식, 의복과 풍습 등 비로소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가 꽃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굽타 왕조가 풍족한 인류 문화의 시작 시점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영화 내러티브 상 대표 메타포로만 여기면 될 듯 하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4. 남미의 테노티치틀란(1521년) : 갈등, 분쟁과 살인, 전쟁
아즈텍 문명의 테노티치틀란은 스페인 콩키스타도르, 코르테스의 침략으로 몰락했다. 영화 속에서도 아마 이 시점을 다루는 것으로 보이고 이터널스의 멤버인 드루이그가 지구랏을 뒤로 하며 남아 있는 원주민들을 이끌 때는 종교라는 것이 인간 문명에 끼어드는 점까지 다루고 있는 듯 하다. (침략자 스페인 보다는 전지전능한 구루로서 드루이그로 봐야 하며 물론 <갈등/분쟁/살인/전쟁>의 원인 중 하나로서의 네거티브한 관점이다)
5. 일본 히로시마 원폭 (20세기) : 파멸.
여기까지 이터널스가 7천년간 목격해왔을 모든 인류문명사를 시간 상 이렇게 5꼭지로 함축하여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이터널스가 말하는 그 진실이며 숭고함의 원천이며 셀레스티얼이 마지막 심판을 위해 가져간 증거들이다.
(이집트, 그리스 등등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포함하여 군데군데 더 많은 문명들이 조각처럼 다뤄지기는 하는데 챕터 타이틀을 붙이면서까지 보이는 문명은 바로 위의 다섯 가지다)
이터널스가 가진 고뇌의 무게와 그에 따른 서사에 맞춰진 톤으로 인한 연출로 호불호는 갈릴 것 같다. 서정적이기도 하고, 알고보니 나약한 신들의 서사를 풀어나감이 나 같은 사람들로서는 재밋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존과 결이 다른 서사와 아직 기숙사에 있는 잼민이 엑스맨들보다 더 어설프고 힘빠진 전투 씬과 지구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데 어벤져스가 몰랐다고? 등등의 일부 개연성 결여 등등에 어설퍼 보이고 지겨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결이 너무 다른 영화다
암튼 위와 같은 느낌들로 나는 꽤 재밋게 봤고, 영화에서 이터널스는 7천년의 인류 문명 역사 속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을 넌지시 보여주는데 엔딩크레딧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 속 신과 신화들 속에 그들이 어떻게 녹아들어가 있는지를 보여준 것도 소소한 관람 포인트였다. 또한 이웃 동네의 배트맨과 수퍼맨의 패러디는 물론 토르(혹은 가오갤)를 매개로 할 이터널스와 어벤져스의 훗날 연계의 가능성을 제시한 쿠키 영상, 블레이드와 블랙나이트 쿠키 등등 곳곳에 뿌려져 있는 많은 이스터에그들 또한 재밌는 요소로 다가왔다
보너스: 이터널스의 사건 당시 어벤져스는 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아래의 가정이 생긴다고 함: - 이터널스 사건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8개월 후 발생 - 피터 파커는 미스테리오를 상대 중이었음 - 토르와 캡틴마블은 각자의 이유로 우주에 있었음 - 닉 퓨리도 우주에 계심 - 스칼렛 위치는 <완다비전> 이후 아직도 자기고립 상태에 쳐해져 있었음 - <팔콘과 윈터솔져> 타임라인은 엔드게임 발생 6개월 후이므로 캡틴 아메리카를 이어받은 팔콘도 바빴음 - <Armo Wars>는 겹치는 타임라인이라 워머신도 바빴음 - <샹치>도 <파프롬홈> 및 <이터널스>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고 그 당시 헐크, 웡, 닥스는 직간접적으로 샹치를 주시하고 있었음
그래도 지구가 꼴까닥할만한 사건이었고 뉴스에도 실린만큼 어벤저스가 모를 리 없고 이에 대한 훗날 그들의 입장과 당시 그들의 정확한 웨어어바웃 및 사정 그리고 이터널스의 관계가 궁금해짐
여행의 후유증을 아직도 못 벗어나서 유튜브나 블로그도 거의 못 하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하나 만들어본 팬 메이드 뮤직비디오. 요 FMV 시리즈는 좋아하는 음악들 중 뮤직비디오가 없는 것들로 만들고 있는 유튜브 채널 컨텐트 시리즈 중 하나다. 암튼 12월은 그냥 손 놓고 영화랑 드라마만 봤기 때문에 그 달에 놓친 노래들이 뭐 있나 찾아보다가 12월 21일에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이루리, 레인보우노트, 유키카, 김아름과 함께 국내 시티팝 신에서 가장 큰 인상을 주었던 우주(uju) 신규 EP다. (이 정도면 국내 시티팝 5 대장군급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뭐 이 블로그에서 검색해보면 저들에 대한 얘기는 넘치고 넘쳐서 부가 설명은 스킵한다. (이미지 시계방향: 유키카, 이루리, 김아름, 레인보우노트, 우주)
암튼 저 5대장들 중 가장 Soul과 Funk가 진하게 묻어나는 사운드를 보여주는 게 바로 uju다. 하지만 총 5개 수록곡이 들어있는 이번 앨범에서는 약간 실험적인 무브를 보여준 것 같다. 기존의 알엔비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는 있지만 좀 더 어쿠스틱 하고 일렉트로닉 성향이 좀 더 묻혀진 듯한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앨범들 중 [Preview]가 베스트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수록곡인 '상상하고 싶지 않아'는 드럼과 기타로 시작하며 어쿠스틱한 인상을 주며 시작하지만 클라이맥스에 접어들며 이내 익숙한 우리가 시티팝을 들으면서 익숙한 그 낭만적이고 아련한 감성 속으로 잘 안내해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EP에서 가장 귀에 쏙 꽂현던 곡이다.
영상은 김정권 감독의 2000년작 <동감 Ditto>인데 벌써 나온지 20년이 지났다. 타임슬립 로맨틱 코미디로 라디오를 통한 미래와 과거의 연결이라는 주제 때문에 당시 <프리퀀시 Frequency>라는 영화 표절에 대한 논란이 있던 영화로 기억한다. 암튼 당시에도 괜찮게 봤었고 지금 와서 보니 어린 김하늘과 유지태 배우의 모습을 보니 새삼 세월의 무게가 다시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느낀 건데 김하늘이 진짜 예쁘긴 했다...
City Pop 5대장 얘기가 나온 김에 최근 음악들 추가로 모아서 공유해 봄...
이루리Luli Lee
김아름Kim A Reum
유키카Yukika
레인보우노트Rainbow Note
레인보우 노트는 2021년 6월 <Animation> 이후 신곡 소식은 없어서 작년 말에 올라온 광안리 콜라보 라이브 버전으로 올려봄. 개인적으로 운전 스트레스 때문에 이번 해안가 따라 대한민국 일주에서 부산은 뺏는데 앞으로도 안 갈 것 같긴 함 ㅋㅋ 부산의 바다는 그냥 영상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할 듯
이 이야기가 나돈 게 아마도 이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가 처음 출판되었을 때 즘 화제가 되면서 흘러나왔던 이야기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시절 읽어야지 하면서 결국 이런저런 삶의 연속과 함께 기억 속에서 잊히고 말았다.
최근 자주 하는게 새로운 책들도 책이지만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 책들을 다시 읽는 것도 꽤 많다. 마침 작년 말 강홍빈 건축가의 <서울 에세이>를 다시 읽다가 주석에 나오는 손정목의 이 책을 기억하고 '아...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이번엔 꼭 읽어야지' 하고 <서울에세이>를 끝내자마자 주문을 했다. 구매하기까지 정말 오랜 세월이 걸린 것 같다.
그동안 본인이 모아놓은 데이터와 경험에 의한 객관적인 수도 서울의 개발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제 1권을 시작하여 6.25로 인한 피해와 전후 이제 막 시작한 도시계획까지 읽는 중인데... 이게 무슨 소설도 아니고 신파는 당연히 아닌 객관적 서술임에도 불구하고 6.25 시절의 이야기에서는 눈물이 질금질금 거릴 정도였다.
인테리어에서 건축으로 건축에서 도시계획으로 갈 수록 더 넓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포괄적이고 전체적이란 게 항상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 내용에 있는 공간을 우연히 지나치게 되면 새삼 달라 보이고 많은 생각을 하는 매력 또한 있다.
국내는 아직까지도 대중을 위한 건축이나 도시계획은 방송이던 유튜브던 너무 부동산 관점으로만 쏠려 있는 것 같다. 물론 돈이 되는 것이니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쏠려도 너무 쏠려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속한 공간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의미를 통해 많은 또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제목에는 전국이라고 박긴 했는데 사실 몇 곳 되지는 않는다. 해돋이 테마로 여행간 건 얼마 시작하질 않아서. 그래도 한 해가 가는데 1월 1일을 기다리며 해돋이 경험했던 곳들 몇 개 기록해본다. 거의 다 9월~11월 사이의 일들이다.
<구글 내 지도를 만들어 보았다. 여기는 일출 스폿용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 볼 예정>
자연은 정말 대단한데 그 움직임을 느끼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출/일몰은 그나마 인간의 눈으로 자연의 움직임의 대경관을 인지하면서 볼 수 있는 순간들인 것 같다. 그때 온 세상으로 튀어나오는 온갖 빛의 향연들. 그리고 힘든 새벽/아침 일정 이후 찾아가는 맛있는 아침 맛집까지! 일출의 경험은 넘나 좋은 것
| 영덕 해맞이 공원
11월 기준 보통 5시 즘 나가면 암흑이었고, 대략 6시~6시 30분 정도 되면 여명이 시작되며 어? 해가 왜 안 뜨지 이러는데 이후 7시가 좀 넘어서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에 가까워지니 나침반을 보고 완전 동 쪽에서 안 뜨는 거 보고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이 즈음되면 남동쪽으로 점점 치우쳐진다고 하니 암흑부터 장시간 동안 고프로 같은 동영상, 타임랩스 찍다가 막상 해 오르니 카메라 구도를 바꿔야 하느라고 당황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이 팁이 도움이 되겠다. 암튼 이런 것들 때문에 처음엔 당황했는데 몇 번 해보니 학습이 대충 돼서 시간 절약을 좀 할 수 있었다.
11월 말을 향해가니 좀 춥기도 하고... 평일 여행이라 가는 곳마다 인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 날은 나 말고도 차가 두 대 정도 더 있었다. 이름이 이름만큼 해돋이에 특화된 곳이다.
고프로로 장시간 영상 찍느라 사람도 차도 없는 평일 시간이라 그동안은 강아지랑 왔다 갔다 산책을 한다. 뭐 사람도 없는데 카메라 훔쳐갈 염려도 없고 ㅎㅎ. 그리고 해돋이 보기가 끝나면 공원에서 아래 방향으로 만들어져 있는 '해파랑로' 트래킹 코스를 추천한다. 약간 힘들긴 하지만 아래로 내려가 바다와 맞닿아 일출의 마지막이 끝나지 않은 온갖 빛이 가득한 하늘과 함께 바로 앞에서 근접히 부딪히는 파도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경관을 경험할 수 있다. (요건 따로 포스팅 예정)
| 동해 일출로 올리브 펜션
해안도로로도 유명한 동해 일출로에 위치한 애견 동반 펜션, 올리브 펜션이란 곳이다. 들어가면 대형 사이즈 창문이 하나 있는데 여기의 장점은 굳이 밖에 나갈 필요 없이 멋진 해돋이를 맛볼 수 있다.
자동차 5분 정도 거리의 묵호항 활어회 센터에서 포장해 와서 노을과 일몰을 바라보며 먹는 것도 좋다. (회센터 치고 가성비가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일출이나 일몰 보기 위해 움직이는 그 잠깐의 여정도 좋긴 하지만 안 움직여도 된다는 장점을 제공하는 게 펜션이기도 하다.
| 남해 금포 (은빛아라펜션 앞)
남해 상주면에 있는 곳인데 천하 몽돌과 송정 솔바람 해변을 바라보는 곳이다. 펜션에서 나가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이 날도 비수기에 평일이라 어업 준비하시는 배 한 척 정도와 아침 낚시꾼 한 팀 정도 빼고는 인적이 없었다. 그냥 조용한 작은 시골 분위기여서 우리끼리 잘 논 것 같다.
근처엔 해변은 아닌 것 같지만 해변 같은 모습의 바닷가가 있고 부둣가를 향해 트라이포드들이 있다. 이곳에서도 낚시 많이 하는 듯. 역시 낚시꾼이 없는 곳은 대한민국 바닷가에 없는 듯.
| 거금도 소원동산과 스타킹 펜션
일출 시간 확인하고 6시 즈음 일어나 준비하고 소원동산으로 향했다. 바다여행, 특히 섬 여행할 때는 꼭 해돋이 명소들이 잘 표시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서 본인 만의 장소를 모를 땐 그냥 유명한 데 가서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거금도의 소원 동산도 그런 일출 스폿 중 하나다.
11월 여행은 진짜 좋았던 게 가는 곳마다 사람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아예 저렇게 나만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한 10분 정도 떨고 있으니 진짜 아무도 없을 것 같아서 명당자리에 캠핑 의자 놓고 여유롭게 해돋이를 즐겼다. 아직 해가 수평선 튀어나오기 전의 여명이다. (여명 맞나?)
저 앞에 보이는 섬은 지도 상으로 확인 해 보니 대취독섬(작은 것)과 대취도(밤머리)인 것 같다. 소원동산 아래로 보니 등대가 있는 작은 방파제가 있던데 한 아저씨 한 분이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소원동산도 괜찮지만 나중에는 아예 저렇게 바닷가로 내려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금도에서 2박을 있었는데 스타킹 펜션이란 곳의 뷰도 참 좋다. 여기도 잠잘 때 객실에서 파도소리 들리는 수준으로 바다와 가깝다. 그리고 아침만 일찍 일어나면 나와서 일출도 볼 수 있다. 처음에 왜 이름이 스타킹이지? 했는데 그 스타킹이 아니라 스타(별)-킹(왕)이었다. "스타⭐킹👑"
따로 데크에 포토존도 만들어 놔서 바다 뷰로 사진 찍기도 괜찮다. 펜션 자체로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서 커피 마시러 가도 된다. 거금도뿐만은 아니겠지만 여기도 숨 막히는 바다 뷰를 끼고 펜션+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 것 같다. 좀 더 벌리면 펜션+카페+음식점, 혹은 거기다가 술집까지 더 얹는 수준... 지금은 코로나 등 때문에 3 혹 4 콤보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 신지도 동고리
여긴 완도 아래로 이어져 있는 신지도의 동고리다. 동고리 해수욕장 쪽 방향으로 중간에 있는 동고리 캠핑장을 뒤로하고 남해의 생일도와 청산도 사이 방향으로 일출을 즐길 수 있다.
바다와 캠핑장 사이로 자동차 도로가 하나 쭉 나 있는데 거기 갓길에 세우고 경치를 구경했다.
동고리 캠핑장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동고리 방파제가 있는데 거기는 그리 높지 않은 전망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끽해서 천천히 5분이면 올라갈 듯하다. 올라가면서 그리고 내려가면서 일출의 좋은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주소는 동고리 산340으로 나온다.
높지 않은 전망대지만 바로 남해로 탁 트여 있어 충분한 경치를 자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동고리 전에 두무개꼴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전망대는 없지만 저 풍력발전기들이 경치를 한 껏 돋우는 곳이 있다. 여유 있게 방파제에서 일출 보기 좋을 듯하다.
| 욕지도 삼여 전망대
아주 작은 규모의 욕지도 삼여전망대인데...(너무 작아서 일찍 가서 자리 잡는 게 좋다) 다만 이 때는 9월 비성수기라 역시 우리 밖에 없어서 아침 전체 전세내고 잘 지냈다. 관련 포스팅은 올린 적이 있어서 (아래 링크) 사진만 올리고 휭~
| 욕지도 새천년공원 기념 공원
욕지도는 일출이건 일몰이건 스폿이 너무너무 많다. 그냥 하나씩 찾아 돌아다니길 추천한다. 이 때는 펜션과 가까운 곳들로만 움직였다. 욕지도 통틀어서도 유명한 새천년 기념공원이다. 이 날 역시 아무도 없어서 완전 전세를 냈다. 다만 날씨가 너무 흐렸다...ㅜㅜ
해무라고 하나... 날씨가 너무 흐려 안개가 자욱했다. 하지만 일출 보는 것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아침밥 먹기. 우울함은 뒤로하고 바로 맛있는 섬식당 백반 먹으로 ㄱㄱ~
강쥐들도 힘들 것이 갑자기 5시 즘 일어나서 자동차에 같이 타고 나가 제대로 해돋이 까지는 7시 30분 정도 까지라... 이 날은 더더욱 피곤했던 듯하다.. 보통은 산책하고 돌아다니는데....
지금까지 쌓인 왓챠 DB를 보며 그냥 쌓아만 놓지 말고 정리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해보는 테마별 추천 영화 시리즈. 앞으로 4000편을 채우려면 얼마나 더 봐야 될진 모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화 보는 시간이 줄어들어서...ㅜㅜ
추천은 크게는 별점 5 > 4/5 >4 > 3.5 순이긴 한데, 세부적으로 1~10위의 차이는 없다. 그냥 내 DB에서 차례대로 보이는대로 추천
암튼 이번엔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 하드보일드-느와르 10편!!!
1.디바 2. 피와 뼈 3. 트루 로맨스 4. 순응자 5. 하나비 6. 무간도 7. 아이리시맨 8. 킬링 조이 9. 복수는 나의 것 10. 개를 문 사나이
1. 디바 Diva
1981 프랑스 | 장 자끄 베넥스 감독 | 출연: 롤랑 베르틴, 프레데릭, 안드레이, 리샤 보랭제 | Watcha
칭찬할 것들이 수만 가지가 되는 이 영화 중 특히 추격씬은 1981년 이후 할리우드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액션 영화들 속 자동차/오토바이 추격씬의 바이블이 되었다. 또한 영화의 메인 테마나 다름없는 카탈리니의 아리아인 "La Wally, 'Ebben, Ne Androi Lontana (그럼, 나 멀리 떠나리)"를 현대인들에게 다신 한 번 각인시켜주기도 했다.
2. 피와 뼈 血と骨: Blood And Bones
2004 일본 | 최양일 감독 | 출연: 기타노 다케시, 오다기리 조, 마츠시게 유타카, 나카무라 유코
일본의 하드보일드는 익숙할 수 있어도 재일교포의 하드보일드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최양일 감독은 일본 뉴웨이브의 아버지 중 하나로 통하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 ('감각의 제국')의 조감독이기도 했고 일본 영화감독협회 이사장까지 올랐던 굉장한 실력파 감독이다. 심지어 그 보수적인 일본에서 일본 국적도 아닌 공식적인 한국 국적으로 이사장을 맡은 것이었다. 암튼 조감독 시절을 청산하고 1983년 <10층의 모기 十階のモスキート>로(이 또한 걸작) 데뷔하여 일본 하드보일드 영화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피와뼈> 그중 연출에 있어서의 감독의 원숙함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
3. 트루 로맨스 True Romance
1993 미국 | 토니 스콧 감독 | 크리스찬 슬레이터, 패트리샤 아퀘트 외 엄청난 카메오
90년대 막가는 청춘들의 범죄를 다룬 현대판 보니와 클라이드 겪 영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저수지의 개들>을 만들기 위해 판매한 각본을 토니 스콧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이 감독한 작품이다. 토니 스콧 감독도 액션 영화에 뛰어나고, 타란티노 초기의 각본에 심지어 메인 캐릭터는 홍콩 액션 영화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광신도라는 설정이니 이 여화의 재미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다. 매우 빠른 템포로 전개되며 순간순간 엄청난 숫자의 조연과 카메오들을 등장시켜 영화의 묘미를 더하는데, 몇 열거하자면 브래드 피트 (대마초 목에 걸리는 연기 일품), 데니스 호퍼, 발 킬머, 게리 올드만, 사무엘 엘 잭슨, 크리스토퍼 월켄, 크리스 펜 등이 있다. <볼륨을 높여라>, <헤더스> 등에서 이어지는 젊은 시절 패기 넘치는 크리스챤 슬레이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4. 순응자 The Confirmist
1970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 출연 장-루이 트린티냥, 스테파니아 산드렐리
이 리스트에서 느와르란 단어에 가장 어울릴만한 컬러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 중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다. 이중 스파이에 대한 스토리로 영화 내내 거장의 숨멎는 연출이란 것이 대략 어떤 것인지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특히 시네마토그래피가 인상적이기도 한데 공산주의 국가에서 보이는 건축양식들의 특징이 프로파간다를 위한 압도적인 공간과 파사드 연출인데 이를 적극활용하여 빛과 그림자를 극대로 사용한 '키아로스쿠로 Chiaroscuro' 기법 또한 탄성을 자아내기 때문에 건축학도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픈 영화다. 70년대 느와르 영화의 대표작이자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이동진 평론가의 컬렉션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름 나만의 자랑거리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정으로 내 인생 동안 모은 많은 비디오 테이프와 포스터들과 OST 테이프들을 거의 다 버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목숨 걸고 지켰다. 근데 지금 우리 집엔 비디오 플레이어가 없다는 게 함정.
5. 하나비 Fireworks
1997 일본 | 기타노 다케시 감독 | 출연: 기타노 다케시, 오오스기 렌, 키시모토 가요코 | Watcha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굉장한 로맨시스트다. 이 한 없이 낭만적인 측면은 우디 알렌과 닮아 있는 것 같다. 폭력이 전반을 이루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낭만과 블랙 코미디와 대칭을 이루며 이 사람의 영화에 한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다. 폭력물 장르만 따지면 <그 남자 흉폭하다>와 <소나티네>의 전작들이 있었지만 이 작품들이 날 것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하나비>에 와서 그 원숙함을 드러낸다. * 감독의 로맨틱함은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키즈 리턴>, <기쿠지로의 여름>의 '착한 영화들(?)'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6. 무간도 無間道
2002 홍콩 | 유위강 감독 | 출연: 양조위, 황추생, 유덕화, 맥조휘, 증지위 | Watcha, Netflix
이젠 사라졌나 싶었던 당시 홍콩 누아르 영화팬들의 길었던 아쉬움과 갈증을 한 방에 날려준 걸작이다. 엄청난 총격씬과 액션은 절제되었으나 여러 비중 있는 캐릭터를 오고 가는, 심지어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까지, 심리와 두뇌 게임을 통해 관객을 끝까지 가만히 두지 않는다. 보통 1편이 가장 수작으로 평가되긴 하지만 <무간도>를 시작했다면 시리즈의 끝까지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혼돈의 시대>, <종극무간>까지는 꼭이고, 4 탄인 <문도>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5편은... 모르겠다. 하도 평이 좋지 않아 무간도 키드인 나도 보지 않았다.
7.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 미국
마틴 스콜세시 감독 | 출연: 로버트 드니로, 조 페시, 알 파치노, 하비 카이텔, 안나 파킨 |Netflix
솔직히 이 영화는 갱스터물이라기보다는 인생 드라마 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갱스터 영화계의 거장 중의 거장인 마틴 스콜세시 감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 거장의 손길이 작은 하나까지 느껴지는 가장 완성도 높은 걸작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단지 범죄를 떠나 한 인간의 인생을 다룬다. 그것은 분명 4,50대 감독들도 건들 수 없는, 80세를 향해가는 이의 심오함과 성찰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또한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의 영화 속 만남은 항상 팬들을 설레게 하는 떡밥이었는데, <대부>, <의로운 살인>, <히트> 이후 관객들에게 주는 <아이리시맨>의 특별한 선물 중 하나다.
8. 킬링 조이 Killing Zoe
1993 프랑스 | 로저 아버리 감독 | 출연: 에릭 스톨츠, 장-위그 알글라드, 쥴리 델피 | Watcha
1995년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각본상 수상에 두 남자의 이름을 호명한다. 한 남자는 쉴 새 없이 떠들어 댔고 이후 겨우 바통을 이어받은 남자는 본인의 부인에게 감사를 전하며 짧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바로 <펄프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저 아버리였다. 이 남자는 그 유명한 타란티노의 비디오 가게 시절 동료 점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펄프픽션>에서의 기여도 불화로 타란티노와 결별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의 데뷔작으로서 비록 LA 로케 촬영이었지만 파리를 표방한 설정과 느와르 그리고 블랙 코미디의 전개는 옛 프랑스 느와르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로 느껴진다. 근데 이 영화가 드디어 왓챠에 올라왔다.
9. 복수는 나의 것 復讐するは我にあり
1979 일본 |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 출연 오가탄 켄, 미쿠니 렌타로, 미야코 초초
소위 말하는 하드보일드 영화에서의 그 '날 것'의 느낌을 최고조로 느끼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다. 이러한 명작에 어떠한 부가 설명이 필요할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박찬욱 감독이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라고 밝히긴 했지만 정작 그의 동명의 영화와는 또 관계가 딱히 없다.
10. 개를 문 사나이 C'est arrivé près de chez vous
1992 벨기에 | 앙드레 본젤, 브누와 뽀엘부르드, 레미 벨보 감독 | 출연: 브누와 뽀엘부르드, 재클린 뽀엘부르드-파파에르트 | YouTube
영화 <랑종>이 사용했던 페이크 다큐 혹은 모큐멘터리 형식의 오래된 명작 중 하나다. 모큐멘터리의 원조를 찾아 올라가자면 1922년의 <Haxan>까지 한다고 한다는데, 일단은 이 영화와 1999년의 <블레어 위치>가 아주 좋은 바이블로 남는다. 한 청부살인업자를 따라다니는 스토리로서 어떻게 보면 모큐멘터리라고 밝히는 것 자체 스포일 수도 있을 정도로 당시 이런 형식의 영화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게 픽션인지 팩트인지 헷갈려하며 마지막까지 향하는 그 텐션이 쫄깃한 영화다. 뭐 폭력은 덤이고. 유튜브에 풀버전이 올라와 있긴 한데 불어를 알아야....
막판 10월 31일까지 모니터링하다가 꽉 차게 10월 안으로 두 번째 플레이 리스트 업데이트를 끝냈다. 역시 시즌이라, 가을이 확 느껴지는 한 달이었다. 아쉽게도 뮤비가 없는 음악들은 여기저기 드라이브 하러 다니며 찍은 영상들로 대체했다
<Playlist>
🥂:베오베 🥤: 사이다처럼 청량한 전형적인 시티팝 🍸: 감미로운 미드나잇 그루브 (R&B, Soul, Lofi, Jazz Lounge, Funk, Hip Hop, Down Tempo) 🌴: 상큼한 열대 트로피칼리아, 라틴 보사노바 🍺: 시원하고 프레시한 인디팝, 멜로우웨이브, 포크 🌐: 댄서블한 팝, 디스코, 하우스, Funk, 신스웨이브, EDM 🎸: 락, 신스팝, 블루스. EDM (Down/Midtempo) 🎙: 복고감성 AOR, 레트로 발라드
Intro - 유키카 Tokyo Lights 🥤 1. Shining Midnight - 주예인, 새봄 10/31 🍺 2. 밤하늘 달려 - 유지희 10/31 🍸 3. 감정의 사치 - WOOJAE 10/30 🍸 4. 낯 밤 ft.박재범 - 이영지 10/29 🌐🥂 5. City Drive - Nahee 10/26 🥤🥂 6. Horizon Line ft.Cherry Coke 10/26 🎸 7. 밤 - 드림노트 10/26 🌐 8. 선물 - 쏠 10/26 🎙🥂 9. Lights - Hoody 10/25 🍸 10. 비가 그치면 - Hoody 10/25 🍸 11. Fly So Higher (오늘처럼 놀라운 내일을) - 팀 패스파인더 10/25 🌐 12. 안녕 오랜 내 사랑 - NeD 10/21 🎙 13. 왈칵 - 락다이아몬드 10/21 🎙 14. 흩어진 나날들 - 한슬 x Inthe City 10/18 🎙 15. 항해사 - KIRAVI 10/18 🍸🥂 16. 언제까지나 (My Universe) - W24 10/18 🥤 17. 동그라미 - 다양성 10/17 🎸 18. Snoopy - 안복진 10/16 🍸 19. 100% - 안복진 10/16 🍺🥂 20. 연기처럼 - ROVV 10/16 🍸 21. Stay with me ft.dori - soowoo 10/16 🍸 22. Mediocre Life ft.Pre-Holiday - 황상준 (My Name OST) 10/15 🌐🥂 23. Queendom (Demicat Remix) - Red Velvet 10/15 🌐🥂 24. Youth - 뉴아더스, 클랑, 일레인 10/15 🍸 25. Blue Hawaii ft.SOSA, 김도윤 - Liu 10/15 🌴 26. 내 숨 너 - 안솔희 10/15 🎙 27. 그리고 돌아섰다 - 기리보이 10/14 🍸 28. A.D.H.D - KittiB 10/14 🍺🥂 29. Close to me - 블랙스완 10/14 🌐 30. 너에게 닿기를 - JT&MARCUS 10/14 🌐 31. All we need - Sarang, 이미쉘 10/14 🌐🥂 32. 터벅터벅 - 버거형 10/14 🎙 33. Vivace - Lightsum 10/13 🌐 34. Pale blue Dot - 신유미 10/13 🍸 35. Go or Stop? - 선미 10/11 🌐 36. 우주를 넘어 with 김겨울 - Vlinds 10/12🍺 37. on a Sunday ft.LOST - meeruu 10/10 🍸 38. 감정 낭비 - 솔지 10/9 🎙 39. Lonely - 수연이 10/9 🍸🥂 40. Lift Off - 45 10/8 🍸 41. Mirror - SEEN 10/8 🍸 42. Harsh - 나현 10/8 🎸🥂 43. Utopia - Unicorn (Girls Planet 999) 10/8 44. Glassy - 조유리 10/7 45. 느낌 - 채민, 김사랑 10/7 🍸 46. 남녀탐구생활 - 탁이, 현이 10/6 🎸 47. 끝 - 최유리 10/5 🍺 48. 툭 - 최유리 10/5 🍺🥂 49. 살아간다 - 최유리 10/5 🍺🥂
🍺 멜로우 | 현존 인디포크 최고의 감성, 최유리
이전 포스팅에서 현재 K-Pop에서 가장 흥미로운 신진 세력 두 개를 얘기한 적이 있었다. 하나는 여성 힙합 계열 또 하나는 여성 인디 포크 계열인데 이 중에서도 인디 포크 계열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될만한 싱어송라이터가 바로 최유리다. 2918년 유재하 가요제 대상 그리고 2020년 2월 '동그라미'로 데뷔했다.
작년 처음 '동그라미'를 접할 때는 오랜만의 전율을 느꼈다.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원숙한 음악성과 포크계열에 딱 어울리는 '음유시인'의 타이틀에 어울릴만한 가사. 이 음유시인들의 특징은 "난 네가 보고 싶어"라는 표현도 정말 감미롭고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기가 막힌 종족들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그녀가 만들어 내는 멜로디와 음악,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로 글과 곡을 해석하고 표현해내는 음악적 감성이 뛰어나다. 특히 포크를 떠나 소울이건 힙합이건 현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인스타 감성의 트렌디함이 물들어져 있는 가운데 최유리는 오히려 클래시하고 독보적이다. 경력이나 나이 때문에 조숙하다고 하기엔 너무 성숙하다. 현재 진행형인 인디계의 새로운 소중한 보물이다.
2020년 2월 <동그라미> 발표 이후 <우리만은>, 21년의 <둘이>, <갯마을 차차차 OST> 그리고 이번 10월의 <여정>까지 정말 꾸준하고 바쁜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싱글들까지). 지난 7월의 <잘 지내자, 우리 (짙은 작곡)> 이후 이번 EP앨범에도 '끝', '살아간다', '툭' 같은 주옥 같은 명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최유리의 멜로우함에 흠뻑 빠져보자.
🌐 초가을에 울려퍼지는 클럽 비트
계절이 계절인지라 가을 감성 발라드나 느린 힙합/소울이 역시나 많이 발표되었는데 예상치 않게 클럽 비트의 음악들도 눈에 꽤 띄었다. 대표적으로는 <오징어 게임>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선방하고 있는 <마이네임> OST의 일렉트로/신스 웨이브 'Mediocre Life'. 그리고 'All we need'는 9월 트로피칼 한 사운드로 에이핑크 오하영과 호흡을 맞췄던 Sarang의 일렉트로 비트 위 K-Pop 스타의 이미쉘이 보컬이 잘 어우러지는 콜라보다. 추가로 베스트에는 굳이 뽑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퀄리티 있는 댄스 비트를 선보여주고 있는 선미의 'Go or Stop'도 귀를 자극하긴 한다.
레드벨벳은 무슨 제대로 약 빤 듯한 환장한 비주얼과 사운드의 'Queendom (Demicat Remix)'를 선보였는데 걸그룹 계급장 딱지 다 띠고 뭐 갈 때까지 가자는 건지... 상당히 괜찮았다 ㅎㅎ. f(x)의 DNA를 잘 물려받은 팀이라 역시 음악도 항상 특이하면서도 퀄리티 높은 것들도 많았는데 앞으로 이번 같은 저 세상 식이라면 정말 대 환영이다. 9월 달에 나온 에스파 'Next Level (Habstrakt Remix)'도 그렇고 SM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ㅋㅋ 이럴 바엔 아예 더 나아가서 2000년대 초반 일본 AVEX 레이블의 Ayu-mix 시리즈처럼 국내외 실력 있는 DJ들 총출동시켜 레이블 아티스트 Remix 앨범 좀 새로 내주었으면 좋겠다.
난공불락이었던 미국 팝시장은 물론 전 세계 클럽신을 씹어먹고 있던 2000년대 초반 트랜스 장르의 신 속, 그때까지도 숨이 붙어있던 J-Pop의 Avex 레이블은 당시 일본 최고의 팝스타 하마사키 아유미에게 이 흐름을 얹은 시도를 했는데 바로 원곡들을 스타 DJ들에게 의뢰해 새로운 앨범을 내는 것이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Ayu-mix 시리즈일 텐데 이 시리즈에서 가장 먼저 돋보이는 앨범이 바로 2001년 <The other side four: System F, Vincent Demoor>가 아닌가 싶다. System F는 트랜스뿐 아니라 전자 댄스 음악 역사에서 전설로 인정받는 DJ 티에스토와 DJ 페리 코스틴의 듀오 시절 팀이었다. 마돈나와 DJ 폴 오큰폴드 (또 하나의 전설 DJ)가 'What it feels like for a girl'로 트랜스 장르를 메이저로 끌어올린 게 불과 2000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배짱 있는 배팅이 아니었나 싶다.
안 그래도 요즘 다시 옛날 트랜스 음악들을 많이 듣고 있는데 생각나서 또 주절주절 해본다.
당시 전 세계와 한국, 일본의 트랜스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포스팅 추천:
* 😮 트랜스 음악의 역사:
* 😉 한국에서의 트랜스 음악:
🍁 기타: 가을이라 시티팝은 시들, 발라드는 북적 그리고 그 외
가을이랑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일단 매달 넘치던 그 시티팝 사운드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Nahee의 'City Drive'와 W24의 '언제까지나'가 있었고 9/30에 유키카의 'Tokyo Lights'가 나왔지만 J-Pop으로 나와 그냥 중간 부분만 인트로에 소개했다. 영상이랑 음악의 느낌은 좋아서 왠지 유미의 세포들 작화로 K-Pop 버전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흥겨운 리듬의 시티팝은 시들했지만 가을 발라드 중에서도 시티 발라드 느낌의 곡들은 꽤 있었다. 이 중에서는 역시 SOLE의 '선물'이 10월의 원픽인 듯싶다. 올해 1월 청춘 느낌 물씬 '첫사랑'에 이어 가을 감성을 자극하는 레트로 소울 발라드다. 2021년의 흐름을 보니 이 레트로 발라드 계열에서 여성 보컬은 쏠, 남성 보컬은 죠지로 좁혀볼 수 있겠다.
앞서 최유리 얘기하면서 언급했던 현재 주목해야 할 흥미로운 신진 세력 중 여성 힙합씬에 대한 건데, 이번에 KittiB가 올라와 있다. 이름이 비슷해서인지 옛날에는 키티 비가 그냥 애쉬비 같이 Booty 파워 힙합퍼인 줄 알았는데 완전 오해였다. (나 애쉬비 노래도 좋아함) 저번에 언급한 이 신진 여성 힙합 아티스트들의 특징처럼 장르 크로스오버가 키티 비에서도 나타난다. 8월 유성은과 함께한 'WE-YOU"와 이번 인 디팝스러운 귀여운 곡 'A.D.H.D'가 그 좋은 예다. 이 계열에서 또 언급했던 에피와 비슷하게 에픽한 느낌의 KIRAVI의 '항해사'도 눈에 띈다. 그리고 박재범과 함께했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이영지의 '낮 밤'도 Funky 하면서도 댄서블 한 바이브를 선사해준다. 이 밖에 가을이라 그런지 약간 다운템포 분위기의 딥한 소울의 Lonely (수연이), Harsh (나현)도 들어봄직 했다.
위 언급된 아티스트들 중 키디비 KittiB의 '오히려'를 들어보자. 그러고 보니 키디비 노래들을 계속 살펴보니 은근 귀여운 노래들이 많다. 쭈욱 봐보니 컨셉인지는 몰라도 본인도 귀여운 것들 매우 좋아하는 듯???
8월 말에 방문한 욕지도. 성수기가 딱 지난 후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날씨는 굉장히 맑고 한 여름보다 덥지 않아 딱 좋았다. 원래 위 내륙 쪽은 장마라 한창 비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배 타고 건너오니 기대하지도 않은 맑은 날씨가 반기고 있어 굉장히 좋았다.
마지막 방문 이후 섬에 애견 펜션이 또 생겨서 이번엔 오렌지블루 펜션으로 예약을 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30분 정도 기다리고 기다렸던 해안도로 일주 드라이브를 하고 유동 해변 쪽 펜션으로 가는데 진입로의 뷰가 굉장히 좋다. 해안도로에서 바로 내리막 유동 해변으로 이어지는 경사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에 봤을 때 약간 그 오션뷰에 빨려 들어가면서 압도되는 "와~"하는 경험을 순간 했다.
펜션 사장님은 처음엔 약간 서뭇서뭇해서 그냥 그런가 부다 했는데 좀 츤데레 같은 면이 있으신 것 같다. 펜션에서도 강아지를 키워서 그런지 이해를 참 많이 해 주셨다. 특히 강아지 3마리 끌고 먼 내륙에서 오는 힘든 점도 몇 번이나 얘기하시며 이해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음. 공개 포스팅이라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하겠고 숙박이랑 바비큐랑 편의를 굉장히 많이 봐주셔서 뜻깊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시설은 우리가 일반 애견펜션에서 경험하는 정도인데 깨끗한 편이다. 중형견 이상 혹은 다견 애견트래블러들은 삐까뻔쩍한 신축 애견 펜션에 아예 못 가기 때문에 잘 알겠지만 갈 수 있는 펜션들 중 위생 개판인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어서 깨끗한데 만나면 감사하게 된다. 우리도 세 마리 데리고 다니다 보니 비싸기도 하고, 다견에 킬로 수 제한으로 풀빌라 같은 시설 못 간다 ㅎㅎ. 암튼 펜션으로 돌아가.... 숙소 안에서는 오션뷰가 확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침대가 없어 나 같은 사람은 좀 허리가 많이 아플 수도... 바비큐 장은 숙소 창문이랑 바로 이어져서 부엌에서 왔다 갔다 하기는 편하다. 그리고 그 앞에 작은 정원이 있어 여름에는 그곳에서도 바비큐를 할 수 있다.
펜션에만 있을 예정이면 비추겠지만, 위치 자체가 참 좋아서 낚시를 하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하려면 근방에 아주 좋은 뷰 포인트들이 있다. 바로 유동해변/유동 노을 전망대/삼여 전망대다. 아래는 펜션으로부터의 거리다. (네비 기준)
- ⛱️ 유동해변 (300m) : 자동차 1분 / 도보 6분
- 🔭노을 전망대 (600m) : 자동차 1분 / 도보 9분
- 🌅삼여 전망대 (1.5km) : 자동차 3분 / 도보 21분
| 유동해변
욕지도 여행의 매력 중 하나가 해안도로 🚗 드라이브 하면서 중간중간 나오는 밑으로 꺾어지는 포인트들로 바로 내려가서 경험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고도에서 오션뷰 드라이브를 즐기다 바로 내 발 밑에 바닷물이 닫는 그곳까지 내려가는 순간들. 그중 하나인 유동 해수욕장은 몽돌밭인데 해수욕 시즌이 지나서 그런진 몰라도 주위가 그렇게 깨끗해 보이진 않았다. (쓰레기들이 좀 보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은 없었고 대신 밤 낯을 불구하고 🐟 낚시꾼들은 꼭 있었다. (욕지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체가 낚시꾼들 천지다)
펜션에서는 저 위의 노란 동선을 타고 내려가면 되는데 말이 300미터지 경사가 꽤 있어서 한 번 걸어내려갔다가 올라올 때 사람은 물론 강아지들도 지쳐서 다음번엔 차 타고 내려갔다. (차 타고 내려가면 1분도 안 걸림) 펜션에 스테이 한다면 그냥 천~천~히 천~천~히 산보하는 마음으로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다.
욕지도에서는 매일 아침/저녁에 일출과 일몰을 관람했는데 (말은 일출/일몰인데 해 없이 여명, 황혼 이런거 다 합쳐서 ㅎㅎ), 하루는 여기 유동 해수욕장에 자리 잡았다. 파도 소리 듣다가 블투로 시티팝도 들으면서 해 진 후에는 컵라면도 끓여먹고...
돗자리가 없어서 저 모냥인데 여행 끝나고 새로 하나 샀나 이쁜 걸로 ㅋ
| 노을 전망대
유동해변에 가장 가까운 유명 스폿이 삼여 전망대인데 거기 가는 길에 펜션에서 600미터 안 되는 거리에 삼여보다 좀 더 쾌적하고 넓은 공간의 노을 전망대가 있다. 아마도 노을 바라보기가 좋아서 그런 이름을 가졌나 보다.
단순한 나는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여기서 첫 날 일몰을 바라보기로 했다. 차 몇 대 정도 가능한 주차 공간도 있다. (주차 하고 뱀 나올 것 같은 뒷 길 한 10미터 건너가거나 그냥 찻길로 걸어가면 됨) 역시 비성수기의 매력은 인파, 아니 인적이 없는 것. 사람들 있으면 못했을 텐데 이날도 이 곳은 아무도 없었다. 유동 해수욕장에서처럼 캠핑 의자 깔고 앉아서 이 아름다운 공간을 전세 낸 듯 음료수 마시며 욕지도의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보았다. 옛날 어떤 분이 욕지도는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만큼 (일반 450이든 광각이든)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벗어나는 각도의 압도하는 아이맥스 이상의 장관의 그림이 여기저기 펼쳐지는 곳이다.
| 삼여 전망대
욕지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뷰포인트 중 하나인 새천년기념공원 방향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그리고 펜션에서도 불과 1.5 km 거리에 아주 아담한 공간의 전망대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삼여 전망대. 이곳에서는 바다 위로 솓은 3개의 바위섬들이 잘 보이는 곳인데 이무기를 사랑한 용왕의 3명의 딸들의 전설이 들어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일출을 보기로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나가서 준비 했다. 지나가면서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담한 곳이었고 비성수기에 시간도 시간이니 만큼 일출 보기까지 한 2시간 넘게 뻐기고 있었는데 역시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자동차도 서너 대 인가 밖에 안 지나감. 또 한 번 전세! 만세!
암튼 해 뜰 때까지 반경 200미터 정도를 섬의 맑은 공기 마시며 강아지들과 뛰었다가 걸었다가 운동을 했다. 여느 욕지도 해안도로 전망 스폿들처럼 여기도 도로에 주차해야 한다. 커브 길에 위치하고 있으니 지나갈 차량들 시야 확보되는 공간에 주차해 주는 것이 좋다.
날이 밝아졌다고 일출이 바로 보이진 않는다. 이미 주위는 어느 정도 밝아졌는데 구름에 가려져 못 본 건지 뭔지 일출을 못 봐서 조바심이 났었다. 꽤 시간이 지나니 저기~ 저 멀리서 해가 떠오르는 게 보였고 "뜬다! 뜬다!" 소리 지르며 다시 전망대로 달려와서 실컷 구경했다. 완전 섬 전체 전세 낸 기분. 영화관에 아무도 없을 때랑 비교되지가 않는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게 자연이다. 그것은 우리의 일반적인 눈과 귀와 촉감으로 감지할 수 없는 느릿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일출과 일몰은 그나마 그 대자연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감지하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극적인 것 같다.
암튼 그렇게 일출을 즐기고 다시 우리는 맛있는 아침밥 먹으러 욕지도 선착장 근처로 향했다.
2차 맞고 이틀 지났다. (지금 3일 차) 1차 때 큰 무리가 없어서 2차는 큰 심리적 부담 없이 맞고 왔다. 2차도 크게 이상 없이 지나가는 것 같다. 약간의 증상은 이번에도 있었다. 주사 맞고 한 대여섯 시간 지나니 역시나 1차 때처럼 몸이 아주 많이 피곤해졌다. 주사 맞은 자리 뻐근하게 아픈 건 동일했는데 1차 때와 차이라면 삭신이 엄청나게 쑤셨다. 목/어깨/허리... 이게 제일 힘들었다. 결국 타이레놀 한 알 먹었다 (1차 때는 안 먹고 지나갔었음)
이틀 차까지는 거의 잠만 잔 것 같다. 얼굴과 몸에 열이 나는 느낌이 지속적으로 있었는데 막상 온도계로 재보니 크게 이상은 없었다. 다만 막판에 긴팔을 반 팔 반 바지로 다 갈아입고 그 위에 이불을 덮고 있는... 막 더운데 막상 벗으면 추운? 그런 상태가 잠깐 있었다.
아플때나 언제나 그랬지만 잠이 최고의 명약이었던지 정말 이틀 동안 잠만 펑펑 잤고, 어제저녁 때도 영화 보다가 소파에서 졸고... 어제 10시 전에 잤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10시 훨씬 지나서 일어났는데 몸이 한 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다행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공공장소에서의 위생적인 측면이 많이 강화되었다고 느낀다. 특히 식당들. 갠적인 작은 바람이 있다면 백신 접종 완료 후 위드 코로나를 접어들며 마스크는 웬만큼 지속적으로 썼으면 하긴 한다. 이건 뭐 개인의 자유니 어쩔 수 있겠냐만은, 백신의 취지는 코로나에 걸렸을 때 그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거지 백신 맞았다고 코로나에 안 걸린다는 것은 아닐 거기 때문이다.